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젊었을 때 유스호스텔 수련회에서 레크레이션 강사로 일했습니다.


레크레이션 강사, 흔히 말하는 수련회 조교로 일하게 된 이유는 군대에서 조교으로 복무한 경험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제 꿈은 배우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레크레이션 강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잘 맞고 너무 좋았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레크레이션 강사라는 직업을 2년 반 만하고 그만둔 이유가 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무속과 관련이 있거나 그런 의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회에서 강령술을 하다가 초등학교 학생들이 빙의현상으로 집단 발작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악령이 깃들어 발작 증세를 일으켰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죽을 죄를 지어 깊이 사죄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에 위치한 유스호스텔 휴양지에서 레크레이션 강사로 일하면서 겪은 일입니다.


저는 2003년 충청남도 논산 육군훈련소 조교로 전역했습니다.


입대할 때 키가 크고 목소리도 컸기 때문에 육군 훈련소에 입영하자마자 그곳에서 조교로 선발되었죠.


그리고 6주에 한 번 입대하는 수천 명의 훈련병들에게 군사 훈련을 가르침으로써, 저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통제하는 능력이 늘었습니다.


저는 전역 후 일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훈련소에서 조교로 일한 경험 덕분에 2004년부터는 레크레이션 강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온천과 스키장으로 유명한 수안보에는 수련회를 하는 리조트들과 숙박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일했던 청소년 유스호스텔도 그런 수련회를 하는 업체입니다.


수련회가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수십 개의 학교가 수련회를 찾아와서 가장 붐빕니다.


반면에 겨울에는 너무 한가해서 다른 레크레이션 강사들과 함께 가까운 리조트 스키장에 가서 스키를 탔습니다.


제가 일했던 유스호스텔은 겨울에는 온천 리조트로 바뀌는 곳이어서, 저는 스키도 타고 온천욕도 즐기면서 여름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죠.


돈도 쉽게 벌기도 하고 마음껏 놀기도 해서 레크레이션 강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고 레크레이션 강사를 하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죠.


매주 입소하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공부만 하다가 처음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수련회에서 안전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방위 출신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똥군기를 잡는 수련회 대장이나 촛불의식 때 어버이의 은혜를 부르게 하며 학생들을 울리는 레크레이션 강사들과 달리, 저는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육군훈련소 조교시절 제가 쌓았던 실력을 발휘하여 학생들을 통제했기 때문에 수련회 업체로부터 저의 능력을 인정받았죠.


보통 수련회는 짧으면 2박 3일 또는 길게는 4박 5일로 진행됩니다.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수련회에 오면 입소식을 하고, 입소식이 끝난 뒤에는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선생님들을 대신해 학생들을 관리하게 됩니다.


보통 선생님들은 VIP 숙소에서 짐을 풀고 온천욕을 즐기며 저녁에는 술을 마시지만, 수련회에 오면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일에 대한 책임이 없습니다.


입소식이 끝나면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학생들 소지품에서 술, 담배, 칼, 반입금지품목 등을 압수해야 하기 때문에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첫날 가장 분주합니다.


그후 여학생과 남학생의 방을 나눠서 배정하고, 식당으로 보내서 밥을 먹이고, 버려진 공터인 극기훈련장에 집합시켜 체력단련을 시키며 레크레이션 강사들의 통제에 따르도록 하죠.


첫날 밤에는 방을 청소하고 점호를 하는데 학생들은 잠을 자지 않고 베개싸움이나 장난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집중 순찰에 나서 학생들이 아직 깨어 있는 지 주의를 기울이고, 빨리 잠들 수 있도록 얼차려를 줍니다.


둘째, 셋째 날에는 반별 미션활동, 사물놀이, 술래잡기, 난타, 태권도, 요가, 보물찾기, 클라이밍, 서바이벌 게임, 수건돌리기, 활쏘기 등의 일정을 하고 밤에는 촛불의식, 담력체험, 장기자랑, 캠프파이어 등의 일정을 합니다.


