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중하고 싶은 남자, 덮쳐지고 싶은 여자

전편 https://arca.live/b/counterside/69968745


불길한 예감에 조금의 피로감도 없이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처럼 이상하리만치 몸이 개운한 것은 그다지 좋은 신호가 아니다.

 증거로 시곗바늘은 지금 기상시간을 훨씬 넘긴 8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내 이미지는 원래 바닥이니 괜찮아하지만 기관장인 엘리자베스가 지각하는 ...

..얼레없네?


마치 어젯밤 있었던 일이 꿈인  처럼엘리자베스가 누워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오직 인정사정 없이 구겨지고 군데군데 얼룩진 침대시트만이 어젯밤의 섹스가 현실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쓸데 없이 공과  확실히 구분하는 여자가..!

일어날  나도  깨우고 가면 어디 덧나냐?!


 방이 이렇게 어질러진  깨끗하게 치우지 못한다는 사실에 피눈물이 흐를  같았지만지금은 1초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지각하면 페리어 영감한테 할배랑 닮은 부분이 하나도 없다느니요즘 젊은 것들은(아마 엘리자베스한테도 슬쩍 눈을 흘기면서

마인드가 글러먹었다느니 하는 설교를 하루 종일 듣게 될테니까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가자마자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볼에 선명한 엘리자베스의 입술 자국.

굿모닝 키스도 해준거냐황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네.

화장하고 키스해  시간에 차라리 뺨이라도 때려서 깨웠어야지!


..근데 이거 지웠다고 섭섭해하진 않겠지.


어쨌든 빨리 나가야 한다이제  늦으면 진짜로 지각 확정이야.



***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뛴다

그나마 자취방이 기관이랑 멀리 떨어져있지 않아서 살았다


페리어 영감이  마땅하다는  나를 흘겨보고 있지만상관 없다.


 늦었는데 어쩔거야?


신사는 신사답게 몸가짐을 단정하게 해야합니다꼴불견이 따로없군요버넷 형님께선 그러지 않았는데...“


뭐야결국 설교 듣는 흐름인데.

아니제때 도착해도  소리 듣는   많이 억울한데.


그만하시죠페리어물벼룩이 신사답지 않은  어디 하루이틀일인가요.”


홍차폭탄그거  거들어주는거냐아니면 같이 까는거냐?


아가씨훈련하고 계실 시간 아니었습니까?”

“...몸이   좋아서요.”


몸이  좋다면서   흘겨보는건데


물벼룩따라 오세요.”

어어,그래.“


엘리자베스는 왠지 조금 불편한  걸으며 그때  3응접실로  이끌었다

기억난다. 여기서 처음으로 엘리자베스의 검은 팬티를 봤었지..

 젠장 언제부터 이렇게 막장이 됐지


용케  늦었네요.”

맞다너무한  아니야 깨워주고 갔으면 됐잖아!”

일어나 보니 가랑이가 너무 아파서복수하고 싶었어요.”


몸이  좋은 것도어기적거리며 걷는 것도 그것 때문이구나.

조금 미안하긴 하다..


그건 그렇고어디 다쳤나요?”

?”


깜빡이도  키고 걱정스럽다는 표정짓지마심장이 요동치잖아.


거기볼에 반창고.“

이거.”


막상 설명하려니 쪽팔려 미치겠다

키스 자국 지워버리면 네가 서운해할까봐방수 반창고 붙인 채로 씻고 왔다는  맨정신으로 어떻게 말하냐고.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어디서 다치고 왔나요이제 당신 얼굴은 당신 것만이 아니거든요 주의해주시겠어요?”

,다친거 아니야.“

?“

여기네가 입맞추고  덴데바로 지워버리면 뭐라 할까봐.“

푸흡!“


..그래웃어라나도 내가 이런 생각했다는게 웃기거든.


그럼  반창고부분은  씻었단 거네요더러워.”

 더럽거든?”

그럼 제가 여기여기여기  맞추면 거기도  씻을건가요?”


자꾸 쿡쿡 찌르지마!


다음엔 바로 바로 씻으셔도 돼요  맞춰드릴테니까.“

이게 내가 아주 키스에 미친 사람 취급을 하네?”

그건 그렇고오늘따라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보이시네요.”

 소리야 평소랑 똑같거든?“


엘리자베스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째 불안한데.


흐음어제 동정을 떼셔서 그런가.“

, 여자가  하는 말이 없네?”


