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농부 0편 /프리퀄
https://arca.live/b/yandere/8089138
농부 1편
https://arca.live/b/yandere/8052805
농부 2편
https://arca.live/b/yandere/8139154









한 때 기사였던 농부에게 (3)

 

 

 

 

 

“오오, 이 녀석이 자네가 말했던 그 동생인가?”


“루크마이어 엔더스라고 합니다.”


막시무스가 어린 소년, 루크마이어를 보았다. 그는 이제 겨우 15살이었다.

 

“최연소 황금 사자단원이라고요, 영감님. 아직 15살인데 심사를 통과했다니까요?”


“이번 시험관이 누구였지?”


“루키스……라는 분이었습니다.”


그 말에 막시무스가 눈을 크게 떴다. 이런 꼬맹이가 루키스를 이겼다고?


“으하하하! 루키스가 이런 아이한테 당했단 말이지? 한동안 두고두고 놀림 받겠군!”


“제 동생한테 진 거니까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죠. 이 녀석, 천재라니까요?”


루크마이어의 사형, 조나스가 웃으며 루크마이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쌍검을 쓴다고 했나? 터득하기 힘든 기술인데 잘도 해냈군. 루크마이어 군, 하나

 

질문을 해도 되겠나? 개인적인 질문이고 대답하기 싫다면-”

 

“대답하겠습니다.”


“자네는 왜 황금 사자단에 들어왔는가?”


별 거 아닌 질문이지만, 이 질문은 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다.

 

기사가 되고 하는 이는 많다. 하지만 ‘왜’ 기사가 되고 싶은지에 따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었다. 루크마이어가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이 나라에서 가장 귀중한 분을 지키는 자리이니, 그 이상의 애국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일개 용병이나 집 지키는 개가 되려고 검을 배운 게 아닙니다.”

 

막시무스가 루크마이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이거……꽤 재미있는 녀석이 들어왔군.”


“그죠?”


“자네보다 더 나을 정도야.”

“에이, 그건 아니죠!”

 

조나스와 막시무스가 동시에 웃었다. 루크마이어는 영문을 몰라 웃지 않았다.


“루크마이어 군, 자네의 충성과 활약을 기대하고 있겠네.”


재능 있고, 유능하며, 올곧은 마음을 가진 소년.

 

막시무스는 그가 자신의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했다.

 

 

 

 

 

 

 

 

 

*****

 

 

 

 

 

 

 

 

쇠가 비명을 지른다. 그들은 검이 부딪히는 소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다리를 베였지만 막시무스의 움직임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에게 이 정도 상처는

 

일상적으로 겪는 정도였다. 그보다도 20년 전과 완전히 달라진 루크마이어의 검술에

 

더 애를 먹었다. 잉게르 유파의 검술을 자신의 형태로 완성시킨 그는 이전보다 훨씬 강했다.

 

“하여간 애 먹이는군!”


단검을 쥔 팔이 자기 머리 옆으로 지나가는 순간, 막시무스가 팔을 붙잡아 저 멀리

 

던져버렸다. 루크마이어는 데굴데굴 구르다 길옆으로 떨어졌다.

 

“일흔 먹은 노인네가 무슨 힘이 이렇게 좋아?!”


“나도 자네처럼 매일 훈련했거든!”


막시무스가 튀어 올라 루크마이어를 압박했다. 무수한 연격에 그는 방어하는 게 전부였고,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일격에 승부가 날 터였다.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쇠의 비명이 숲에 울려 퍼졌다. 막시무스가 현란한 움직임으로 루크마이어를 밀어붙였다.

 

“이렇게 좁은 곳에선 내가 훨씬 유리하지. 왜 그런가? 호흡이 거칠어졌는데!”


“망할!”


한 순간, 방어가 비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막시무스가 그의 안면에 주먹을 꽂았다.

 

코가 부러지며 코피가 터졌다. 그러나 곧 날아오는 공격 탓에 아파할 시간조차 없었다.

 

막시무스의 연속 내려찍기 공격이 이어졌다. 단순하게 팔로 내려찍는 기술이건만

 

그 위력과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루크마이어가 피하려고 했지만 바닥이 진흙이어서

 

아까처럼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반면 막시무스는 특수한 신발을 신어 진흙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 작은 차이가 전세를 바꾸었다.

 

루크마이어가 찌르기 공격을 시도했지만- 막시무스가 발로 걷어차 검을 튕겨냈다.

 

“이런!”


그 직후 돌려차기- 루크마이어가 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충격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저 멀리 나가떨어져 굴렀다. 다리 쪽에도 칼날이 달려있어, 그 일격으로 팔이 너덜너덜해졌다.

