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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기술의 까마귀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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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트리아이나와 로크와 처음 만났던, 오르카 호의 여름 이야기였다. 물론 적당한 거짓말과 허구를 섞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경청했고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에단이 먼저 코디에게 물었다.


"어떤가, 참으로 재미있지 않나?"


"자네 말이 맞아 에단. 디미트리는 외인 부대 용병이 아니라 이야기꾼으로 전직해도 잘 먹고 잘 살겠는데? 원래 이야기꾼들이 말하는 것들은 거짓과 진실이 적당히 섞인 것들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절로 몰입하게 되더라고. 특히 검은 새를 사냥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어."


"난 이야기 속 군인들의 자잘한 일상들이 마음에 들었네. 전쟁 속에서도 유머와 따뜻한 이야기가 나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이번에도 잘 들었네, 디미트리. 이럴 줄 알았으면 콘스탄챠나 바닐라에게 다과라도 가져와 달라고 할 걸 그랬어."


"둘 다 잘 들었다니 다행이야. 그럼 이제 내 부탁을 들어줄 거지?"


"물론이지. 이야기값을 두둑히 받아내겠다는데 사업가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안 그런가 친구?"


에단의 너스레를 들은 코디가 킥킥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전개가 괜찮게 흘러가는 거 같아 안심하고 그들에게서 최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미리 생각해뒀던 질문을 던졌다.


"에단과 코디 너희 모두 사업가라고 했지? 정확히 어떤 사업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


"내가 말 안했던가? 나는 삼안 산업 밑에서 일하는 사업가라네. 지금은 거기서 퇴사한 사람이 만든 환경보호단체를 후원하고 있지. 나름 가진 재산이 널널해서 그런 곳에 후원을 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거든. 내가 후원을 하는 것에 대해 삼안 산업의 잘나신 회장님도 딱히 간섭을 하지 않기도 하고."


"난 오메가 산업에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야. 장담하는데 그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기업계, 나아가 군수산업의 역사가 크게 바뀌겠지."


"비밀 프로젝트?"


에단과 코디의 출신에 대해 나름 정보를 얻어낸 나는 코디가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비밀 프로젝트에 대한 궁금증에 되물으려다가 코디가 손을 뻗어 제지하자 말을 아꼈다. 아무래도 그는 정말로 그것을 비밀로 감추고 싶어하는 모양이었고 실제로 그만큼 거대한 프로젝트인 것이 분명했다.


"워워, 거기까지. 아무리 자네라 해도 그걸 알려줄 순 없어. 이건 에단한테도 알려주지 않은 거라고. 다만 오메가 산업의 총수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 그분도 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알고 있는게 분명해."


"헌데 그 프로젝트 말일세. 실제로 총수의 지령을 받진 않잖나? 무슨 근거로 그가 자네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하는 거지?"


"내가 프로젝트를 설명했을때 총수께서도 지지한다며 여러 지원을 해주는 비서가 있기 때문이지. 안타깝게도 얼굴은 한번도 못봤지만."


"비서?! 설마 그 비서..."


오메가 산업의 비서라는 말에 놀란 내가 뭐라 말을 이으려던 순간 다시 내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을 느꼈고 정신을 차리자 바깥에서 다급히 움직이는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그리고 어느새 눈을 뜬 채 장비를 주섬주섬 챙기는 이프리트가 보였다.


"하암... 사령관? 사령관도 졸려서 몰래 자려고 왔어?"


"그럴리가. 그나저나 밖이 소란스러운데..."


"인간! 철충이다! 철충 반응이 있다고 바깥에 있는 계집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다! 아무래도 놈들 때문에 이 가상 현실 장치도 진행이 강제로 멈춘 모양이니 뭘 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철충이 나타났다고 악을 쓰는 쉬라이크의 말에 나도 정신이 번쩍 들어 바로 고글을 팽개치고 쉬라이크의 머리를 그의 몸에다가 끼워준 뒤 쉬라이크가 신기한지 힐끗 보다가 박격포를 들고 나가는 이프리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서자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이 경례를 하며 말했다.


"충성! 각하, 철충들이 오지 말임다!"


"수는 얼마나 돼?"


"나이트 칙 디텍터 G와 헤비 스카우트, 나이트 칙 실더로 구성된 소규모 소대입니다."


"디텍터 G는 지상전에 특화된 교란형 철충이고 헤비 스카우트는 대열이 갖춰지면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인데... 지금 상황으로는 꽤 힘들겠어."


"그래도 간단한 해결책은 있어... 디텍터 G를 먼저 공격하면 될 거야. 물론 그 사이 헤비 스카우트에게 공격당하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박격포를 점검하며 하품을 하던 이프리트가 고민하는 나에게 충고하듯 말하자 나도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마침 머리를 장착하고 나오던 쉬라이크에게 말했다.


