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쓴 사령관_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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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쓴 사령관_13화

매크로 쓴 사령관_14화


“뻔뻔한 건 여전하네, 마리. 이젠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쪽도 여전히 건강해 보여. 앉은 자세가 가히 장군감이로군.”


서로를 노려봄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둘. 섬에 주둔한 스틸라인 병사들을 사로잡은 시점에, 마리와의 만남을 예상한 레오나지만 설마하니 그 인간과 함께일 줄은 생각 못 한 모양.


마리 역시도 비밀리에 움직인 자신들의 뒤를 쫓은 것도 모자라, 질색하던 인간과의 공동 전선을 펼친 레오나가 뜻밖인 건 마찬가지.


“이런 곳까지 와선, 그간 쌓아두셨던 휴가나 쓸 것이지… 지휘관이 그렇게 열심히면 밑의 녀석들이 눈치가 보여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뭘, 걱정할 거 없다. 무슨 상황에라도 만전을 가하도록 대원들의 휴식만큼은 확실하게 보장하거든.”


“그러셔?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본인은 관리 좀 받아야 할 것처럼 보이는데?”


의문을 표하는 마리에게 자신의 눈 주위를 검지로 톡톡 두드리는 레오나. 그제야 의미를 알아챈 마리는 자신의 눈가로 손을 올리려다 가볍게 내려놓는다.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아무리 화장을 두껍게 해도 알 사람들은 이미 다 눈치챘을 거다.”


“아, 아~ 그러세요~?”


마리의 비꼼을 한 귀로 흘려버린 레오나가 손에 들린 서류로 시선을 돌린다.


“이래 봬도 이번 작전의 전권을 위임받았단 말이지. 그 인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몰라. 의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건지 짐작이 되지 않으니 원…”


“…전권을?”


그래, 병사들 배치나 전술 작전까지 모조리 다.


말을 뱉는 레오나의 얼굴은 왜인지 펴질 줄을 몰랐지만, 마리는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지. 시간 끄는 재주는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을 레모네이드 중의 하나라고 밝힌 녀석에게 어떠한 제안을 받았다.”


“너무 술술 부는데? 아무리 나라도 거기까진 생각 안 했어.”


“계속하자면-”


마리의 말인즉.


자신을 레모네이드 중의 하나라 밝힌 발신인 미상의 인물은, 과거 블랙리버가 연구해온 설비의 위치를 알려오고 마리 일행은 그 시설이 위치한 폐공장으로 향한다.


“본론으로 들어간다 하지 않았었나? 너희 쪽 브라우니들도 안 믿을 그런 시답잖은 말에 군대를 움직였다고? 지금 나랑 장난해?”


“안다. 실제로 나한테까지 올라온 보고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정찰차 나간 대원들에게 들려온 이상한 무전에 불과했지. 그런데…”


“부탁이니까 브라우니라고 하지 마. 이젠 좀 질리네, 그 클리셰”


“궁금증에 사로잡힌 브라우니 한 명이…”


마침 무전에서 알려준 위치와 가까웠던 브라우니가 처음 보는 시험관을 발견. 이내 구시대의 에너지 컨덴서에 불과하단 사실에 실망하려던 찰나, 내부에서 엄청난 양의 전류가 방출된다.


“흥, 벌 받았네.”


“부하의 실책은 내 책임이기도 하니까. 무전의 내용이 거짓이든 사실이든 간에, 함정이라면 우릴 노리는 세력이 있다는 소리고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기회이기도 하니까.


“…지금의, 상황?”


“실언했군. 방금 한 말은 잊어라. 어찌 됐든-”


예전처럼 병력을 크게 나눌 수도 없었기에 최소한의 인원으로 직접 현장으로 향한 마리.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나고 말았으니.


“하아… 그 화상이.”


“그래. 사령관 말이지, 일단은.”


떫은 미소로 답하는 마리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리 온건해 보이지 않는다.


“사령관 말이다만. 최근 어딘가 달라진 점은 없나?”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네. 그 인간 얘기는 꺼내지도 마. 젠장할, 그냥 예전처럼 가만히 앉아서 공격 명령이나 내리란 말이야. 쓸데없이 나서서는-!”


“예전처럼- 말이지.”


“…야-”


마리의 중얼거림에 매섭게 노려보는 레오나. 핏발 선 눈과 마주한 마리는 가벼운 눈웃음만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깨어난 브라우니의 상태가 조금 특이하더군. 체력과 근력은 물론이며 전체적인 밸런스가 동형의 브라우니들보다 월등히 증가했다. 레드후드조차 애를 먹을 지경이었지.”


믿지 못하겠단 표정의 레오나에겐 아랑곳 없이 자신의 손목에 매어진 수갑으로 약한 전류를 흘려보낸다.


