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현 상황의 타개를 위해서는 분명 상호확증파괴가 필요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러링을 하는 게 행동에서 끝내야 되는데 그걸 ‘혐오까지 미러링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그걸 지적하면 나는 순식간에 성별이 뒤바뀌었던 걸 경험했던 게 컸음.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비판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즉시 혐오를 발동해 여혐 프레임 씌우기 완벽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게 싫었다.


안페협에서 여자들 죽여버리고 싶다는 식으로 글 올라오고 우수수 동의 받을 때, 펨코에서 우생학을 꺼내고 여성이 흑인 노예보다도 지적 능력이 열등하니 여성 참정권을 전부 박탈해야 한다는- 정말 1920년대 사상보다도 못한 전근대적 사고방식을 꺼낼 떄 가장 실망이 컸다. 저것들이 정말로 남성 인권을 위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 게 이 시점부터였다고 생각한다. 반페미는 어디까지나 과도하게 생긴 역차별을 해결해 형평으로 가야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해야 하는데 극렬주의자들이 선을 넘어서, 아예 1920년대 초반보다도 못하게 만들어버려야 한다는 반동주의적인 사고방식이 단순한 성 평등주의를 떠나 남성을 위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상호확증파괴는 분명 현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수단이 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이해를 똑바로 하지 못하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여성 혐오를 꺼냈던 것이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너나 나나 똑같다는 양비론이 의미 없는 건 알지만 내가 주장하는 건 저것들과 똑같이 되면 안 된다라는 그런 중립주의가 아니다. 이 행동은 계속해야 하지만 여성 혐오를 꺼내는 순간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행동들이 “변명할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내가 이 말을 하면 금세 나는 성별이 뒤바뀌고, 지지하는 정당이 그들이 반대하는 당으로 정해지며 그들을 위해 말하고 있으면서도 역으로 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환멸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특정 성별에 대한 맹목적 혐오가 왜 생기는지는 이해할 수 있어도 그것을 공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혐오는 어디까지나 ‘해결’ 의 대상이지 ‘공감’ 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해도 여성 참정권을 박탈해야 한다던가, 한국 여자들을 싹 다 죽여버린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은 절대로 공감할 수 없고 동의해서도 안 되는 사상이다. 이 점은 내가 페미와 트위터의 한국 남성에 대한 맹목적 혐오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논리와 완전히 일치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성별 혐오를 하는 것들을 나는 인터넷에서만 봐 왔지 현실 세계에서 본 적이 없음. 이 괴리감이 너무 커서 반페미들에게 실망한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에서는 한남충이니 피싸개니 떠들고 자신들이 특정 성별을 타고났으니 다른 성별보다 우월하다는 비논리적인 사고방식이 판을 치고 있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다들 여친 남친 사귀고, 혐오가 묻은 말도 안 꺼내고, 다들 멀쩡하고 정상적으로 지내는데 반페미들이 그런 사람들까지 남혐이고 페미니까 죽어 버리고 참정권을 빼앗아야 한다- 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싫었음. 페미들이 말하는 ‘여자가 남자보다 약자이니 여자가 남자에게 가지는 남혐이라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라는 개소리를 똑같이 치환해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피해를 입었으니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지는 여혐은 정당하다’ 는 소리를 말하는 것에는 정말 근본적 환멸을 느꼈다. 정말 이것들이 페미를 처단하고 싶기는 한 것인가? 여혐이랑 반페미를 구분할 기본적 사고력이 존재하는가? 저것들은 오히려 페미만도 못한 남성인권을 추락시키는 새끼들이 아닌가? 하는 의문들이 마구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반페미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스스로의 노력조차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모순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그에 대한 해결의 의지가 있다고 믿기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다. 분명 지지해야 할 대상은 명확하지만 단순히 지지한다고 해서 어떠한 비판도 가하지 말아야 하고, 비판을 가하면 반대파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요즘 너무 힘들어진 것 같다. 학업 일도 있어서 당분간 쉬고 올게. 같이 싸웠던 사람으로서 모두를 응원하고 지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