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편    2편    3편    4편    5편










 "자동 응답기 입니다. 삐소리 후 녹음된 메시지가 재생됩니다. 삐이-"






녹음인가...






 "안녕? 설마 거기서 살아남을 줄은 몰랐어. 뛰어 내리기 직전에 누군가 널 붙잡다니 말이야. 이상하지? 난 분명 그 역에서 타는 사람들에게도 능력을 사용했는데 말이야. 널 붙잡지 말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도 투신 자살하려는 학생들을 말리지 않았던 건가?






 "뭐, 그건 됐고. 나이엘은 현재 내가 데리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딱히 얘를 죽이거나 할 생각은 없어."






알고 있다. 나이엘은 인질일 뿐이다. 진짜 목표는...






 "내 진짜 목표는 너거든? 귀찮게 사건을 파헤치고 다니는 녀석. 지금쯤이면 벌써 내가 누구인지도, 내가 범인이란 것도 알아냈겠지."






음성은 변조 되어 있지만, 나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길 사람은 지금으로선 헥센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샤렌 메모리아.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 그리고 잊어라. 그렇다면 나이엘 블루스틸을 돌려주지. 대답은 쪽지에 적힌 주소에서 듣겠다. 오늘 밤 9시다."





음성 메시지가 종료되었습니다.






...역시 이렇게 나왔나. 여러 명을 죽인 흉악범 치곤 협박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애초에 인질부터 적당하지 않다.






나이엘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일에 뛰어들 만큼 그녀와 친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그녀가 이번 일로 죽는다해도 조금 슬퍼하고 끝내면 그만이다.






차라리 르네 씨가 인질이었다면 조금 열심히 임해봤겠지만 말이다.






......






 "에휴, 어쩔 수 없지. 친구라고 선언해 버렸는 걸."






그리고 주위에 바보 같은 사람 한 명은 있어야 삶이 조금 재밌어지는 법이니까.






첫 날에 학교 안내해 준 빚 갚는다 생각하자.






밤 9시라...






 "오늘 밤은 조금 힘들 것 같네..."












길을 걷는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30분.






결전의 장소로 향하는 중이다.






...결전의 장소 맞나?






하여튼 헥센이 오라고 했던 약속 장소로 가는 중이다.






뚜루루루루






 "여보세요?"






 "어, 샤렌 나다."






 "아 르네 씨, 마침 잘 됐네. 나도 연락하려고 했어."






 "연락? 왜?"






 "지금 헥센이 오라고 한 장소로 가고 있어."






 "...너 혼자서?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야? 알아냈으면 바로 알려 줬어야지!"






 "당신 와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되잖아."






 "...장소와 시간은 통화 끝나고 메일로 보내. 보디가드 한 명이랑 같이 찾아갈 테니."






 "알았어. 그런데 연락한 이유는?"






 "아, 나도 방금 헥센의 동생을 만나고 왔어."






 "이야기는 끝난 거야?"






 "어, 헥센이 왜 사람들을 죽이는 지도 알아냈어."






 "범행의 이유를? 뭔데?"






 "...엑자일러라고 들어봤어?"






 "엑자일러? 아니, 그게 뭔데?"






 "이면세계가 뭔지는 알고 있지?"






 "어, 르네 씨가 가르쳐 줬잖아."






 "엑자일러는 쉽게 말하면... 그 이면 세계의 주민들이야. 이면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건너온, 아니 쫓겨온 자들... 그들에게는 이 현실 세계가 이면 세계인 거지."





 "이면 세계에서... 건너온 자들..."






 "하지만 이면 세계의 주민들은 현실 세계의 룰에 의해 거부 당하게 되어 있어. 그래서 보통 약 24시간 후면 현실 세계로 넘어 온 엑자일러는 소멸해 버리지."





 "그럼 그 헥센이 엑자일러란 소리야? 이면 세계의 주민이라고?"






 "맞아, 그녀의 동생도 포함해서. 하지만 엑자일러 들은 보통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곳이 없어. 돌아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는 자. 그것이 엑자일러야. 만약, 현실에 남아있는 엑자일러가 있다면 그건 어떻게든 꼼수를 쓰고 있는 거지. 헥센도 그렇고."





 "꼼수?"






 "헥센은 마녀야. 적어도 그녀가 있던 세계에선 그렇게 불렸어. 그래서 현실 세계에 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인간의 정기를 빼았는 방법을 택했던 모양이야. 이건 그녀의 여동생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야."





 "정기를 빼았기면 어떻게 되는데?"






 "그냥 쉽게 말해서 힘이 쭈욱 빠져. 그래도 한 달 정도 입원하면 괜찮아져.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헥센이 방식을 바꾼 모양이야. 언젠가 헥센이 여동생에게 말했대. '현실 세계에 계속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 이제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고..."





 "그럼 그게..."






