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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다 싶으면 나중에 편집 좀 해서 재업할게

빌드업 때문에 초반부가 좀 김...








얀붕이가 보낸 연락은 고작 카톡 두 줄밖에 안되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얀순이는 얀붕이가 자신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는 그 연락에 흥분과 기쁨에 젖어


허겁지겁 자신의 더러워진 몸을 씻어 몇 달 만에 화장을 다시 한 후 겨우 과거의 아름답던 미모를 되찾아 


황급히 얀붕이가 말한 약속 장소로 달려가고 있었어


학교 다닐 때 얀붕이 빵셔틀로 부려먹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갑을 관계가 역전되어


이제는 그녀가 수업 시작종처럼 기한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도 얀붕이의 시간 약속에 맞춰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지


눈발이 흩날리던 추운 겨울날에 대충 껴입고 나와 어느 새 등에 눈이 수북히 쌓인 채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


그 가냘픈 다리가 부러져라 뛰다가 신발이 벗겨지는가 하면 사람들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 싸늘한 눈초리를 수십 번이나 받았지만


그녀는 그런 어떤 것들에도 상관하지 않고 그저, 그저 얀붕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어


머리 속은 그동안 얀붕이를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얀붕이를 부여잡고 엉엉 울고 싹싹 빌면서 이렇게 빌 거라며 생각해 온 수없이 많은 사과문들이 끓어넘치고 있었고


마음 속은 그런 모질고 잔인한 폭력들을 받아 고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못된 썅년인 자신을 용서해 주고 다시 한 번 만나 자신에게 속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얀붕이에게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한 너무나 감사하고도 황홀한 마음에 꽉 차 있었지


이미 얀붕이에게는 자신 대신에 만날 자신보다 훨씬 더 우월한 여자친구가 생겼으니, 다시 그녀가 그 자리로 비집고 들어갈 일은 영원히 없을 거라는 절망감이 잠시 그녀를 멈춰 세우기도 했지만


그녀는 얀붕이와 만나 용서를 빌다 보면 어쩌면, 정말 어쩌면 자신을 용서해 줘서 옛날처럼 서로를 사랑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말만 미친듯이 되뇌이며


정신이 빠져 흐릿하게 물든 눈동자로 약속 장소로 가는 길만을 바라보며 그저 뛰어가기만 했어


그렇게 그녀는, 옛날의 그 오만하던 자신이 보았다면 질겁하고 경멸하고도 모자랄 그 추하고 미천하고 비굴한 모습을 한 채 헉헉거리며 약속장소로 뛰어가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


재회의 장소로써 얀붕이가 일방적으로 정한 그 횽대 거리의 조그마한 바에서


그토록 만나기를 고대해 오던 얀붕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얀붕이는 정말 몰라볼 정도로 멋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어


과거의 그 유약하고 어설퍼 보이는 안경 쓴 얼굴과 자신보다도 더 작아서 툭하면 무시하곤 하던 그 작은 키는 온데간데없이


이제는 얼굴도 배우나 아이돌들의 컨셉 화보에나 나올 법한 잘생긴 안경을 쓴 미청년의 모습이 된 데다 190은 될 법한 큰 키는 롱코트를 입은 그 모델 같은 핏을 더욱 빛내 주고 있었지


주변의 지나가던 여성들도 시선을 고정시킨 채 멍하니 바라볼 정도의 잘생긴 외관, 샤울대학교생이라는 뛰어난 학력, 게다가 과거의 그 유약해 보이던 불쌍한 모습과는 비교도 안되게 자신감에 가득 찬 듯한 그 모습까지


그녀가 과거에 비교 대상으로 삼아 스스로의 자존감만 드높이던 데 쓰던 그 찐따 같던 얀붕이가 완전히 환골탈태해버린 모습을 본 얀순이는


얼굴만 예뻤지 나머진 하나도 잘난 게 없어 이젠 너무나 추하고 못나져 버린 자신과 대비되는 얀붕이의 모습


과거의 자신들과는 완전히 정반대가 되어 버린 그 모습에


그저 태산같은 절망감의 파도에 휩쓸린 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만 그득할 뿐이었어


그런 마음 때문에 섣불리 얀붕이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얀순이의 모습을 알아본 얀붕이는


학교폭력을 당해 울분에 차 전학을 간 과거가 있는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게 쾌활한 목소리로 크게 얀순이의 이름을 부르며


'으... 으응?'이라며 놀라서 얼어붙은 채 되묻는 얀순이에게 웃으면서 다가가 오랜만이라면서 정말 반갑다며 인사를 건넸지


학교폭력 가해자인 자신에게 피해자인 얀붕이가 이처럼 살갑게 대하는 데 이상함과 죄책감을 느낀 얀순이가 조금 겁에 질린 듯이 얀붕이의 말에 으... 응... 거리며 단답형으로만 대답하자


