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기만하던 어느날 오르카호에 큰일이 발생했다. 철충 토벌을 위해 출격 나갔던 흐레스벨그가 머리와 온몸에서 피를 잔뜩 흘린채 수복실로 실려온 것이다.

   

   

“큰일이야! 소대장이 철충한테 크게 당해버렸어. 빨리좀 구해줘!”

   

   

“헉!!! 상태가 너무 심각하잖아요! 어쩌다 이렇게 된거에요?”

   

   

“모모를 공격하려던 철충의 공격을 소대장이 온몸으로 막아서 이렇게 됐대. 소대장좀 제발 살려줘!”

   

   

“알겠습니다. 의료팀을 당장 불러서 수술하겠습니다. 흐레스벨그님은 꼭 살릴게요!”

   

   

큰 상처를 입은 흐레스벨그는 8시간이나 되는 긴 수술을 받은 끝에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흐레스벨그는 수술이 끝난 뒤 하루가 지나도록 침대에 누워서 눈을 뜨지 않았다. 그런 흐레스벨그의 침대 옆에는 걱정스러움 표정을 한 모모와 블랙하운드가 앉아있었다. 

   

   

“ 흐레스벨그님... 깨어나시기는 하겠죠? 괜히 저 때문에 이렇게 크게 다쳐가지고..”

   

   

“모모님 탓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세요. 분명 곧있으면 건강한 모습으로 깨어날거에요.”

   

   

“얘들아 어때? 소대장이 눈을 뜬거같아?”

   

   

“아니. 아직도 반응이 없어. 언제쯤 눈을 뜰까...”

   

   

(꿈틀꿈틀)

   

   

“!! 다들 보셨나요? 흐레스벨그님이 몸을 움직였어요!”

   

   

“정말요? 앗, 소대장이 눈을 떴어!”

   

   

“...여기가 어디죠? 제가 왜 수복실 침대에 누워있는건지 모르겠군요.”

   

   

“소대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일어났구나! 죽는거 아닌가 엄청 걱정했어!”

   

   

“왜 울고 그러십니까. 제가 죽기는 왜 죽어요. 그리폰이 울다니 그동안 뭔가 큰일이라도 있었나요?”

   

   

“흐레스벨그님이 깨어나셔서 다행이에요. 안 깨어나는건 아닌가 엄청 걱정했어요.” (삐리리리...)

   

   

흐레스벨그가 깨어나서 다들 안심하던 때에 모모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본 모모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앗, 오드리님이 이걸 벌써 만드셨나보네? 저 잠깐 어디 다녀올테니까 블랙하운드님하고 그리폰님이 흐레스벨그님좀 마저 보살펴주고 계세요!”

   

   

말을 마친 모모는 수복실 밖으로 나갔다. 흐레스벨그는 아리송한 눈으로 나가는 모모를 바라봤다.

   

   

“...근데 방금 저분은 누구죠? 저희 대원도 아니신 분이 여기 왜 계시는건지.”

   

   

“어? 갑자기 무슨 이상한 소리야. 소대장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매지컬 모모잖아.”

   

   

“매지컬 모모? 이름부터 유치하군요. 죄송하지만 그게 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 뭔가 이상한거 같은데... 소대장, 우리들 이름은 기억하지?”

   

   

“소대원들의 이름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말썽쟁이 리더 전대장, 똑똑이 하르페, 천사 블하, 귀염둥이 린티, 츤데레 그리폰.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방금 봤던 분홍머리는 누구인지 기억나?”

   

   

“아니요. 아까도 말했지만 처음보는 분입니다. 혹시 새로 저희 부대에 들어오신 분인가요?”

   

   

“....”

   

   

“무슨 일이야? 헉, 흐레스벨그 언니가 깨어났잖아! 몸은 괜찮아?”

   

   

“닥터 오셨군요. 제 몸 말씀이십니까?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근데 제가 다치기라도 했었나요? 이상하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는군요.”

   

   

“겉보기엔 별 문제 없는거같아서 다행이네. 근데 블하언니랑 그리폰언니 표정이 왜 이렇게 안좋아?”

   

   

“닥터, 뭔가 이상해. 소대장이 우리는 모두는 기억하는데 이상하게 모모님만 누구인지 기억 못하고있어.”

