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86 시리즈 


모의작전과 특적핵


신나요 턱과 사마귀


린시엔 빤스와 메갈


가짜씹덕과 살아남은 게임


외전) 닥쳐 등신아


섭종과 미로의 끝에서


교차로와 패스파인더


외전) 옷 가격이 왜 바뀌냐고요? 시가여서요


외전) 그래서 이제 뭐함?


기타와 2.0과 푸른별


우리 게임 정상 영업합니다 (完)



집필 당시 들었던 개인적인 생각이나 고충을 나열한


시리즈 정리를 위한 포스트 모템임


원래 이런 회고록은 보관용으로만 작성하고 커뮤에는 안 올리곤 하는데


이번 집필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뜻 깊은 시도였어서


후기까지 겸해서 올리게 되었음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해서 글이 좀 난잡하니 양해 바람





1. 작년 말에 인생 첫 야로나를 걸리면서 열흘 가량을 침대에서 잠만 자며 보냈음 하루종일 자다 깨는 것만 반복하다 보니 머리속에 별의별 잡념이 다 들던중, 없뎃에 할 것도 없으니 추억 팔이 글이나 써볼까 하면서 챈에다가 글을 적기 시작했음


2. 대충 옛날에 터졌던 사건 사고 같은거 정리해서 올리면 재밌을거 같아서 쌩뉴비 시절에 기계 훈련에서 몸 비틀던 내용을 주제로 글을 썼는데 념글도 못 가고 개같이 멸망함. 그때 속으로 아 틀딱이 하는 옛날 이야기 같은거 사람들은 별 관심 없구나 하면서 걍 머리 속에서 지웠음


3. 그렇게 연말에 야로나 후유증 때문에 반쯤 뒤져가고 있던중에 유튜브에서 우연찮게 임용한 교수 영상을 보게 되었음. 전쟁사 관련으로 한국에서 제일 인지도 있는 교수님이신데 이분이 자기가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라면서 한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음


"내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옛날 거를 배워서 옛날 사람이 되라고 하는게 아니다."


"역사를 배워서 미래에 변화되고, 미래의 가치를 찾으라는 거다"


"미래는 오지 않았지만, 역사를 보고 미래를 예상하자고 배우는거지, 역사를 배워서 옛날식으로 행동하자 그러면 역사를 왜 배우느냐"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교수님 발언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 그때부터 단순히 유흥만을 쫒아 주제를 정하기 보단 재평가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글을 구상하기 시작했음


4.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난번처럼 씹노잼으로 글 적었다가는 묻힐게 뻔하니까 서술 형식도 문어체에서 음슴체로 바꾸고 주제도 최대한 가볍게 웃고 넘길수 있는걸로 골라서 흑주돈 일러 잔혹사 사건으로 두번째 글을 적었음. 주제가 치트키였던 덕분인지 반응이 꽤 괜찮게 나왔지



5. 나름 신규 이벤트 나오면서 챈 분위기도 괜찮아 보였고 두번째 글 반응이 예상보다 괜찮아서 가짜 씹덕이랑 메갈 논란 주제까지 쓰기로 결정했음. 원래는 딱 저거 두개까지만 쓰고 너무 무거운 주제는 피할 예정이어서 챈에서 뭐 먼저 보고 싶냐고 물어본 다음에 메갈 논란부터 작성 시작함


6. 메갈 논란은 당시에 실시간으로 커뮤 불타오르던걸 보던 입장에서 언젠가 꼭 한번 전후 사정을 정확히 정리해보고 싶었음. 이 글 쓰기 전에 나무위키 사건사고 목록 대충 훑어 보고 왔는데 유독 저 사건은 당시 세간에 알려졌던 이미지랑 실제 벌어진 전후 사정 사이에 간격이 좀 많이 커보였거든. 당시 사건을 겪을때 내 생각은 굳이 이걸로 이렇게 불탈 필요가 있나였는데 막상 당시 스비가 작성한 공지랑 스비갤 념글 뒤지다 보니 마냥 억까라고 보기는 힘들더라고. 물론 메갈 논란 스노우볼의 최초 근원지는 갤 분탕은 맞았는데, 까놓고 말해서 당시 스비가 불탈 여지를 안 줬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음