그런 얀순이의 모습을 본 얀붕이는 피식 웃으며 뭐 과거에 장난 좀 친 것 때문에 맘에 걸리는 거라도 있냐며 웃더니


그런 것 정도는 이미 옛날에 다 잊어버린 지 오래니 신경쓰지 말고 오랜만에 못다한 이야기나 해 보자면서


죄책감으로 얼어붙은 듯한 얀순이의 차가운 손을 크고 따뜻한 자신의 손으로 살포시 감싸 안으며 조그마한 바 안으로 그녀를 안내했지






너무 오랜만에 본 데다 얀붕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 때문에 얀순이는 얀붕이의 호의를 어색해했지만


그럴수록 얀붕이는 여기서 가장 좋은 칵테일을 추천해 주겠다고 하는 등 불편해 하는 얀순이의 마음을 위해 주려고 애썼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얀붕이의 호의에 얀순이는 조심스럽게 얀붕이에게 자신에게 이토록 잘 해주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지


그것도 얀붕이는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데다 착하기까지 할 여자친구도 있다는 사실을 얀순이는 잘 알았거든


그러자 얀붕이는 미소지으면서 말했지


전학가고 나서 성인이 된 후에 네가 어렸을 때 나를 괴롭히면서 한 그 모든 짓이 그저 어린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호감과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한 행동에 불과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그렇게 네가 한 행동들이 표현 방법만 과격했을 뿐 그저 내게 사랑이던 호감이던 관심이던 뭔가를 표출하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걸 깨달은 후에는


오히려 그동안 연락을 씹어 너를 고달프게 한 게 조금 미안해지기까지 할 정도로 너에 대한 모든 게 용서가 되었다고


그러니, 자신은 이젠 정말 너에 대해 어떠한 나쁜 감정이나 쌓인 것들도 없으니 옛날처럼 친밀하게 지내던 좋은 사이로 되돌아가기만을 원한다고 말이야


또 페북에 떴을 그 영상에 나오는 여자애랑은 사실 이미 진작에 헤어졌다는 말도 덧붙였지


자신이 수년 동안 죄책감으로 고통받으며 그토록 듣고 싶었던 너를 용서한다는 얀붕이의 말을 원하는 만큼 다 들은 얀순이는


그만 와락 얀붕이에게 안겨 정말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미안하다며 애써 참아 온 눈물을 히끅거리며 쏟아내고야 말았어


얀붕이의 과거 따위는 잊었다는 듯한 상냥하고 배려심 넘치는 모습에 몇 년 동안이나 마음에 쌓아 왔던 미안함과 죄책감이 끓어올라


너무나 감정이 북받쳐 오른 바람에 그동안 생각해 온 죄를 빌기 위한 속죄의 사과문들은 전부 생각나지 않았고


그저 얀붕이에게 미안해... 미안해... 내가 정말... 너무 철이 없어서... 그건 그저 너가 좋아서 한 표현이었는데... 라고 똑같은 말들만 토해 내면서 엉엉 울면서 빌 뿐이었지


그런 얀순이의 모습을 본 얀붕이는 그녀를 이해한다는 듯이 그녀에게 가볍게 손을 얹어 등을 토닥거리며


그런 건 자기는 정말로, 정말로 다 잊어버린 지 오래니 고등학생 때는 못한 술이나 한잔 하면서 다 잊어버리라며 얀순이의 고통받아 다 갈라져 버린 마음들을 따스한 말들로 채워 주었고


그런 따뜻하고 너무나도 착한 얀붕이의 모습에 죄책감을 더욱더 크게 느껴 버린 그녀는 얀붕이를 부둥켜 안고는 그저 꺽꺽거리며 울 뿐이었지


얀붕이는 그녀를 천천히 토닥여서 달래 주고는 그녀에게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칵테일을 권하면서


이제 그 복잡한 과거 일들은 술에 취하듯이 모조리 잊어버리라며, 지금부터 이제 옛날처럼 친해져서 우정을 다시 나누자며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어






그날의 바에서의 회포가 끝난 이후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친밀해지기 시작했지


자신감이 바닥을 기고, 자기혐오에 가득 차게 변해버려 고통받던 그녀는 얀붕이의 지속적인 간호와 용서의 말들에 점점 마음에 안정을 되찾아 갔고


얀붕이가 자신의 팔에 난 자해의 상처들을 보더니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게 느껴진다면서 눈물마저 흘리자


그녀는 더 이상 폐인처럼 살면서 죄책감에 손목을 긋고 물건들을 부수고 술도 병나발로 부는 일들도 없어지게 되었지


또한 한때 자기가 질투했던 얀붕이의 여자친구와 얀붕이가 헤어져, 마치 그 후 과거의 자신을 잊지 못하고 얀붕이가 자신에게 돌아온 듯한 그 상황은


결국 자신에게 얀붕이밖에 없었던 것처럼, 비록 자기가 한 때는 애정 표현이랍시고 얀붕이를 괴롭히긴 했지만 결국 얀붕이도 진정한 사랑으론 나를 선택했다고 느끼게 해 주어


얀붕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자기가 유일한 승리자라는 쾌감마저 느끼게 해 그녀의 무너진 자존감을 채워서


