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베로니카.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군요. 



귀한 시간을 내주신다니 황송합니다. 

바쁘실테니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진행하겠습니다. 



당분간 폐하와 거처를 함께 하심이 어떠신가 합니다. 



예?! 무, 그게 무슨 말이죠? 

저를 정식으로 부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절차를..



아뇨, 부관으로 임명하는 게 아닙니다. 

쉽게 설명 드리자면 당분간 폐하와 24시간 함께 일상 생활하는 것에 대한 제안을..



아무런 일정이 없는 날이면 거의 전라와 다름 없는 상태로 탈론허브..아, 아니.

스프리건 양의 방송을 보며 과자 먹고 지내는 것을 알면 환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아자젤 님의 세탁물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언어도단이다! 아자젤은 코헤이 교단의 기둥이다. 목회의 중심을 지켜야 하는 아자젤이

설령 빛의 현신인 구원자라 할지라도 동거를 한다니! 우린 여성이기 이전에 빛의 사도이니라!



사라카엘 님도 아자젤 님과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뭐, 이미 반려로 맞은 몸이니 나쁘지 않은 제안인 것 같긴 하군. 



빛이여....



근데 왜 하필 저 둘... 아, 아니. 왜 두 천사 님만을 선택하신 것입니까?



폐하의 업무에 대한 집착과 강박 증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우수한 참모, 부사령관을 비롯한 다수의 요원이 분골쇄신하여 오르카호는

유례없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만...



굳이 사령관의 선에서 해결할 필요가 없는 물자 보급 결재 처리부터

각종 인사, 총무 업무까지 폐하는 대원의 ID를 도용하여 진행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빛이여...



대견해 하실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과유불급에도 정도가 있지, 이건 지나쳐요.



...'빌런이 없으니 스스로 빌런이 되겠다'며 사고를 치시던 구원자 님다운 행동이군요.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걸까요?



그러게요. 스프리건TV나 브라우니의 게임 방송처럼 세상에 볼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대체 왜...?



그래서 저번 예배 때의 십일조에 대한 기입은 왜 누락된 겁니까?



앗. 아아....



...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신성한 예배에 '자습'이라고 적어두..



배경 이야기는 이해 됐습니다. 이어서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네, 여러분이 제 생각보다 더 많이 바쁘신 것 같으니 요약할게요. 

'게으름은 전염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혹시 들어보셨을까요?



아... 그러면 사령관에게 두 천사 님을 붙여 놓아서 업무에 태만하게 만드시려는

계획을 구상 중이신 거군요..?



신성 모독이다! 나는 구원자를 위해 탐색 작전에 자원하고 소규모 단위 전투를 

직접 지휘하며 병장기를 휘두르며 코헤이 교단의 명성을 드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코헤이 교단에서는 아자젤 님만..



생각해보니 그런 일과가 없을 땐 주로 뒹굴거리며 

온갖 잡무를 엔젤과 베로니카에게 떠넘기긴 했군. 



...



빛이여...



그럼 두 천사 님들의 뜻은 이해했습니다. 폐하가 이 숙소에서 거취하셨다가는 오히려

베로니카 양과 엔젤 님에게 영향을 받아 두 분을 극진히 보살피게 될 것 같으니 따로

거주하실 공간을 마련하겠습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안내를 드릴테니 대기해주세요.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이곳인가? 우리가 앞으로 생활하게 될 곳이...



셋이 지내게 될 것에 비하면 상당히 협소해보이는 공간이다만...



급조했는지 뭔가 정리정돈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네요. 여기에 웬 과자 부스러기가..

응?



에?



....그 성녀님이 아니신가. 



이... 목소리는. 코헤이 교단의 천사 님들이시군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이정도는 아닌데 말이죠. 



........ 아르망 양이 '재능 있는 분들'만을 한데 모은다고 하셨는데...



두분은 어떤 재능이 있으신 건가요?

일단 저부터 보여드릴까요? 보세요, 코 위에 수직으로 과자 세우기!



오! 대단해요!



뭔가 했더니 반년 전에 내가 고안한 기술과 다를 바가 없군. 



호오....? 제가 가지고 있는 '핸디캡'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고 계신 거겠죠?



눈 감고 떡 먹기지. 얼른 과자를 내놓아라!



후 후 후... 코 위에 올린 과자를 반동으로 튕겨서 띄운 다음 입으로 받아 먹는 것까지가

전체 동작이라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참고로 제 눈을 속이려는 짓은 통하지 않습니다. 

물론 실제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요!



..... 방송이나 봐야겠군요. 이 방 무선 연결 신호 잡는 거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 암호는 1q2w3e4r! 입니다!



음. 




방구석에서 조용히 이들을 관찰하던 멀린은 자신의 방을 조용히 떠나 사령관실로 향했다. 

복도를 나와 걷던 중 마침 아르망에게 무언가 안내를 받다가 헤어져 블라인드 프린세스와

멀린이 사용하던 방을 향하는 사령관과 마주친 멀린이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주시했다.


사령관의 등 뒤에서 아르망이 검지를 세워 자신의 입가에 대고 '함구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멀린? 무슨 일이야? 아, 안내 받은대로 당분간은 우리가 방을 바꿔서 생활하기로 했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 아서. 

이건 진심으로 하는 충고야. 



응...?





그 앞은 지옥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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