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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게 원로회의 청문회 안건인가요? 리아나 에스퀘테의 블루시프트의 별자리 기사를 은닉한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


원로회의 부름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에스퀘데가의 가주 리아나 에스퀘데는 불만섞인 노성을 원로회에 보내고 있었다.


"건방진 행동을 하지 마라, 리아나, 이 곳은 네가 함부로 소리를 낼 곳이 아니다."


"원로회의 정식 청문회라는 소리에 와봤더니, 들을 가치도 없군요. 블루시프트가 궤멸의 위기에 처한 것은 알고 계신가요?"


원로회의 최고 원로 3명이 입을 다물었다. 이것은 무언의 긍정이라고 볼 수도 있으리라.


리아나는 리브 앨런에게서 들었던 정보로 원로회를 공격했다.


"더 물어볼 것도 없겠군요. 블루시프트 본부가 습격당하기 전 모든 평기사가 원로회의 명령으로 철수되었다는 정보를 알고 있으니까요."


원로회가 술렁였다.


"그런 허구의 정보를 쉽사리 믿다니, 그런 정보를 누구에게 들었지?"


좌측에 있는 최고 원로가 경호차 뒤에 서 있던 평기사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평기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그 직후, 청문회장에 있는 모든 평기사가 문을 열고 나가 자취를 감췄다.


리아나는 이것은 원로회의 함정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 걸 당신들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겠군요, 언제부터 조디악나이츠를 배신한거죠?"


원로회 세 명 각자의 뒤쪽에 있는 총 세 개의 문이 열리며, 붉은 정복을 입은 기사 세 명이 각각의 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청문회장의 모든 문에 동시에 걸쇠가 걸렸다.


"이 자들을 알아보겠나?"


"염소자리, 물고기자리, 황소자리의 기사군요. 그리고, 더러운 수작질에 당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들의 얼굴에는 전혀 표정이 없었다. 리아나는 경험으로 그것이 살아움직일 뿐일 시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별의 인도자의 인도로 이 곳으로 건너 온 지 수십년이 지났군, 그에게는 멸망을 피해갈 수 있는 큰 신세를 졌지."


"하지만 우리들은 늘 생각했다네, 그의 선택이 과연 옳았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


리아나는 원로회의 말을 잠자코 듣는듯 했지만, 카운터 워치를 찬 왼손으로는 여차하면 레드시프트의 기사들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은 대적자로서의 세상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별의 인도자를 우린 결국 용납할 수 없었네."


순간, 리아나의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설마, 당신들이 '아르콘 전대'를……."


"우리에게 아르콘 전대를 괴멸시킬 힘은 없다네. 그저 살짝 방해를 했을 뿐이지……, 예를 들자면, 인도자의 무구를 조금 봉인해둔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이……, 이 개자식들! 네놈들이 감히 전대장님을!"


아직 물병자리의 힘을 간직한 리아나의 분노가 폭발하듯 허공에서 만들어진 날카롭고 예리한 물줄기가 최고 원로들에게 향했다.


"!!"


다이아몬드 조차 절삭하는 워터젯에 비견될 물줄기는 물고기 자리의 기사의 무구인 '피스케스 케이프'에 의해 허무하게 사라졌다.


물고기 자리 기사의 무구인 '피스케스 케이프'는 물에 관련된 어떠한 공격도 무력화시키는 리아나의 천적과도 같은 무구였다.


최고 원로는 별 일 아니라는듯 큼큼,하고 목을 풀고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그 시기, 다행히도 힘을 회복한 이전 세계의 동료, 구원 기사단과 연락이 닿았지. 그들이 살아있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었네."


"이어지는 이야기는 자네도 알고 있을 법한 시시한 이야기라네, 우리는 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협력했지. 이제껏 가꿔 온 12가문과 블루시프트, 레드시프트의 별자리 기사들을 바쳤지. 그것만이 멸망에서 도망친 우리가 할 수 있는 속죄였네."


"별자리 기사들을 팔아넘겼다는 역겨운 소리를 잘도 포장하는군."


"자네가 뭐라한들, 아무리 분노한다 한들 자네는 여기서 여정을 마칠테고, 자네가 보호하는 별자리들은 우리들의 손에 들어올 것이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주는 소소한 저승길 선물이라고 생각하게나."


최고 원로가 손짓하자 레드시프트의 기사들이 움직였다.


리아나는 CRF 카운트를 다 소모시킬 기세로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수백개에 이를 워터젯이 원로회 무리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무의미한 발악에 불과했다. 원로회의 옆에 서 있던 물고기 자리의 기사는 '피스케스 케이프'를 풀어 헤쳐 원로회와 기사들을 지켰다.


강력한 공격의 반동으로 리아나는 가벼운 현기증이 일었다. 황소자리의 기사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육탄돌격을 감행하여 리아나를 벽으로 밀어 붙였다.


"아……악!"


리아나는 몸이 찌부러지는 듯한 고통에 힘겨운 신음을 내질렀다. 원로회의 개자식들에게 복수할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분해서 분노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염소해골을 뒤집어 쓴 듯한 모양새를 한 염소자리의 기사는 잠자코 보고 있는듯 했지만, 황소자리의 기사의 주먹으로 복부와 얼굴을 수차례 가격 받아 저항 의지를 상실한듯한 리아나가 바닥으로 쓰러지자, 자신의 허리춤에서 염소 해골 모양의 레이피어를 꺼내어 그녀를 끝장내기 위해 다가왔다.


원로회가 흡족한 얼굴로 그 모습을 관망하는 동안, 물고기자리의 기사는 혹시 모를 리아나의 반격을 대비하여 원로회의 곁에 서 있었다.


피로 얼룩져 시야가 흐릿해져가는 리아나의 눈 앞에 염소자리의 레이피어가 쇄도하려 했다.


『최고 원로님. 청문회장 위에 미확인 함선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보 파악 중입니다.』


"……어떤 간 큰 녀석이 이 곳으로 다이브 아웃을 했지?"


식별되었습니다. 태스크포스 넘버 13, 코핀 컴퍼니의 [코핀 함]입니다! 


최고 원로가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던 청문회장 천장의 돔형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염소자리의 기사와 황소자리의 기사는 실신한 리아나를 두고는 펄쩍 뛰어 물러나 경계했다.


산산조각난 유리들이 낙하하며 생긴 자욱한 흙먼지가 사라지자,



─그곳엔 견습 기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