   

   

“뭐라고? 한번 검사좀 해봐야겠어.”

   

   

   

   

“흐레스벨그언니는 저번에 철충한테 머리를 다친 이후로 기억상실증이 온 모양이야. 그래서 모모언니를 전혀 기억하지 못 하는거같아.”

   

   

“기억상실증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야. 나랑 그리폰은 잘 알아봤잖아.”

   

   

“기억상실증이라고 무조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건 아니야. 대부분은 기억하지만 특정한 무언가만 완전히 잊어버리는 기억상실증도 존재해. 지금 흐레스벨그 언니가 그런 상태야. 언니는 지금 다른건 전부 기억하고있지만, 매지컬 모모에 관한것들은 완전히 잊어버린 모양이야.”

   

   

“그럼 모모를 잊어버린 것 말고는 다른 문제는 없어?”

   

   

“어. 그거말고는 모든게 정상적이야. 수술 받았을 때보다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된 상황이라 조금더 상황을 지켜보고 퇴원해도 괜찮을 정도야.”

   

   

“알겠습니다.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서 다른 소대원들도 보고싶군요.”

   

   

“그런데 괜찮을까? 아무리 소대장이 다른건 멀쩡하다고 해도,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모모를 잊어버렸잖아.”

   

   

   

   

<목발을 짚고 스카이나이츠 숙소로 돌아온 흐레스벨그>

   

   

“으에엥!! 소대장이 죽는건 아닌가 하고 엄청 걱정했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제가 죽기는 왜 죽습니까? 소대원들이 아직 있는데 저 혼자 먼저 떠날수는 없죠.”

   

   

“전대장, 불길하게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아무튼 잘 치료되서 다행이야. 지금 별 문제 없는거 맞지?”

   

   

“어. 지금은 목발을 하고 있긴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금방 회복될거래. 그런데 딱 하나 이상해진게 있어.”

   

   

“뭐가 이상해졌는데?”

   

   

“뭐야, 제 침대 옆에 이상한 인형이 있군요. 이런게 왜 여기있는거죠?”

   

   

흐레스벨그는 침대 옆에 놓여진 매지컬 모모 피규어를 들고 유심히 살펴본 뒤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이거 누가 가져다놓은겁니까? 제 자리에서 얼른 가져가주세요. 이런 유치해보이는게 왜 여기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응??? 지금 무슨 소리야. 그거 소대장이 가져다놓은 피규어잖아! 소대장이 제일 좋아하는 매지컬 모모를 왜 못 알아봐?”

   

   

“전대장. 내가 말했던 이상해졌다는게 저거야. 소대장이 다른건 전부 기억하고있는데, 모모에 관한건 모조리 전부 잊어버렸대.”

   

   

“뭐라고? 엄청 심각한 일이잖아! 소대장이 모모를 잊어버려?”

   

   

“이 인형 주인 없는겁니까? 그렇다면 버려야겠군요. 뭐야. 내 사물함에도 이상하고 유치한것들이 잔뜩 있네. 나는 넣은 기억이 없는데 이것들이 왜 여기있는거야? 전부 버려야겠다.”

   

   

흐레스벨그는 커다란 마대자루를 꺼낸 뒤, 사물함에 있던 매지컬 모모 요술봉, 모모 티셔츠, 각종 모모스티커, 모모의 친필 싸인이 있는 극장판 비디오테이프등등 수많은 것들을 마대자루에 담기 시작했다.

   

   

“잠깐, 소대장 멈춰봐! 그걸 왜 버려? 소대장은 기억 못할지 모르겠지만, 저것들은 소대장이 참치를 엄청나게 써가면서 모은 보물들이야!”

   

   

“제가 이런 유치한것들을 모을 리가 없잖습니까. 괜히 자리만 차지하는 이것들은 버리는게 나아요.”

   

   

흐레스벨그가 각종 모모굿즈들을 마대자루 안으로 버리고 있을 때, 손에 무언가를 든 모모가 스카이나이츠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아, 흐레스벨그님 여기 있었네요. 그새 퇴원하셨군요?”

   

   

“어라? 아까 봤던분이잖아. 당신은 누군데 왜 이곳에 온거죠?”

