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초등학교때 미국에 살면서 가족과 함께 캠핑을 자주 다녔다


근데 캠핑을 가는 국립공원에는 흑곰이 많이 출몰함

그곳에만 수백마리가 있다던가?

그러니 들어갈때 당연히 곰에 대한 주의를 받고 들어감.

가령 캠핑하고 음식을 밖에 놓으면 절대 안되고, 차에 놓으면 곰이 와서 그걸 뜯어내서 가져갈 수 있으니, 잘땐 반드시 캠핑장에 비치된 강철 컨테이너에 음식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라던가.

(물론 이러고서도 객기부리는 관광객은 많다고 함. 가장 레전드 케이스가 와이프 얼굴에 꿀을 발라서 곰을 유인해서 차 조수석으로 밀어넣고 그 꿀을 핥아먹게 만든 커플이 있었대)


역시 캠핑을 즐기고 텐트에서 잤던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났더니 할머니께서 밖에 곰이 있다는 얘기를 하시는거야

어린 나이에 무서움을 잘 모르던 나는 처음으로 보는 야생 곰이다! 하면서 두근거리면서 곰을 보러 밖으로 나갔는데

진짜로 차 한대만한 흑갈색 곰 한마리가 우리 옆 캠핑장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였음.

우리 텐트에서 거리 한 20m 정도?


오 신기하다 하고 좀 쳐다보니 이녀석이 시선을 감지하고 저쪽으로 걸어감

역시 철이 없던 나는 그게 또 신기하다 하고 살금살금 쫓아갔지

그리고 나만 그런게 아닌게 소문 듣고 사람들이 대여섯명 정도 또 와서 나랑 같이 곰 뒷꽁무니를 쫓음 ㅋㅋㅋㅋ


그러다 이제 신고를 받은듯한 파크 레인저가 나타나서 우리를 제지하시더라

그래도 딱히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음. 내 기억엔 총도 안 들고 계셨고, 우리더러 도망치라고도 안하고 그냥 거리만 유지하라고 시켰고 (규정상 야생 곰한테서 적정거리 50미터 이상 유지해야 함) 우리도 얌전히 파크 레인저분 뒤에서 구경함


그 흑곰은 우리한테서 도로 건너 멀리 있는 캠핑장으로 걸어간 뒤

그 텐트 옆에 누군가 치우는걸 깜빡한 아이스박스 하나를 발로 쳐서 쓰러뜨리고

우리 쪽을 한번 흘겨본 다음, 거기서 흘러나온 콜라 한병을 입에 물고 근처 숲으로 도망쳤음.


레인저분 말로는 이따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더라. 레인저들이 관리를 함에도 불구하고 개체 하나하나를 추적할수 있는게 아니라 음식이 부족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대.

그래도 최대한 관리도 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제압도 하고 해서 규정만 잘 지키면 엄청나게 위험한건 아니라더라


결론: 곰이 콜라 좋아하는건 팩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