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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뽀끄루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흐리멍텅한 두 눈을 간신히 뜨고 입꼬리로 침이 새어나오는 사령관을 보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초점 없는 동공과 머리에서 웅웅 거리는 검은색 뿔. 그녀는 가벼운 한 숨을 쉬며 이 사태가 벌어진 이유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뽀끄루는 아자즈에게 맡겼던 자신의 뿔을 찾아왔다. 오르카호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사실 백토만 모르고 있는) 대마왕의 최면 장비를. 그것까지는 좋았다. 그녀는 물건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통제하는 법도 파악하고 있엇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돌아가는 도중에 백토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극히 당연하게도, 그녀는 뽀끄루가 악의 무구 그 자체인 대마왕의 뿔을 들고 있는 것을 불경스럽게 여겼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인 뽀끄루가 다시 악의 길에 물드는 것을 한탄스럽게 여겼다.


“매지컬 뽀끄루... 아직 조금이나마 악의 기운이 남아 있구나...!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내가 매지컬 핑크 문라이트로 정화해줄테니!”


그렇게 시작된 촌극이었다. 오르카호의 복도에 톱날의 상흔들이 남고 뽀끄루는 연신 시티가드를 외쳤지만, 가여운 그녀를 도와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선택을 해야만했다. 숨어서 백토를 따돌릴 것인지, 아니면 맞서 싸워 죽을 것인지. 뽀끄루는 숨는 것을 선택하고는 가장 가까히 있는 문을 열고 숨을 죽였다.


자연스럽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눈물이 찔끔 새어 나온 그녀는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히잉... 사장님...”


“응? 뽀끄루? 무슨 일 있어?”


뽀꾹! 거리는 비명과 함께 뽀끄루는 등을 바로 세우며 주위를 빠르게 돌아보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가 도착한 숨어든 곳은 사령관실이라는 사실과 그녀를 향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사령관. 그는 자연스럽게 뽀끄루의 눈가의 묻어 있는 눈물 자국을 닦아주며 말했다.


“이번에도 백토한테 쫒긴거야?”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뽀끄루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진정시킨 사령관과 잠시 동안 피할 곳이 필요한 뽀끄루. 그 둘은 자연스럽게 티타임을 가지기로 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차 만한 것이 없었으니까. 물론 이런 훈훈한 이야기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언제나 세상은 변수 덩어리였다.


“이게... 아자즈가 고쳤다는 뿔이구나.”


호기심은 언제나 사건을 만든다. 사령관은 뿔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자연스럽게 머리에 써 보았다. 그것이 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말릴 틈도 없이 머리에 끼인 뿔은 굉장히 빛을 내며 사령관의 머리에 달라 붙었고 뽀끄루는 순간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정신이 들어 달려들었다. 물론 늦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이야기였다. 머릿속에서 정리를 한 번 마친 뽀끄루는 가여운 한 숨을 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행할 일이 굉장히 위험한 일인 것을 알고 있었다. 최면에 걸린 사령관을 마음대로 한다는 못된 마음이 꿈틀거렸다. 감정을 제어하려 했지만 욕망이 뒤덮인 마음은 손을 먼저 움직였다.


그래서 그녀는 본능대로 행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뻗은 두 손이 사령관을 품에 안았다. 쿨 계열의 향수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그와 함께 했었던 밤에 자주 맡았던 냄새였다. 그것을 생각하니 부끄러워 붉으스름해진 얼굴을 사령관의 어깨에 비비던 뽀끄루는 조금 더 선을 넘어보기로 했다.


“사... 사장님...?”


초점 없는 동공이 그녀를 향해 바라보았다. 그것에 흠칫 놀란 뽀끄루였지만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그의 옆에 앉아 중얼거렸다.


“쓰... 쓰다듬어주세요.”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큰 손이 뽀끄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최면에 걸려 있어도 본능적인 손의 움직임이었다. 뽀끄루는 기뻐서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사실 막을 생각도 없었다. 당분간 계속 이러고 싶었다. 밤에 안기는 사랑도 좋았지만 이런 순수한 사랑도 좋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조금 더 달라 붙었다.


