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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





챔버



과거, 4종 침식체가 출현했다고 예상되는 침식균열을 중심으로 수많은 기업들과 정부의 기밀시설들이 포진되어 있는 고리형 도시

당연하게도 기밀 시설들이 있는 만큼 챔버의 보안은 철저했으며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 챔버란 단순한 도시괴담 그 이상도 이상도 아니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고 보통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제기랄! 저 개자식들은 여기에 어떻게 들어온거야!"


챔버 지부의 아티팩트 보관소장 킬리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보고와 사이렌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보관소장님! A2섹터에서도 침입과 동시에 아티팩트 도난이 확인되었습니다!"


"뭐?! 아니 내부 감시 카메라에는 방에 들어오려는 징조도 없었잖아!"


그의 말대로 현재 보관소를 침입한 이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어떠한 징조도 없이 아티팩트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나타나 아티팩트를 들고 사라지는것이다


"대응팀은 지금 당장 2인1조로 조를 짠 뒤에 도난당하지 않은 아티팩트 보관실로 달려가라! 그리고 만약 녀석들이 더러운 손을 뻗는다면 사정없이 갈기도록!"


"'예!""


대응팀에게 지시를 내린 킬리는 라이플을 챙기면서 현재 벌어진 일에 대해 추론하고 있었다


'현재 도난당한 아티팩트는 총 68개. 침입한 세력은 공간이동 계열의 카운터를 최소 68명 이상 운용이 가능한 거대세력이다.'


'이러한 짓을 벌일만한 이들이라면 미국이나 학회말고는 떠오르지 않는군.'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던것도 잠시 킬리의 가슴팍에서 대응팀 조장의 보고가 들어왔다


"보관소장님! 현재 대응팀 전원 배치 완료되었습니다!"


"좋아. 방금 본부에 구조요청을 보냈으니 1시간 이내로 지원이 올거다. 그때까지 자리를 사수하도록."


""예!""


불행중 다행으로 대응팀의 배치가 완료되자, 더이상의 침입자는 발생하지않았다


"시발...대체 이게 무슨일이야?"


킬리가 잠시 숨을돌리고 있던 그때 지휘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접니다. 보관소장님."


그의 신경질적인 질문을 대답한건 여성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대답으로 충분했던건지 지휘실 내부의 온도는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여성

그것도 이 타이밍에 혼자 올 사람이라면 답은 하나


"어서오십시오! 기관장님!"


다급하게 달려가 문을 여는 킬리의 눈동자에는 얼음보다 차가워진 팬드래건의 표정이 비춰졌다


'씨발...'



이런 실책이 어디있을까

"차를 내올까요?"

"차는 됐어요. 그보다는 보고를 먼저 해주시길."


자연스럽게 지휘실의 상석에 앉은 엘리자베스는 아티팩트 보관실을 비추는 모니터를 쳐다봤다


"그럼, 보고를 실시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사상자는 0명이며 탈취당한 아티팩트의는 현재 1등급 3개, 2등급 5개, 3등급 60개입니다."


킬리의 보고를 들은 엘리자베스의 표정이 어두워져간다


"1,2등급 아티팩트는 전부 사라졌으며 남아있는건 3등급중 32개가 끝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기관장님."



기관에서 보관하는 아티팩트의 경우 위험도, 보관성, 중요도 등을 합산하여 크게 4가지의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하고 있다


1등급

해당 등급의 아티팩트는 관리하기가 끔찍하게 어렵거나, 만약 기관을 떠나 사회로 나가게 된다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등급의 아티팩트를 해당 등급으로 분류한다


2등급

2등급의 아티팩트는 1등급에 비해 위험도, 보관의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쓰는 방식에 따라 1등급의 위험도를 지닌 아티팩트를 해당 등급에 배정한다


3등급

위험도가 낮거나, 위험하더라도 보관이 매우 용이한 아티팩트가 있다면 주로 매기는 등급이 3등급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3 어느 등급에도 해당되지않는 측정불가 등급이 존재한다


측정불가

측정불가 등급의 아티팩트는 말 그대로 측정이 불가능한 정도의 아티팩트를 뜻하며 아티팩트가 맞나 싶은 물건부터 잘못 사용한다면 피해를 측정조차 못하는 위험도를 지닌 아티팩트가 이에 해당된다



"그외에 침입자들의 특이사항은 없나요?"


"최초보고때 말씀드렸듯이 침입자들은 전원 공간이동 계열 카운터였습니다. 이만한 인원의 부대를 운용한다는것은 최소 국가단위의 적대세력이 개입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는 그게 끝인가요?"


"네."


"그렇다면 한가지 꼭 당부드릴말이 있습니다."


팬드래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말씀해주시죠."


"만약. 거대한 검은 그림자를 목격하신다면."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지휘실의 문이 서서히 열렸다


"다른 무엇보다도 도망치는걸 최우선으로 생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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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일반쓰레기니까 저기다가 버려."


"계란이 일반쓰레기인건 처음 알았지 말임다!"