7. 글 작성에 앞서 주제를 선정할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건 사건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그걸 근거로 전달 가능한 메세지였음. 단순히 분탕의 역사를 되돌아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글마다 주제의식을 넣는게 목적이었지. 전후 사정만 담백하게 나열해놓고 스비가 병신짓 했다고 하는건 글을 쓰는 입장에서 매우 편한 방법이지만, 결론이 스비 병신으로 귀결될수 밖에 없는 글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건 굳이 내가 직접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얘기고 이제 와서 과거의 추태를 들춰봤자 무슨 의미가 있나 의문이 들기도 했고


8. 그래서 모든 글에는 나름의 주제 의식을 넣고자 했음. 첫번째 글이였던 모의작전 에피소드는 한정된 도구만 주어진 상황에서 순수하게 창의력과 노력만으로 컨텐츠를 깨나가던 그 시절의 성취감을, 신나요 턱은 자기 객관화에 실패한 덕후들의 회한을, 세번째 글은 제작사에게 악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아마추어 같은 대응은 결국 소비자 입장에선 악의로 받아 들이수 밖에 없음을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음. 그 이후에도 주제를 정할때는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할수 있는 주제 위주로 선정하였고.



9. 그런 의미에서 가짜 씹덕 글은 내가 류금태라는 인물에게 보내는 일종의 헌사였음. 사실 까놓고 말해서 카사 초창기 실패의 모든 책임은 류금태한테 있지. 아트, 기획, 시나리오, 개발 이 4개 파트중 제대로 굴러간 곳이 한곳도 없었고 여기 담당자들 앉혀놓은게 류금태 본인이였으니까. 나중에 메인스토리랑 메이즈로 결자해지 하긴 했지만 게임 초창기 말아먹은 1등 공신이란 점에서 당시 류금태는 까여도 할말 없는 사람이었음.


10. 다만 게임 업계에서 정말 우직하게 서브컬쳐 원툴로 밀고 나간 원로 개발자란 사실 하나 만큼은 인정 받을만한 업적이라 느꼈음. 거기에 처음으로 온전히 자기 비전을 구현해서 내놓은 작품이 씹덕 코스프레하는 인싸 겜 소리 들으며 욕 바가지로 먹으면 멘탈 나갈법도 한데,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시장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글을 계속 써나가고 그걸로 호평 받는건 진심으로 높이 평가 받을만한 점이라고 생각했음.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때 한국의 김모씨나 중국의 류모씨처럼 금태는 비비지도 못할 수준으로 씹덕 업계에서 성공한 PD들도 있지만, 그래도 당시에 봇치더락 보고 개성이 뒤지면 창작자도 뒤진다는 대사가 너무 인상 깊었던 지라 내 나름대로 류금태의 외골수 면모를 재평가해주고 싶었거든. 원래 계획은 그래도 류금태에게 높이 평가할만한 요소가 있으니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게임을 기대하자... 대충 이런식으로 희망적인 메세지 던지고 시리즈 끝내는거였음


11. 근데 자고 일어나니까 글이 베라를 가있더라고 그때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지. 좀 있으면 3주년인데 이거 좀만 더 열심히 써보면 겜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신규 유저들이 이런 글 보고 올리는 없지만 그래도 대충 향수 자극하다 보면 예전에 겜 접은 연어들 끌고 오는건 가능할거 같은데 싶어서 부랴 부랴 후속편을 구상하기 시작했음


12. 근데 원래 계획에도 없던 내용을 짜낼려고 하니 그게 될리가 있나... 대가리를 아무리 쥐어짜도 나오는 내용이 없어서 그냥 대충 외전이라는 이름 붙이고 최대한 짧은 글을 적을려고 했음. 두번째인가 세번째 글에서 누가 닥등이 일러 바뀐 썰도 올려달라길래 ㅇㅋ 하면서 대충 대가리 쥐어짜내면서 적어봤는데 막상 쓰고 나니까 역대 최장 길이더라고. 유미나 에피소드는 썸네일이 꼴려서 그런가 아님 주말에 베라가서 그런가 유독 조회수가 잘 나온 글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내용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음