   

   

“네? 저 모모잖아요. 그보다 지금 뭐하는거에요? 모모스티커랑 모모티셔츠를 버리는거에요?”

   

   

“그러고보니 제가 버리고 있는 것들에 당신의 얼굴이 그려져있군요. 설마 당신이 이것들을 제 사물함에 넣어둔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없잖아. 모모, 잠깐 밖으로 나와봐.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줄게.”

   

   

그리폰은 모모를 데리고 숙소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는 사이 모든 것을 버린 흐레스벨그는 마대자루를 묶기 시작했다.

   

   

“소대장 진짜로 그거 버리게? 정말로 모모가 뭔지 기억 안나는거야?”

   

   

“아니, 제가 모른다는데 왜 자꾸 버리는걸 말리는겁니까? 마마인가 뭔가 하는건 하나도 기억 안난다니까요. 이 유치한것들은 얼른 버리고 와야겠습니다.”

   

   

“잠깐! 방금 수술 끝내고왔으니까 무리하지마. 내가 버리고 올테니까 소대장은 여기서 쉬고있어.”

   

   

하르페이아는 커다란 마대자루를 들고 숙소의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리폰의 말을 듣는 모모가 있었다.

   

   

“세상에, 그때 일 때문에 기억상실에 걸려버렸다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저 말고는 잊어버린게 없어서요.”

   

   

“근데 모모 너 뭘 들고온거야?”

   

   

“흐레스벨그님이 저 대신에 다친거잖아요. 그게 너무 죄송해서 깨어나면 드리려고 준비했던 선물이에요. 근데 저를 잊어버리셨으니 이제는 필요 없으려나... 앗, 하르페이아님 뭘 가져가시는거에요?”

   

   

“소대장이 버리려고 하는 모모굿즈들이야. 매지컬 모모가 기억도 안나니까 이것들은 전부 버리겠대.”

   

   

모모는 하르페이아가 무거운 마대자루를 끌고 복도저편으로 사라지는걸 계속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매지컬 모모의 팬 한명이 사라져버렸네...”

   

   

   

   

   

   

퇴원을 한 흐레스벨그는 숙소의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식당으로 가고, 씻을 시간이 되면 도움을 받고 샤워장으로 갔다. 그 외의 시간에는 항상 침대에 누워서 멍하게 시간만 보냈다.

   

   

“.......”

   

   

“소대장. 자는것도 아닌데 왜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보고있어? 다른건 안해?”

   

   

“모르겠습니다. 뭔가 공허해요. 무언가 하고싶은게 있었던거 같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누운 채로 내가 뭘 잊어버렸던건지 계속 생각하는거에요.”

   

   

“매지컬 모모 애니메이션 보라니까? 소대장은 그걸 잊어버린거야. 평소에는 그거 맨날 봤잖아.”

   

   

“모모 얘기좀 그만 하십시오! 소대원들이 하도 그 얘기를 하길래 뭔가하고 찾아봤더니, 모모라는게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더라고요. 저보고 왜 그런 유치한걸 보라는 말입니까? 지겨우니까 그만 말하세요.”

   

   

“...미안. 그럼 할거 없으면 산책이라도 해봐. 계속 여기에 있는 것 보다는 그편이 훨씬나을거야.”

   

   

“그래요. 너무 따분해서 견딜수가 없군요. 복도라도 몇바퀴 돌아줘야겠습니다.”

   

   

“내가 부축해줄까?”

   

   

“아니요. 혼자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흐레스벨그는 목발을 짚고 숙소 밖으로 나온뒤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생각했다.

   

   

“너무 지루해... 왜 이렇게 지루한거지? 평소의 나는 쉴 때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네. 매지컬 모모라고 했나? 내가 그런 유치한걸 볼 리가 없잖아. 소대원들이 그냥 나를 놀리려고 그걸 추천하는게 분명해.”

   

   

“자, 어린이 여러분! 모모와 함께 마법의 세상으로 떠날 준비 되셨나요?”

   

“네!!!”

   

   

흐레스벨그는 하염없이 복도를 걷다가 열린 문 안쪽에서 모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으윽, 뭐야. 모모생각을 하니 정말로 저녀석이 있는곳에 와버렸네.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겠다. 유치한것들이랑 엮이기 싫어.”