옛날의 그 당당하고 아름답던 모습을 되찾게 해 주었어


그동안 오만하고, 싸가지 없으며 자신밖에 모른 채 폭력과 가학적인 행동으로 사랑을 해 오던 그녀가 얀붕이의 도움으로


이제는 드디어 이성과 올바르게 애정을 나누며 사귀는 법을 배우며 행복함에 차서 살 수 있게 된 거지


그렇게 처음 느끼는 제대로 된 사랑을, 그토록 바래 온 첫사랑인 얀붕이와 함께 나누게 된 게 너무나도 감동스러웠던 얀순이는


결국 그들의 사랑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그 날에, 얀붕이와 재회하여 처음으로 용서를 받은 그 바에서 술에 취한 채


얀붕이에게 자신의 꽁꽁 숨겨 왔던 아름다운 처녀의 몸마저 기꺼이 내어 주게 되었어


첫사랑인 얀붕이와의 재회, 처음 느껴 보아 무섭고 공포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흥분되면서 짜릿한 섹스와 절정의 쾌감


자신을 따스하게 리드해 주는 얀붕이를 보면서 느낀 이제 완벽하게 용서받아 자신의 죄가 사면되었다는 그 기쁨


그리고 얀붕이에게 몸까지 내어 줌으로써 둘의 사랑이 완전히 견고해져 이제 영원히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행복함까지


얀순이는 수많은 기쁨들로 점칠된, 평생동안 잊지 못할 그 엄청난 처음의 쾌락을 만끽하며


완전히 죄가 사면받은 자신은 이제 앞으로는 얀붕이와 함께하며 평생동안 고통받는 일 없이 행복하게 살 것이라며 기쁨에 젖은 채 잠에 빠져들었지


그 후로도 얀순이는 얀붕이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계를 지니며, 꼬마애 시절부터 소꿉친구로써 함께한 자신들이


이제는 이렇게 짐승처럼 몸을 섞으며 교미하는 관계가 되어 버린 그 기묘한 상황을 즐기며


그 기쁨으로 자신의 망가진 마음을 채워 나갔어


게다가 얀붕이는 정말로 얀순이와 평생이라도 함께할 마음이 있기라도 한 듯이, 어느 날 우연히 얀순이가 이러다 자기가 애라도 배면 어떡하냐고 농담조로 말하자


정말 그런 축복받을 일이 있기라도 한다면 언제든지 자기에게 말하라면서


너와의 사이에서 사랑스런 아이를 갖게 되기라도 한다면 이젠 너무나도 기쁠 것 같다며 얀순이를 사랑스레 껴안아 주었지


그런 얀붕이의 반응에 얀순이는 너무나도 기뻐하며, 정말 앞으로 우리 사이 관계가 지속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아이가 자신의 몸에 잉태되어 우리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어






하지만


우연히 병원에서 사게 되어 장난삼아 시험해 본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뜬 후


갑작스런 소식에 얀붕이가 놀랄까 조마조마하면서도 동시에 얀붕이가 기뻐할 거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얀순이가 옛날에 내가 농담삼아 말했던 것처럼, 자기가 정말로 너의 아이를 배게 되었다고 얀붕이에게 설렌 체 말하자


얀붕이는 묘하게, 정말 오묘하게 입꼬리를 위로 올려 살짝 조소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하더니


그대로


정말 그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연락처고 뭐고 얀순이가 그에게 닿을 수 있는 경로들을 모조리 지워 버린 채


얀순이의 곁을 홀연히 떠나 버렸어


마치 과거에 둘이 처음으로 갈라지게 된 그 날처럼


얀순이를 감동시킨 둘의 재회, 그 후 있었던 둘의 행복한 연인으로써의 추억들이 그저 한낱 꿈에 불과했던 것처럼


얀붕이는 얀순이의 곁을 떠나 다시 그때 그 날처럼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


유일하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얀순이는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배 안에 심장을 뛰는 자신의 자식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건 오히려 과거에 그녀가 느낀 그 절망과 고립감을 곱절로 늘리고, 훗날에 대한 두려움만을 덧붙여 그녀를 미쳐 버리게 만들 뿐이었어






그제서야 얀순이는 깨달았지


그토록 고대하던 얀붕이의 연락과 용서를 받은 그 아름다운 날부터, 둘 사이의 사랑이 아름답게 쌓여 온 그 모든 일들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 얀순이의 배 속에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짐만 될 아이를 남겨둔 채 그녀를 버려두고 떠나 버리는 오늘의 이 일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이 모든 게, 멍청하게도 자신의 죄가 완전히 용서받았다고 철썩같이 믿으면서 자기 주제도 모르고 다시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 가증스런 자신에게


얀붕이가 수 년 간을 기다려오며 꿈꾸어 왔던 완벽한 복수라는 걸 말이야











원래는 바로 올린다고 했는데 일이 생겨서 좀 늦어짐 ㅈㅅ

분량조절 실패로 다음화에 마무리될 것 같은데 다음화는 좀 짧을듯

물론 엔딩은 얀순이 용서따윈 안하는 엔딩이야

쓰다보니 얀순이 조금 불쌍해졌는데 1화보고 나니 그런 마음 싹 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