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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사령관의 하루 (6)

 

 

 

 

 

감정제어라면 자신 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주인님껜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블랙 웜 S9

 

 

 

 

 

19.

 

“콘스탄챠 S2, 제게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평소처럼 바쁘게 일하던 오후 1시 무렵, 주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또 옷을 인민복으로 바꾸자는 건 아니죠?”


“그게 아닙니다. 제가 여기서 화장실까지 가는데 몇 초가 소비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왜 또 불안하게 그런 말씀을……저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50번 정도 시간을 측정한 결과, 평균값으로 약 35.4초가 소비된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네요.”
 
“하지만 이런 게 쌓일수록 낭비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제가 앉아있는 의자를 변기로 바꾸면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요?”

 

고작 35.4초 아끼자고 의자를 변기로 바꾸겠다니, 저로선 도저히 생각해내지

 

못할 발상이었습니다. 주인님답다면 주인님다운 생각이지만요.

 

“주인님, 그 변기와 거기에 쓰일 수도관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아, 그렇군요.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이젠 익숙해졌네요. 주인님을 설득하려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보단 이게 낫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기저귀를 차는 건-”


그 때, 누군가 작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르망입니다. 폐하, 잠깐 시간을 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와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작업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있다 다시 오겠습니다.”


아니, 들어오라고 말씀도 않고 내쫓으시다니…….

 

“일단 무슨 용무인지 들어보시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급한 용무는 아닐 겁니다. 상담이라면 사전에 예약을 잡는 게 맞습니다.

 

저는 잡담을 나눌 정도로 한가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하긴 지금 이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손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또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잠시 후,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르망입니다. 폐하, 이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와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작업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들리겠습니다.”

 

또 내쫓으셨습니다. 저는 그게 마음에 걸렸지만 주인님께선 묵묵히 일을

 

계속하실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몇 시간 후. 이번에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폐하……이제 시간이 좀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와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작업 중입니다.”

 

아이 정말! 벌써 세 번이나 왔는데 또 내쫓으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저는 참지 못하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울먹거리고 있는 아르망이

 

서 있었습니다. 

 

“……훌쩍.”

 

“그냥 묻는 건데, 혹시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니?”


“네…….”

 

그럼 족히 4시간은 여기서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기다렸다는 건데…….


“주인님, 남은 일 제가 다 할 테니까 얼른 갔다 오세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와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작업 중입니다.”

 

“매크로 답변 그만하시고 얼른요!”

 

저는 주인님을 끌어내 집무실 바깥으로 내쫓았습니다.

 

무례한 짓이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르망은 영영 주인님과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아직 일이 남았습니다만…….”


“제가 다 할게요. 오늘은 그 아이가 만족할 테까지 돌아오지 마세요.”


저는 문을 닫고 걸어 잠갔습니다. 그리고 무전기를 켰습니다.

 

“바닐라, 잠깐 내 부탁 좀 들어주겠니?”

‘네, 언니.’

 

“주인님이랑 아르망을 따라가서 아무 문제없는지 지켜봐주렴.”


‘알겠어요. 또 그 바보 주인님께서 사고치지 않나 보고 있겠습니다.’

 

바닐라한테 이런 부탁하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안 하면 주인님께선 아르망을

 

버려두고 저번처럼 화장실 변기 칸에 앉아 일하실지도 모릅니다.

 

“어휴.”


그나저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감을 생각하니 구역질이

 

올라왔습니다. 저 많은 일을 언제 다 끝낼 수 있을까요.

 

갑자기 저도 울고 싶어졌습니다.

 

 

 

 

 

 

 

 

20.

 

저, 바닐라 A1의 주 임무는 청소와 업무 보조입니다.

 

그렇지만 드물게 주인님의 뒤를 쫓아 감시하는 임무를 맡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워낙 무슨 기행을 벌일지 모르시는 분이라 이렇게

 

뒤에서 따라다니다가 문제가 생기면 도와드려야 합니다.

 

“폐하, 폐하.”


“네.”
 
“그냥 불러봤어요. 후후.”

 

아르망이 주인님의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왜 저런 목석같은 분을 좋아하는지 저로선 전혀 이해가 안 됩니다만, 아르망을

 

비롯해 드물게 몇 명 정도는 주인님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절 부르신 이유를 못 들었습니다만.”