13. 사실 유미나에 대해서 쓸려고 해봤자 얘 초창기 일러 못 생겨서 인기 못 끌었고 나중에 슈퍼뉴가 세탁해주고 나서야 인기 끌기 시작한 씹노근본 캐릭이에요 말고는 떠오르는 내용이 없었음. 그래서 반 억지로 메인 스토리 해설 집어넣으면서 에피 5가 왜 당시에 호평 받았는지, 그러면서 어떻게 유미나란 캐릭터가 유저들에게 다가왔는지 적을려고 했는데, 내가 스토리 해석을 드럽게 못하는 문제였지. 그래서 대충 작가진 인터뷰 뒤져보면서 어떻게든 몸 비틀어가며 시즌 1 주제의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최대한 캐릭터의 밝은 면을 부각시키면서 포장해줄려고 했음


14. 내 능력이 충분했다면 정말 각 잡고 캐릭터 심층 심리 분석하면서 상업적으로 왜 이 캐릭터한테 끌리는 금손이 많은지 분석할수 있었을텐데 능력 부족으로 그걸 못한게 못내 아쉬움. 다만 이 에피소드 쓴다고 자료 수집하면서 생각보다 유미나가 매력적인 캐릭터란 생각이 들더라고. 개인적으로 초창기 그 빻은 면상 이미지가 너무 강하기도 하고, 얘가 시즌 2와서 비중도 적어진데다가 골댕이마냥 만나는 사람마다 죄다 꼬리 흔드는 평범한 캐릭터 되어서 딱히 정은 안 갔는데, 시즌1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생각보다 괜찮은 캐릭터란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음.


15. 이 시기부터 글 올릴때마다 베라 올라가길래 나름 썸네일이랑 짤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함. 겜 모르는 사람이 봤을때 아 저 캐릭 꼴리네란 생각이 들도록 첫 이미지는 무조건 노출도 많은걸로 바꿨음. 


16. 대충 유미나 글 쓰면서 시간 하루 벌면서 그 동안 다음 주제를 뭘 쓸지를 곰곰히 생각해봤음. 시리즈의 의의가 초창기 분탕 역사에 대한 재평가니까 왜 유독 스비갤이 분탕 맛집이었는지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처음에는 스비갤 역사를 주제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글을 쓰다 보니 왜 분탕이 많았냐를 넘어서 왜 유저들이 분탕한테 일방적으로 처맞을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야 했고, 그걸 하다 보니 자연스레 넥슨 매각 스캔들에 대한 이야기도 쓰게 되었음.



17. 미로의 끝 에피소드는 쓰면서 제일 많이 걱정했던 에피소드이기는 했음. 필연적으로 당시 배경 설명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독자들한테 게임과 전혀 관련이 없던 시시콜콜한 TMI를 정말 많이 알려줘야 했거든. 그래서 챈에다가 이런 내용 넣어도 되냐, 이거 뇌절로 보일거 같다 이런식의 글 올렸는데 일단 한번 써보라는 충고 보고 가까스로 초고를 완성했음


18. 게임의 불안했던 입지를 미로의 끝이랑 엮는건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이었음.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때는 나름 무거운 주제니까 마지막은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을뿐인데, 당시 글 쓰면서 귀신 들렸던건지 무의식중에 핸들을 180도로 꺽은 다음에 미로의 끝으로 마무리를 짓게 됨


19. 실제로 미로의 끝을 처음 접했던 시기, 20년도 9월 당시에는 '아 그냥 스토리 좋네 각수연 실장 언제 되냐' 이런 생각만 들었지 딱히 그 이면에 함축된 제작사의 의도 같은건 별로 생각 안 했음.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나 게임에 애착 관계등도 상관 없던게 이미 카린 수영복 젖탱이 흔들리는거 보면서 마냥 행복하던 시절이라 섭종이건 뭐건 나한테 알빠노?였거든. 이후 시간이 지나고 게임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막연히 당시 스비 입장에선 메이즈가 굉장히 뜻 깊은 시도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걸 실제로 문장으로 풀어낸적은 없었지. 머리 속에 있던 막연한 생각을 처음으로 텍스트로 구체화 시키는데, 당시에는 감정선에 의지해서 반쯤 정신줄 놓고 썼던건지라 글 올리고 나서 내가 이걸 어케 쓴거지 하면서 혼자 고민했었음.