   

   

“자, 그럼 다같이 매지컬 모모 주제가를 불러볼까요?”

   

   

“용감한 마법소녀 모모. 슬프고 힘든 일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고 해도...”

   

   

“...가로막는다고 해도 사랑의 힘으로 해치우리라. 우리는 악에 굴복하지 않아.”

   

   

‘뭐야! 난 저 노래를 모르는데 어떻게 정확히 따라부른거지?’

   

   

“다들 잘 부르셨어요! 마법의 세상으로 오신 어린이 여러분들, 안전교육 놀이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을 하나 할게요. 복도를 걷고 있다가 불이 난 것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하죠?”

   

   

“정답! 기름을 더 부은 뒤 불타는 것을 신나게 구경한다!”

   

   

“땡~ 틀렸어요. 그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요! 위험한 대답을 하셨으니 LRL양은 매지컬 간지럼을 받으세요!” 

   

   

“으하하, 잘못했어!”

   

   

“다른분들도 아무거나 말해보세요! 불이 났을 땐 어떻게 해야하죠?”

   

   

“저요! 큰 소리로 불이 난걸 알린 다음에 근처의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킨다.”

   

   

“딩동댕~★ 안드바리양이 맞추셨어요! 맞추신 상으로 모모스티커를 드릴게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어린이 안전교육 놀이수업을 시작할게요!”

   

   

“...”

   

   

모모는 방 안에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아주 열정적으로 놀이수업을 하고 있었다. 흐레스벨그는 열린 문 너머로 모모가 아이들에게 수업 하는것을 계속 바라봤다. 1시간정도가 지나서 모모는 안전교육을 하는걸 끝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수업을 열심히 들은 여러분들에게 상으로 모모스티커를 드릴게요. 오늘 배운 안전수칙을 절대 잊지 마시고 꼭 기억했다가 위급한 상황에 꼭 사용해주세요~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재밌는 색종이 놀이를 할테니 오는거 잊지 마시고요. 그럼 다들 안녕~”

   

   

“안녕~~~”

   

   

아이들은 모모에게 인사를 한뒤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자 모모는 한숨을 푹 내쉰 뒤 어린이 교육을 한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힘들다... 말도 너무 많이해서 목도 아프고. 얼른 치우고 돌아가서 쉬어야지. 내일도 해야할게 많으니까.”

   

   

“이봐요 당신. 1시간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라? 흐레스벨그님이잖아요? 여긴 무슨 일이세요?”

   

   

“지나가는길에 우연히 들렀다가 안전교육하는걸 전부 보게되었습니다. 1시간동안 하이텐션을 유지하면서 아이들을 대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힘든 기색도 안내고 웃으면서 수업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시군요. 돌아가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모두 당신의 에너지를 받고 행복한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잠깐만요! 제 수업을 다 들으신건가요?”

   

   

“왜요. 수강료가 따로 있어서 엿들으면 안되는거였나요?”

   

   

“아니요. 모모스티커를 드리려고요. 수업들은 어린이들한테 전부 주는거에요. 흐레스벨그님이 어린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수업을 다 들으셨다니까 주는거에요. 여기요!”

   

   

모모는 흐레스벨그에게 모모스티커 한 개를 내밀었다. 그걸 보고 망설이던 흐레스벨그는 스티커를 받은 뒤 매우 자연스럽게 가슴팍에다가 스티커를 붙였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색종이놀이를 하신다고 하셨죠? 그때도 오늘처럼 멋지게 수업 하길 바라겠습니다.”

   

   

“네. 응원 감사합니다. 저의 수업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흐레스벨그는 목발을 짚고 천천히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냥 유치한 마법소녀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인물이었어."

   


   

   

“소대장 왔어? 헉, 옷에 붙인 그거 뭐야? 아까는 모모가 싫다면서 그 스티커는 왜 붙인거야?”

   

   

“이 스티커 말씀이십니까? 그냥 어쩌다보니 받게 된겁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흐레스벨그는 목발을 내려놓은 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용감한 마법소녀 모모. 슬프고 힘든 일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고 해도 사랑의 힘으로 해치우리라. 우리는 악에 굴복하지 않아....”

