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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깔쌈하게 쓰고싶었는데 필력 구려서 포기

상받기엔 글도 구리고 기간도 짧아서 포기

아 ㅋㅋ

ㅡㅡㅡㅡㅡㅡ



얀순이는 왕의 자녀로 태어났다.

제국의 공주였으며, 날 때부터 천재의 두각을 보였다.

글은 물론이겠거니와 검술, 미술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재빠른 판단력과, 유난히 뛰어난 총명함 등.

또래에 비해 1~2년 쯤은 앞서 나가댔고, 또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가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왕은 그런 얀순이를 세상에 내놓기 꺼려했고, 때문에 얀순이는 정해진 날짜 이외에 세상의 빛을 받지 못했다.


얀순이의 친모가 매춘부라는 이유였다.



왕은 얀순이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니, 숨기고 싶어 했다는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얀순이를 성 구석에 있는 단칸방에 가둬 키웠으며, 얀순이의 육아는 배정된 보모가 맡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얀순이의 자존감은 떨어져 갔고, 갖가지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던 모습마저도 잃어갔다.

왕의 자녀였지만, 얀순이는 행복하지 못했다.




*

얀붕이의 가정은 지극히 평범했다.

아버지는 농사일을 하셨고, 어머니는 성에서 일하셨다.

제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얀붕이는 그리 모난 점도, 특출난 점도 없었으며, 어린 나이였기에 가끔 어머니를 따라 성벽 안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그렇게 어머니를 따라 들어가, 얀붕이가 본 성벽 안의 모습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벽 너머로만 바라봤었던 성채의 모습은 용처럼 웅장했고, 성채 주변 건물에서는 상인들이 수려한 수입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얀붕이는 그 사이를 신기하다는 듯 지나쳤다.


어머니가 일을 하시는 동안 얀붕이는 성 주변을 돌아다니고는 했다.

보통의 날에는 상점을 구경하거나 광장을 지나치며 시간을 떼웠겠지만, 그 날 얀붕이는 번화가에서 꽤 떨어진 성채 뒤쪽까지 발걸음을 옮겼다.

할 일도 없고, 시간도 비어 평소에는 보지 않았던 구석구석까지 보던 얀붕이는 성채 구석에 어색한듯 서있는 여자아이와 마주치게 되었다.


얀붕이가 처음 본 그 아이의 모습은 어딘가 위태로워 보였다.

차림새가 초라하지는 않았지만 행동에서 불안감이 묻어났고, 그런 불안감은 표정에서 여실히 표출됐다.

눈치가 좋은편도 아니었던 얀붕이마저 알아챌 만큼 위태해보였던 그녀의 모습에, 

얀붕이는 자연스레 그녀 앞에 다가서게 되었다.




*

얀순이는 그 날, 감옥과도 같았던 단칸방에서 도망쳐나왔다.

보모를 피해 성 뒷문으로 뛰쳐나왔지만, 평생을 성 안에서 살았던 얀순이가 숨을 곳을 알리는 만무했고, 

때문에 얀순이는 성채 구석에 어설피 숨어, 최대한 걸리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가까운 거리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가 퍼졌으며, 이내 얀순이는 체념한 듯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그 후 귀에 들려온 목소리는 얀순이가

평소 듣던 보모의 날카로운 그것이 아니었다.


분명 앳되지만 감싸주는 목소리.

어색하지만 따뜻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얀순이의 시선은 다시 앞을 향했다.


그 시선 끝에는 얀붕이가 있었다.




*


비록 초면이었고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둘 이지만,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구체적으로 알진 못했으나,

얀순이의 느낌으로소이 분명 부정적인 감정은 아니었으리라.

짧은 시간 속,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오랜 시간 갇혀살며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툴렀던 얀순이였기에 얀붕이의 물음에 짤막하게 대답해주는 것이 그녀가 하는 대화의 전부였지만,

짧은 대화 혹은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막간의 시간이 흐르자, 아까 보였던 얀순이의 불안감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러나 곧, 보모의 목소리와 함께 느껴진 인기척에 얀붕이는 자리를 떠야만 했고,

내심 아쉬웠던 얀순이는 말 없이 그의 손을 꼬옥 쥐었지만,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거란 얀붕이의 말에 쥐었던 손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

보모에게 잡혀 얀순이는 다시 단칸방에 들어왔지만, 그녀는 전처럼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전무했다고 할 수 있을만큼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그녀는, 그 짧았던 대화에서 자신감을 되찾았고,

죽어있던 재능들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해, 며칠 사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물론 얀붕이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았다.

