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누가 회사사람들이 얀데레인건 없냐고 해서

한번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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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퇴사하겠습니다."


준비해온 사직서를 내며 이런 말을 하니 사장님의 놀란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야, 얀붕씨? 아하하...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퇴사라니?"

"그래요, 갑자기...먼저 말이라도 좀 하지.."


내 등 뒤로 대리님과 과장님의 당황스러워 하는 말투까지. 누가 보면 한 회사의 엄청난 인재가 돌연 퇴사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단 말이지.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이젠 '근무했던' 회사는 솔직히 회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사무실 하나의 크기에, 인원도 나를 합해 5명밖에 되지 않는, 정말 작은 회사였다. 그나마 눈여겨 볼 점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여자라는 것 정도?

그것도 엄청나게 미인인.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집안에 일이 좀 생겨서.."

사실 다 개구라고 당신들 때문에 도저히 여기서 더 못 있겠습니다, 라며 단전에서 올라오는 말들을 꾹 참아내고, 누가 들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만한 핑계를 댔다.


모두가 엄청난 미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사를 무릅쓰는 이유는,


"얀붕씨, 다시 한번만 생각해봐요. 응? 제발...이렇게 퇴사하는게 어딨어.."


모두들 타인에 대한 집착이 심하기 때문이었다. 그 집착이 타인 모두인지, 아니면 나에게 국한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3개월이라는 짧으면 짧은 시간동안 내가 여기서 느낀 건 지옥같은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죄송해요. 이미 자취방까지 비워놓은 상태라서."


퇴사를 하고 조금이라도 이 근처에 더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에 이미 자취방도 정리하고 짐까지 본가에 다 보내 놓은 상태였다.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오늘은 호텔에서 묵기로 했고.


"아무튼,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을 나왔다.


"..묘하네…"

그렇게 나오고 싶어했던 회사를 나왔는데도, 내 기분은 그렇게 편하지많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얀붕 씨…"

"아, 여주 씨"

내 앞에 서 있는 한 여성 때문이었다.

김여주. 내 앞에 서 있는 그녀는 이 회사의 구성원들 중 유일한 정상인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자연스레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었고, 퇴사를 망설이는 계기가 되었었다. 뭐, 지금은 퇴사해 버렸지만.


"결국…"

"네, 그렇게 되었네요."

"...본가로 내려가시는 거에요?"

"그렇게 될 거 같아요."


본가에 내려갈 것 같다는 말을 듣자 울먹거린다.

"...잠깐 여기 아래 카페에 가서 얘기나 좀 할까요?"

오늘 남은 일정이 호텔에 처박혀 있기였기에 시간도 여유가 있었고, 또 그녀라면 별 일 없겠지라는 생각에 먼저 입을 열었다.


"...좋아요."

.

.

.

.

.

.

카페에서 나와 보니 8시가 넘어가 있었다. 6시에 들어갔으니, 2시간이나 얘기를 했던 거야?

물론, 3~40분은 우는 그녀를 달래느라 보내긴 했지만.

어쨌든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렀다가 미리 불러둔 택시를 타고 묵기로 한 호텔에 도착해 씻고 보니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에고고...이걸로 끝이네."

그래도 끝났다. 내일이면 저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홀가분해 질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하던 도중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룸서비스입니다~"

'룸서비스? 시킨 적이 없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발걸음은 자연스레 문 쪽으로 향했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앱을 이용해 불렀던 택시의 주인은 남자였지만 여자 목소리가 들렸던 이유를.

그리고 그 운전사의 목소리가 익숙했던 이유를.

구인 공고 사이트에 후기나 평점이 없었던 이유를.

여주씨를 제외한 회사 사람들이 내게 시선을 집중했던 이유를.


문을 열자, 그곳에는 전기충격기와 손수건을 들고 웃고있는 여주씨가 있었다.





*

사건일지 17b-294

피해자-김얀붕

피의자-김여주

상세:발견 당시, 피해자 김얀붕의 시체는 이미 장기를 적출당하고 박제를 당한 상태였음.

피의자 김여주는 박제를 당한 피해자 김얀붕의 시신과 성행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됨.

피의자 김여주는 사건 당일 택시 운전수로 변장해 김얀붕에게서 거주 위치를 알아내고, 룸서비스를 가장해 거주 호실에 침입함.

이 과정에서 피의자 김여주가 운전한 택시 트렁크에서 택시 주인인 김시택의 시신이 발견됨.

전기충격기와 클로로포름을 이용한 기습에 피해자 김얀붕은 기절하고, 그 사이에 준비해온 식칼과 실, 바늘으로 박제과정을 진행했다고 조사 당시 진술함.

피의자 김여주는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 도중 끊임없이 피해자 김얀붕의 이름을 부르고, '사랑해'와 '영원히'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정도의 정신 이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이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 김얀붕과 피의자 김여주가 근무했던 회사의 직원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으나, 피의자 김여주의 폭언과 협박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진술함.

피의자 김여주의 집에서는 서로 다른 사람으로 의심되는 치아가 다수 나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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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단편이랬는데 내가 썼던것들 중 가장 길다

그래도 여기서 더 이어지지는 않으니까 단편인거임

암튼 단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