   

   

“모모라는건 대체 뭘까? 그러고보니 소대원들도 모모를 다 알고있고, 내 사물함에도 모모 관련 물건들이 잔뜩 있었지. 게다가 진짜 모모라는분도 내 앞에 자꾸 나타나고...”

   

   

“너무 생각이 복잡하다. 멍하니 있지만 말고 한숨 자다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겠지. 린티! 저 잘거니까 깨우지 마세요.”

   

   

“뭐? 아직 5시밖에 안됐잖아. 저녁은 안먹어?”

   

   

“안 먹을겁니다. 어짜피 배고프지도 않아요.”

   

   

흐레스벨그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눈을 감은 뒤 옷에 붙인 모모스티커를 슬쩍 만졌다. 오랬동안 뒤척이던 흐레스벨그는 몇십분 뒤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으아, 철충의 공격들이 갑자기 거세졌어요. 이대로 가다간....

   

  

얼른 피하죠! 구조요청을 보내놨으니 다른팀에서 도와주러 올겁니다.

   

   

   

   

안돼! 저 공격이면 모모님이 그대로 당해버릴거야. 제가 공격으로부터 모모님을 지켜드릴게요!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아앗!!

   

   

쾅!!!

   

   

흐레스벨그님, 괜찮으세요? 아, 마침 구조팀이 왔다. 얼른 도와주세요!

   

   

   

   

   

흑... 흑... 

   

   

흐레스벨그님... 왜 저대신 공격을 맞으신거에요... 

   

   

   

   

   

   

   

   

   

   

   

   

“........모모?”

   

   

“방금 꿈에서 모모가 나왔던거 같은데, 무슨 꿈이었지? 근데 지금이 몇시야...”

   

   

“새벽 5시? 거의 12시간을 자버렸네. 저녁을 안먹고 자서 그런가 엄청 배고프잖아.... 매점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이시간이면 분명 열었을거야.”

   

   

흐레스벨그는 목발을 짚고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모두가 자고있는 스카이나이츠 숙소를 빠져나왔다. 어둡고 조용한 복도를 한참동안 걸어가던 흐레스벨그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들었다.

   

   

“용감한 마법소녀 모모. 슬프고 힘든 일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고 해도 사랑의 힘으로 해치우리라. 우리는 악에 굴복하지 않아~”


   

   

“이 노래는?”

   

   

흐레스벨그는 소리를 따라서 복도를 계속 걸었다. 마침내 모모스티커가 잔뜩 붙어있는 문 앞에 도착했다. 흐레스벨그가 문을 슬쩍 열자, 색종이에 가위질을 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모모가 보였다.

   

   

“♪♩♬♩~”

   

   

“어라, 당신 안자고 뭐하시는겁니까?”

   

   

“으아, 깜짝이야. 아악!”

   

   

갑작스러운 흐레스벨그의 등장에 놀란 모모는 가위에 손가락이 베어버렸다. 곧 모모의 손가락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앗, 죄송합니다! 제가 놀래켜버린 모양이군요. 얼른 치료 합시다. 반창코가 어디있지...”

   

   

“왼쪽 서랍안에 있어요. 거기서 꺼낼게요.”

   

   

“제가 대신 꺼내드리겠습니다. 여기 있는거 맞죠? 어라, 이건...”

   

   

흐레스벨그는 반창코를 찾기 위해 모모의 서랍을 열고 뒤지다가 자신의 이름이 써있는 예쁜 옷을 발견했다. 흐레스벨그는 그 옷을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건 매지컬 모모 극장판 4기에서 나왔던 사복 모모의 옷이랑 똑같은데...”

   

   

“아, 그 옷을 발견하셨네요?”

   

   

“아 맞다! 반창코를 찾는 중이었지? 마저 찾아드리겠습니다.”

   

   

흐레스벨그는 옷을 내려놓고 마저 서랍을 뒤져서 반창코를 꺼냈다. 그리고 모모에게 다가가 손에 반창코를 붙여줬다.