얀붕이와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한 그 쯤 부터,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형용 할 수 없는 그 감정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고, 

얀붕이가 자리를 뜨려고 할 때, 그 감정이 훅 빠져 얀순이의 가슴에 구멍이 뚫린것만 같았다.

얀붕이의 손을 붙잡았던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10분도 채 대화하지 않았던 그가, 얀순이의 마음 속에 자리를 몇자리 차지하고 있는듯 했다.



얀붕이는 집에 돌아와 그녀와의 대화를 회상했다.

반응으로만 봐서는 그녀에게 괜한 오지랖을 부린 것으로 보였지만,

차가워 보이지만은 않았던 시선과 유난히 붉어졌던 볼살이 얀붕이의 머리를 스쳐가며 생각을 혼란스레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에 붙잡은 그 손.

그 손이 유독 얀붕이에게 오래 남아, 

아직도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했다.



사실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아보여 몇마디 나누다 눈치껏 나오려고 했었던 얀붕이였으나,

갑자기 손을 덥썩 잡아버리는 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후에 만남을 기약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애초에 약속날짜도 정해진게 없었고, 

또 얀순이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드리지 않았을거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며, 

얀붕이는 덮었던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다.




*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얀순이는 그 동안 많은 공부를 했고

여타 다른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끔 기회가 날 때마다 몰래 그때 그 곳으로 달려가 얀붕이를 기다렸지만, 당연하게도 얀붕이는 보이지 않았고,


한 달,

두 달,

세 달,


그것이 몇번이고 반복 될 수록 그 감정은

단순 호기심에서 호감으로,

그 호감에서 사랑으로,

그리고 집착으로 


서서히 어둡게 썩혀졌다.



또한 얀순이는 성년이 지난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칸방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왕에게 수많은 편지를 부치며, 구속을 풀어달라 요구해왔으나, 왕은 여전히 얀순이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했다.

될 수 있다면 얀순이의 목숨을 끊어버리고 싶었던 그였지만, 

혹여 소문이 퍼져 반대파의 귀 속에 들어간다면,

"왕이 혈연을 죽였다"며 민중들을 선동시키기에 이 보다도 좋은 먹잇감이 없었던 터라 

왕은 얀순이를 살려두기로 한 것이었다.


당연히 얀순이의 요청은 기각되었고,

원래도 좋은상태가 아니었던 얀순이의 멘탈은, 기각이 될 때마다 뜨거운 물에 닿은 눈사람처럼 서서히 부숴져갔다.




*


제국의 외교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바다 건너 있던 나라에게 늘 도발을 당하며 곤욕을 치르던 제국은, 

제국의 명예를 지켜야한다는 의회의 완곡한 고집으로 결국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1년 남짓하게 치뤄진 전쟁은 제국의 처참한 패배로 종결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였던 제국은,

재정부터 썩어빠진 관리들의 비리로 구멍이 뻥뻥 뚫린 상태였고,


정계는 파벌싸움과 의회의 자체분립 등.

이미 내부부터 곯아가고 있었으며,

전쟁 후반에는 결국 왕이 사망하고 말았다.


나라가 망하지는 않았지만,

성벽 바깥에는 제국군의  뼈와 살이 널브러져 있었다.


얀붕이도 건장한 남아였기에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징집되었지만,

반년을 버티던 방어선의 몰락으로 인해 포로감옥에 잡혀있었다.


포로감옥에 있던 죄수들도 모두 본인의 전우였던지라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포로들이 모두 몰살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며칠 지나지 않아 얀붕이는 알 수 없는 어딘가로 끌려가게 되었다.

얀붕이는 그곳이 사형장이라 생각하며, 마차에 올라 목적지까지 이르는 동안, 뇌 속에는 많은 잡념과 추억이 스쳐지나갔다.

처음 아버지를 따라 밭을 거닌 날 하며

화분을 깨뜨려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날 같은


사소한 것부터, 여러가지 사건들 까지.


말의 발자국 소리에 맞춰 생각이 전환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고 간수의 손에 이끌려 내린 그 곳은, 


많이 망가져 있지만 보자마자 알 수 있었던, 

제국의 광장이었다.


얀붕이는 이렇게까지 폐허가 된 고향의 모습에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왜 여기 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장 컸다.

이미 자신을 태운 마차는 얀붕이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쯤 떠나버렸고,

얀붕이는 먼지 말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광장에서 홀로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 때, 늘 닫혀있었던 성채의 정문이 열렸다.

