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3장                          4장                         5장                  1장(4편~6편)         2장(6편~8편{예정})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1385415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3814933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발키리 챕터가 시작되어 몇편부터 몇편까지가 해당 스토리의 주연으로 나오는지 정리해 놓았습니다.




레오나의 적절한 지원사격으로 큰 피해 없이 악몽(나이트 매어)을 몰아냈지만, 사령관에게 남은 시련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레오나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 이었다.


잔소리를 퍼부었다면 모를까 '달링 나한테 할 말 없어?'라는 한마디 이 후 싱긋 웃고 있는 상태로 주변에 한기가 몰아치는 느낌이 들어 사령관은 꿈속임에도 불구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맛보았다.


'업혀 있던 모습이 귀여웠다.'라고 농담을 해 보았으나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줄어 드는 것처럼 서서히 내려가는 그녀의 입꼬리에 사령관은 허리를 90도로 굽혀 황급히 사과했다.



"앞으로 나 자신을 미끼로 쓰지 않겠습니다."


"...고개들어 달링."



조심스레 몸을 피자 얼굴에 쇄도하는 양손에 붙들려 레오나와 코가 맞닿을 정도로 끌려온 사령관은 그녀를 마주 보게 되었다. 


두 눈에 비친 자신을 걱정하는 감정을 알아챈 사령관은 순간 기시감을 느꼈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때였나?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지 마. 오르카의 모두가 사령관을 믿고 따르는 만큼 달링도 안고 있는 짐을 우리에게 덜어 주었으면 해."


'폐하, 저희들을 믿고 한동안 푹 쉬어주세요. 다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레오나가 그 때의 아르망과 겹쳐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녀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왔음에도 오히려 그것이 그녀들을 걱정시키게 만들었다.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비 맞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 있는 사령관에게,

그의 얼굴을 감싼 손을 풀며 레오나는 곧게 서서 말을 이어나갔다.



"며칠 전에도 똑같은 악몽을 꿨을 때 나는 혼자 쓸쓸하게 죽어가고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어. 악몽의 원흉이라 봐도 될 철충을 처리할 수 있던 것도 달링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그러니 기죽지 마."



레오나의 진심이 담긴 위로 덕분에 사령관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지만 덜 수 있었다.


해야 할 일을 상기한 사령관이 일어나자 순간 지진이 난 것마냥 시야에 잡힌 모든 것이 크게 한번 요동쳤다.


처음 겪는 기현상에 레오나는 사방을 둘러보며 적습을 가정한 경계태세를 펼쳤지만, 사령관은 이 현상이 익숙한 듯

조금 찢어져 있는 허공을 주시했다.



'레오나의 꿈이 끝에 다다랐기에 나타나는 붕괴현상.'



꿈의 세계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놔둬야 한다.


만약 노선을 크게 바꿔버리면 뇌는 현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잠에서 깨게 된다.


꿈에 익숙하지 않은 레오나에게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각인 시켜 강제로 자각몽에 진입시켰을 때 부터 사령관은 이렇게 되리라 예상했다.


노이즈가 낀 듯 지직거리는 하늘, 허물어지는 나무와 으스러져 가는 풀더미, 굳건한 땅이 요동치는 광경은

세계가 무너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기괴해 보였다.


평소에 보기 힘든 광경을 본 레오나가 사령관에게 질문했다.



"여기가 꿈속이라고 했지 달링."


"그래."


"그럼 나 이외에도 같이 있던 다섯 명... 역시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글쎄."



레오나의 질문에 확신을 담은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이들의 꿈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처럼 나이트 매어가 활개 치고 다니고 있다면 결코 좋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개체명처럼 악몽이란 형태로 꿈속을 헤집고 다닐 수 있는 것 같으니까.


레오나가 꾸는 악몽의 원인을 제거했다고 일단락을 지은 사령관은 다음 바이오로이드의 꿈으로 향하기 전에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 했으나 그의 마음을 읽은 듯 레오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서 가 달링. 나머지는 내일, 아니 현실에서 직접 마주 보고 얘기해."


"...그럼 먼저 실례할게 레오나."



그 말을 끝으로 사령관이 레오나의 시야에서 먼지 흩날리듯 사라졌다.


그를 떠나보낸 레오나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드러나 있었다.