   

   

“저... 흐레스벨그님. 방금 그 옷이 뭔지 기억이 나시는건가요? 아까 극장판 4기라고 말하셨던거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뭔가 기억이 날거 같기도한데, 잘 모르겠군요. 근데 방금 그 옷은 뭐길래 제 이름이 써있는건가요?”

   

   

“그 옷, 흐레스벨그님을 위해 준비했던 선물이에요.” 

   

   

“이게 저를 위한 선물?”

   

   

“네. 흐레스벨그님이 저를 지키다가 철충의 공격을 받아서 수술도 받고, 지금도 목발을 집고 계시잖아요. 그게 너무 죄송해서, 오드리님한테 부탁하고 옷을 한 벌 만들었거든요. 흐레스벨그님은 평소에 매지컬 모모를 좋아하셨으니까, 그걸 받으면 분명 기뻐져서 수술의 아픔도 금방 잊어버릴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흐레스벨그님이 모모를 완전히 잊어리고, 모모스티커랑 다른것도 버리시길래 그 옷도 버릴까봐 안주고 그냥 놔뒀던거에요.”

   

   

“제가 당신을 지켜요? 잠깐, 뭔가 떠오를거같은데...”

   



     


              


         

   

   

“...”

   



             


      

   

   

“...?!”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뛰쳐나갔다)

   

   

“앗, 흐레스벨그님! 어디 가시는거에요!”

   

   

모모가 급히 흐레스벨그를 따라 복도로 나갔지만 이미 흐레스벨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모모는 혹시나 하고 스카이나이츠숙소에 가봤지만 거기에도 흐레스벨그는 없었다.

   

   

“여러분 큰일났어요! 흐레스벨그님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음냐음냐... 뭐? 소대장이 사라졌다고?”

   

   

“어라, 진짜 소대장이 없어! 어디간거야?”

   

   

“모르겠어요. 흐레스벨그님이 소리지르면서 복도를 뛰어가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어요!”

   

   

“다리도 아픈 녀석이 왜 뛰어다니는거야. 린티 일어나! 소대장이 사라졌대!”

   

   

갑작스러운 새벽에 스카이나이츠와 모모는 오르카호를 뒤지며 사라진 흐레스벨그를 찾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수색한 끝에 오르카 쓰레기장에서 흐레스벨그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오르카 쓰레기장>

   

   

“내가 미쳤지! 매지컬 모모가 유치하다면서 그 보물같은 것들을 전부 버리다니! 설마 이미 처리했으려나? 그러면 절대로 안돼!”

   

   

“소대장 여기 있었네. 왜 쓰레기를 뒤지는거야! 더러우니까 얼른 나와.”

   

   

“안돼요! 저의 소중한 Magical MoMo 굿즈들을 되찾기전에는 절대로 못갑니다! 분명 아직 여기 있을거야... 아니, 여기 있어야만 해!”

   

   

“모모 굿즈라고? 설마... 모모를 다시 떠올린거야??”

   

   

“제 소중한 모모를 잊어버릴 리가 없죠. 이 많은 쓰레기들 중에서 왜 나의 모모굿즈가 안보이는거야!”

   

   

“소대장이 여기있다며! 대체 무슨 일이야?”

   

   

“그게, 소대장이 모모를 다시 떠올렸대! 그래서 며칠전에 버렸던 모모굿즈를 다시 찾기 위해 저걸 뒤지는거같아.”

   

   

하르페이아가 온것을 발견한 흐레스벨그는 쓰레기더미에서 내려와 하르페에게 달려갔다.

   

   

“하르페 오셨군요. 그때 그 마대자루 여기에 버리신거 맞죠? 설마 바다에다가 그냥 투하시킨건 아니죠? 왜 그게 안보이는거에요!”

   

   

“소대장. 나 애초에 그 모모굿즈 버리지 않았어.”

   

   

“네?”

   

   

“그 마대자루는 도서관창고에 있어. 혹시나 소대장이 모모에 대한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면 소대장이 지금처럼 난리칠게 뻔해서 일부러 안버리고 놔둔거야.” 

   

   

“그나저나 모모를 다시 기억해냈다니 잘됐다. 모모가 유치하다면서 평소의 취미생활도 안하고 기운없이 침대에 누워있던 소대장이 너무 안쓰러워보였거든. 이젠 모모를 보고 다시 기운넘치는 소대장으로 돌아오겠네?”