각 수련회 업체마다 촛불의식, 장기자랑, 캠프파이어 등 일정이 비슷하지만 담력체험 등 일부 일정은 조금씩 차이가 있죠.


담력체험은 밤에 유스호스텔 주변 동네길을 산책하는 야간마실이 전부여서 어려움은 없었지만, 동네에서 길을 걷다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레크레이션 강사들까지 동원돼 학생들을 통제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보통 담력체험이 즐거웠다면 수련회 일정이 전체적으로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면 다음 해 그 학교는 저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수련회 업체에 학생들을 보내지 않을 것이어서 담력체험은 빼놓을 수 없는 일정입니다.


보통 학생들이 낮에 여러 가지 일정을 마치는 데 지치면 분명 피곤해서 첫날 밤보다 조용하기 때문에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일을 덜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날, 퇴소식이 끝나면 레크레이션 강사들은 학생들을 버스에 태워서 손을 흔들며 집으로 보내고, 곧바로 다음 입소 학생들을 위해 시설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업무를 마칩니다.


그리고 다음에 입소하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면 모든 것이 처음부터 반복되지요.


그렇게 수습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2004년 수련회 시즌이 끝난 후, 2005년부터 저는 훈련소 조교의 경험을 살려 수련회에서 담력체험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수련회 시즌의 첫번째 입소를 앞두고 수련회 대장과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모두 모여 미팅을 갖고 수련회 일정을 계획했습니다.


수련회 일정을 계획하는 미팅이 중요한데,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알차게 구성할수록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때문에 저희 수련회 업체를 다시 찾게 하려면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올해 수련회 일정을 잡으면서 담력체험에 대해 논의하던 중, 오는데 차가 고장 나서 한참 지각한 수련회 대장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담력체험은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야간마실인데도 레크레이션 강사가 너무 많이 동원됩니다. 그래서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그날은 밤에 쉬지도 못합니다. 다른 수련회 업체들은 학생들에게 담력체험 때 구전괴담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올해 야간마실은 구전괴담을 하는 것으로 바꾸는 게 어때요?"


야간마실을 제안한 수련회 대장은 옷의 진흙을 털어냈습니다.


당시 경쟁 수련회 업체들 사이에서는 10년 전 수련회에서 유행했던 김민지 괴담과 장수진 괴담이라는 레트로 구전괴담을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복고풍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 역시 그 소식을 들었고, 수련회 업계의 추세에 따라 저희 수련회 만의 구전괴담을 만들면, 저희는 경쟁력이 있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수련회만 일부러 담력체험으로 야간마실을 안 해도 되고 레크레이션 강사들도 밤에고생을 안 해도 될 것 같았죠.


제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구전괴담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제가 아는 건 군대 괴담뿐이에요."


수련회 대장은 땀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유치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군대 이야기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너무 많이 들어서 재미없어 합니다. 수안보에 중산저수지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떠도는 물귀신들로 구전괴담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건 어떨까요?"


중산저수지가 멀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수련회 대장이 갑자기 중산저수지에 대한 구전괴담를 만들어 달라는 말에 조금 어리둥절했습니다.


미팅이 끝난 후 레크레이션 강사 숙소로 돌아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받았는데 '분신사바'라는 공포영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영화를 다운받아 보니 꽤 재미있었고, 구전괴담의 다양한 스토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할 담력체험을 아주 공포스럽게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제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이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죠.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수련회 시즌을 맞아 첫 번째로 입소하는 초등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이 학교의 초등학생들은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주의가 산만했기 때문에 기선제압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담력체험을 하기 전, 너무 들뜬 상태로 강당에 모인 초등학생들의 분위기를 엄숙하게 만들기 위해, 저는 강당 한가운데에 별표 모양으로 촛불을 놓고 레크레이션 강사들에게 불을 켜게 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에게 팀을 이루어 촛불 주위에 경건한 마음으로 서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강령술을 도와 줄 초등학교 학생회장을 무대로 올라오라고 부탁했고, 저는 영화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종이와 모나미 볼펜을 가지고 강령술을 하는 척하며 무대에 앉았습니다.


마이크에 대고 말했죠.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이데쿠다사이."


