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쓴 사령관_1화

매크로 쓴 사령관_2화

매크로 쓴 사령관_3화

매크로 쓴 사령관_4화

매크로 쓴 사령관_5화

매크로 쓴 사령관_6화

매크로 쓴 사령관_7화

매크로 쓴 사령관_8화

매크로 쓴 사령관_9화

매크로 쓴 사령관_10화

매크로 쓴 사령관_11화

매크로 쓴 사령관_12화


“읍-! 읍-!! 읍-!!!”


“그… 자기소개가 아직이지? 에이~ 너무 걱정하지 마. 괜찮아, 괜찮아. 나만 믿으라니까?”


으구굽~!!!


어유, 무서워라. 뭔 말을 못 붙이겠네.


아, 입을 못 열지.


“못생긴 건 외면뿐이라 생각했건만 내면도 비열하기 짝이 없네요.”


“이럴 땐 솔직하게 임기응변에 탁월하다 해줘.”


“…”


이상하다. 그렇게 고개 돌려버리면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구, 바닐라.


“내면은 비열, 음침, 사악… 외면은 못생기고 추악하고…”


우리 알비스는 아까부터 뭘 저렇게 열심히 적고 있는 걸까.


“알비스. 요즘은 그렇게 길게 안 적어. 간단하게 3줄 요약이 대세란다?”


“못생긴 인간은 비열하다… 간악한 인간은 졸렬하다… 악독한 인간은-”


오르카 호에 작가 지망생이 이리도 많다니.


“장화야~ 얼굴 풀어~ 에이,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래? 그야 당연히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농담이었지~”


『누추하신 분께선 설마 신의조차 없는 옹졸한 성격은 아니겠지요?』


“난 한 입으로 두말 안 해.”


읍-!! 으읍~!!!


그래, 그래. 나중에 많이 놀아줄게.


그보다 우선은-


“사령관, 잠시 시간 괜찮습니까?”


마리를 다시 만난 건 반가운 일이지만 글쎄.


싫은 건 아니고… 약간 어색하달까.


***


“…예?”


“말 그대로야. 마리는 마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도록 해.”


무언갈 강요할 성격은 아니거든. 그럴 처지도 아니고.


“솔직히 말할게. 지금 난 내 문제로도 머리가 지끈거려서 마리네가 뭘 하든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정말이다. 프레데터를 혼자 두 짝 낸 거에 절대 쫄은 거 아니다.


“알아,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이번엔 숨지 않으려고. 별 볼 일 없는 소인배가 남들 눈치만 살핀다 생각해도 좋아. 도움 안 되는 것도 잘 알고 있고~”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스트레스로 머리가 하얘질 것 같거든.


“재미없는 이야긴 여기까지! 얼른 안 가면 또 바닐라한테 혼나니까 난 이만 돌아갈게!”


좋아. 좀 비굴했지만 사나이의 진심이 담긴 멘트였어.


***


“변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질 나쁜 꿍꿍이라도 꾸미는 건지.”


멀어져가는 인간의 뒷모습을 바라본 마리가 고개를 돌려 뒤편으로 다가온 인물에게 질문한다.


“네 생각은 어떻지?”


“…”


조용히 다가온 금란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조그마한 입을 뗀다.


“군자의 자질은 부족하고 성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감았던 눈을 뜨자 따스함을 품은 호박색 눈동자가 빛을 낸다.


“하지만…”


“…”


마리는 금란의 다음 말을 듣고선 발걸음을 옮긴다.


***


“왔구나, 소인배 인간님. 소인배 인간님이 사라지니까 저기 까마귀 같은 AGS가 알비스를 계속 무섭게 째려봤어.”


“무슨 말을 그리 길게 하십니까, 소인배 인간님. 빨리 앞장서시죠.”


“읍- 읍- 으읍-” (용케 버리고 도망치지 않았네, 소인배 인간.)


이 새끼들 들었구나.


장화 넌 입에 문 재갈 안 풀어줄 거야. 없어도 말 잘하네.


『이 앞입니다. 준비하시죠, 소인배 인간.』


망할 치킨이.


***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란 게 뭔지 슬슬 말해주지 않겠습니까?』


“그래요, 얼른 입이나 열어봐요. …그만 토라져요!”


힝-


“철충에게 감염된 에너지 컨덴서… 아마 저것들이 로크의 애인에게 계속해서 동력을 주입할 거야.”


『애인이 아닙니다.』


아님 말고.


“마침 우리한테는 마리가 가져온 온전한 에너지 컨덴서가 하나 있으니- 저쪽보다도 먼저 우리 쪽으로 동력을 훔쳐버리자고.”


“어떻게요?”


후후훗. 원래는 정면돌파할 예정이었지만 마침 우리에겐 파워업한 마리가 있지.


“…제가 말입니까?”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아… 해보기야 하겠습니다만, 오래는 못 버팁니다. 명심하십시오.”


“충분해.”


마리의 에너지원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손에서 번개가 파직거리는 걸 보니 뭐 대충 비슷한 유형이겠지.


믿는다?


***


“우와아악~!! 알비스, 빨리 막아줘!”


“저리 가, 못생긴 인간님! 알비스 방패는 1인용이란 말이야!”


“이 상황에 그런 게 어딨어?! 옆으로 쫌만 비켜봐!”


으갸아아악~!


끄어아아악~!


호기롭게 전투에 돌입한 것도 잠시. 시설의 천장을 수놓듯 점멸하는 스파크 무리가 눈을 멀게 한다.


앙헬의 무덤을 폼으로만 지킨 게 아닌 모양이야. 중2병 대사 칠 짬은 있다 이거지?


“방해되니까 뒤로 빠져 있어요!”


“바닐라, 넌?!”


“토 달지 말고-!”


으억~!


바닐라의 고함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내 목덜미를 강하게 잡아챈다.


“ㄴ, 넌 또 뭔?!”


“뒤로 물러나시길. 곧 끝납니다.”


조용히 칼을 빼 드는 금란의 말대로 준비한 에너지 컨덴서 위로 손을 올린 마리의 전신에 푸른 스파크가 튄다.


눈앞의 사물이 색을 잃고 쓰러져가는 광경 속. 자신과 같은 모양새의 AGS에게 조용히 고개 숙이는 로크의 모습이 사로잡힌다.


“내 눈-?!”


그냥 감고 있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