20. 원래 글을 쓸때 구조에 대해서 나름 신경을 쓰면서 집필했었음. 메갈 논란 같은건 의도적으로 노출도가 높은 캐릭터들 이미지를 후반부에 삽입하면서 당시 스비가 겪었던 고초와 현재 모습의 대비를 보일려고 했고, 가짜십덕은 살아남는 서브컬쳐 게임이란 주제로 강연을 여는 금태의 이미지로 시작해서 실제로 3년간 살아 남는데 성공한 금태의 모습을 보여주며 수미상관을 의도했거든. 그런 의미에서 미로의 끝 에피소드는 수미상관도 없고, 주제 의식도 중구난방이었지만 그래도 결말 하나만큼은 제일 만족스러운 글이었음. '기회를 주십시오 해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류드밀라로 시작해서 카운터사이드는 안전합니다로 끝나는 일련의 시퀀스는 당시 맘 고생을 많이 해야 했던 써근물들에게 보내는 내 나름의 위로였음.


21. 미로의 끝 에피소드는 반응이 폭발적이였음. 물론 게임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 입장에선 이게 뭔 소리냐 싶은 철저한 내수용 이야기였지만, 게임을 오래 즐겨운 사람들 입장에선 공감가는 요소가 많았으니까. 베라도 2시간인가 3시간만에 갔던걸로 기억함. 물론 글 다 써놓고 이거 양념을 너무 친거 아닌가, 스비는 별 생각 없이 만든건데 내가 제작사를 너무 올려쳤나 싶어서 좀 걱정이 되긴 했는데, 어차피 창작물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창작자의 손을 떠나는 법이니까. 독자가 필요 이상으로 작가의 의도를 과해석 하는게 드문 일도 아니고 좋게 좋은거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음.  아무튼 메이즈까지 다 쓰고 나서 글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희망차겠다 이대로 시리즈 끝내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며 진지하게 완결 고민까지 했는데, 이왕 시리즈 시작한거 단순히 과거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어떻게던 전하고 싶었기에 그래도 1주년까지는 가보자라는 생각에 다음 글 구상을 시작했음



22. 이제 와서 말하는건데 메이즈 쓰고 난 뒤에 스스로 좆 됐다고 생각했음. 뭔 짓을 해도 이전 에피소드만큼의 임팩트는 재현 못할거란게 뻔해보였거든. 사실상 내 필력 한계의 바닥까지 긁어내서 쓴 글이여서 뭘 쓰던 자가복제 밖에 못 할거란 생각이 머리속을 맴 돌았음. 무슨 구조를 취하던간에 가짜씹덕 에피소드의 수미상관은 못 넘을테고, 무슨 주제나 메세지를 가져오던 간에 미로의 끝을 당해낼순 없으니까. 그래서 대가리를 쥐어 뜯으며 주제를 골몰하다가 그냥 아무것도 안 쓰고 하루 넘겨버림


23. 다음날 월급루팡질 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내가 뭔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프로도 아니고 어차피 마이너 겜 팬 커뮤에서 많아봤자 1000명 2000명 밖에 안 보는 글인데 뭘 그리 완성도에 신경 쓰고 있나 하며 갑자기 현타가 오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가 최대한 빨리 2.0 글까지 빌드업 한 다음에 대충 1주년 다루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내기로 마음먹음. 그래도 아예 알맹이가 없으면 안 되니까 과거 사건의 재평가란 주제를 살리기 위해 크로스로드를 꺼내옴


24. 사실 크로스로드는 원래부터 다룰 생각이 없었음. 개인적으로 크로스로드, 한정채용 이런건 전부 당시 망가진 BM을 고치기 위한 스비의 발악이라 생각했고 걍 스비가 오판을 내렸다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었거든. 근데 개인적으로 카린을 좋아하기도 하고, 인터뷰에서 한동주가 언급한 장르 결합이란 키워드가 머리속을 맴돌아서 역대 최악의 분탕이라고 불리는 크로스로드를 재평가 해보자는 컨셉으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음