곧 산산 조각난 파편이 책상 위로 흩어지자 다시금 눈앞의 레오나를 응시하는 마리.


“어떤 거 같나?”


“효과만큼은 확실했던 것 같네. 시설 내부에서 네가 직접 사용했다고도 했었지? 하지만 그 전에-”


턱을 괜 레오나는 사방으로 흩뿌려진 조각을 집어 눈앞에서 이리저리 돌려본다.


“너처럼 강화된 그 브라우니… 녀석은 지금 어떻게 됐지?”


“레드후드가 애를 먹었다 했지 않았나. 결국엔 내면에서 끓어 넘치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말았지. 레프리콘이 참 슬퍼하더군.”


“아하… 넌 용케도 무사하네?”


찡그린 표정의 레오나가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깊은 생각에 빠지려 하자 마리는 서둘러 입을 연다.


“사령관의 말투는 무언가… 확신하는 듯한 말투였지.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눈치였다. 그 상황에선 나도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얼떨결에 사용해버리고 말긴 했지만-”


크게 한숨을 쉰 마리의 표정이 처음으로 구겨진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구역질 날 지경이야. 설비에 입력된 바이오더스트의 구성 성분을 확인해보도록.”


말을 뱉곤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자그마한 사진 한 장을 꺼내 레오나에게 보이는 마리.


“경장지원기 모듈 MP… 기동공격기 모듈 RE… 중장보호기 모듈 EX… 처음 듣는 명칭인데. 이게 다 뭐야?”


“조금 더 자세히 보도록.”


사진 속 에너지 컨덴서에 쓰인 각각의 이름. 하지만 레오나는 곧 눈을 크게 뜨곤 기겁한다.


“결과적으로 사용해버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구시대의 인간들은 정말이지 악마라 칭해도 할 말이 없어. 최대한으로 접고 접어서 안쪽으로 구겨 넣었더군.”


시험관이나 비슷한 모양의 에너지 컨덴서라 착각할만하다고 생각한 레오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호 유리 안쪽엔 의식이 없는 바이오로이드가 자신의 몸을 최대한으로 구기고 구겨 말아 넣고 있었으니까.


***


“저기… 팬서?”


“넵, 부르셨슴까?”


내 말에 군소리 없이 답해준 사람. 아니, 바이오로이드는 네가 처음이야.


“바닐라랑 금란, 어딨는지 알아?”


“흠…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그분들은 저희랑 같이 빠져나오자마자 곧장 위쪽으로 향했지 않습니까? 아, 그 장화라는 바이오로이드도 함께 말입니다.”


“아, 그래. 걔도 있었지, 참.”


분명 기절한 장화를 금란이 어깨에 지고 갔었지 아마.


“환자를 보호하려 했다기엔…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딱히 보고할 사람도 없을- 어이쿠, 미끄러질 뻔했네.”


“조심하지 말입니다. 저는 괜찮지만, 인간님은 다치기 쉽슴다.”


그래, 고맙다. 걱정도 다 해주고 정말 눈물이 다 나네. 아니, 궁금한 건 이게 아니라.


“왜 너랑 내가 사이좋게 욕실 청소를 하고 있는 거지?”


“에? 그거야… 이번 작전의 지휘는 모두 레오나 대장이 일임한다 했지 말입니다? 인간님이 직접 그렇게 말했다 들었는데 아닙니까?”


“아니, 아니,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다다다닷!


타일을 차는 소리와 함께 성난 햄스터가 돌진해온다.


“못생긴 인간님 때문에 시설이 무너졌잖아-!! 그거 때문에 알비스까지 이러고 있는 거고!!”


“야, 씨-!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무너뜨렸냐?! 회까닥 돈 장화가 그랬잖아, 장화가!”


조금 늦어버렸단 말과 함께 등장한 아머드 메이든 일행은 친히 우리와 동행해 레오나 일행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날 보던 레오나의 표정이 참 가관이었지, 아마.


“벌레를 본 눈?”


“못생긴 인간님을 볼 땐 누구나 다 그런 눈이야.”


우리 알비스가 단단히 삐졌나 본데.


“너무 걱정할 필요 없지 말입니다. 레오나 대장과 같이 간 마리 대장이 잘 설명해 줄 껌다.”


“그러면… 좋겠는데. 아니, 아니! 내 말은 내가 여길 청소하는 이유가 뭐냐니깐?! 나 인간이라고! 여기 대장이야-!”


“그러니까~ 저는 위치를 무단으로 이탈했고… 인간님은 막대한 자원이 있었던 시설을 무너뜨렸다는 혐의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안! 했다고-!!!”


“죽어, 못생긴 인간님!!”


어이쿠, 알비스가 넘어져 버렸네.


아, 로크는 어떻게 됐지? 뭐, 그 정도의 녀석이니 알아서 하겠지. 난 내 걱정이나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