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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저의 눈빛에 그는 살그머니 시선을 피했습니다.

 

그가 말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저도 그를 사랑했고 얀붕이 또한 저를 사랑했습니다그렇기에 더욱 그의 반응은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대체... ?”

 

산뜻했던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가라앉고 공허한 목소리에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혹시 내가 싫은 거니...?”

 

그 말에 그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주인님은 제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분이에요.”

 

그럼 왜...!”

 

쉽사리 말하지 못하고 움찔거리던 그는 이내 자신의 목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히 빛나는 주인님을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습니다매일 그녀가 저를 사랑해준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큰 행복이었습니다

 

아침에 주인님을 깨우거나 방을 청소할 때면 가끔씩이렇게 영원히 주인님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그리고 더 가끔씩은... 그녀와 같이 잠을 자고잠을 깨고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는... 그런 주제 넘는 꿈을 꾸고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인님이 처음으로 직접 제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셨을 때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살면서 처음 들어본 그 말에 저는 눈물이 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래전부터 남 몰래 꿈꿔오던... 그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 순간저는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생각지도 못한 청혼그것은 저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과 행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감격에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쇠의 감촉은 제게 잔혹한 현실을 속삭였습니다.

 

위대한 12가문의 가주이자 모두에게 선망 받는 새로운 빛이 되실 것이라고 평가 받으시는 그녀와 달리 저는 한낮 인간.... 그것도 노예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주인님과 함께... 주인과 노예가 아닌 모두의 앞에서 인생의 동역자로 선다는 것은 그 누구도 받아드릴 리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위대한 12 가주 중 한 명의 배우자가위대한 가문의 안주인이 노예라는 것은 앞으로 모든 일에서 그녀의 발목을 잡을 일저를 받아드리는 순간너무나 완벽한 그녀라는 사람에는 결코 지울 수 없는 흠집이 나는 것과 같았습니다

 

 

주인님과의... 꿈꿔오던 그녀와의 결혼

 

그것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만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그것은 이룰 수 없는 백일몽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주인님의 그림자에서 볼 수 있다면저로 인해 주인님이 작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그저 그걸로 만족할 뿐이었습니다

 

“...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습니다만약 제가 노예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밤바람이 꽤나 차갑습니다

 

주인님께서 추워하지 않으시면 좋겠네요.

 

 

 

안녕?”

 

그리고 그때였습니다옆에서 낮선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요.

 

 

 

 

 

 

 

 

 

 

 

 

 

 

 

 

 

 

 

 

 

‘...죄송해요.’

 

그의 떨리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남아 울렸습니다

 

그리고 행복감에 물들어가던 그의 표정에 드리웠던 슬픔과 그림자 또한 사진처럼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었습니다.

 

“...”

 

가주가 된 후 정식으로 하는 첫 일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으로 인해 일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저를 싫어했기에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그의 성격이라면 분명 그의 신분노예라는 사실이 저에게 피해가 갈까봐 염려하는 것이겠지요.

 

실제로도 인간과 결혼했던 다른 귀족들은 인간이 반려라는 사실이 종종 발목을 잡고는 했습니다하지만 그들은 모두 명예귀족 위를 받았거나 최소 일반인이었던 인간들노예를 반려로 삼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었습니다.

 

바보 같이 착해서는....”

 

문득 주먹에 힘이 들어갔습니다비록 그의 신분이 나중에 가문에더 나아가 위대한 12 가문의 이름에 흠집을 낸다 한들 신경 쓰지 않을 탠데

 

애초에 그를 만난 이후 제가 가주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모두 그를 지키기 위해서였지 가문이나 명예 같은 색 없는 것들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조금만 더 이기적이면 좋을 탠데....”

 

그래요그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때만해도 갑자기 나타난 개를 보고 덜덜 떨면서도 저를 뒤에 두고 떨면서 버티고 서있었던그와 놀며 다른 걸 게을리 한 바람에 부모님께 혼날 때도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아닌 자기 탓이라 저를 감싸던약해 빠진 인간인 주제에 뱀파이어를 몸으로 감싸는.

 

기특하기는 하지만 그건 제가 바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그저 내 품안에서 편안이 내 세계의 빛으로 있어주면 좋을 탠데.