25. 원래는 굉장히 짧게 끝날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할 얘기가 많더라고. 다만 스토리 구조 측면에서 재평가 여지가 있을뿐이지 그 당시 상황 자체는 굉장히 암울했던지라 쓰면서도 상당히 힘들었음. 애초에 신나요턱이나 메갈 같은건 이제는 완벽히 개선 된 문제이고, 이젠 사람들한테서 거의 잊혀진 과거의 사건이니 그냥 웃고 넘어갈수 있는 해프닝임. 가짜십덕이나 메이즈는 전개 과정은 힘들어도 결말 자체는 희망적이었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부담이 덜했음. 근데 크로스로드는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이 4가지가 죄다 현시창인데다가 스토리적 재평가도 결국 이후 나올 이벤트들을 위한 초석을 쌓았다 정도지, 메이즈나 대마녀의 유산 마냥 향후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쌓을수 있는 분기점은 아니었기에 쓰면서도 굉장히 힘들었음. 


26. 시리즈 연재하면서 불족발 사태나 재무장 사건을 다뤄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거기까지 진행을 못하고 1주년을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마무리 진 이유도 이거임. 당시에 내가 직접 겪었거나 그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 있는 사건들은 집필하는 과정에서 쓰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받는 부담감이 굉장히 큼. 그리고 이런 사건들은 결론이 무조건 '스비가 돈을 못 벌어서 BM 개악할려다가 유저한테 쳐맞았어요'로 귀결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내용을 채워넣을려고 문장을 쥐어짜내게 되는데 그 과정이 상당한 고역임. 거기에 의외로 카붕이들도 우울하기만한 회고록들은 별로 안 좋아함. 2.0 빌드업 글을 써나가면서 글에 대한 반응과 호응도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게 보였음


27. 크로스로드 다음으로 다뤘던 주제는 멘탈 힐링용으로 택했던 스킨 테마임. 주제 자체도 2.0 빌드업 용으로 괜찮기도 하고 대충 스킨 이미지 찾아서 올리면 되기 때문에 본문에 무슨 이미치를 첨부할지 고민 안해도 된다는게 마음에 들었거든. 이 에피소드는 당시 사건에 대한 평가나 해석보다는 그냥 담담하게 전후 사정만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글의 재미는 좀 떨어지더라도 쓰는 사람 입장에선 편했음. 생각보다 스킨 관련 에피소드도 많아서 내용 채워넣기에도 편했고.



28. 특히 스킨 테마를 주재로 한 글의 좋은 점은 베라로 갔을때 홍보 목적으로 쓰기 괜찮았다는거지. 주제 자체가 게임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 봐도 이해하기 쉽고 대충 꼴리는 스킨들 위주로 이미지 채워 넣으면 그걸로 뉴비 낚을수 있으니까. 글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미지를 뭘로 할지는 꽤 오래 고민했는데, 2차 창작 르네상스를 일으킨 1주년 힐데를 맨 처음에 넣었다가 그냥 최애캐 넣자는 생각에 카린 스킨 컷인으로 바꿨음. 썸네일도 베라에서 봤을때 낚시 잘 되라고 일부러 신지아 편지즈리 이미지로 넣어놨고. 내용 자체는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부실한데 그래도 게임 홍보를 위해 나름 고심해서 작성한 글이였음.


29. 2.0 패치 빌드업을 위해 적은 글은 총 3개였음. 크로스로드, 스킨 BM, 통발 미션. 이 3가지는 내 입장에서 아쉬움이 제일 많이 남는 글인데, 2.0을 다루기로 한 시점부터 2.0 패치가 분탕은 맞으나 게임 생존에 꼭 필요한 필요악이었단 입장이 확고했거든. 역설적이게도 2.0 패치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맥락, 왜 시도때도 없이 제작사에서 분탕을 쳤고 왜 게임의 분위기가 바닥까지 추락했는지를 설명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배경 설명을 너무 오래했다고 생각함. 글은 3개인데 모든 글의 주제가 기승전재화밸런스니 읽는 사람 입장에선 반복 되는 주제에 점점 지쳤을거고, 별로 좋은 기억도 아닌데 그걸 너무 질질 끈거에 대한 후회가 큼