 

“제기랄……!”


“마무리다!”


막시무스가 넘어진 루크마이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무언가가 날아왔다.

 

철퍽-!

 

“큭!? 이, 이건 진흙……!”


“으라아아아아!!”


루크마이어가 던진 진흙 탓에 일순간 시야를 빼앗겼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막시무스가 본 것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이었다.

 

“아뿔싸!”

서걱- 살을 베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귀의 윗부분이 잘려나갔다.

 

동시에 루크마이어가 막시무스에게 달려들어 허리를 붙잡았다. 설마 자신에게 

 

격투기를 걸 줄은 몰랐기에, 그리고 방금 전의 기습으로 일순간 판단이 늦었다.

 

루크마이어가 막시무스를 그대로 들어 올린 후- 뒤로 뛰어오르며 내리찍었다.

 

“크헉!”


아무리 진흙이라도 그 충격은 컸다. 막시무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섰지만, 그 한 방에 뇌가 흔들려 시야가 흐려졌다. 뇌진탕이었다.

 

그 사이 루크마이어가 떨어진 검을 주웠다. 그 땐 막시무스도 겨우 자세를 잡고 있었다.

 

“이보게, 루크마이어 군……허억……질문 하나 해도 되겠나?”


“대답하겠습니다.”


“자네는 왜 반역자가 되기로 한 것인가?”


“왕비님……그리고 엘리자의 곁이 제가 있어야 할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자넨 뭘 얻었지? 잃은 것을 보게나. 명예를 잃고, 형제를 잃고, 이런 시골에 처박혀

 

언제 쫓길지 모르는 삶을 사는 게 자네가 바라는 것이었나?”

 

“그 말대로, 전 전부 잃었습니다.”


루크마이어가 검에서 묻은 진흙을 옷소매로 닦아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 이상의 것을 찾았습니다.”


“……그렇군.”


막시무스가 작게 웃었다. 루크마이어는 영문을 몰라 웃지 않았다.

 

“역시 자네는 옛날 그대로였어.”


막시무스가 팔의 끈을 잡아당기자, 손목 위로 날카로운 칼날이 솟아났다.

 

“와라, 어리석은 충신이여.”


“으오오오오오!!”


루크마이어가 선수를 쳤다. 그의 예리한 찌르기가 막시무스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그러나 이것은 방금 전처럼, 막시무스가 ‘일부러 노린 것’이었다.

 

‘검이 안 뽑혀!’

 

“이번엔 내 차례일세!”


루크마이어가 얼른 검을 놓고선 날아오는 일격을 피했다. 이제 그에겐 무기가 없었다.

 

“커헉?!”


그러나 반대쪽 손의 칼이 그의 어깨를 관통했다. 

 

“흠!!”


“무, 무슨 짓을!”


막시무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상처가 벌어지는 걸 감수하고 힘을 주어 

 

검이 뽑히는 걸 막았다. 문제는, 칼날이 건틀릿에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루크마이어처럼

 

그것을 버리는 게 불가능했다는 점이었다. 

 

“으라아아!”


아직 반대쪽이 남아있다. 그가 일격을 날렸지만 루크마이어가 팔을 붙잡아 비틀었다.

 

“으, 으으으으……!”


“작별입니다, 영감님.”


루크마이어가 그의 배에 박힌 검을 뽑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겼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막시무스가 비틀린 팔을 떨쳐낸 뒤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크아아악!!”


칼날이 뺨에서 귀까지 꿰뚫렸다. 루크마이어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막시무스가 뒤로 넘어지며 진흙탕에 처박혔다. 피가 울컥, 울컥 흘러나오며 진흙과

 

뒤섞여 기묘한 색을 자아냈다. 그것은 하나의 유채화처럼 보였다.

 

“후우……이런, 나도 나이를 먹었군……목을 노린 건데 빗나갔어.”


“10년만 빨리 오시지요…….”


“아니면 내가 10년 늦게 태어났으면 좋았을 테지.”

 

루크마이어가 막시무스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는, 한 번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한 적 없네.”

 

“압니다.”


“난 자네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자네가 강했고, 내가 약했지, 그게 전부일세.”

 

막시무스가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다.

 

“조국을 위해 평생을 싸웠어. 평생 다른 생명을 빼앗으며 살았지. 그래도 후회나

 

죄책감 따윈 없어. 결국 내 손에 남은 건 이름뿐인 명예뿐이지만…….”

 

“절 용서해주십시오, 영감님.”


