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당신은 메이즈 전대의 모두하고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집이 워낙 넓기도 했고, 혼자 살기 적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좋은 집답게 주방도 넓네? 그런데 왜 냉장고는 다 안주거리 뿐이야? 술집 차렸니?"


"다른 칸에도 술만 가득이네. 너 술 쳐먹고 펜릴 전대장한테 시비 걸었다가 한 달 입원한 거 까먹었어? 어지간해서는 끊으라니까."


"그러고 보니 술에 취해서 시드 전대장이랑 같이 내기를 했다가 다친 적도 있었지."

"함선에 탑승하지 않고 엔진 끝부분을 붙잡고 다이브하면서 누가 오래 버티나 였던가."



"여기 좀 보라고. 나이 좀 들더니 취향이 고상하게 변했나. 와인셀러에 와인들까지 두고 있어."


"와인 쳐먹는 것들은 다 겉멋든 호모라고 욕하더니."



"취하면 다 똑같다고 공업용 알코올에 물타먹다가 의무반 쓸려간 시절은 어디 가고."


"그 전에도 감기 걸렸을 때, 보드카 마시면 낫는다는 거짓말에 속아서 한 병 원샷때렸다가 가사상태에 빠진 적도 있었지."


당신의 흑역사를 아는 사람들하고 사는 건 고통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 반지는 뭐지? 그 사이에 애인이라도 생긴 건가?"


당신은 그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건 시드의 유품을 가공한 물건으로, 관리자 님이 주신 물건이라는 것을요.



"뭐 그라면 믿을 만하겠지. 우리 전대 외에는 친구도 없던 그대한테 친구가 되어준 건 시드하고 앨리스뿐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전대장님의 가장 큰 연적이시죠. 옛날에는 저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쾅!)




"꼬리치기는 오랜만에 맞아보는군. 눈앞에 야광 공룡이 네 마리나 보이고..."


야광 공룡이 네 마리 밖에 안 보인다니, 확실히 약해지긴 했군요.


당신은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며 2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대정화 전쟁에 참전했던 이야기부터, 구관리국이 완전히 사라지고 도시전설이 된 것, 몇몇은 아예 길을 잘못 들어버린 것... 그런데 시발 술에 취하니 놈들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군요. 버려진 아이들이었던가.



"그런가...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겠군."

아니 딱히 그런 것보다 주시윤이 친 사고 수습하고 다니던 게 힘들었습니다. 도게자까지 해서 겨우 사태를 수습한 적도 많았죠.


힐데한테는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선물하면서. 그런 거 하나 없고. 


류드밀라는 당신을 다시 꼬옥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주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고민이 생기면, 무조건 말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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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부장님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표정이 평소보다 밝은데?"


"뭐 혹시 아나? 여자랑은 연이 없을 줄 알았던 우리 부장이 20년만에 애인을 만났을지."



"그건 무리일 겁니다. 맞선 상대랑 첫 끼부터 순대국밥 드시러 가신 분이 무슨..."

당신은 그건 네가 수염난 여자를 소개해줘서, 그 수염난 산적한테 어울리는 곳을 찾은 것 뿐이라고 화를 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 따님이자 체스 선수도 하셨던 분도 차셨잖아요. 그런 선자리는 흔치 않았다니까요."


그건 그냥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얼굴도 예쁘시고 성격도 착하신 여성 분을 소개해드렸는데도 제 멱살을 잡으시질 않나."


그거야 상대가 미성년자여서 경찰서까지 끌려갔으니까 그렇죠 이 씹...



"부장님이랑 나이도 비슷하고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착하신 분을 소개시켜드렸더니, 돌아오셔서는 저를 죽이려고 하시지 않나."


그거야 상대가 남자였으니까 그렇죠 씨발.



"와아 의외로 눈이 높으셨네요."

아니 씨발



(눈이 높은게 아니라 그냥 이상한 사람만 만난 거 같은데...)



"와. 그러면 제가 한 분 소개시켜드릴까요?"


당신은 그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그때, 티비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제프티 바이오테크 사장 딘 코너. 신분세탁 이전 전과들 드러나 주가 40% 하락..."


뭐 이런 씹...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알파트릭스 이노베이션 신지아 사장. 살인 혐의 용의자로 지목... 현재 행방 묘연... 주가는 대폭락 중."



..............



"미나양 붙잡아요!"


"뭐! 왜! 뭘!"

당신은 그대로 권총을 꺼내 물었습니다.


20년 동안 번 돈 대부분을 투자한 곳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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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윤 때문에 자살도 할 수 없었습니다. 관리자 님은 휴가라도 다녀오라며 일본행 티켓을 건네주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그로니아로 날아가서 딘 코너, 아니 윌버 이 개새끼를 조진다.


2. 일단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알프트릭스 문제에 대해 조사해본 후, 윌버를 죽인다.


3. 일단 일본에 가서 머리를 식힌 후, 윌버를 해병대에 집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