성채와 광장과의 거리가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문의 크기와 열리는 소리가 워낙 컸기에 얀붕이의 시선은 그 곳으로 쏠렸는데, 

그 문 안에서는 어디선가 마주쳤던 것 같은 여성이.

아니, 여왕이.

얀붕이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몇달 전

제국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미 죽은 왕의 후계자를 찾아야 했던 의회는 성 구석 단칸방에 숨겨진 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얀순이를 찾아가 그녀를 왕위로 올리며 지금까지의 흐름에 대해 자축했다.


'전쟁을 일으키고, 폭동을 일으키고, 왕을 죽음에 이르게 해, 허수아비 왕을 올린다.'

모든것이 의회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얀순이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허수아비가 아니었다.

왕위에 오른 얀순이는 적폐세력들을 숙청해가기 시작했으며,

전부터 서서히 멘탈이 나가기 시작했던 얀순이에게 브레이크란 없었기에 

얀순이의 의하여 죽은 의원들은 총 인원에 50%에 달했고,

몇몇 국외로 도망가는 의원들도 있었으나, 그런 사람들은 얀순이가 직접 찾아가 목을 베기도 하였다.

그런 얀순이의 대숙청에 모든 의원들은 도망가지도 못한 채 잡혀있었으며, 그저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하지 않길 기도하고 있었다.



여왕이 되어 다수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얀순이는

그 와중에도 얀붕이의 대한 기억을 잃지 않았다.


곁에 붙잡아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으나,

그 날 마지막으로 본 후 행방이 묘연했던 그였기에


혹시 무슨일이 생긴건지.

납치라도 당한건지

어디 붙잡히기라도 한 건지.


얀순이는 많은 잡념에 빠졌으며, 


그 생각은 시간이 갈 수록 더 극단적으로 변해,

그녀는 얀붕이의 죽음을 의심했다.


순간 단순 가정일 뿐인데도 그녀의 얼굴은 꼬리를 밟힌 암사자의 그것처럼 일그러져 갔으며,

선대왕의 죽음에도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얀순이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의원들을 시켜 전단을 뿌리라 명하기도 했고,

사람을 동원해 아직 남아있던 동네를 쥐잡듯 찾아 얀붕이의 흔적을 쫒았다.


몇달간의 추적 끝의 얀붕이가 상대국가 포로감옥에 갇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협상 끝에 얀붕이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 협상조건에는 얀붕이의 전우들을 내주겠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얀순이에게 그런건 딱히 중요치 않았다.


그녀에겐 오직, 얀붕이를 처음 만났을 때에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얀붕이는 석방되긴 했으나, 양 팔은 여전히 포승줄로 묶여있는 상태였기에,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얀순이의 손에 이끌려 성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

어렸을 적 꼭 한번은 들어와보고 싶던 성 내부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얀붕이에겐 신기함보단 당혹감이 더 크게 다가왔으며,

무엇보다 묶여있던 자신을 어디론가 이끄는 그녀의 대한 의문감이 가장 컸다.



한편 얀순이는 광장에 있는 얀붕이를 보자마자, 그간 비어있던 마음의 구멍이 꽈악 메꿔진듯 보였다.

보는 눈이 꽤 있었기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꾹 참았지만, 그를 데려오면서 지어지는 웃음은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따라오던 측근들에게 누구도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라 명하며,  얀붕이를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얀순이는 얀붕이를 방에 들이자마자,

그를 침대에 넘어뜨리곤, 그 위에 엎어졌다.

처음부터 그를 범할 수 있는 포지션을 가진 얀순이었지만,  그 동안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많았기도 하였고, 

무엇보다도 다시 보러와준다는 약속을 어긴 얀붕이를 적당히 괴롭히며 그를 취한다면, 쾌락은 몇배로 돌아올 것 같았기에 

얀순이는 얀붕이의 위에 올라타 엎드린 상태로 그의 귀에 바람 불듯 속삭였다.


언젠간 볼 거라면거 왜 오지 않았느냐고.

몇년동안 그 자리에 기다렸는지 아느냐고.

무슨일이 생긴걸까 걱정하느라 얼마나 마음 졸인지 아느냐고.


그에게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얀붕이의 귀 옆에 있던 입술은 어느새 그의 입술 앞으로 옮겨졌으며,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마다 얀순이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얀순이는 입술을 겹치려 했다.

그간에 설움을 한꺼번에 풀겠다는 듯 얀붕이의 입술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몇 년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이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얀붕이는 격렬히 저항하였다.


