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챈 들어와서 눈팅하는데 다들 세계관, 스토리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네. 근데 오픈 과금러이자 NA/EU 레이드 상위 길드장으로서 본 에버소울의 문제점은 좀 다름. 선요약하자면 1) 컨텐츠와 보상 측면에서 유저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2) 길드, 채팅 시스템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


오픈 이후 지금까지 남아서 이 게임에 과금 가장 많이 한 유저들은 어차피 스토리나 세계관에 크게 관심이 없었음. 그런거 신경쓰는 얘들은 이미 다 나가 떨어짐. 남은 사람들은 소위 성능충으로 성능, 조합, 전략 분석하는데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임. 


문제는 이 코어 계층이 즐길만한 신규 컨텐츠는 보강이 없다는 것임. 레이드는 샤리트 제외하면 단순 스펙 싸움이 됬고, 길드 컨텐츠나 이에 따른 보상 격차는 사실상 전무, PVP 상위권은 완전 고착화됨 (다들 피곤해서 적당한데 주차해 놓고 서로 안침). 오픈 과금 유저들한테 전선, 탑 같은 컨텐츠는 그냥 귀찮은 숙제에 불과함. 


상황이 이러니 길드에서 사람을 모으려고해도 모이지가 않음. 얼마전에 우리 길드 들어오라고 대화 걸어보니 돌아온 얘기가 “그래서 상위 길드 들어가면 뭐가 좋음?” 이었음. 보상 차이는 뭣도 없으니 솔직히 별거 없다고 대답해줌. 개고생 해서 in 5 하면 뭐함? 그 보상 차이로 이터플 예장 하나 더 사려면 레이드 11번 쳐야되는데.


난 단순히 컨텐츠를 늘리고 보상 격차를 두자는 이야기를 하는게 아님. 오히려 난 에버소울 컨텐츠가 무의미하게 나열되고 있어 피곤함만 가중한다고 생각함. 또 단순히 PVE 컨텐츠의 난이도를 높여 특정 캐릭터와 스펙을 강요하는 방식의 동기부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그럼 기존과 다른 동기부여 방식에는 어떤게 있을까? 난 길드, 채팅 시스템 개선을 통한 커뮤니티 중심의 동기부여를 제안하고 싶음. 우선, 길드를 중심으로 신규 컨텐츠를 개발해서 유저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성장 욕구를 자극했으면 함. 이는 다른 AFK류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길드PVP 혹은 길드원간 협력으로 도움이나 보상을 획득하는 시스템을 의미함. 둘째, 길드 시스템 개선의 전제로 채팅 시스템 개선이 필요함. 지금 에버소울에는 사실상 채팅 시스템이 없어 대부분 길드는 디스코드와 같은 외부 채널을 운용해야함. 그 결과 대부분 유저의 참여가 배제됨. 이런 상황에서 길드 컨텐츠 강화는 독이 될 것임. 적어도 1:1 채팅이나 길드 채팅창의 상시 노출 같은 기능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봄.


신규 또는 라이트 유저 입장에서 이 글이 이해되기 어렵다는 점은 잘 알고 있음. 그런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건 이 게임의 유저층을 전통적인 서브컬쳐류 게임과 동일시 해서는 안된다는 것임. 이 게임은 처음부터 AFK류의 덱 빌딩 전략게임과 전통적 서브컬쳐 게임의 중간지점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함. 이 점은 니케와 비슷했으나 서브컬쳐 게임으로서 세계관 스토리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했던 탓에 전자의 기능을 중시하는 유저들이 핵심 유저층으로 남음. 최근 스토리나 캐릭터 일러스트 변경을 통해 후자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봄. 그러나 PVE 컨텐츠의 한계로 전략게임으로써 매력은 떨어지고 이를 보완할만한 대안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남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