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때문에 스토리의 메인 테마가 증발해버렸거든

그리고 그로 인한 메인 테마의 부재가 이 게임 스토리의 가장 큰 문제점이고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테마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한데

바로 거기서 스토리 내 플레이어의 목적의식이 생기고 역할과 행동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임







당장 오프닝에서 메피가 씨부리는것만 봐도 그럼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정령들의 가장 큰 염원이고 그건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이며, 그걸 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주인공인 당신이라고



메피가 오프닝에서 한 말을 보면 

주인공(=플레이어)의 역할은 정령들의 정체를 추측해나가서 기원을 알게 해 주는 것 이어야 하고

그 정체를 추측 할 수 있는 단서는 스토리의 진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어야만 함

그리고 그 추측하는 과정이 유저한테 스토리에서의 재미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는 이미 페이트가 UBW를 통해서 완벽하게 보여줬음)


근데 정작 게임 켜보면 어떻지? 누가 누군지 다 알려주고 있음. 일단 여기서 추측에서 오는 재미요소는 0에 수렴해버림

그렇다고 스토리는 그 방향으로 전개하는가? 딱히 그렇지도 않음 

그러니까 내가 왜 구원자인지도 모르겠고 뭘 구원해야겠는지도 모르겠는거임



이런 식으로 메인 테마가 증발해버리니 여러 스토리를 하나로 묶어 줄 수 있는 구심점이 사라지고 스토리간의 유기성이 약해짐

그러니까 각각의 스토리들이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만 보이고 그러니 스토리의 깊이도 현저하게 얕아 보이는거임

스토리에 재미가 없어지는건 당연한 것이고



처음부터 게임 시스템을 구축할 때 게임 시나리오의 메인 테마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고민이 전혀 보이질 않음 

이거랑 같은 예시가 바로 이 게임의 유물 시스템임



유물 시스템만 해도 이러한 메인 테마를 확실하게 부각시키고 플레이어한테 목적의식을 부여하기 참 좋은 시스템인데

알다시피 에버소울은 유물이 상당히 중요한 게임임 

몇몇 캐릭의 경우는 주요 기능이 유물에 달려 있을 정도로


만약 정령의 정체를 알게 됨과 동시에 그 정령의 유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해방되게 했다면

그래서 자신의 정체를 자각하게 된 정령이 그로 인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면

왜 정령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야하고, 내가 왜 그걸 도와야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목적의식 부여가 가능했을거임


근데 그렇게 안 했지

이런 점에서 시나리오가 게임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끼쳐야 하는 지에 대한 깊은 고민 자체가 없었다고 생각이 드는거임










<스토리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


스토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을 보면 항상 게임의 스토리에 메인 테마가 있음

타 게임 예시 들면 솔직히 그 게임 갓겜충으로 취급받을거 같아서 안 들고 싶긴 한데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시를 가져오자면



첫번째로 블루아카이브가 있음


실제로 블루아카이브의 스토리는 예시 자료에 보이듯이 게임 스토리의 메인 테마가 확고하며, 이를 스토리 내에서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음




또한 이와 더불어 '어떤 어른이 더 좋은 존재인가' 라는 메인테마 역시 스토리 내에서 끊임없이 던져주면서 플레이어한테 역할과 목적의식을 부여하고 있음



이게 제일 잘 드러났던 부분이 가장 호평 받는 스토리 중 하나인 에덴조약이고









또 다른 예시를 들자면 딴건 다 까이는데 스토리 하나만은 칭찬받고

여태까지 그렇게 많은 깽판을 쳐왔으면서도 그거 하나로 명줄 이어가고 있는 게임이 있음


바로 카운터사이드임


카운터사이드의 메인 테마는 '살아남기'에 있음

카운터사이드의 스토리에서는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러 인간의 모습이 군상극이라는 수단을 통해 표현되고 있음

당장 주인공만 해도 한 세계를 절단내는 '클리포트 게임'에서 승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번이나 세계를 리셋하고 옮겨다니는

'관리자'가 주인공임



카운터사이드는 에버소울처럼 게임 초창기에는 시나리오적으로 좀 많이 까였음

초창기에 메인 테마가 게임 스토리의 주축을 담당하는 메인 스토리에서 스토리 빌드업하느라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까였던거라고 생각함

실제로 스토리의 시즌1을 끝마치는 메인스토리 5장이 공개되고 여태까지 쌓았던 빌드업들을 싹 정리하면서 굉장히 호평을 받았고



그리고 메인 스토리만 그게 늦게 드러났을 뿐 서브스토리에서는 스토리의 메인 테마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줬음

실제로 나만해도 초창기에 그 스토리 하나 보고 이 게임 스토리는 더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남아 있기도 했었고

왜냐면 자기네들 스토리의 메인 테마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언젠가는 메인에서도 보여줄거라는 기대가 들었거든


그리고 그 메인 테마는 현재까지도 스토리 내에서 잘 표현되고 있음. 그런 스토리들이 대체로 호평받기도 했고


(초창기에 게임 스토리의 메인 테마인 '살아남기'를 명확하게 보여준 서브 스토리 '어떤 소녀와 용병의 이야기 - 오르카') 



(멸망을 앞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과 의지를 잃지 않고 후대에 전달해 나가는 것을 주제로 한 '철의 기수')  


(멸망이 확정된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길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주요 테마인 '데드 엔드 로드')





사실 게임성으로만 따지면 나는 에버소울이 예시로 든 저 앞의 두 게임보다는 낫다고 생각함

아마 에버소울이 서브컬쳐라는 배에 탑승하지만 않았다면 사실 스토리적인 문제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을것이고

AFK 아레나 아류작으로 치부될지언정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수 도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이미 에버소울은 서브컬쳐라는 배에 탑승해버렸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사실임

그리고 지금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들도 사실 서브컬쳐계열 게임이기 때문에 그걸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 일부 남아서 하고 있는 것일테고

따라서 서브컬쳐계열의 게임에 있어서 치명적인 문제인 빈약한 스토리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쓰고

그 주요 원인인 '메인 테마의 부재'에 대해서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심정에서 이 글을 남겼음


기원의 탑 같은 걸 보면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는건 아닌거 같은데, 스토리의 메인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을 아직도 곁다리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 맛이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