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사회 채널
학생들에게 수학이라고 하면 언제나 어렵고 싫은 공부과목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창작물이나 TV 등에서 주인공이나 출연자들이 
학창시절 얘기가 나오면 언제나 수학공부의 어려움이나 지루함을 한탄한다.  
학교에서 가르친 것 중에 사회에서 쓸모없는 공부로 미적분학이 흔히 예로 들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국어에서 가르치는 기미독립선언문이나 사미인곡은 
뭐가 재미있고 쓸모있나? 영어 시(詩)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도 유독 수학만 그런 쓸모타령 재미 타령이다.

하지만 본인은 분명히 한자어 투성이의 고전 춘향전이나 
박씨전 전우치전 구운몽같은 고전문학을 어릴 때 아주 재미 있게 읽었고 
그래서 10권이나 되는 한국고전소설 전집을 중학생 때 다 읽었다. 
또 중국시인 두보의 한시에도 큰 흥미를 느껴 많이 읽고 외우기도 했다.
에드가 엘런 포의 영시 도 매우 큰 흥미를 느껴
몇 편 정도는 거의 외워서 연애할 때 써먹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이 가장 재미를 느낀 건 수학이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잘 몰랐지만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고 
수학이 정말 멋진 과목이라는 걸 발견하고 푹 빠졌다.
그전에는 단순한 풀이 기술이던 수학이 엄청나게 정교한 
거대한 체계라는 걸 알고 마치 등산을 하듯 교과서 외의 각종 
수학책을  탐욕스럽게 찾아 읽기 시작했다. 

교양수학 서적이나 캐조리 수학사 같은 수학역사책
또 수학잡지 책 같은 걸 읽으며 신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흥미있는 수학 증명 문제에 폭 빠져서 그거 붙잡고 씨름하느라 밤을 새기도 했다.
그래서 수학을 어렵다고 하는 또래들에게는 
"수학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진지하게 직업적 수학자를 미래의 희망으로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난 수학의 멋짐을 너무 늦게 알았기 때문에 
유명한 수학천재들 처럼 그만한 재능도 없고 어릴 때 부터 
수학을 깊이 배워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없음을 깨닫고
결국에  직업적인 수학자의 길은 포기하고 
대학은 다른 실용적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어릴 때 누가 내 주변에서 제대로 나에게 수학의 멋짐을  
깨우쳐 줄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어릴 때 우리집 서재에 
제대로 된 수학 전집같은게 있었다면 어땟을 까 하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고 가지 못한 길로의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가끔 수학 토픽의 기사나 책을 읽으면서 일반인으로는 너무 지나치게 
수학적 이해가 잘되는게 참 노래에 소질은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프로 가수가 되지못한 사람이  TV에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기분이다. 
그래서 지금도 수학은 가끔 수학잡지책이나 뒤적여보는 나의 취미로만 남아있다.

다행히 컴퓨터 공학과 암호학과 인터넷 보안 직업에 종사하며 
사회에선 써먹을 거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고등수학을 제대로 써먹었고 
그걸로 적쟎은 돈을 벌어서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으니 아깝지는 않았다는 정도.

그래서 학생들에게 수학의 멋과 맛을 일찍 가르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어린 학생들의 미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학실력 덕에 좋은 기회를 잡고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