   

   

“내 보물들이 무사하다니... 정말 다행이군요.”

   

   

흐레스벨그는 힘이 풀려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곧 모모가 헐레벌떡 쓰레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흐레스벨그님 여기는 왜 오신거에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사라지셔서 놀랐잖아요.”

   

   

“...아니야. 내 보물들보다 모모님이 무사한 것이 훨씬 다행이야.”

   

   

“모모, 희소식이야. 소대장이 너가 누구인지 기억이났대!”

   

   

“정말요? 제가 누구인지 기억나신건가요?”

   

   

“그럼요. 이 시대 최고의 마법소녀 모모님 아닙니까. 드디어 기억이 났습니다. 기억이 없는 동안 모모님 앞에서 굿즈를 버리는 등 무례한 모습을 보여드린것같아 죄송하군요.”

   

   

“....흐레스벨그님. 기억이 돌아오신 김에 하나만 물어볼게요. 왜 저번에 철충의 공격으로부터 저를 지켜주신건가요? 그저 흐레스벨그님이 매지컬 모모의 팬이라서 저를 지켜준거라면,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는데...”

   

   

“저는 매지컬 모모의 팬이기 때문에 모모님을 지킨 것이 아닙니다. 모모님이 오르카호의 꿈과 희망과 웃음을 책임지는 마법소녀이기 때문에 지켜드린겁니다.” 

   

   

“모모님은 철충토벌 말고도 아이들의 동심을 살려주는 매지컬 수업 해주기, 지친 사령관님에게 찾아가 응원의 동요부르기, 우울한 대원들에게 다가가 위로해주고 긍정정인 에너지를 전해주기 등등을 하며 오르카 식구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시는 분 아닙니까? 모모님 덕분에 지금 힘든 전쟁중임에도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있어요. 저는 모모님이 지금처럼 우리모두의 웃음을 지킬 수 있도록 당신을 지켜드린겁니다. 저는 그때의 선택에 한점의 후회도 없어요.”

   

   

“그러시구나...”

   

   

“그러면 뭐해. 우리가 슬퍼할뻔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다음부턴 제발 몸좀 사려.”

   

   

“알겠습니다. 으아... 쓰레기장을 뒤졌더니 온몸에서 냄새가 나는군요. 얼른 씻고 와야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씻는거 도와드릴게요. 지금 다리도 아프시니까 혼자 씻는거 불편하실거 아니에요.”

   

   

“모모님이 저를?? 감사합니다!”

   

   

“그리고 씻으신 후엔, 아까 보신 매지컬 모모 극장판 4기의 사복 모모의 옷을 입어보세요. 괜찮으시죠?”

   

   

“물론이죠. 아까 그 옷, 잠깐 봤는데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모님께서 주신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럼, 소대장 잘 씻고와. 우린 도서관창고에서 소대장의 보물을 가져올게.”

   

   

하르페이아와 다른 무리들은 소대장의 모모굿즈를 찾으러 도서관으로 떠났고, 흐레스벨그는 모모의 부축을 받으면서 힘겹게 샤워장으로 걸어갔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 오후에 아이들하고 색종이놀이 할건데 흐레스벨그님도 오실래요? 만약 오신다면 저번처럼 모모스티커를 또 드릴게요!”

   

   

“네. 모모님에게 받은 그 옷을 입고 참가하겠습니다. 제 엄청난 색종이실력을 보여드리죠. 아, 창밖좀 보세요. 벌써 해가 뜨고있습니다.”

   

   

“우와, 일출은 오랜만에 보는거같아요. 우리 잠깐 이것좀 보다 갈까요?”

   

   

“그럽시다.”

   

   

모모와 흐레스벨그는 자리에 멈춰서 창문 너머의 일출을 바라봤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던 모모가 입을 열었다.

   

   

“흐레스벨그님. 저를 지켜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우리, 앞으로도 오르카호의 동료로써 열심히 철충과 싸워봐요.”

   

   

“네. 매지컬파워로 함께 나쁜 철충들을 모조리 물리쳐버립시다. 그나저나 얼른 샤워실로 가죠. 다른 분들이 일어나셔서 자리가 금방 찰겁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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