“그냥 폐하랑 놀고 싶어서요. 오늘 하루만 시간 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 계산상 콘스탄챠 S2 혼자 일을 다 마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므로 아르망 추기경에게 내줄 수 있는 시간은 약 45분 정도입니다.”

 

“45분씩이나 내주시는 건가요. 오늘은 인심이 후하시네요.”


너무 짜잖아요! 저렇게 귀여운 아이가 같이 놀고 싶다고 하는데 고작 45분밖에

 

안 내주다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성이랍니까?

 

가서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임무를 위해 참아야합니다. 

 

“그럼 폐하, 제가 케이크를 대접해드려도 될까요?”


“케이크는 당분이 많아 건강에 나쁩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서 무설탕 케이크로 준비했어요.”


“그렇군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두 사람이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저도 그 뒤를 쫓아갔습니다.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이 아니어서 식당은 한가했습니다. 

 

부엌에선 한참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느라 바쁜 듯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구석 자리에 앉아 잡담을 나누었습니다.

 

“자, 케이크 드세요.”


“감사합니다. 아르망 추기경은 드시지 않습니까?”


“저는 폐하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만, 일단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잘도 그 주인님께 맞춰주는군요. 아르망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주인님의 마음을 공략하려고 애썼지만, 대다수는

 

주인님의 성격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했습니다. 심지어 그 리리스마저

 

1년 반을 쫓아다녔지만 결국 주인님에 대한 마음을 접을 정도였습니다.

 

“폐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오늘의 일정은 4제대 훈련 보고서 분석, 시설 수리 확인, 올해 3분기

 

훈련 계획서 작성, 기술팀의 시설 개선 제안서 검토-”

 

“아뇨, 아뇨. 일 말고 다른 거요. 정말 기억 안 나시나요?”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콘스탄챠 S2에게 연락하여 물어보겠습니다.”


“역시 기억 못 하시는군요…….”


아르망이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니, 저도 아는 걸 왜 주인님이 모르시는 겁니까?

 

오늘은 아르망이 합류하고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투 부관으로 둘 정도로 가까운 사이면서, 대체 왜 그런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저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분명 머리에 뇌 대신 라면사리가 대신 들어갔을 겁니다.

 

“오늘은 제가 여기 오고 딱 365일이 되는 날이랍니다, 폐하.”


“그건 중요한 날입니까?”

 

중요한 날이죠! 당연히 중요하죠! 어휴 답답해, 대체 여자 마음을 저리 몰라서

 

어떻게 살려고……저는 뭐라 말도 못하고 가슴만 쿵쿵 쳤습니다.

 

“실은, 그거 때문에 폐하께 작은 선물을 드리려고 했어요.”


“괜찮습니다. 개인에게 선물을 받으면 그것이 뇌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에

 

저는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냥 받으라고요! 아아, 언니는 대체 이 답답함을 어떻게 참으시는 걸까요……!?

 

“하지만 제가 특별히 준비한 건데…….”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은 다 하셨습니까? 슬슬 업무에 복귀해야 하므로 전 이만.”

 

“네…….”


주인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가셨습니다.

 

저는 참지 못하고 그 뒤를 쫓아가, 주인님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습니다.

 

“주인님, 그냥 나가 죽으세요.”


“확실히 지금 오르카 호에서 나가면 익사하겠죠.”


“그게 아니라, 진짜 그냥……아뇨, 됐어요. 설명하려는 제가 멍청이죠.”


가엾은 아르망……어쩌다 이런 바보를 좋아하게 돼서 그 고생을 하는 걸까요.

 

“주인님, 지금 당장 돌아가서 이렇게 말씀하세요. 아르망 네가 준 선물 받을게.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참 쉽죠? 어서 가서 하세요.”

 

“안 됩니다. 선물을 받는 것은 뇌물로 해석-”


“아무도 그렇게 해석 안 하거든요! 맞으실래요? 네? 주인님, 맞고 싶으세요?”


“폭력은 좋지 않습니다. 아야, 아픕니다. 바닐라 A1, 폭력을 멈춰주십시오.”

 

저는 주인님을 두고 슬쩍 식당 안을 보았습니다.

 

아아, 역시나……아르망은 자리에 앉아 훌쩍훌쩍 울고 있었습니다.

 

“후우……주인님, 여자가 남자한테 선물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모릅니다.”


“그 선물을 쓸 때마다 자길 기억해주길 바라는 거예요. 특히 아르망처럼

 

소심하고 낯가림 심한 아이가 선물을 준다는 건 그 의미가 더 깊은 거라고요.”