"분신사마, 분신사마, 이윳테 쿠다사이."


"콧쿠리상, 콧쿠리상, 오디세이 그라사이."


"콧쿠리상, 콧쿠리상, 오얏떼 쿠다사이."


그리고 마치 중산저수지에 떠도는 물귀신들이 강당에 나타나 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초등학생들에게 즉석에서 꾸며낸 구전괴담을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구전괴담은 급하게 꾸며낸 것이어서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고 유치했죠.


한참 마이크를 잡고 구전괴담을 지어내는데 갑자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자신의 손을 잡았다며 놀라서 도망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마치 인간 도미노가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압사 사고에 대비해 담력체험을 중단하고 초등학생들을 차례로 방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담력체험 후 초등학생들은 소심하게 되었고, 일부 말썽을 부리는 초등학생들도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통제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수련회 대장을 비롯한 레크레이션 강사들은 제가 지어낸 구전괴담이 효과가 있다며 좋아했고, 그런 무서운 구전괴담은 어디서 들었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전에 큰 안전 사고가 일어날 뻔했고 겁에 질린 초등학생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제 예감이 맞았습니다.


평소처럼 낮의 일정으로 피곤해서 잠을 푹 자야 했던 초등학생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몸부림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4명 정도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는데 비슷한 이상 행동을 보인 초등학생들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함께 분신사바 놀이를 했던 초등학교 학생회장이 화장실 문 앞에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서서 문을 열기 위해 계속 잡아당겼다며 거품을 물고 화장실에 쓰러져 한밤중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한 방에서 초등학생들이 갑자기 집단 발작도 보였죠.


초등학생들은 레크레이션 강사와 선생님들에게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보았다고 환각 증세를 호소했습니다.


응급실 의사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초등학생들의 이상 증세를 보고 처음에는 식중독에 의한 환각 증세를 의심했지만,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레크레이션 강사들도 누가 장난을 쳤는지 조사했지만 범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 저와 수련회 대장은 이 학교 선생님들에게 그날 밤 소동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했고, 선생님들은 초등학생들이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분명히,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은 제가 담력체험 중에 지어낸 중산저수지 물귀신들의 구전괴담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퇴소식을 하는 날,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을 때,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분신사바를 보고 난 후,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내 손을 잡더라.”


“나도.”


사건 이후, 다음에 입소하는 학생들은 구전괴담 대신 야간마실로 일정을 변경하고 담력체험 일정을 원래대로 바꿨죠.


하지만 담력체험 일정이 야간마실로 바뀌었음에도 매번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손을 잡았다며 갑자기 쓰러져 발작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속출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통제를 잘 따라 좋아했던 수련회 대장과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이제는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보거나 손이 잡힌 학생들 때문에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력체험을 위해 야간마실을 나간 학생들이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보고 돌을 던졌는데, 길을 안내하던 레크레이션 강사가 돌에 머리를 맞아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수련회 대장도 학생들 사이에 이상한 빙의현상이 사라질 때까지 학생들이 겁먹지 않도록 모든 담력체험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담력체험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입소한 학생들이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 때문에 안전 사고를 일으킬 때마다, 저를 비롯한 레크레이션 강사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수련회 시즌 중반까지 간신히 버티고 있을 때, 예술학교 초등학생들이 수련회에 입소했습니다.


수련회 입소식이 끝나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한 여자 초등학생 가방에는 칠성방울, 쉰대부채, 생쌀, 부적 등 무속인이 굿을 하거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무구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압수하기가 좀 망설여져서 선생님께 여쭤보니 여자 초등학생이 아기무당인데 평소에도 학교에 가지고 다니니까 이해하라고 하더군요.


그 아기무당인 여자 초등학생도 수련회 장기자랑을 위해 가져왔다고 해서 그 무구들을 돌려줬습니다.


수련회 장기자랑에서 그 아기무당이 무속인 복장을 입고 무대에 나와 갑자기 이렇게 말했습니다.


