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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수였는데 캐나다인이라 그런지 마인드도 엄청 유쾌하고

옷차림도 학생들 사이에 있으면 못알아볼 정도로 엄청 캐주얼해서

수업 자체가 좀 많이 밝은 분위기였음


학기 동안 발표과제가 두 번이 있었음

한 번은 한국 외의 국가 하나를 골라서, 다른 사람들이 그곳에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나라를 홍보한다는 신박한 주제였고

한 번은 세상에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아무거나 생각해서 정리해오는 주제였음


지금 해보라면 아마 주제를 잘 따랐겠지만 1학년이라 그랬는지 약간 패기가 있었거든

일단 첫번째 발표. 다른 애들이 준비해온 나라들은 너무나 뻔한 곳이었다

일본, 노르웨이, 미국, 영국 등등 딱 모두가 선망하는 선진국의 대표국가들뿐이었음 물론 그와 별개로 다들 발표는 잘 하더라고


나는 약간 클리셰를 깨고 싶어서 '가야하는 나라'가 아니라 '가면 안되는 나라'를 생각해봄(발표 때 실제로 이렇게 말함)

그래서 소말리아를 골라서 이곳에 오면 안되는 이유를 구구절절 발표하고

인생이란 누군가가 추천해주는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직접 만드는 것입니다 머 이런 공익성 엔딩으로 끝냄

근데 교수님이 좋아하더라 ㅋㅋㅋㅋㅋ 참신하다고


두번째 발표는 진짜 의식의 흐름으로 주제를 선정함

주제 뭐하지... 세상에서 바껴야 하는게 머가 있을까... 하던 중에 내가 모기한테 물린거야

그래서 그냥 속으로 하 모기 새끼들 사라지면 좋을텐데... 하다가 아!!! 했음


그렇게 준비한 주제가 '모기는 사라져야 한다'였음

각자 결정한 주제가 뭔지 교수님한테 미리 알려드려야 했는데 내 주제 보자마자 교수가 또 빵터짐

왜 이런 생각을 했냐길래 어제밤에 모기한테 물려서 화가나서 정했다고 하니깐 아무래도 만국공통이라 그런지 Oh~ I know 이러더라


이미 첫번째 발표에서 내가 그딴 결과물을 내놨기 때문에 반에서는 약간 예능인 정도로 이미지가 박혔고

교수도 내 얼굴만 보면 웃음벨인거 같더라.

근데 나는 웃기려는 목적으로 그런게 아니라서 솔직히 부담이었단 말여?


그래도 과제발표니깐 모기가 왜 사라져야 하는지, 모기가 사라질 경우 생태계에 일어날 변화, 그에 대한 방안 등등

나름 구글링하고 생물학 논문까지 찾아보면서 진지하게 장문의 발표를 준비했지


근데 발표를 준비하다 보니깐 의외로 모기라는 새끼가 자연에 기여하는게 엄청 많더라...

그래서 이것도 그대로 발표에 반영해서 '이 녀석들도 결국 생태계의 일원이더라'로 결론을 냈음

발표한 애들 중에 자신의 주제를 스스로 반박한게 내가 유일했다 ㅋㅋ

그리고 나는 종교가 없지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왜 그런 생물을 만들었는지 인터뷰해보고 싶다고 유머성 엔딩으로 끝냄


사실 내가 원하는대로 잘되지 않아서 만족스럽진 않았는데 교수가 좋아하더라

발표도 발표지만 나의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맘에 들어한거 같음


난 그냥 B+ 정도나 받으면 좋겠거니 했는데 A+ 주셨더라

마지막 수업 때 고맙다고 인사드렸더니 너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이라고 해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