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중하고 싶은 남자, 덮쳐지고 싶은 여자

전편 https://arca.live/b/counterside/70538057


하늘색 오프숄더 원피스를 입고 챙이 넓은 흰색 모자를 머리위에 살짝 얹은 엘리자베스를 보자마자나는 감탄해버렸다.


얘가 이렇게 예뻤지.

이렇게나 예쁜 애가  여자친구였지.


뭔가요예쁜 사람 처음 보는 것처럼.“


엘리자베스의 놀리는 듯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진짜 자신감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뻔뻔하기 짝이 없는 아가씨란 말이지.”

뻔뻔한게 아니라 자기 객관화가  되어있는 거랍니다당신은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실 필요가 있어요.“


감사하지감사한데

티내면 지는  같아서  악물고 인정  하는거야.


평소보다 들떠 보이던 엘리자베스의 얼굴은비행기 티켓을 확인한 후에 딱딱하게 굳었다


”..이코노미 석이네요.“

.. 급하게 예약한거라 자리가 없더라고.“

이코노미 석은 처음이에요당신은 여러모로  처음을 많이 앗아가시는군요.”


그거 그렇게 야하게 말할 필요가 있는 거였냐..?


가죠 번잡해지기전에 앉아야겠어요.”

,그래.”


사람 진짜 많네

자리에 앉아 점점  바글바글해지는 기내를 보며 느끼는 아찔함.

일찍 들어와 앉길 잘했네.


그리고 일평생 이렇게 비행기를 낑겨서 타본 경험이 없었을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미안리즈

그런데 휴가내라고 한거너무 갑작스럽긴 했잖아 탓도 있다.

눈이 마주쳤다

 소리 듣는  아니야?


이코노미 석도 나쁘지 않네요.”

?“

당신은 하도 숫기가 없어서 손도   잡아주는데사람이 많으니 이렇게 강제로라도 바짝 붙게 되잖아요.“


아니  여자가 로맨틱한 말하는  하면서 디스하네.


   후회하게 만들어 준다.”

부디 후회하게 만들어 주시겠어요?“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가 눈을 감는다나도 덩달아 눈을 감는다

왠지 이번 여행은 체력소모가 극심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어나세요물벼룩도착했대요.”

으엉벌써?”

세상 편하게도 잠드셨더군요.”


말도  열몇시간을 한번도 안깨고 잤다고?

 몸이 찌뿌둥한게그렇게 편한 자리는 아니었는데

어라  목이 왼쪽으로..


 어깨가 그렇게 편하셨나요?“

으겍?!”


남자가 여자 어깨에 기대서 잤다니그것도 열몇시간을?

보통  반대 아니야쪽팔려서 얼굴을  들겠다돌겠네..


,미안무거웠지?“

아뇨가볍던데요.“


지금  말은  말대로 기분나쁜데할말은 없다..

그리고  웃음을 참을  없다는 표정얄미워 죽겠다.


신경쓰지 마세요저도 방금 일어난 참이니까.“


어떻게 신경을  쓰냐쪽팔려 죽겠는데.

차라리 기댄 쪽이 너였다면 뿌듯하기라도 했을거라고.


어쨌든 서로  잤으니까 오늘 밤은 잠들기 쉽지 않겠는걸요.”


 말대로다

지금 나는 어느때보다도 초롱초롱한 상태였다.

오늘은 기필코  건방진 여자가 앓는 소리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공항에서 발을 내딛자마자 보이는 것은 역시 그라운드 원에 올때마다 감탄하면서 보곤 했던 관리국 터미널의 크고 웅장한 자태였다.


저게 관리국 터미널이군요.”

크지?”

“..크다고  좋은건 아니던데요.”


..근데 그걸   보면서 말하냐?


 건물은 오래가겠죠.”


 그런 얘기를 하는거야이거 완전  얘기지?

,내가 그렇게 빨리 끝냈나..?  그렇게 형편없었어..?

벌써 마음이 꺾인다..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야.


오래 비행 했더니  출출하네요뭐라도  먹을까요?“

그러냐나는 갑자기 입맛이  사라져서..”