“난 자네를 용서하네만, 과연 자네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그의 눈빛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한 때 기사였고, 죽을 때까지 기사였던 남자의

 

최후. 루크마이어는 고통조차 잊고 그 옆을 지켰다.


“어디로 도망쳐도 우리는 쫓아올 걸세. 가장 깊은 심연 속에 숨어도 우린 찾아내겠지.

 

그만큼 절박하니까……우린 이런 식으로밖에 충성할 수 없는, 불쌍한 존재야…….”

 

“이게 저의 충성입니다. 망설이지도, 뒤돌아보지도……후회하지도 않을 겁니다.”

 

“자네답군.”

 

막시무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아들아……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라…….”

 

루크마이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곳을 떠났다.

 

“아빠, 상처투성이잖아! 어, 어떻게 하지?”


“당장 죽을 정돈 아니야. 얼른 움직이자.”

“하지만 상처는 치료해야 돼! 안 그러면 곪을지도 몰라!”


“여기서 머뭇거릴 시간 없어. 엘리자,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말을 훔쳐야겠어.”


어깨와 뺨, 귀. 그 외에도 몇 군데 상처가 있었다. 과연 이 상태로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바로 꼬리를 붙잡을 만큼 바짝 다가왔단

 

사실이었다. 하루라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단 하루도.

 

“가자, 엘리자.”

 

그가 말했다.

 

 

 

 

 

 

 

 

 

 

*****

 

 

 

 

 




 

 

“찾았습니다.”


“그가 살아있나?”


“아뇨, 죽었습니다.”


금선이 그어진 하얀 갑주를 입은 기사가 말했다.

 

그들은 막시무스가 죽고 나흘 뒤에 그를 찾아냈다. 두 사람은 이미 거길 떠나

 

남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너무 늦었나. 로멜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20년이나 은거했는데도 막시무스 대장을 죽였군. 뭐하는 놈이지?”


덩치가 남들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거한이 말했다.

 

“추측컨대 루크마이어 엔더스는 탈영한 뒤에도 수련을 거듭한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막시무스 대장을 쓰러트릴 순 없겠지. 흐음…….”

 

금발에 안경을 낀 기사가 죽은 막시무스의 시체를 살펴보았다.

 

“다리와 귀에 상처가 났다. 사인은 복부의 상처……검에 의한 관통상이로군.

 

상처의 흔적이 다른 걸 보아하니 두 가지 다른 무기를 사용했어.”

 

“루크마이어는 쌍검을 사용한다. 역시 그 사람이었군.”


로멜드가 시체를 흰 천으로 덮은 뒤, 뒤에 서 있던 부관에게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어쩌지?”


“쫓아야지. 무녀는 그들을 막지 못하면 일주일 뒤에 외국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만약 외국으로 넘어가게 되면 일이 귀찮아져. 군인인 우리들이 국경을 넘었다간 일종의

 

선전포고가 될지도 모른다. 그 전에 어떻게든 붙잡아야 돼.”

 

“잡으면 루크마이어는 어쩔 거지?”


“죽인다. 뭐가 됐든 그는 반역자다.”


로멜드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반역이 없었다면 로이어 전하의 정통한 후계자도 없었겠지. 엘리자베스

 

공주님이 살아남은 건 온전히 그의 공이다. 그 점을 감안해야-”

 

“개소리 집어치워! 그 새끼가 막시무스 대장을 죽였어! 당장에라도 잡아서 찢어 죽여야 돼!”


“재판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다. 임무를 잊지 마라, 꼬리.”


“안 잊었거든!?”


두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는 동안, 로멜드가 전투의 흔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루크마이어 엔더스.

 

자기보다 8살이나 어리면서도 황금 사자단에 들어와, 잠시나마 발톱의 자리를 차지했던

 

남자. 지금은 그가 얼마나 더 강해졌을까? 과연 지금의 그와 과거의 그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로멜드는 한 번도 그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루크마이어를 친구라 여겼다.

 

“우리의 손에 조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오트하이머, 제프. 우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주님을 데려와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타개책이다.”

 

“…….”


“너, 그 사람의 부관이었다면서? 정말 죽일 수 있겠어?”


그 질문에, 로멜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황금의 사자가 사냥감의 뒤를 쫓는다.

 

모든 이의 운명이 걸린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추측상 6~7편 쯤에서 끝낼 듯. 그나저나 소꿉친구는 언제 쓰냐... 

또 설사가 도져서 이번엔 대학 병원 가서 항생제 존나 많이 받음. 그래 이거지 FUCK YE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