코핀컴퍼니의 탕비실

나는 플로라메이드 서비스에서 파견 나온 꼬맹이와 함께 청소를 하고 있다


살짝 탄 갈색피부과 장발의 회색머리가 묘하게 어울리는 이 모네라는 이름의 꼬맹이는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나와 사내청소를 같이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건 그렇고 왜 계란 껍질이 왜 탕비실에 있는거야..."


"왜 그러심까?"


똘망똘망하게 나를 쳐다보는 저 눈빛은 호기심이 가득 아이의 그것이다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도 너 어디 사냐?"


"제가 사는곳 말임까?"


"그래."


"저는 메이드장님이랑 같이 지내고 있슴다."


"그러냐."


다행히도 이 꼬마에게는 보호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괜한 걱정이었잖아


"그러고보니 스승님의 이름을 아직 못들었지 말임다."

"스승? 내가 언제부터 니 스승이 되었냐."

"스승님은 모네에게 청소하는법을 가르쳐주셨잖슴까!"

모네는 두팔을 벌린 뒤 팔짝 뛰어 오르는 과장된 제스쳐를 취했다


"나는 그저 걸리적거리는걸 치웠을뿐이야. 그 과정에서 네가 끼어든거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애써 에둘러말했다

"뭐, 그렇다고해서 네 스승역할이 딱히 싫다는건 아니지만..."

"헤헤..."



그 후로도 우리는 청소를 계속했다

한번씩 아니 자주 펜릴소대의 유미나가 탕비실에 찾아와 가방에 탕비실 비품을 넣었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그리고 탕비실에 버려져있는 마지막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자,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려왔다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나머지는 내일 마저 하자."

"수고하셨슴다!"

씩씩하게 떠나는 모네를 뒤로하고 휴대폰의 잠금을 풀자, 홍차폭탄의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물벼룩. 정기보고를 잊은건 아니겠죠?


아 젠장



"벌써 시간이 이렇게되었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 후 탕비실을 나가자, 마침 이쪽으로 오고 있는 사장님이 보였다


우연인가?


"우리 코핀컴퍼니의 자랑 로이군 아닌가."


"아하하...안녕. 사장님."


사장님은 언제나처럼 두 팔을 과장되게 벌리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흐음. 그런데 자네의 표정을 보아하니 곤란한 일이 있어보이는군. 혹시 무슨일이 생겼나?"


그렇게까지 얼굴에 티가 났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런데, 혹시 지금 퇴근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런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주지. 자네는 그럴 자격이 있어."

"거기에, 자네의 평소 업무태도를 봐서 특별히 내일은 특별휴무로 쉬고 오게나."


"어...어? 진짜로? 그래도 되는거야?"


"물론이고말고. 자네가 이 회사에 온 뒤로부터 여러 업무들의 효율성이 눈에 띄게 증가했네. 거기에 더해, 자네는 자신의 휴게시간에 우리 회사의 청소까지 도맡아 하고 있지! 이런 인재에게 휴가를 안준다면 대체 누구에게 준다는 말인가?"



"나는 그냥 걸리적거리는걸 치웠을 뿐인데...휴가는 고맙게 받을게 사장님."


"하.하.하! 푹~쉬고 오도록!"


사장님은 그 말을 끝으로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떠났다


마치 내가 잠입한걸 알고서 저러는거 같단 말이지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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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와의 만남을 마친 머신갑은 복도를 지나 사장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듯 사장실의 문이 닫히자, 사장실의 한쪽 벽면이 서서히 갈라지며 끊어진 전선이 가득한 방이 나타났다


"예상보다 빠르군요."


"글쎄, 그건 지켜봐야 알겠지."


하지만 그곳엔 끊어진 전선들만 있는게 아니었다

검은 정장의 남성. 관리자와 코핀 컴퍼니의 부사장인 이수연이 함께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보다도 이번 기관장은 꽤나 귀여운 면모가 있군요. 이렇게 대놓고 염탐을 보낼정도로."


"나도 그 건에는 동의하네만. 그렇다고해서 자네는 그가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겠나?"


관리자의 입에서 나온 '그'는 다름아닌 로이버넷


"확실히 그건 곤란하군요. 쓰레기가 넘치던 시절로 돌아가는 사절하죠."



이수연의 진저리치는 말에 관리자는 그저 쓴웃음으로 화답 할 수밖에 없었다



"기관쪽에는 적당한 정보를 쥐어주도록 하지.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볼까."


관리자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짓하자 부서진 잔해들과 부서진 잔해를 보며 다급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비춰졌다


"저곳은...설마."


"자네의 그 설마가 맞다네. 저 시설의 이름은 LAKE-7. 감키코트가 억류되어있던 곳이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군요."


"그렇지."


이수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반응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예상된 일이었군요?"



이수연의 눈빛을 받은 관리자는 태연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예상을 했던건 사실이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빠르게 해방되었어."


"거기에, 감키코트가 예상보다 빨리 깨어나는 바람에 이제 곧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들이 줄줄이 생길 걸세."


"당신이 예측을 못하는 변수도 있었나요?"


"물론. 내가 하는것은 어디까지나 알고 있던 사실을 정리한 뒤 다시 재정립한것에 불과해."