30. 어떤 의미에서 2.0 글은 이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제일 힘든 순간이었음. 원래 보통 글을 쓸때 오전에 회사에서 월급루팡질 하며 주제구상하다가 집에 와서 3시간정도 대가리 굴리며 글을 작성했거든. 근데 2.0 패치는 얽혀있는 인과 관계가 너무 복잡하기도 했고, 논쟁의 여지도 많았기에 무엇을 쳐내고 무엇을 넣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 더욱이 분명 이 패치를 정당성을 알리겠다는 목적에서 쓴 글이었는데, 이성적으로는 패치의 이유를 이해하더라도, 감성적으로는 당시 변화해야 했던 요소들을 보고 너무 빡이치는거임. 이성은 글의 구조를 다듬는데 안간힘을 쓰고, 감성은 좆같음을 외치며 숨을 턱 막히게 하니 문장 하나 하나를 쥐어짜내는게 굉장한 고역이였음. 


31. 그럼에도 굳이 2.0을 주제로 글을 써내려 갔던건 게임의 미래에 대한 메세지를 던지기 전에 게임의 가장 어둡고 처참했던 순간을 마주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음. 난 애써 게임의 단점을 외면하며 갓겜임을 호소하고 싶지 않음. 서로의 입장차를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를 무작정 악마화 시키고 싶지도 않았고, 맹목적으로 개발진을 신격화 하며 게임을 올려치고 싶지도 않았음. 그렇기에 현재의 게임 상태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게임이 저질렀던 최악의 과오도 무조건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바닥을 쳐야지만 지금의 모습과 대비를 해서 내 주장에 힘을 실을수 있다는게 당시 생각이었음.


32. 겨우 겨우 문장을 짜내며 역대 최장 길이로 쓴 2.0 글의 반응은 좋은편은 아니었음. 애초에 뭐 좋은 반응이 나올거란 기대도 없었고. 원래는 글을 쓸때 나름 주제 의식과 결론을 제목을 통해 표현할려고 했는데, 이 글은 제목 짓기도 귀찮아서 그때 듣고 있던 노래 제목 대충 패러디해서 올렸음. 집필 과정이 심정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글의 반응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 바닥을 쳤으니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할 기반이 마련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은 좋더라고.



33. 이 시리즈를 어떻게 결말 지을지는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었는데 문득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할때 말한 소감이 떠오르더라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간 써온 글에는 내 개인적인 해석을 붙일지언정 내 사견이나 경험을 적는걸 배제하고 있었음.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입장에서 게임의 역사를 담담하게 묘사하고 고찰하는게 목적이었으니까. 근데 마지막 글의 주제는 철저하게 나의 바람, 근거가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쓰고자 했기에 시리즈 처음으로 수필 스타일로 적기로 결정했음. 서술 스타일도 음슴체를 버리고 첫번째 에피소드 이후로는 포기했던 문어체를 다시 가져왔고. 썸네일도 홍보고 뭐고 내 꼴리는대로 가자고 생각하며 그냥 최애캐 박아 넣음. 지난 열흘간 글을 써내려가며 꼭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를 드디어 구체화 시킨다는 생각에 글이 술술 적히더라고. 


34.  물론 없는 필력에 ESPR 이후 이벤트의 특징을 찝어내겠다고 억지로 이벤트 고찰 써내려가는게 꽤 고역이긴 했지만, 1주년에 게임이 반등하는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빌드업이라고 생각했기에 없는 지리멸렬한 상상력과 어휘력을 어떻게든 쥐어짜내며 겨우 겨우 각 이벤트별 감상을 써낼수 있었음. 




34. 돌이켜보면 마지막 글은 시리즈를 마무리 시킨다는 설렘에 좀 날림으로 쓴게 있어서 아쉬움이 큼. 원래는 1주년 파트도 상당히 자세하게 쓸 예정이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길어지면 후반부에 메세지가 약하게 전달될거란 생각이 들어서 원래 계획보다 좀 축소했거든. 특히 오르카 짤방이 3단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이천쌀 축제 시절과 대비를 묘사하는걸 하이라이트로 삼을 예정이었는데 지아링 편지즈리 보다가 까먹어서 결국 못 넣게 된건 두고 두고 아쉽더라고. 여기에 자료 찾기 귀찮다고 유독 1주년 파트만 이미지 대충 선정해서 완성도가 떨어진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움.