왜죠비행멀미라도 했나요?“


당신 때문에요 아가씨야.


아무튼 여기 오는게 처음이니 당신이 추천하는  먹어보고 싶네요안내 부탁드려요.“


내가 입맛이 있고 없고는  여자의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이게 엘리자베스답다면 엘리자베스답다

스트레스 받네.. 

마침 내가 스트레스받을때마다 신세졌던 집이 하나 있었지.


리즈매운거 잘먹냐?“










이모떡순튀 2인분요.“

물벼룩은 이런데서 먹나요?“


이런데라니여기가  허름해보여도 로컬 맛집이라고!

눈물   정도로 맵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매운맛의 포로가 될거다.

그리고 개인적인 앙심으로 네가 눈물 콧물 흘리며 먹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고..


썬그리 총각 오랜만이네옆에 예쁜 샥씨는 여자친구?“

,아하하.. .”


재빨리 엘리자베스의 눈치를 살핀다.

생각해보니 이런 분위기를 불편하다 여길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그냥 예쁘다고 해줘서 기분 좋은 모양이다.

스스로 예쁘다고 말하는 애도 남이 예쁘다 해주는건 듣기 좋은가.

입가를 가리면서 호호 웃는게 뭔가 어색하면서도 귀엽다.


특별히 듬뿍 넣었으니까 많이들 드셔요.“

감사합니다.“


색깔만 봐도 땀이 흐를정도로 시뻘건 국물에  빠져있는 떡들과 어묵튼실한 계란 한쪽

김이 모락모락나는 순대와 부속깨끗한 기름에 튀겼는지 샛노란 옷이 바삭바삭하게 보이는 각종튀김까지사라졌던 입맛이 거짓말처럼 돌아왔다


엘리자베스는  예쁜 눈을 깜빡이며 어떻게 먹는거냐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건 순대라는 건데블랙 푸딩이랑 비슷한거고 빨간게 떡볶이 뻘건 소스에 튀김이랑 순대 찍어먹으면 맛있어.“

그렇군요.“

”..맘에  들어?“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저었다


먹여달라고 할까 말까 고민중이었어요.”

푸웁!”


물마시고 있을때 그런말하지마라인간적으로.

 뿜었잖아.


고민해본 결과연인끼린데  정도는 해달라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엘리자베스가 눈을 감고 아기새처럼 ~하고 입을 벌린다.


아니나는 네가 매운거먹고 울먹이는게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거..?


물벼룩 슬슬 턱아픈데요~”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우리뿐이다.

좋을 때다하는 푸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인 아줌마 빼면..

아줌마딴데좀 !


,뜨겁다 이거?”

호호 불어서 주면 되잖아요?”


아주 소화 잘되게 씹은다음에 넣어달라고 하지 

부는둥마는둥 입김을 불어 대충 식힌 떡볶이와 튀김을 흘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입에 넣어주었다.

..앙다문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이렇게 야시시하지?


아니아니됐고

얼른 맵다고 헥헥거리면서 울먹이는  보여줘.

.. 뭔가  되게 변태같은데?


..매워?“

맛있는데요정말 맛있어요 샤레이드는 이런   팔죠?”


그걸 나한테 물어도.. 그것보다 내가 원했던 반응은 이게 아닌데

주인 아줌마가 여자데리고 왔다고 마일드한걸 주셨나?


이렇게 양념이 시뻘건데..

나는 순대를  찍어 떡볶이 양념을 묻힌  입에 집어 넣고나서야

주인 아줌마는 그런 배려를 해줄 정도로 섬세한 사람이 아니란걸 깨달았다.

내가 알던스트레스 풀기 위해 즐겨 찾던 바로  맛이었거든.


크아악매운데?”

조금  안이 화끈거리긴 하지만 좋을 정도인걸요물벼룩은 입맛도 아기같네요귀여우셔라.“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억울해서라기보단 진짜 매워서

 재수없는 완벽초인 아가씨는 매운 맛도  느끼는거냐고.


총각그러고보니 요즘은 어떻게 지냈어?“

?“

 맨날 총각 힘들게 하던 사람 있잖아.”