얀순이가 듣고싶어 했었던 그 따스한 목소리도, 입이 굳어버린건지 닫혀버린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고

그 날 잡았던 거칠지만 부드러웠던 그 손도, 얀붕이가 잔뜩 경계하는 탓에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


얀순이는 그런 얀붕이의 반응에 화가 나기보단 당황하는 마음이 컸다.

그동안 자신이 얀붕이를 사랑하니 얀붕이도 자신을 사랑 할 것이라며 믿어 의심치않던 얀순이였는데,

얀붕이의 시선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눈빛보다 

처음보는 사람의 그것에 더 가까웠으며, 표정에선 공포가 서려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성에 살며 검술과 산술은 지겹도록 배웠으나, 그 누구도 이성을 대하는 법에 대하여 알려주진 않았다.


그렇기에 얀순이는 예상치 못한 이변에 대처하는 법을 몰랐으며, 당황한 나머지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가 얼굴을 흔들며 입술을 피할때엔,

그의 뺨을 때렸다.


그가 온몸을 비틀며 그녀를 뿌리칠 땐,

그의 가슴을 내리쳤다.


폭력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건 은연중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얀순이는 그 사실을 애써 부정했다.

만약 이 방법이 올바른게 아니라면, 

자신이 얀붕이를 사랑하는 사실조차 부정당하는 듯 했기에.

얀순이는 인정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합리화 했다.

얀순이는 폭력 끝에 조용해진 얀붕이에게 입술을 맞췄고, 

방 안에는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격렬한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얀순이의 지시에 제국은 빠르게 복구되기 시작했고, 

폐허였던 광장도 상인으로 넘쳐나곤 했으며

시체밭이었던 성벽 바깥도 더디지만 서서히 복구되었다.

그러나 얀붕이는 얀순이의 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날. 얀순이에게 잡힌 그 날 이후로 성 바깥에 나가지도 못한 채 갇혀있었으며, 그녀가 어딜 가든 얀붕이는 따라가야만 했다.


얀순이도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폭력을 통해 얀붕이의 몸은 얻을 수 있었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의 마음은 얻지 못한다는게 얀순이에게 큰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

얀순이는 그의 마음을 얻기위해 무슨일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얀붕이의 멘탈은 그간의 폭력으로 인해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상태였다.

얀순이가 자신의 손을 잡으면, 그 날은 양 손의 손가락이 모두 불어버릴 정도로 손을 씻었고,

얀순이가 자신의 어느 한 부위를 쓰다듬으면, 그 부위에 피가 날 정도로 긁고는 했다.


얀순이는 그런 얀붕이를 볼 때마다 괴로웠으며,

얀붕이가 고통받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런 날이 하루, 이틀. 한달, 두달 

계속 될 수록 얀순이와 얀붕이 둘 모두에게 지속적인 정신적 데미지를 입혔고,

얀순이는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고 말았다.



얀순이는 얀붕이가 자는 틈을 타, 그의 몸에 마약을 주사했다.

제국에서의 마약은 당연히 불법이었지만, 

의회에서도 막지못할 절대권력을 가진 그녀에게 마약 구하기는 간단했고,

이미 얀붕이에 의해 제정신이 아니게 된 그녀에게 자중이란 없었다.


얀순이는 근 1주일간 얀붕이의 몸에 마약을 주사하다,
어느순간 주사를 끊어버렸다.

때문에 얀붕이의 몸은 금단현상에 의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으며, 가끔씩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멘탈이 부숴져, 웬만한 고통도 버텨냈던 얀붕이였지만, 마약에 의한 고통은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참아본다고 참아보았던 얀붕이었지만

결국, 얀붕이는 그토록 혐오스러워 하던 얀순이를 붙잡고 빌었다.

제발 내 몸 좀 고쳐달라며.

무엇이든 할테니, 발이라도 핥을테니 제발 고쳐달라며 그녀의 발에 붙어 빌었다.


얀순이는 자신의 계획대로 흐르는 이 상황에,

웃음을 참으며 그런 얀붕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었고,

그의 팔뚝에 주사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몇번이고 반복되자, 얀붕이는 얀순이에 대한 생각이 서서히 바뀌게 되었다.



스톡홀롬 신드롬이라고 하던가.


자신이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자신을 따뜻하게 치료해주던 그녀에게 그 동안 있던 일들도 

'사실 내가 잘못한 생각한게 아니었을까?' 라며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

얀붕이는 치료를 가장한 마약주사가 계속 될 수록 얀순이에 대한 마음은 커져갔으며,

늘 얀순이의 폭력이 아니면 이뤄지지 않았던 둘의 관계도, 얀붕이가 먼저 다가와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둘은 맺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