엘리자베스가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방을 가득 메운다

이렇게 소녀처럼 웃을  있는 여자였구나

 가끔  여자가 진정 귀족 아가씨가 맞는지 헷갈린다.


자꾸 귀엽게 보이지 마세요 취향이 바뀔까봐 걱정되니까.”

 취향이 뭔데 그래?”

비밀이에요차차 알아가주세요.”


하여간 쉽지 않은 아가씨야.

볼을 긁적인다반창고가 긁힌다역시 반창고는 주접이었나 싶다.


로이.”

.”

당신 취향은 어떤 여자에요그냥 궁금해서.”


자기는 비밀로 하고  취향은 물어보는거야하여튼 제멋대로인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 취향은 맨날 바뀌고 있어.”

뭐에요 그게지조없기는말해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시죠.“


지조가 없긴  없냐.

네가 새롭게 보여주는 모습마다  취향에 반영된단 말이야.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나요하고 싶어지셨나요 짐승.”

이젠  아파?”

아뇨 안나게 걷는 것만도 한계랍니다.”


사실  많이 어기적어기적 걷는거

본인은  그런  아나보네그건  미안하다.


그래..”

“..사실 아픈 것도 아픈  나름대로 괜찮아요.”

뭐라고?”


아니  여자가 지금 뭐라는거야


“.. 들었으면 됐어요물벼룩.“


뭔가 호칭이  단계 격하된  같은데 기분 탓이냐?


엘리자베스가 도도하게 한쪽 다리를 들어 반대쪽 다리 위에 올린다.

이건 본능이야그렇게 티나게 치켜들면 성직자도 그쪽으로 눈이 쏠릴게 분명하다

그만큼 엘리자베스는 여자친구는 치명적이다.


어쨌든 오늘은.. 핑크색.


저기 말이야리즈.”

기관에선 기관장님 또는 엘리자베스라고 불러주시죠.”

그래홍차폭탄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다리 꼬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도 그러진 않지?”

제가 그렇게 경박한 여자로 보이시나요?“


아니라니 다행이다.

그럼  앞에서만 일부러 이런다는 거지 때문에?


어쨌든 물벼룩 이번주 금요일에 휴가 낼거에요.“


..? 보건휴가인가?

쉴거라고 자랑하냐그걸  나한테 말하는데.


.. 그래 쉬고.“

”..그래 아니고.. 당신도 내라는 말이에요 둔탱이.”

이렇게 예고도 없이 휴가내면  페리어 영감한테 죽어!“

그건  알바 아니에요휴가  내면 저한테 죽어요.”


집사 영감한테 죽느냐엘리자베스한테 죽느냐 선택하라는 건가.


하아..  짤리면 어쩔래?”

기관장이  짤리게 해준다니까 걱정마세요.“

그럼  기관장한테  휴가도 내달라고 하면  되나?“

물론 최종승인은 기관장이 할거에요가서 허락이나 받아오세요.“


이렇게 고압적으로 고집부릴땐 영락없이 곱게 자란 귀족 맞다니까.

어차피  엘리자베스를 이겨낼  없다.

그런 적도 없고앞으로도 그럴테지


여행이나 가죠.”


..여행?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언제부터  안에서 ‘여행 이미지가 이리도 문란해진거야?

여행은 그냥 좋은  가서맛있는  먹고 힐링하는그런거 아니었냐고


어째서.. 자꾸 엘리자베스와의 ,그런게 먼저 떠오르는 거야?


 그렇게 고개를 젓나요저랑 여행가는게 싫으신가보죠.“

아니아니아니아니!”


 너무 강하게 부정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홍차폭탄은 이런 반응을 놓칠 여자가 아니다.

 벌써  사람 긁는 듯한 야릇한 웃음 짓는거.

근데  섹시하게 보이냐미치겠네


흐응무슨 생각하는지 대충   같네요 동정딱지  사춘기 남자애 같은 야한 생각이나 하고 계신거 아닌가요.”


 여자가 아까부터 동정동정.. 자기도 처녀였던 주제에.

아니사실 고맙긴 했다그래서  뭐라 대꾸할 수가 없다

고갤 떨군 내게 엘리자베스가 다가와귓가에 손을 대고 속삭인다.


“..그런데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그러니까  휴가 내세요기관장명령입니다.”


제기랄.

페리어 영감에게 혼나는  혼나는거지

고자가 아니고서야 이런 노골적인 유혹을 어떻게 넘기겠냐고?


사나이   죽지두번 죽냐?

나는 고자로 살기보다 폐급 요원으로 죽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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