아차 업무상 스트레스 받을때마다 아줌마에게 푸념했었지

지금은 타이밍이..


기관장이라던가..?”

호오?”


떡볶이를 집던 엘리자베스의 이쑤시개가 우뚝 멈췄다.

아냐지금 멈춰야 할건  이쑤시개가 아니라 아줌마의 혀인데.


무슨 소리야 아줌마,부사장이겠지.”


필사적으로 눈치를 보낸다.

제발아줌마 시그널을 접수해줘!


 소리래총각 기억력하나는 좋거든분명 .. 이랬다구.”


아줌마기억력이랑 눈치를 등가교환했어?

지금 아줌마  앞에 옆에 있는 여자가  ..장이라고..


그래요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알려주시겠어요?“


분명 엘리자베스는 웃고 있는데 웃음이 무섭다.

금방이라도 다리춤에서 단검을 빼어  법한 웃음.


아가씨저는 개인적으로  기관장이란 여자분께 감사해요.

 기관장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고 거의 매일같이 여기 와서 하소연했거든 총각이.“


오늘부로 단골도 끝이야아줌마.


맨날 틱틱거리고제멋대로에 말도  되는 요구를 하고 그런다나예쁘면 다냐고하면서 성질내고호호.“

“..후후.“


기억을 더듬는다.

내가  심한 말도 했던가쌍욕한 적은

그때의 엘리자베스는 진짜로 재수없긴 했으니까.. 


 순간 전화벨소리가 울리고주인 아줌마가 전화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좌불안석전전긍긍.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가 가시방석처럼 느껴진다

차마 고개를 돌릴수가없는 나는 바닥만 바라본다


뭐해요?“

..?“

 드시나요떡볶이.”


아니지금 먹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봐주라..


어쩔  없네요제가 먹여드리죠.”

,코로 넣는  아니지?”

“..저를 그렇게 야만스러운 여자로 보고 계셨나요?”


 잠깐 멈칫했잖-.


~”


지옥의 강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시뻘건 양념을 듬뿍 끼얹은 떡을  엘리자베스의 손이  입가로 다가온다.


여기선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

코로  먹이겠다는 말을 믿기로 하고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

엘리자베스는 혀에 양념을 골고루 펴바르듯 문지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혀가 마비될 것처럼 아리기 시작한다.

매운 맛은 통각이라고 했지 그대로 고통을 참으며 주먹을  움켜쥔다

엘리자베스의 ‘처벌 영겁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고 눈가는 촉촉해졌다


이제 씹으셔도 좋아요.“

,고맙다.”


아삭.

아삭?


떡이 아니라 대파였네..?”

아하하!”


 그렇게도 웃을  있는 애였구나화난  아니었나..?


이건줄 알았는데 파라서 놀랐죠실망했죠?”


엘리자베스는 떡을 가리키며 웃어댔다

 여전히 벙쪄있는 채로 안의 아릿한 통증을 참아낸다


제가 방금  당한거라서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  났어?“

괜찮아요저도 당신 험담 많이 했거든요페리어한테.“

뭐라고 했는데?”


엘리자베스는 순대에 떡볶이 국물을 듬뿍 묻히고는 하고 입에 집어 넣은  사랑스럽게 미소지었다.


당연히 비밀이죠.”


빨간 떡볶이 국물이 미소짓는 입술에 살짝 묻어있기에 나도 모르게 손이 튀어나갔다

엄지손가락으로 엘리자베스의 입술을  닦아낸 뒤에야 내가 무슨

대담한 짓을 했는지 자각했다


엘리자베스의 눈동자가 화악 커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엄지에 남아있는 입술의 부드러운 감촉보다 당황수줍음이 

섞인 엘리자베스의 표정이  더욱 동요시켰다


,대담하네요제법.. 기습당할줄은 몰랐는데.”

,입술에 매운 국물을 펴발라서  고통스럽게 하려는 전략...”

“..닥쳐요 말만 안했어도.. 에휴.”


..그러게말하지 말걸.

제기랄...

연애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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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https://arca.live/b/counterside/71170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