 "그래, 자신과 여동생 나이 또래의 여학생의 죽음을 수집해서 자신들의 생명을 연명하는 거야. 투신 자살로 위장해서."






 "...최악이네."






 "여동생의 말을 들어보면 그 방식을 누군가 헥센에게 알려 준 것 같아."






 "그런데 그 여동생 말 믿을 수 있어? 헥센과 같은 편이잖아. 거짓말이면 어떡해?"






 "아마, 진실일 거야. 그녀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거든."






 ""부디... 저희 언니를 멈춰 주세요... 제발...""






 "라고."






 "그래? 뭐, 판단은 르네 씨가 하는 거니까. 난 도착했어. 시간도 딱 됐네. 천천히 와."






 "서둘러 갈게."






천천히 오라니깐...






 "그런데 녀석의 능력 대처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대화 만으로 세뇌가 된다면 좀 골치가 아플 텐데?"






 "아, 그건 나에게 생각이 있어. 걱정 마."






 "그래, 알았다. 샤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도시 외각에 있는 폐건물이다.






장소 선정은 참 잘한 것 같다.






귀신 나오겠네.






 "어디 보자... 3층으로 오라고 했지?"






시작도 전에 힘 빼놓으려는 수작인가? 1층에서 만나도 됐을 텐데.






계단을 올라간다.






중간에 준비된 함정을 경계했지만 그런 건 없는 모양이다.






힘겹게 3층에 올라왔다.






 "어이~, 나 왔다 헥센. 당장 나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울린다.






 "역시 내가 범인 이란 걸 알아채고 있었구나?"






 "그냥, 어쩌다 보니 수상한 게 너밖에 없었을 뿐이야."






  "그런가, 뭐 상관없지. 그래서 대답은?"






 "응? 대답이라니? 그런 건 없어. 난 나이엘을 데려간 뒤에 널 경찰에 넘길 거야."






 "...하아, 그렇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샤렌 메모리아. 넌 지금부터 이 사건을 잊는 거야. 알았지?"






 "싫은데?"






 "...어?"






 "싫다구."






 "이 사건을 잊어!"






 "싫다니까?"






 "당장 여기서 자결해!!!"






 "미쳤어? 내가 그런 걸 왜 해?"






 "어...어째서..."






 "헥센, 네 능력은 대화를 통한 정신 조작 맞지?"






 "그걸 어떻게..."






 "자판기 때문에 속을 뻔하긴 했지만, 뭐. 너 광신도가 왜 무서운 지 알아?"






 "과, 광신도? 아니?"






 "대화가 성립이 안 되기 때문이야. 어떤 대화를 하든 결과가 항상 신을 믿는 걸로 나오거든? 자기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선 대화가 성립이 안 되잖아, 그치?"





 "...그래서 너도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함으로서 내 능력을 카운터친다 이거냐? 무슨 그런 억지가...!"






그렇다. 이건 저 녀석의 말대로 순 억지다. 이런 걸로 카운터 능력이 막아질 리 없다.






현실은 그냥 헥센이 명령할 때마다 노래를 크게 트는 것 뿐이다.






그럼 말이 안 들리니까.






 "어쨌든 네 능력은 더 이상 내게 안 통한다 이거지."






 "......큭!"






 "포기해. 너에 대한 건 이미 다 알아냈으니까. 얌전히 잡히라고. 나이엘도 내놓고."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주지. 나이엘!"






휙!






채앵~!






 "크윽!"






무언가 날아왔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쳐냈다.






저건...






 "...나이엘?"






 "그래, 네 친구 나이엘 블루스틸이다. 만약을 대비해 정신 조종으로 날 지키게 만들었지."






 "어, 그래 알고 있었어. 싸우게 될 거란 것도."

 





 "뭐?"






 "너 같은 삼류 악당이 그냥 돌려 줄 리가 없잖아? 내 힘으로 직접 데려가야지."






 "흥, 네가 싸우는 동안 난..."






 "도망 가겠다고? 안 그러는 게 좋을텐데? 경찰 불렀어. 지금 쯤 다 왔을 걸? 포위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현재 네게서 가장 안전한 곳은 나이엘 주위야."





 "크윽... 명령이다. 나이엘 블루스틸, 저 녀석 해치워!"






나이엘이 칼을 빼든다.






전부터 최면 같은 거 잘 걸리는 녀석이었지, 아마?






덕분에 내가 이 고생이다.






뭐, 됐다. 언젠가 한 번 진심으로 겨뤄보고 싶기도 했고.












 "......기도할게."












그러니 각오해라, 나이엘 블루스틸.












 "...추억을 바라는 너에게 바치겠어."




















다음 화는 드디어 샤렌의 전투 장면, 와~!

추억을 바라는 너에게 바치겠어 라니 어른이 되면 이불 뻥뻥 찰 대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