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바이오로이드들은 교대로 사령관의 밤시중을 든다.
그녀들 중 밤시중을 들어본 적 있는 이들은 경험자들끼리 황홀경을 이야기하며,
그녀들 중 밤시중을 들어본 적 없는 이들은 미경험자들끼리 그곳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 상상하곤 했다.
밤시중 그 자체보다는 그 이후에 따라올 수도 있다는 출산휴가라는 것에 눈독 들이는 이들도 있었고,
하룻밤간 경험하게 되는 황홀경의 이어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었고, 바이오로이드의 수만큼 각자의 기대가 달랐다.
이렇듯 밤시중은 오르카 함내의 대부분이 바이오로이드들이 꿈꾸고 기대하는 시간이었지만 가끔 예외가 있었다.
성욕보다 우선시되는 무언가 목표가 있거나, 때로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밤시중을 포기해야 하는 이들이 이 권리를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 일명 정액권을 거래하는 경매가 오르카호 깊숙한 곳에서 비정기적으로 이뤄지곤 했다.
"그 소문 들었슴까?"
"뭔 소문?"
총기를 한참 손질하던 브라우니 하나가 재조립을 끝내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확인하다가 자신의 분대장 레프리콘에게 슬쩍 질문을 흘렸다.
오르카 자체가 폐쇄된 공간이기도 했고 이리저리 소문을 흩뿌리고 다니는 스프리건 같은 바이오로이드들도 있다보니 뭔가 소문이 생기면 금새 퍼지고는 했다.
"오늘 저녁에 어시장 있을거랩니다."
"어시장...?"
"원래 내일 시중 들기로 한 팬텀이 있었는데, 복귀가 늦어져서 일정이 도저히 조율이 안될 거 같댑니다."
어시장은 이 정액권을 파는 경매를 바이오로이드들이 일컫는 은어였다.
레프리콘과 브라우니들은 어차피 자신들은 낙찰 가능성은 미미해서 별다른 기대는 걸고 있지 않았지만 그 과정 나름 하나의 볼거리였다.
마침 그 시간이라면 딱히 임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대원들은 다들 별다른 이야기를 더 이어가진 않았지만 무엇을 할지는 이미 합의가 되어있었다.
"성별 여성, 신원 확인 완료. 입장하십시오."
복도의 중간에서 램파트 한기가 평상시라면 텅 비어있을 창고로 다가오는 이들의 성별을 확인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LRL이 숨바꼭질을 하다가 숨는 일 외에는 누가 올 일이 없는 이곳도 오늘만큼은 인원이 바글바글 들끓었다.
조촐한 단상 위에서는 사회자 역할을 맡은 스파르탄 한기가 모여드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스파르탄의 메인 카메라에 푸른 빛이 들어왔다.
"상병님, 저 램파트 믿어도 됩니까?"
"뭔 일이야 있겠어? 어차피 사령관님도 지금 일하느라 바쁠 시간이야. 여기 오는 길목은 여기뿐이라고. 누가 천장이라도 뚫지 않는 한."
"우오오오오~ 함내 인원들은 다 모인거 아님까? 토모 씨부터 없는 인원이 없슴다!"
"그러게... 포츈 언니랑 사령관 본인 빼면 다 모인 거 아냐...?"
객석의 소리가 잦아들자 스파르탄의 눈이 점멸하며 신호를 보냈다. 완전히 객석이 고요해지자 스파르탄의 음성 프로그램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n월 n일자의 정액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객석에 계신 숙녀분들께선 단상을 주목해주십시오."
이번 경매의 유력한 우승 후보는 마리와 레오나가 주목받고 있었다.
특히 사령관의 새 몸이 완성된 이후로 첫날과 이틀째의 밤일을 담당했던 둘은 그날 이후로 이 경매가 다시 열리기만을 눈에 불을 켜고 기다려왔다.
스파르탄이 금액을 부르자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이 천천히 금액을 높여나갔다.
그렇게 30 참치캔까지 순식간에 오른 직후였다.
"30 참치캔 나왔습니다. 35 참치캔 있습니까?"
"70 참치."
순식간에 두배의 금액을 부른 이는 바로 레오나였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작은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불만소리에 레오나는 기세등등한 미소를 짓고 주위를 두런거렸다.
그래, 누가 나랑 싸워볼테야?
"70 참치캔 나왔습니다. 지금부터는 10 단위로 상승합니다. 80 참치캔 있으십니까?"