35. 지난 11월에 챈에 게임이 정체된 느낌이라고 한탄하는 글을 올린적이 있음.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게임이 무난하게 흘러가는건 나쁘진 않지만, 발전을 못하고 계속 제자리를 답보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거든. 어떤 의미에서는 2.0 이후로 게임에 현타가 제일 심하게 왔던 시기이기도 했고 슬슬 겜 접어야 되나 이런 생각도 많이 들던 시기였는데 스트레가 오픈, 자체 서비스 발표, AGF 행사를 차례대로 보면서 심경 변화가 많았음



36. 특히 AGF가 게임 인식을 많이 바꾸게 된 계기였는데 카겜이나 블루아카 같은 곳은 억단위로 투자해서 대놓고 대기업 포스 풍기고 있는데 얘네는 찐따마냥 독립부스에 트럭 한대 가져와서 굿즈 나눠주는거 보고 있으니 굉장히 짠했음. 물론 겜 규모에 비해 사람이 많이 오긴 했지만 그거야 공짜 굿즈 준다니까 사람 몰린거고 실제로 겜 플레이하는 유저 비율만 보면 타 게임 대비 유저 동원력은 처참했지. 그것도 비교 대상이 한솥밥 먹던 경쟁사 겜이었으니까.


37. 그래도 기 안 죽겠다고 수백만원씩 들여가며 팜플렛 커버에 종신주딱 박아넣고 대형 현수막 배너 설치한거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음. 회장 한 바퀴 돌고 괜히 아쉬워서 멀찍이서 직원들 일 하는거 보고 있었는데 그때 동주랑 브금좌가 옆에서 대화 나누는게 보이더라고. 저 양반들도 벌써 3년째 이 좆망겜 만들겠다고 회사에 붙어 있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만감이 교차했음


38. AGF 끝나고 돌아와서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는데 문득 챈에서 본 10주년 기념 엠블럼이 떠오르더라고. 그거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스트레가에서 사온 에코백도 보고, 신지아 테피에 PSY 싸인 받은거 벽에 전시하고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머리속에 많은 생각이 교차하더라. 그렇게 한 2시간 shadow of memory 들으며 멍때리다가 걍 얘네가 게임에 가진 애정 하나만큼은 진심이라고 믿기로 결정했음



39. 스비의 실력을 믿는다는건 아님. 정말로 실력 있는 애들이었으면 겜이 그 꼬라지로 안 나왔겠지. 다만 트렌드에서 한 5년쯤 뒤쳐진 일러를 자랑스럽게 세상에 내놓은 애들이니 적어도 자기네들이 가지고 있는 창작관은 정말 확고할테고, 나이 40 넘게 먹고 정신 못 차리고 판교 한 가운데에 씹덕 테마 카페를 세우는 놈들인데 어떻게 쟤들이 게임에 진심이 아니라고 하겠음. 겜이 좆망해서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은 생기더라도 적어도 회사가 살아 있는한 이 세계관을 버리지는 않을거란 생각에 그간 쌓여오던 현타가 많이 누그러졌음.


40. 솔직히 말해서 어떤 의미에서는 2.0 보다 더 불안한 시기는 맞음. 애초에 회사 설립부터 넥슨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계약 관계였던데다가, 신작 개발하겠다고 몸집을 2배나 불린 상태인데 여기서 홀로서기 한다는게 쉬운건 아니지. 그리고 앞으로도 분탕은 무조건 벌어질거임. 애초에 흔히 분탕이라 말하는 사건들은 대부분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작사와 유저가 눈치 싸움하다 벌어지는거여서, 게임이 연식이 쌓이고 유저수가 줄어들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벌어질수 밖에 없는거거든. 현실적으로 봤을때 앞으로 자체 서비스를 하며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


