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중하고 싶은 남자, 덮쳐지고 싶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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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런 일이 있고  뒤에도엘리자베스나 나나 피차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 생활을 영위했다


잘나신 아가씨께서  몸으로 언짢다는 티를 내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바람에 페리어 영감탱이에게 오전 내내 날카로운 눈초리를 받았지만나보고  어쩌라고


나도 피해자야 이래.

불편한건 댁들 뿐만이 아니란 말씀이야


심지어 나는 불편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어쩌다 엘리자베스와 눈을 마주칠때마다 선명히 떠오르는 어제의,

검은색 팬티

거의 속이 비쳐보일 정도로 얇고 하늘하늘한 재질의,

가운데 붉은 리본으로 귀엽게 포인트를  팬티가 자꾸만 떠올라서

곤혹을 치른 것이다


젠장제엔장..

내가 이렇게 변태새끼라는  여태 몰랐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감명을 받았으면 간밤에 꿈까지 꿨냐고.


지금 겉으로 묻어날 정도로 짜증이  있는 엘리자베스의 엉덩이를

오늘도 그런 야시시한 팬티가 감싸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는  죄스러워져서 시선을 피할  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귀족 아가씨라는 여자가 그런 에로틱한 팬티를 입고 있냐고..


물벼룩.”


아니 잠깐그래놓고서 어제 나한테 변태자식이라고 한거야생각해보니 이거 괘씸한데.


물벼룩.”


근데 그거 일부러 보여준거면  유혹하기라도 한건가

에이 설마.. 아니 근데 진짜 유혹한 거였다면 어제  굉장히 눈치 없는    아닌가


물벼룩!”

으헉깜짝이야 !”

화가 나는   쪽입니다제가 몇번을 불렀는지 아시나요?”


.. 뭐야 불렀었나전혀  들었는데.


.. 미안 생각좀 하느라.. 그래서무슨 일인데?“

 아까부터 자꾸 기분나쁘게 저를 훔쳐보시는 거죠?“

훔쳐..  여자가 진짜..! 내가 언제 훔쳐봤다고 그래!“


엘리자베스가 매섭게 나를 쏘아봤다

.. 도도하고 고압적인 여자가 오늘 입은 팬티는 무슨 색일까?


아니아니 상황에서도 팬티가 떠오르다니 진짜 글러먹었다.


남자답지  하게 흘낏 흘낏쳐다보다가  마주치면  고개를 돌리고대체 뭐하는 짓이죠?”


.. 그건  못할 사정이 있는데.

나는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하고 고개를 떨궜다


어쩜 그렇게 남자답지 못한건지.“


남자답지 못하다라..

분명 지금의 나는 그렇게 비춰질지도 모른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여자에게 겁먹었던걸까.

교관으로 만난 엘리자베스에게 지옥훈련을 받았을때?

교양없다고 구둣굽에 조인트를 까였을때?


아니다.

그녀를 좋아한다는  깨닫고 인정했을때부터였다

밉보이고 싶지 않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나를 나답지 않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좋다고그럼 조금 남자다워져 볼까.


“..홍차폭탄.”

뭐죠물벼룩?“

저녁에 무슨 예정 있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아무렇지 않은   내뱉었지만 아무렇지 않지 않다절대로.

연인 관계에서 예정을 묻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먼저 사귀자고 

말하는 데는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건 그렇고 세련된  없었을까이건 데이트제안이라기보다...

그냥 스케쥴을 묻는  같잖아


글쎄요없었으면 좋겠나요?”


예쁘장한 얼굴에 보일듯 말듯 살짝 걸리는 삐딱한 미소.

나를 비웃는 건가 싶기도 하면서 왠지 기뻐 보이기도 하는 표정이  미치게 만든다


 와중에도 곧바로 대답하지 않은 모습에 울컥하긴 했지만이왕 용기를  김에 조금  당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흐응저녁만 먹을건가요?”


흘러내린 옆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는 엘리자베스.

젠장  하고 싶은 건데?


,술도  마실..?”


엘리자베스의 눈에 띄게 실망하는 표정이  답안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역력히 드러내주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완전히 낙제감은 아니었나 보다

엘리자베스는 페리어 영감탱이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예정을 모두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호통이 들려왔지만.. 엘리자베스는 아무렇지 않게 몇마디 대꾸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그래그래야 내가 아는 아가씨답지.


”..물벼룩때문에 된통 혼났네요.“


아니  책임이 대체  나한테 튀냐..?


이걸 어떻게 보상할거죠?”







.. 행복하게 해줄게.”


분위기 타서 너무 허황된 공수표를 날려버렸는데?

나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해버렸는지 모르겠다.

 생뚱맞은 소리냐고  소리 듣지 않을까 싶었는데이상하게도 스트라이크를 먹여버린 모양이다.

엘리자베스의 녹색 눈동자가 에메랄드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저 눈빛을 보고, 남자가 돼서 했던 말 물릴 수는 없잖아.



모르겠다.

일단 내뱉은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해주면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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