“이... 이제는 손 잡아주세요.”


서로 맞잡은 깍지낀 손 사이에 따스함이 뭍어나왔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게슴츠레 눈을 뜨며 말했다.


“왜 사장님하고 같이 있으면 이렇게 편해지는걸까요?”


방금까지 쫒기던 불안함도, 언젠가 찾아올 결말도 그와 함께 있으면 잊을 수 있었다. 온전히 현재만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사령관은 사실 최면을 거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상한 상상을 하곤 했던 뽀끄루는 오늘도 그의 옆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헤실거렸다.


“저만의 사장님이었다면 좋을텐데. 하지만 그러면 안되겠죠?”


그녀는 눈을 감으며 가벼운 한 숨을 쉬었다. 안되는 것을 알지만 원했다. 이기적인 감정이었기에 숨기고 지냈다. 사실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독점욕은 인간의 본능이었으니까.


“확 대마왕 되어서 사장님을 뺏어버릴까요? 물론 그렇게 하면... 모모랑 백토가 슬퍼할텐데...”


골타리온은 좋아하겠네요. 그렇게 중얼거린 뽀끄루는 고개를 두어번 휘저었다. 그녀의 자랑인 금발이 찰랑거렸다.


“대신, 사장님의 아내는 어떨까요? 그거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어...?”


뽀끄루는 어느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령관에게 의구심과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동공은 조금 돌아온 상태였지만, 여전히 최면에 걸려 있는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과민 반응이라고 여긴 그녀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로 했다.


“기억 못하실테니... 이 정도는 봐주세요?”


부드러운 입술이 서로 맞 닿았다. 한 손으로 사령관의 볼에 손을 올렸던 뽀끄루는 천천히 손을 그의 머리 뒤로 움직였다. 그때 만큼은 전리품을 탐하는 대마왕처럼 격하게 사령관을 탐한 뽀끄루는 천천히 입을 떼며 머리의 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다음에는 꼭, 밤이 아니라 낮에 해볼게요!”


뽀끄루는 순간 아차 싶은 말에 제 스스로 놀라며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도리질을 해댔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 누군가가 들어오기 전에 재빠르게 사령관 실의 문을 열어 도망쳤다. 한 손에는 여전히 대마왕의 뿔이 들려있었다.


ㅡㅡㅡ


아자즈는 저 멀리 도망가는 뽀끄루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사령관실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그녀는 왜 뽀끄루가 그렇게 기를 쓰고 도망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동공이 풀려 있는 사령관에게 다가가 그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몇 번 튕기며 말했다.


“사령관. 일어나요.”


천천히 눈에서 생기가 돌아오는 사령관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관자놀이를 몇 번 누르다가 식어버린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하며 말했다.


“아자즈. 도데체 뭘 만든거야?”


“음... 뽀끄루 씨의 뿔에 세뇌 기능이 있더라고요? 그걸 한 번 응용해서 만들어본건데 이게 어떻게 작동하냐면 뇌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이 아닌 몸의 뉴런의 반응만을 파악해서...”


“간단하게 말해줄래?”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안 움직이는 물건이에요. 외부 명령에만 움직이는 생체 로봇이 되는거죠.”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내셨더구만.”


사령관은 가벼운 한 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턱을 괴고 뽀끄루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방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들이 모두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녀를 품에 안은 일. 머리를 쓰다듬은 일. 손을 잡은 일. 입을 맞춘 일. 모든 것이 전부. 그것을 생각하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그의 얼굴에는 이미 미소가 스며들어 있었다.


“사령관.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나. 웃고 있었어?"


"네."


“뭐. 그렇지. 참, 솔직하면서 솔직하지 못해.”


“뽀끄루 씨 이야기라면... 동의해요. 하지만 그건 사령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것도 맞지.”


사령관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식은 차를 쭈욱 마시고는 싱긋 웃었다.


"평상시에도 해 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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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꾹이는 귀엽다 이것은 미스 오르카로 증명 되었다.


반박시 꼴알못 아님 말고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