"분신사바로 불러낸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의 원혼이 보입니다. 해코지 없이 수련회가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기원하는 좋은 판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기무당은 작두를 타는 듯한 지노귀굿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에 입소한 초등학생들도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보인다고 하니 곧 집단 발작을 보일 것 같아서 저는 지노귀굿 후에 아기무당을 따로 불러 물었습니다.


그리고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에 대해 모르는 척하며 물어봤죠.


"분신사바는 어디서 들었니?"


아기무당이 저를 유심히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입소 때부터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으로부터요. 그런데, 방금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손가락으로 수련회 조교님을 가리키고 있네요."


온몸에 소름이 끼쳤지만 당황한 기색 없이 저는 한 표정으로 이렇게 야단을 쳤습니다.


"분신사바를 보고 다친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니 친구들이 겁을 먹지 않게 수련회 기간 동안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에 대해 떠들고 다니지 마라!"


제 말을 듣던 아기무당이 애처롭다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수련회 조교님은 죽을 죄를 지었죠.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곱게는 가지 않을 것 같은데, 많이 빌어야 해요."


저는 깜짝 놀라 수련회 조교의 신분을 잊고 존댓말을 쓰며 초등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이 아기 무당은 찡그린 표정으로 별 말 없이 이 말을 하고는 친구들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강한 영력을 본 적이 없어서 큰무당이 와도 방도가 없을 것 같네요. 학생들에게 악령이 깃들지 않도록 매번 좋은 판을 벌여 원한을 달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여자 초등학생이 아기무당일지라도, 저는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처음 느꼈습니다.


그런데, 아기 무당이 굿판을 벌여서인지 거짓말처럼 이번에 입소한 초등학생들 중에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보거나 손이 잡힌 사람은 아기무당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수련회 대장과 레크레이션 강사들은 이런 신기한 일이 일어난 것을 보고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 예술학교 초등학생들의 퇴소식이 끝난 후, 저는 레크레이션 강사 숙소로 돌아와 아기무당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굿판을 벌인 아기무당의 지노귀굿에서 해결책을 얻었습니다.


저는 수련회 대장에게 아기무당과 한 대화를 이야기했고, 담력체험 일정을 무속인들이 하는 굿판을 재현시킨 전통체험 일정으로 바꿈으로써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달랠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 구전괴담으로 학생들에게 공포와 혼란을 주기보다는 굿판을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한마음으로 수련회의 안전을 기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설득했습니다.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보거나 손이 잡힌 학생들의 히스테리에 지친 레크레이션 강사들이 전적으로 동의했고, 그 이후 저희 수련회에서는 무속인이 굿을 하거나 점을 칠 때 사용하는 무구들을 준비했습니다.


제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장구와 징을 치며 떡과 돼지머리 고기를 먹었는데, 이런 굿판을 벌인 덕분에 수련회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학생들이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 때문에 졸도하는 안전사고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해 다사다난했던 수련회 시즌이 끝나고 수련회 대장이 대기업 레크레이션 강사로 취직해 일을 그만둬서 2006년부터 저는 수련회 대장이 됐습니다.


전통체험 일정 덕분에 수련회에서 안전사고가 급격히 줄었고, 전통체험에 대한 학생들의 체험 후기는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항상, 담력체험 일정을 중단하고 전통체험 일정으로 바꾼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느꼈죠.


하지만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과의 평화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퇴소식 후 귀가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크리스천 학부모들은 유스호스텔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련회에서의 굿판을 항의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기독교 선생님들의 항의도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련회 대장으로서 전통체험 일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보거나 손이 잡혀 기절하는 학생들이 다시 발생해 학생들을 통제하기 힘들까봐 마음속으로 두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천 학부모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리던 유스호스텔 사장이 저와 직접 면담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항의 전화 때문에 피곤해요. 더 이상 전통체험을 하지 말고 담력체험으로 일정을 바꾸세요."


