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Q3lqOIk9tg


일단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브래들리 개발과정이 이렇게 개판이었대요~ 하는 이야기의 140%는 여기서 나온 걸 바탕으로 하고 있음. 펜타곤 워즈 자체가 리포머, 그러니까 군사 분야의 국밥충으로 악명높은 제임스 버튼의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서 브래들리 개발사 자체를 거의 대체역사물에 가깝게 엉터리로 묘사한 건데 이게 사실인 것 마냥 퍼져서 완전 미신이 되어버림. 하나하나 까보자면...


1. 브래들리에는 원래 포탑이 없었다? -> 거짓


영화에서는 1968년에 기관포 (사진에서는 M1919 기관총) 하나 덜렁 달아놓은 APC에서 시작된 걸로 묘사하고 있지만



미 육군은 MBT-70 개발이 시작된 바로 다음 해인 1964년부터 새로운 IFV를 개발하는 MICV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미 이 시기에 제대로 된 포탑을 달아놓은 설계안이 나와 있었음. 그리고 1965년에 20 mm M139 기관포와 7.62 mm M73 기관총을 장착한 2인 포탑을 갖춘 시제차량인 XM701이 만들어졌음


2. 브래들리는 APC에서 시작했다? -> 거짓


미 육군은 이미 1958년부터 20 mm 기관포와 7.62 mm 기관총을 장착하고 보병들이 차내에서 교전할 수 있도록 총안구를 마련한 무게 8톤 이하의 장갑차량을 고안하고 있었고, 1963년부터는 M113을 대체할 IFV에 대한 연구를 시작함. XM734와 XM765의 경우 M113을 개조하는 걸로 시작했지만 근본적으로는 IFV 개발을 위한 거였고, 실제로 이 둘은 나중에 AIFV로 이어짐



또한 브래들리의 원형이 되는 XM723은 XM701을 개발, 시험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에 큰 영향을 받은 MICV-70 프로그램의 산물임. 따라서 브래들리는 그 뿌리부터가 IFV였다고 할 수 있음


3. 미 육군 장성들은 브래들리를 정찰용으로 써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는가? -> 거짓

1976년 MICV-70 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때 MICV의 기병용 정찰 차량 버전도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이건 원래 정찰용으로 개발되던 XM800 ARSV가 취소되면서 그 공백을 메꿀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과 다르게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이었음



이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시마스터 25 mm 기관포와 TOW 미사일 발사기를 갖춘 TBAT-II 포탑을 XM723 차체에 올리게 됨. 이걸 조금 더 다듬어 완성한 기본형이 M2, 정찰형이 M3임



다만 이 때문에 병력 수송량이 줄어들었다는 건 정확한 지적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영화에서 탄약 싣느라 자리를 뺐다고 나오는 것과 다르게 포탑이 1인승에서 2인승으로 바뀌면서 공간이 좁아진 것 때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임. 원래 XM723은 포탑이 1인승이라서 차체에 보병 8명을 태울 수 있었는데 이게 2인승으로 바뀌면서 6명으로 줄어듬. 나중에 M2A2 ODS부터는 개량되면서 7명을 태울 수 있게 되긴 했지만...


4. 브래들리에 총안구가 들어간 건 똥별들의 요구 때문인가? -> 거짓


장갑차에 총안구를 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베트남전의 전훈 때문이었음. 그 때문에 이미 XM701 5호차에서부터 총안구가 있었고, 위에서 언급된 XM734와 XM765도 마찬가지였음


이 총안구는 그 자체보다는 다른 쪽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소련군 기계화보병들은 총안구를 통해 사격할 때 그냥 자기가 들고 있는 총을 쓰면 되었지만 미군 기계화보병들은 총안구 전용인 M231 FPW를 써야 했음.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준장비가 없어서 예광탄 궤적을 보고 적당히 조준해야 했던데다가 발사속도는 1,200발로 매우 높은데 탄창 용량은 30발 그대로라 언밸런스함의 극치였음. 결국 M2A2 ODS부터는 측면 총안구를 막아버리고 쓸 데가 없어진 M231은 승무원들 호신용으로 돌려짐


브래들리가 실제로 개발 과정에서 잡음이 많긴 했고 빈약한 방호력과 떨어지는 수송능력같은 문제도 있었지만 적어도 영화에서 묘사된 것만큼으로 개판은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