 

“...

 

아무래도 이번만큼은 저도 양보하지 못할 거 같았습니다.

 

슬슬 돌아갈까...”

 

어젯밤 충동적으로 나온 뒤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왔었기에 아마 얀붕이가 걱정하고 있을 것이었습니다어차피 중요한 일들은 어떻게든 끝내놨었기에 이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얀붕이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가주님.”

 

책상을 정리하던 그때 문득 뒤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죠?”

 

갑작스러운 등장이었지만 곧 그가 어릴 때부터 봐온 집안의 가신 중 한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습니다.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손님이요?”

 

그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뭐라 말하려 했을 때뒤에서 낯익은 하지만 그리 반갑지는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얀순이 오랜만에 보내?”

 

“...당신이 여긴 무슨 일입니까.”

 

화려한 옷을 입은 푸른 머리의 여성저와 같은 12가문의 일원 중 한명이자 제게는 오래전부터 선생이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왜 하필 지금...”

 

이번에 정식으로 가주 위에 오른 거 축하해주려고 왔는데?”

 

당장이라도 달려가 얀붕이와 말하고 싶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온 귀족그것도 다른 12가문의 가주를 쫓아내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결혼을 위해정확히는 그를 위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상황에서는 말이죠.

 

어휴... 얘 그 싸늘한 표정은 그대로네.”

 

남의 사정도 모르고 저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최대한 빨리 보내는 수밖에...

 

 

 

 

 

 

**********

 

 

 

 

 

 

안녕!”

 

또 오셨네요?”

 

정원에 앉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님을 기다리던 중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도 혼자야?”

 

하하...”

 

어젯밤 이곳에 있던 자신에게 나타난 그녀는 자기를 얀진이라고 소개하며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뱀파이어 소녀에게 당황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제게 말을 걸었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 때로 보이는 그녀는 집안의 새로 오게 된 중 시종이라 소개를 하며 명량하게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흥미가 돋은 건지 친근하고 집요하게 제게 말을 거는 그녀에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 아는 사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그녀의 말에 곧 어느 정도 경계를 풀게 되었습니다

 

특히 안 그래도 몇 년 전부터 다른 시종 분들은 왠지 제게 접근도 하지 않으셨다보니 주인님 말고는 말할 사람이 없던 제게 혹시나 말동무가 생긴 걸까 하는 기대감도 없다고는 못하겠네요.

 

어쨌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찾아오신 얀진님은 어제와 같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그 목걸이 되게 예쁘네요?”

 

이거?”

 

한참 그녀의 말을 듣던 중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한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백은발인 그녀의 머리색과 살짝 어울리지 않는 색의 십자가 목걸이였지만 중앙에 있는 보석과 전체적인 느낌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원래는 귀걸이였어.”

 

귀걸이요?”

 

... 소중한 사람이 준거야....”

 

그녀는 어딘가 애틋한 눈으로 목걸이를 쳐다봤습니다혹시 연인이 준걸까요?

 

.”

 

그 후로도 여러 가지를 말하던 중 그녀는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난 이만 가야겠네.”

 

가시게요?”

 

그녀는 일어나 그녀를 배웅하려는 저를 만류하며 미소지으며 말했습니다.

 

아쉽지만 방해꾼이 오신 거 같네?”

 

?”

 

히힛그럼 다음에 또 올게!”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은 그녀는 곧 제게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셨습니다.

 

“...?”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지만 곧 그 의문은 뒤에서 들린 익숙한 발소리에 묻혀 사라졌습니다.

 

...! 주인님.... 오셨...어요...?”

 

어제의 일 때문에 살짝 어색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는 가능한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아봤습니다.

 

하지만 밝게 미소 지었던 목소리는 곧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처음 보는마치 살기에 가까운 기운을 풍기며 입을 열었습니다.

 

“...방금 그거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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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보면 중간 중간 계속 시간이 빠르게 스킵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거 처음에는 다 쓰려고 했다가 다 했다가는 너무 장편이 될 거 같아서 빠르게 스킵 하는 중임.

 

그리고 이거 쓰면서 계속해서 출현시키고 싶었던 얀진이가 드디어 나왔드아

 

살짝 늦었지만 얀챈 구독자 4000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