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고 말 잘 들어준대서 인터넷 사이트로 키키모라 고용했는데

머리에 카츄사쓰고 상하의 전부 아디다스 츄리닝에 삼선쓰레빠 질질 끌고 배 덕덕 긁는 키키모라가 오는거임

눈 밑에는 다크서클 머리는 감은지 며칠 됬는지 떡이 끔찍하게 져 있고 술냄새까지 남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쪽 손에 방독면까지 들고 있음




"어으어 시발 거 당신이 고용주여? 여기가 니 집이고?"



"네 그런데요"



"훌쩍, 크응...
어 시발 집 안이 생각보다 깨끗하네
보나마나 지 집 청소 귀찮아서 못하고 냄새 풀풀나는 쓰레기장 만들어놓은 씹파오후새끼일줄 알았는데
그럼 방독면은 쓸 필요 없겠구나"



"어... 저기... 그 메이드 업체 사이트에서 오신 분 맞으시죠?"



"그럼 내가 뭘로 보이는데"



"어음... 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다 화장실 좀 빌리자 옷 갈아입고 오께"




그리고 화장실에서 깔끔한 메이드복으로 갈아입고 왔는데 아까 전의 모습이 오버랩되서 키키모라에게 메이드복이 안 어울려보이는 기묘한 현상이 발생함

그렇다고 뭐라 말하긴 좀 그렇고 솔직히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놔둠





"저기요"



"왜"



"혹시 저 심부름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Блядь"



"네? 뭐라구요?"



"말 하라고"



"...그 저기 길 건너면 문구점 있거든요 거기서 이거 잉크 파는데 그것 좀 사다주세요"



"гребаная свинья..."




"???? 네?"




"알겠다고"





그 후로 일 시킬때마다 계속 어디 말인지도 모를 말로 뭐라뭐라 웅얼거리고 투덜대는데 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말투 봐서는 아무래도 욕지거리같음

고용주로써 불만스럽지만 왠지 뭐라 하면 어디서 깨진 술병 들고와서 대가리에 내려꽂을것 같아서 무서워서 말도 못함



게다가 어쨌든 시키는 일은 다 하고

전에 집 여기저기에 널려 있던 잡쓰레기도 다 사라지고

쓰레기통은 항상 잘 비워져 있고

화장실 벽에 곰팡이 끼었던 것도 사라지고

옆집에서 밤 12시마다 시끄럽게 울리던 일렉기타 소리도 왜인지 키키모라가 뭐라뭐라 씨부렁대면서 뛰쳐나가더니 옆집에서 비명소리 들린 이후로 안 나고



아무튼 성능좋은 메이드라 해고하기는 좀 그럼

단점이라고는 항상 술냄새 난다는 거랑 계속 이상한 말 씨부렁거린다는 거



그리고 휴가 내 줬는데도 자기 집에 안 돌아간다는 것



일정상 휴가 내 줘야 할 기간이라 휴가 내 줬더니 화장실에서 츄리닝으로 환복하고 와서는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서 배 득득 긁으며 티비보고있음

그리고 어디서 꺼내온건지 모를 커다란 술병까지 하나 끼고




"...집에 안 가세요?"



"왜, 불편하냐?"



"...아니요"



"...너도 마실래?"




안 마시면 병으로 대가리까일것 같아서 덜덜 떨며 찬장에서 꺼내온 술잔을 내미는 고용주

그런데 키키모라는 비웃으면서




"남자새끼면 병나발을 불어야지 그 좃만한 술잔으로 뭘 하려고 그러냐?"




하면서 고용주 목구멍에 다이렉트로 술병을 꽂아버림

근데 그게 보드카였고

고용주는 필름끊김




다음날 일어나보니 어제 술 먹여지고 뻗은 소파 위인데 자기 품에 키키모라가 안겨 잠들어있어서 화들짝 놀라며 일어난 고용주

키키모라는 고용주가 눈 뜬거 보고 일어나더니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휙 돌림




"...책임 질거지?"



"뭘요"



"...기억 안나냐... 어제 니가 술 먹고 나한테 이런거 저런거 해부럿잔어..."



"???????"





고용주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음



저 꼴통 키키모라를 어젯밤에 내가 덮쳤다고?


여자로 본 적도 없는데

애초에 좀 여자느낌나게 행동했어야 그런 기분이 들지

동네 힘쎈 아저씨처럼 행세하는거에 성욕이 느껴질리가 있나

덮칠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키키모라한테 그런 걸 했다니 이해가 안됨

혹시 술에 뭐 탄거 아니야?





근데 그 이후로 키키모라도 별 말 없고
고용주는 기억이 없고 해서 일단은 넘어감





그런데 어째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키키모라의 모습이 천천히 바뀌는거임



항상 떡졌던 머리는 찰랑찰랑하고 좋은 샴푸향기가 나게 바뀌고

메이드복은 왜인지 노출도가 늘어나고

술냄새는 여전히 나긴 하지만 약간 흐려진 느낌

눈 밑의 다크서클도 화장으로 가리려고 한 흔적이 보임 워낙 진해서 다 가리는 건 무리였지만





"저기요 키키모라씨"



"왜....요"



"오늘 저기 마트에서 달걀 세일한대요
좀 사다 주실 수 있어요?"



"Конечно мой хозяин"



"????예????"



"알겠다고 주인님아"






뭐라고 씨부렁대는것도 똑같은데 왠지 말투가 부드러워짐

아무래도 욕은 아닌 것 같음

말투도 예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부드러워지고



고용주는 왠지 왜인지 요상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함





...혹시 저 키키모라가 나한테 잘 보이려는 건가?





...에이 설마 ㅋㅋ 그럴리가 있겠어
그냥 기분탓이겠지

저 꼴통이 뭐하러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하겠어






"주인님아 다녀왔다 여기 니가 부탁하셨던 달걀"



"아 고마워... 요...?"



"왜 그러냐? 뭔가 문제가 있으시냐?"



"...달걀 하나가 좀 이상하게 큰데요
게다가 뭔가에 젖어있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다"



"...이거 설마 키키씨 알이에요?"



"..."



"...키키모라씨...??"



"Да! Это моё яйцо! Ну и что?!"
그래! 이거 내 알이다! 어쩔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내뱉으며 달려드는

이를 악물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키키모라





"내가...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에...

너한테 잘 보이려고 요 몇 주간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매일매일 머리도 감고! 죽어도 하기 싫었던 화장까지 하고!

무엇보다 술까지 줄였는데!!

먼저 덮쳐놓고 이렇게 안 받아줘?!

너 인성 문제있어?!

오늘이 네놈 정자 제삿날이다 죄다 자궁에 쳐박아줄테니 각오해라 이 시발년아"






그리고

다음달 고용주는 유정란 3개를 받았답니다

잘 됐네 잘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