"쉬라이크. 오르카 호의 사령관으로서 너에게 처음으로 명령을 내릴게."


"어떤 명령이지?"


"철충 중에서 레이더를 장비한 철충이 있을 거야. 그놈은 지상전용 철충이니 먼저 제거해아 하는데 그 역할을 너에게 맡길게. 할 수 있지?"


"흐흐흐. 때까치의 화신, 멸망을 노래하는 자, 쉬라이크에게 '할 수 있지?'라는 질문은 가당찮다. 나는 오직 '해라.'라는 지시만을 받는다. 그리고 명령을 내린 이상, 저 벌레들의 목숨을 네게 바쳐 총애를 얻도록 하겠다."


내 말을 들은 쉬라이크가 마치 로크처럼 음산하게 웃으며 기다렸다는듯 답하자 나는 적어도 그가 내 명령을 거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안심하고 쉬라이크에게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좋아. 그럼 여기서 공격을 시작하면 곧바로 네가 디텍터 G만 집중적으로 제거해. 그러면 나머지 철충은 이쪽에서 처리할테니까."


"기꺼이 그러지. 그럼 그전에 때까치의 날카로운 발톱을 찾아야겠군. 발톱... 엄청 날카로운 발톱이 필요하다..."


"사령관 각하. 괜찮겠습니까? 저 AGS를 믿어도?"


"괜찮아. 아, 쉬라이크가 공격에 나서면 귀를 꼭 막아둬. 그의 입에서 나오는 굉음을 들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니까."


사령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사령관의 지휘 아래 저택 철충들이 오는 경로가 보이는 저택 복도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곧 철충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황혼의 저택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자 박격포로 위치를 조준하던 이프리트가 말했다.


"사령관. 슬슬 시작할까?"


"...좋아, 지금이다! 사격 개시!"


"오케이..."


"브라우니! 어서 쏘세요!"


"알고 있지 말임다!"


내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이프리트가 창문 너머로 박격포를 조준해 발사했고 그 옆에서 대기하던 브라우니와 레프리콘도 철충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공격을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철충들이 우왕좌왕하던 순간, 복도 끝 창문이 깨지며 검은 물체가 밖으로 튀어나갔고 곧 예의 괴성과 함께 날아든 쉬라이크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클로를 나이트 칙 디텍터 G에게 찔러 넣어 무력화시키고 곧바로 날아올라 다른 나이트 칙 디텍터 G를 베어 갈랐다. 순식간에 나이트 칙 디텍더가 전멸하자 나는 이 전황이 우리에게 유리해졌음을 알았고 레프리콘에게 헤비 스카우트 위주로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쉬라이크가 공중에 뜬 채로 철충들을 도발하는 것을 보았다.


"두려워 해라. 그리고 넙죽 엎드려라, 하등한 벌레놈들아! 살아있는 강철의 매, 울부짖는 고원의 지배자 쉬라이크가 친히 네놈들을 박멸하기 위해 다시 눈을 떴으니... 느헉!"


"각하! 처음 보는 AGS가 헤비 스카우트의 집중 공격을 당해 추락했습니다!"


"일단은 공격에 집중해! 저 정도로 쓰러질만한 녀석이 아니니까!"


레프리콘의 외침에 나는 우선 공격에 집중하라 명령하고 쉬라이크가 재빨리 굴러 옆으로 피한뒤 하늘을 올려다보고 놀라 뒤로 빠지는 걸 보고 안심했다. 뒤이어 이프리트가 쏜 박격포가 착탄해 남아있던 나이트 칙 실더를 파괴했고 레프리콘과 브라우니는 헤비 스카우트들을 모두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헤비 스카우트가 쏜 총알이 저택 곳곳에 구멍을 뚫었지만 다행히 우리가 있던 곳까지 미치진 못했고 추락했던 쉬라이크도 팔이나 다리 곳곳에 구멍이 나긴 했지만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어보였다. 곧 쉬라이크가 걸어오자 나는 그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냈다.


"수고했어. 순식간에 적을 무력화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던데?"


"...분명 나는 철충들을 상대했던 기억이 저장되어 있기는 하다. 놈들의 죽음을 기뻐했던 것도 기억나고. 하지만... 뭔가 이상한 기분이군."


"이야~ 그쪽이 날뛴 덕분에 쉽게 제압했지 말임다! 잘하셨슴다!"


"각하. 저희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괜찮을까요?"


레프리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스틸라인의 바이오로이드들이 황혼의 저택을 떠나자 나도 저택을 조금 더 살피고 나서 오르카 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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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헤이 신캐 나왔는데 일러만 보면 쓰랭 같네... 대체 코어 썩어넘치는데 스랭 좀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