저는 유스호스텔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굿판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안전을 기원하고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음으로써 각종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유스호스텔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통체험을 한답시고 굿판을 벌이기 때문에 교회들은 여기서 수련회를 안하려고 해요."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속 신앙은 엄연히 우리의 전통 문화인데, 기독교의 종교 탄압 때문에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유스호스텔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수련회를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수련회를 하는 건데, 손님이 줄면 손해를 봐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솔직히 담력체험으로 인한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봤거나 손이 잡혔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히스테리는 너무 심각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통체험을 통해 그런 학생들의 히스테리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해야 합니다."


유스호스텔 사장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습니다.


"다른 수련회들은 구전괴담을 하고 빙의체험을 하면서도 학생들을 통제하는데, 우리만 학생들의 히스테리를 통제할 수 없어서 담력체험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통제를 못하는 레크레이션 강사들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원치 않으시면 다른 레크레이션 강사를 뽑겠습니다."


유스호스텔 사장과 갈등을 겪은 후, 저는 2006년 수련회 시즌 중간에 그만두었고, 저는 레크레이션 강사로서의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개그맨 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그맨 시험에 떨어졌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게 됐죠.


어느 날, 우연히 같이 일했던 레크레이션 강사를 만나 유스호스텔의 소식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만둔 뒤로 수련회에 담력체험을 강행해서 입소한 학생들이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의 귀신을 다시 목격하기 시작했고, 학교마다 소문이 퍼지면서 모든 학교가 그 유스호스텔을 피했다고 합니다.


이후 유스호스텔은 수련회 사업을 접고 리조트 사업으로 바꾸었지만, 극기훈련장에 새 리조트 건물을 지을 때 신원미상 여성의 다리뼈가 발견돼 공사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경찰이 조사를 해보니 유스호스텔 주변 동네길에서 발생했던 2005년 미제 뺑소니 사건의 증거로 밝혀졌고, 과학수사를 통해 운전자를 심문해보니 중산저수지에 다리가 심하게 골절되어 잘려나간 피해자를 유기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중산저수지를 수색한 결과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의 백골이 발견되었고, 수련회에서 발견된 다리 뼈는 그 엄마의 다른 다리 뼈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뺑소니 사건이 해결돼 뺑소니범이 처벌을 받긴 했지만 원혼을 제대로 달래지는 못했고, 리조트에서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의 귀신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손님들 사이에 여전히 돌았고, 이후 유스호스텔 사장의 숙박사업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유스호스텔 사장은 현재 건물들을 싼 값에 내놓았지만, 여전히 매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레크레이션 강사는 저에게 놀라운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을 목격한 학생들이 증언하는 인상착의와 실종 당일 뺑소니 사건 피해자들인 엄마와 아이의 인상착의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뺑소니 운전자가 바로, 수련회에서 똥군기를 잡다가 대기업 레크레이션 강사로 취직했다며 일을 그만둔 방위 출신의 수련회 대장이었다는 것이죠.


알고보니 수련회 대장이 미팅에 지각했던 날, 사건 피해자들을 중산저수지에 유기하고 돌아온 직후 정신이 팔려, 제게 중산저수지의 물귀신에 대해 구전괴담을 쓰라는 말실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또 학생들이 야간마실을 못 나가게 한 것은 차량의 파편과 피해자의 혈흔 등 현장에 남겨진 뺑소니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구실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수사 결과, 수련회 대장은 실제로 대기업 레크레이션 강사로 고용되지 않았고, 전라도에 있는 고향에 숨어서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끔 사회생활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이렇게 묻습니다.


"혹시 그때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 청소년 유스호스텔 수련회에서 만난 레크레이션 강사 아니세요?"


그리고 그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 집단 발작, 전통체험에서 경험한 굿판 등 빙의체험이 아직도 생각난다며 행복해합니다.


가끔 유스호스텔 앞에서 찍었던 단체사진이나 수련회 강당에서 찍었던 지노귀굿 사진을 보여주고,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찍힌 심령사진들이라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이 모든 사건들이 제 강령술의 실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그 아기무당 한 명뿐입니다.


지금은 모두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기묘한 경험들이지만 그때 학생들을 상대로 함부로 위험한 놀이를 한 것 같아 아직도 미안할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구천을 헤매는 다리가 없는 엄마와 아이 귀신이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랍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