관리자가 폐허가 되어버린 LAKE-7의 화면을 옆으로 밀어 지워버린 뒤 수많은 빨간점이 찍혀있는 지도를 가져왔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나?"


"글쎄요. 저는 관리자님처럼 머리가 좋지 않아서요."

이수연의 비아냥에도 관리자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공격을 받은 아티팩트 저장소라네. 이 모든건 3시간도 안되어서 벌어진 일이지."


"....아무리 학회라고 해도 이정도의 동시 다발적인 움직임은 불가능합니다."


방금까지의 비아냥은 어디갔는지 이수연의 안색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자네도 알다시피 과거의 우리 관리국은 수많은 적들과 싸워야 했었지. 그렇지만 우리에겐 수많은 적들을 벨 검이 많지 않았다네."


그의 말에는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그랬었죠."


"그래서 우리는 한가지 결론에 다다르게 된거야. 검을 만드는게 힘들다면 쥐고 있는 검을 더 빨리, 더 많이 휘두르면 된다고."

 
"하지만 실패하였군요."


"절반의 성공이었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던거죠?"



"검의 질."


관리자의 눈빛은 어느새 가라앉아있었다


"앞서 말한대로 인원들의 이동은 성공했지만 한번에 이동이 가능한 이들의 숫자는 최대 100 명. 그마저도 B등급 미만의 카운터뿐이었다네."


"그래서 우리는 해당 프로젝트를 실패로 규정한 뒤 폐기해버렸지."


이수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안되는군요. 수백이 넘는 아티팩트 보관소가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받은건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관리자윽 입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


"문이 이전과 그대로였다면. 말이지."


"감키코트로군요."


"그래. 그러니 우리도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야지."


관리자는 나쁜 장난을 치기 전의 악동이 짓는 짖궃은 미소를 지었다


"이독제독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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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으로 덮혀있는 숲속에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원을 이루고 있었다


"이게 전부 다 아티팩트라고요?"


"속고만 살았냐. 모두가 검증이 필요없는 진짜배기 아티팩트들이다."


그리고 붉은 원의 한가운데에는 수많은 아티팩트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뒷방 늙은이들이 도움이 된건 이번이 처음 아닙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뒈지기전에 한번쯤은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야."


붉은머리 앤은 싸구려 궐련을 입에 문채 아티팩트의 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곧 조국으로 돌아가겠군요. 돌아가면 같이 보드카 한병 어떠십니까 소령님."


앤의 옆에는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남성이 웃는 낯으로 서 있었다


"아직 작전 안 끝났으니까 대장이라고 불러."


"그렇다면 미리 사둔 크렌베리는 토니에게 줘야겠군요."


"누가 안 마신다고 했어? 그리고 토니 녀석한테 좀 적당히 마시라고 전해."


"하하 그러죠."


앤과 남성의 시답잖은 대화가 이어지던 그때


""다들 모여 계셨군요. 앤. 제가 부탁해드린건 완벽하게 성공하신거 같네요.""


목소리가 들려온건 둘의 뒤쪽이었다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부정형의 그림자는 이내 한 남성의 모습으로 변했다


"안녕하신가 동지들."


그리고 감키코트의 옆에는 어깨에 큰별이 두개 달려있는 중장 이고르 바르코프가 웃으며 오른쪽 팔을 들어올렸다


"조국을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앤과 그녀의 옆에있던 남성은 다급하게 경례자세를 취했고


"""조국을 위하여!!!"""


산더미같이 쌓인 아티팩트에 흥분하던 이들도 이내 경례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온것은 자네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함이니 너무 긴장하지말도록."



이고르 중장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도 분위기가 경직되어있자, 중장은 옆에있는 감키코트에게 웃는얼굴로 말했다


"이거, 죄송합니다. 못난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아뇨 괜찮습니다. 다들 조국을 위하는 마음들이 멋지시던데요.""

"허허 감사합니다."

그 순간 앤을 포함한 이곳의 모든 이들은 지금 벌어진 사태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째서 자신들의 상관 그것도 장군이 검은 정장의 남성에게 경어를 쓰는것인가

"그러면 이 계획의 다음을 말씀해주시지요."

""그러기전에 우선 해당 작전은 수행해주신 여러분께 보상을 드리려고 합니다. 거기에 쌓여있는 아티팩트중 원하시는 것 하나를 선택하여 가져가주세요.""


하지만, 감키코트가 말한 폭탄 발언은 이고르 중장의 등장으로 경직된 분위기가 언제 있었냐는듯, 각자가 원하는 아티팩트를 가지기위해 많은 수의 군인들이 일제히 아티팩트의 산에 뛰어들었다

단 두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런 이런. 다들 급하셨나보군요.""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모여있는 이들의 분위기가 진정 되자, 감키코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께 이제부터 해주셔야 할 일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그들과 감키코트의 사이에서의 미묘한 긴장감이 잔잔하게 흐르던 그때


""우선은 이곳에 모아둔 아티팩트 전부를 전세계에 공평하게 나눌 예정입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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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땡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