 

“저는 항상 아르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그 뜻이 아니라! 아아악! 진짜 주인님 뇌엔 일이랑 효율 말고 아무것도 없나요!?”

 

“뇌는 뉴런 세포와 뇌수 등으로 구성됩니다.”


“그냥 죽으세요. 네? 제발 죽어주세요. 아니며 제가 답답해서 먼저 죽을 것 같아요.”


대체 이 바보 주인님이 이해하게 하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저는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마침내 답을 냈습니다.

 

“주인님, 아르망은 주인님의 전투 부관이죠?”
 
“그렇습니다.”


“그럼 두 사람 간의 신뢰를 쌓는 건 매우 중요한 업무겠죠?”


“맞습니다.”


“좋아요. 가서 선물을 받고 고맙다고 말하면 그 신뢰도가 오를 거예요.

 

이 모든 게 다 일이라고요. 부대원간의 신뢰를 쌓는 것도 다 일입니다. 이해하셨죠?”

 

“……과연.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가져올 게 있으니 잠깐 기다려주시길.”

 

“잠……! 어디 가시는 거예요?!”

 

도망쳤어요!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는데도 도망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기다리라고 했으니 기다리긴 하겠지만…….

 

잠시 후, 주인님이 무언가를 들고 돌아오셨습니다.

 

“뭔가요, 그건?”


“선물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후, 주인님께선 식당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르망 추기경,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네……?”

 

“당신의 선물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그리고 주인님께서 가져온 물건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리본……이네요. 이런 건 예측하지 못했는데.”


“오해하시는 것 같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한 순간도 당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을 비롯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제가 누군가를 편애하는 것은 부대의 단합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선물을 거절했던 겁니다만……이번만은 예외로 두겠습니다.”

 

주인님이 아르망의 머리에 리본을 달아줬습니다.

 

빨간색에 작은 금색 장식이 달린 리본은, 그녀와 잘 어울렸습니다.

 

“사실 전 선물 받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저도 이번만은 예외로 둘게요.”


주섬주섬, 아르망이 리본이 달린 회중시계를 꺼내 건네주었습니다.

 

“저와 함께한 그 모든 시간에,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을 기념하며.

 

언제나 시간을 소중히 여기시는 폐하를 위해 이걸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전 많은 걸 예측하지만, 역시 폐하의 마음만큼은 예측하지 못하겠어요.

 

……사실 그런 점이 제일 좋은 거지만요.”

 

저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슬 자리를 떠났습니다.

 

하여간 주인님은, 손이 많이 가는 분이십니다.

 

 

 



 

 

 

21.

 

“……주인님, 하반신에 차고 있는 게 대체 뭡니까?”


“기저귀입니다.”


“아뇨, 그건 저도 알겠는데……그러니까 왜 기저귀를 차고 계신 겁니까?”

 

“화장실에 갈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간식을 드리려고 침실에 들렸는데, 어째서인지 주인님께선 기저귀만 찬 채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눈을 뽑고 싶어졌습니다.

 

“언니…….”


“바닐라, 그만두렴. 뭐라고 말씀드려도 아무 소용없다는 거 알지?”

 

어제 살짝 주인님에 대한 제 평가가 올랐는데, 그게 다시 나락으로 처박혔습니다.

 

“그나저나 상당히 편리하군요. 그렇지, 이 기저귀를 모두한테 보급하는 건-”


“언니, 잠깐 나가있으세요. 죽고 싶지 않으시면 말이죠.”


“고마워, 바닐라…….”


“잠깐. 그 몽둥이는 뭡니까? 바닐라 A1, 폭력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폭력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는 말이죠, 그냥 폭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랍니다.”

 

“기, 기다려주십시오…….”

 

“싫어요.”


저는 오늘, 또 한 가지 사실을 배웠습니다.

 

주인님을 설득하려면 논리적으로 말해야 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냥 폭력으로 말을 듣게 만드는 게 편하다는 것을.

 

 

 

 

 

 

 

 

 

 

 

 

바닐라는 사실 사령관을 제일 걱정해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사령관도 그걸 알아서 욕하고 때려도 딱히 뭐라고 하진 않는다

그리고 아르망은 사령관의 전투 부관이라, 사령관이 직접 지휘할 때 옆에서 보조한다

둘이서 지휘했을 때 철의 왕자를 노 데미지 21분컷 한 것으로 유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