"80 참치."
그리고 레오나의 뒤를 바짝 쫓아온 이가 마리였다.
사령관이 어린 아이가 된 이후로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은 그녀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겐 공공연연한 비밀이었다.
주변의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선이 어떻든, 그녀는 오늘밤 어떻게든 쇼타 사령관을 따먹을 생각으로 자궁이 큥큥거리고 있었다.
이제 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암캐만 치워버리면 딱인데.
"80 참치 나왔습니다. 90 참치 있으십니까?"
"100 참치."
그리고 둘의 경쟁 사이에 끼어든 것이 발키리였다.
오르카 내에서도 과로라면 누구보다 유명한 그녀는 일하는 짬짬이 이것저것을 모아두었고, 오늘은 그 모은 탄환을 전부 쏟아부을 때였다.
레오나가 그녀를 광선이라도 나갈듯 미움이 한가득 담긴 시선으로 째려보고 있었지만 오늘의 발키리는 그런 것 알 바가 아니었다.
이번에야말로 저번에 사령관이 사준 드레스를 입고, 정기를 풀충전하고 말겠다.
여기 모인 세명의 요부는 이 경매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나머지 둘을 고꾸라트리기로 작정했다.
"110 참치."
마리는 발키리에게 여긴 네 자리가 아니라는 듯 바로 뒤따라 상회입찰을 시도했다. 스파르탄의 파란 불빛이 마리를 한번 비췄다.
"120 참치."
그러나 레오나 역시 너같은 노땅에게는 질 수 없다며 다시 상회입찰을 해왔다. 다시 불빛이 레오나를 비췄다.
"140."
레오나의 투지만큼 마리의 쇼타를 따먹겠다는 열정도 뜨거웠다. 경매에는 완전히 불이 붙었다.
"160."
금액이 오를 동안 가만히 있던 발키리가 그 침묵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는 듯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 주변의 시선이 온통 발키리에게 모였다.
"180!"
다급해진 레오나가 더 큰 금액을 소리치며 불렀다. 스파르탄의 고개는 바쁘게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185..."
잠시 망설이던 발키리가 고민 끝에 더 큰 금액을 불렀다. 이제는 가진 총알이 거의 바닥이다.
"...190 참치캔."
결국 마리가 190 참치를 불렀다.
그렇게 순식간에 올라간 금액은 이윽고 190 참치에 달했고, 마리는 두 눈동자를 불태우며 좌우의 경쟁자들을 한번씩 돌아봤다.
레오나는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갈등하고 있었고 발키리는 두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190 참치 나왔습니다. 200 참치 있으십니까?"
경매장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스파르탄의 기계손이 쥐고있던 망치를 내리치려는 순간 발키리가 다시 손을 들었다.
"200!!"
레오나와 마리가 경악한 표정으로 발키리를 돌아봤다.
200 참치면 아예 사령관과의 하룻밤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전투원과 임무를 교대할 수도 있을법한 금액이었다. 발키리는 이번 경매를 위해 독기를 단단히 품은 모양이었다.
"...200 참치 나왔습니다. 더 높은 금액이 없다면 최종적으로 정액권은 발키리 님에게 낙찰됩니다."
다시한번 객석에 침묵이 돌았다. 레오나는 분한 얼굴로 이를 갈고 있었고 마리는 체념한듯 모자를 푹 눌러썼다.
승부가 결정났다.
"그럼 이상으로 경매를 마치겠습니다. 정액권은-"
콰아아아앙-!! 창고 천장의 환풍구가 무너지며 포츈과 사령관이 떨어졌다.
운 좋게 포츈 위에 떨어진 사령관은 그래도 충격이 컸는지 입을 닫지를 못하고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포츈은 지끈거리는 머릴 매만지며 들고있던 파이프를 확인했다.
동시에 경매장의 분위기도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아야야야..."
"사령관, 누나가 미안해~ 바닥이랑 창고 천장 사이가 빈 공간일 줄은 몰랐거든? 그런데... 너흰 무슨 일로 이렇게 모인거야?"
아무도 여기에 모두가 모인 이유를 선뜻 대지 못했다.
그리고, 모두가 대답하면 안된다고 생각한 그때, 물어봤으니까 대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이가 한명 있었다.
"아, 내가 알아!"
마리는 후일 토모가 입을 연 그때 당장 목을 쳤어야 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