41. 거기에 게임이 태생적으로 메이저에 올라기가 너무 힘듬. 얘네가 주력으로 삼는게 스토리 컨텐츠인데 이게 가성비가 드럽게 안 나오기로 유명한 컨텐츠니까. 더욱이 보통 스토리로 흥하는 게임들은 캐릭터들 가챠로 인질 삼아서 돈 벌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명함 따기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쉬운 허벌 게임이어서 피똥 싸며 캐릭터 만들어서 매력 어필해봤자 돈은 못 버는 전형적인 고투자 저효율 게임이지



42. 그래도 자기네들이 제일 잘 하는걸 계속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음. 맨날 없뎃이다 나태하다 욕 먹으면서도 꾸준히 새로운 스토리 내놓고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리겠다며 굳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는데 도저히 뭐라 할수가 없더라고. 사실 게임을 3년이나 하면서 이제 딱히 애정이 있기 보단 그냥 10년 넘게 데리고 살아서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마누라 보는 느낌임. 그냥 관성적으로 겜 켜서 일퀘 깨고 잠재 옵 가챠 돌리고 건포 빼고, 건 리셋 되면 챌린저 달리고 이러고 끝인데 그래도 애착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일테니까. 커뮤에서 망겜이다, 여름 피서지 게임다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퍼블에서 튕겨져 나오더라도 지금까지 쌓인 정이 있으니 될수 있는한 옆에 붙어서 응원해줘야지


43. 아무튼 객관적인 지표도 없고 확실한 근거도 없지만 게임에 희망이 있단 메세지를 유저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음. 차마 제작진을 올려치거나, 눈 가리고 아웅하며 게임의 단점을 외면할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얘네가 게임에 진심이란 사실 하나는 내 이름을 걸고 보장할수 있으니까


44. 결과적으로 적당히 이쁜 이미지 넣고 유쾌하게 과거 사건 미화시키며 뉴비 꼬신다는 원래의 목적은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그래도 없뎃 기간에 카붕이들에게 나름의 유희 거리를 제공하는데 성공해서 만족했음. 댓글 보니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옛날 기억이 떠올라서 좀 센티멘탈 해졌다는 평이 많더라고. 이 망겜을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시점에서 대가리 깨졌다는 비판은 못 피하겠지만, 이 시리즈를 읽고 위안을 얻었다는 댓글을 보고 글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음. 지금까지 힘든 일이 많았으니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길 바람.


45. 시즌2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아예 안 쓰거나, 쓰더라도 몇년뒤에나 쓸 공산이 큼. 1주년 이후로는 커뮤질 줄이면서 사건 사고 일어나도 크게 신경을 못 썼기 때문에 딱히 기억 나는 내용이 없거든. 그리고 굳이 그때 사건 들춰봤자 좋을것도 없고 딱히 내가 새로 제시할수 있는 관점도 없으니까.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도 다 전달했기에 이젠 정말 할수 있는 얘기가 없음. 여기서 더 파고 들어봤자 뇌절 밖에 안 될테니 지금 떠나는게 맞다고 생각함. 그러니 재무장 같은건 그냥 글 솜씨 좋은 사람이 나타나서 다뤄주길 기대해보자고. 


46. 가끔 금손들이 챈에 팬아트 들고와서 '부족한 제 그림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충 이런 소리 할때 진심 이해가 안 됐음. 내 눈엔 충분히 금손인데 왤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나 싶었지. 근데 막상 무언가를 만들어서 챈에 올리는 입장이 되보니 진짜 죽을 맛이더라. 원래부터 글 쓰는걸 좋아하긴 했는데, 글로 밥벌이 하는 양반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까 자연스레 내 글이랑 비교하게 되고, 덕분에 살면서 한번도 스스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음. 사실 지금도 카86 시리즈 다시 읽다보면 왜 이따구로 밖에 못 썼지 하면서 후회되는 부분이 많긴 함. 그래서 글 잘 쓴다는 평 볼때마다 부담감이 심했는데, 그래도 재밌다며 응원 많이해준 덕분에 어떻게든 써내려갈수 있었음. 



47. 없뎃 기간에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일인데 카붕이들 덕분에 2주 알차게 보낼수 있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글이었지만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많은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또 앞으로도 카사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48. 상연아 이 글 보고 있는거 안다 양심 있으면 지아링 3주년 스킨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