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빨리 풀어!!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라고!!"


"....."




시끄럽다. 벌써 30분 째다.


이번 노예는 반항심이 대단하다. 이래서야 혀 깨물고 죽어버리는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이런 여자를 어떻게 잡아낸건지, 어째서 노예로 팔아넘길 생각을 한건지 노예상 놈들도 참 대단하다.


하긴, 나도 사전조사 없이 가격에 혹해 충동구매한 거지만.




나는 고래고래 소리치는 노예를 뒤로하고 철문을 걸어잠궜다.


고함치는 소리가 방음벽을 뚫고 들려왔다.


뭐라고 하는진 정확히 들을 수 없었지만, 나와 노예상에 대한 분노섞인 내용이라는 것에는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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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나는 샌드위치를 2개 만들어 검은 봉투에 담은 뒤 지하실로 향했다.




잠금장치를 풀고 철문을 열자, 노예가 나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길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낮에 그렇게 소란을 피운 바람에, 마음만은 굴뚝같지만 몸은 저항할 힘이 없어 보였다.


노예는 어찌나 소리를 질렀는지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나에게 소리쳤다.




"나가... 나가라고...! 이 좆같은놈아!!"




나는 그렇게 외치는 노예를 무시하고, 방 안의 전등을 킨 다음 옆에 있던 책상과 의자를 노예의 앞에 위치시켰다.




"...? 뭐하는거야...?"




노예는 흠칫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마 조교사들에게 팔려나가면 본인이 어떤 짓을 당할지 어렴풋이 들은 거겠지.




"...할테면 해 봐!! 내가 꼼짝이나 할거 같아?!"




노예는 겁먹은듯 몸을 얇게 떨면서 나에게 위협하듯 소리쳤다.


나는 아랑곳 않고 의자에 앉은 뒤, 검은 봉투에 있는 샌드위치를 꺼냈다.




"히익...!"




샌드위치를 고문 도구로 착각한듯, 노예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노예를 비웃듯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제야 노예는 고개를 들어 내가 꺼낸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빵..? 샌드위치..?"


"....."


"뭐야.. 뭘 하려는거야...?"


"난 여기 밥먹으러 왔는데?"


"...에?"




분노와 의아함 섞인 노예의 표정을 감상하며, 나는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


"..배고프지 않나?"


"배고프긴... 누가...."




노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예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


"먹고싶나?"


"미쳤어?! 내가 너같은 새끼가 준 음식 따위를 먹을거 같아?!!"


"그럼 말고. 먹고싶다고 말하면 주려고 했지."


"닥쳐..! 내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그러던가."


".....으... 씨발..."




나는 화를 삭이는 노예를 감상하며 샌드위치를 다 먹었다.


뒷정리를 한 뒤, 남은 샌드위치를 다시 봉투 안에 담고 철문을 열었다.




"나는 내일 낮까지 여기에 들어오지 않을거야. 마지막으로 물.."


"나가! 꺼져! 내 앞에서 사라져!!!"


"....헤."




나는 화가 잔뜩 난 노예를 뒤로하고 철문을 굳게 닫았다.


낮에서와 달리 방에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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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낮이 되었다.


나는 약속대로 노예를 찾아갔다.




"......."


"원하는것 하나만 말해봐. 들어주지."


"이거.. 풀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


"물, 음식, 옷. 아무거나 하나만 달라고 하면 주지, 아무 조건 없이."


"너같은 새끼가 주는건 안받는다고 했지.."




하지만 음식은 몰라도, 물 없이 오늘 밤을 넘기긴 힘들어보였다.




"좋아, 그렇다면."


"......?"




나는 노예를 뒤로한 채 철문을 열었다.




".....??"


"필요없다매. 나 간다."


"....아.. 아......"




노예는 기운이 한껏 빠져 기어가는 목소리로 탄식했다.


나는 주저앉아 한껏 흐느끼는 노예를 뒤로하고 철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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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되어, 나는 다시 지하실로 내려갔다.


그 시간이 되도록 졸지 않고 벽에 몸을 기댄 채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이봐."


"....너..."


"춥지 않나?"


"....무슨 개소리를.."


"방 안의 온도를 올려줄게. 따뜻하니 자기 편할거야."


".....?! 안돼.. 안돼....."




지금은 여름은 아니지만, 확실히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방 안의 온도를 올리게 되면 분명 땀을 흘리게 되겠지.




나는 방의 난방을 최대로 올려놓고 철문을 닫았다.


방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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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오르고, 나는 다시 노예를 만나러 갔다.


노예는 방 구석에 드러누워 작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나는 노예의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정신이 드나?"


"허억, 허억.... 콜록.."


"원하는 걸 말해봐. 들어주지."


"....."


"...원하는 게 없나보군."




나는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노예가 나에게로 가까이 기어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


"잘 안들리는데."


"..물..."


"물?"


"네, 네.... 물....."


"물이 뭐."




나는 정확히 말하길 원하듯 넌지시 물었다.


노예는 울먹이며 최대한 큰 목소리로 내게 애원했다.




"물.. 주세요.... 살려줘요.."


"물을 주는 사람은 나야. 존칭을 써야지?"


"...주.. 인님.... 물... 주세요..."


"음... 싫어."


"...?"




나는 그렇게 대답하곤, 전신을 벌벌 떠는 노예를 뒤로한 채 철문을 열었다.


노예는 고통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내 뒤에서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너무 목말라요..! 제발..."


"글쎄, 싫다니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주인님.. 주인님.... 제발... 흐윽.."


"난 너에게 기회를 줬어, 하지만 넌 필요없다고 했잖아."


"아.. 아니..... 그건.."


"닥쳐. 다음은 내일 자정이다."


"주인님....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나는 노예를 방치한 채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철문 안쪽에서 몇번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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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달리 나는 30분 뒤 양동이에 깨끗한 물을 가득 채워 노예를 찾아갔다.




".....!"


"원하는 걸 말해봐."


"물... 물이요, 주인님..! 주인님이 주시는 물이 마시고 싶어요..!"




나는 양손을 공손히 모은 채 넙죽 엎드려 애걸하는 노예의 앞에 물 양동이를 놓았다.




"자, 마셔도 좋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노예는 감격에 찬 표정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단숨에 양동이에 든 물의 절반 가까이 마셨다.




노예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자신이 무슨 짓을 한건지 깨닫곤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예는 분노로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 비겁한..."


"그래, 난 비겁한 사람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




노예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푹 떨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네..."


"...."


"아, 앞으론... 주인님..께... 대들지.... 않을... 게요.....


그, 그러니까.... 더는... 목마르지 않게 해 주세요....


배고프지 않게... 해 주세요....... 흐윽..."




성능 확실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