-


-


내일 무슨 얼굴로 레오나를 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사령관은 다른 이의  꿈의 세계 입구가 시야에 들어오자 잡념을 뒤로하고 그곳을 향해 돌진했다.


퐁당


물에 빠지는 소리와 함께 사령관의 눈앞에 보인 것은 철제바닥.


미리 준비했기에 엉덩방아를 찧는 불상사나 얼굴이 땅에 박히는 일은 없었다.


정상적으로 착지한 사령관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인기척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사람이 사는 곳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주변 바닥부터 시작해 벽, 천장의 재질인 철은 녹슬거나 균열로 갈라져 있었고


여기저기 흩뿌려진 붉은 액체와 정체 모를 작은 덩어리들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레오나와 달리 흘러들어오는 사념이 없는 걸 의아하게 여긴 사령관은 지금 이곳이 누구의 꿈인지 찾아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몇 분을 걸었을까.


걷던 도중 무언가를 발견한 사령관이 시선을 고정한 채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시선을 이끈 것은 문이 열려 있는 어느 방 내부.


귀신에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간 사령관은 방 안의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있는 곳이 현실 세계에 있는 자신의 사령관실과 구조가 똑같았기 때문이다.


낡아서 제 모습을 찾기 힘든 방안을 돌아다니며 사령관은 침음을 삼켰다.



"그럼 내가 있는 곳이 오르카라는 건가?"



그렇게 단정지은 사령관은 '그럼 누가 이 꿈을 꾸고 있는가' 에 초점을 맞추었다.


방에서 자고 있는 이는 총 여섯 명.


레오나 발키리 티아멧 유미 리앤 리리스


레오나는 조금 전까지 나와 같이 그녀의 꿈속에서 있었으니 아웃.


발키리와 유미 그리고 리앤은 최근에 돌렸던 아르망과 닥터의 합작인 심리 설문조사에서 큰 문제가 없었으니 아웃.


그럼 남은 인원은?



"티아멧 아니면 리리스인가..."



이 둘은 심리검사에서 위험판정을 받은 상태였기에 이런 무지막지한 꿈을 꿔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 사령관이었다.


티아멧은 지난번 초코여왕의 성에서 관계가 많이 진전됐지만

나이트 매어와의 교전 이후 티아멧은 마치 처음 오르카 호에 합류했던 시절의 다가서기 힘든 분위기를 뿜어냈다.


오죽하면 같은 부대원이자 같이 방을 쓰고 있던 랜서 미나가 티아멧이 합류 초창기 시점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겠는가.


닥터의 도움으로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되긴 했다지만 과연 그게 옳은 결정이었을까... 


그리고 리리스도 마찬가지로 최근 전투 이후 컴패니언 애들로부터 그녀가 묘하게 날이 서 있다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나

냉정함을 잃고 판단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 들었다.


둘 중 누구일까 고민하던 사령관은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소리의 근원지로 향하려 했지만, 마음 한편에 피어난 불안감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런 꿈속에서 꿈의 주인이 과연 제정신으로 있을까?


만약 피아식별조차 불가능한 상태라면 그 둘에 맞서서 싸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리 판단한 사령관은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숨을 곳을 찾던 사령관은 이내 자신의 책상 밑으로 숨었다.


이내 근처까지 왔다고 느껴질 만큼 발소리가 선명히 들리자 갑자기 들이닥친 한기에 양팔을 잘게 떨었다.


첨벙 첨벙


비 오는 날의 물웅덩이를 걸어 다니면 날 것 같은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사령관은 숨소리를 죽인 채 가만히 있었다.


방안을 배회하던 누군가가 이내 밖으로 나가고 발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긴장이 풀린 사령관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간건가?"



확실히 소리가 안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 근처에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사령관이 책상에서 나와 일어나는 순간 그의 얼굴 옆으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서 벽에 박혔다.


그것이 단도임을 본 사령관은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 거리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찾았습니다. 사령관님."



부서진 방문 앞에 서서, 피 묻은 칼을 역수로 쥔 채 슬며시 웃고 있는 발키리였다


그녀의 초점 없는 눈빛을 본 사령관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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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재밌게 읽어주고 관심 가져주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공식적으로 발키리 인성이 선녀라지만 그게 만약 성질을 죽인 채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라면? 사실 얀데레기질이 있다면? 이란 상상을 기반으로 구상함.


수정) 오타가 있어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