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물임 원치않는 사람은 뒤로가기 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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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는 어느 왕국의 기사였어. 그는 평민이었지만 뛰어난 검술실력과 드높은 인망으로 마침내 신분따윈 보지않고 실력만을 최우선시하는 왕실기사단까지 입단했고 공주의 호위기사가 되는 과분한 영광을 얻었지.

하지만 공주는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었어. 부모님은 자기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시고 나이차가 많이 나는 오빠는 국왕의 자리 오른뒤 그녀에게 별로 신경쓰지않았거든. 특별한 행사가 있기라도 하지않으면 왕궁 밖에는 나가본 적도 없었지. 


그래서 그녀의 호위기사가 들려주는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마음의 위안을 얻으면 웃음을 되찾고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 그리고 왕궁이 외국의 사신을 맞아들이는 중요한 행사준비로 어수선할 때 둘은 함께 야반도주를 했어. 그대로 왕궁에 남아있으면 공주는 외국의 나이많고 포악한 왕에게 정략결혼으로 팔려갈 수 밖에 없었거든.




그리고 두 사람은 저 멀리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에 터를 잡게되었어.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을 놓아버린 선택이었지만 두사람은 서로가 있어서 행복했지. 마침내 그녀의 배 속에는 그와 그녀의 사랑의 증거까지 생기게 되었어. 


"후후... 만약 이 아이가 남자라면 얀돌, 여자라면 얀순이라고 이름 지어요"

"그래그래, 아들이든 딸이든 건강하게만 태어나줬으면 좋겠네"




그들은 이 행복이 영원하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지. 그러나 행복의 나날도 잠시, 그녀의 출산이 머지않았을 때 쯤 그들의 집에 기사들이 들이닥쳤어.

바로 그들을 쫓고있던 왕국의 기사들이었지. 얀붕이는 신분도 위장하고 무사히 그들의 추격을 뿌리쳤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경험을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미진한 점들이 남아있었던거지.




얀붕이는 말그대로 죽음을 불사하고 저항했어. 하지만 아무리 검의 천재, 차기 기사단장감이라 불렸던 얀붕이도 수의 열세에 이기지 못하고 부상은 쌓여만 갔고 결국 그녀는 끌려가고 말았지.

얀붕이도 당연히 그자리에서 죽어마땅했지만, 전쟁터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싸웠던 그들의 전우애와 우정이 그의 옛 동료였던 기사들로하여금 그에게 온정을 베풀게 만들었어.


"너는 여기서 죽은 것으로 해두겠다. 그러니 두 번 다시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마라. 그게 너에게나 우리에게나.... 그리고 공주님 모두를 위한 일이다"




얀붕이는 절규하고 세상을 원망했어. 그의 모든 것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사랑하는 사람과 그녀의 배에 있던 자신의 자식마저 잃게 되었거든. 순박한 시골마을사람들은 아무것도 묻지않고 얀붕이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치료해주었어.

얀붕이는 몸이 추스릴정도로 회복되자마자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바로 왕도로 향했어. 그의 목숨을 살려준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절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거든. 그렇게 왕도에 도착한 얀붕이었지만 공주가 딸을 낳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돼. 




비가 내리고 있었는지 뜨거운 물방울이 얀붕이의 뺨에 타고 흘렀어. 마치 공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충혈된 그의 눈에서 가득 흘러나오는 물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 얀붕이의 마음 속은 절망으로 가득차고 그 절망이 그를 좋지 않은 선택을 결심하게 만든 그 때, 그녀가 낳은 딸의 생각이 떠오르자 그의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해. 


무책임하게 이 세상에 그 아이만 홀로 남겨둘 수는 없다. 내가 그 아이를 두고 아내를 따라간다면 틀림없이 나를 책망할꺼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하지? 납치라도 해야하나?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얀붕이도 잘 알고있었어. 안그래도 삼엄한 왕궁의 경계인데 얀붕이의 사건 이후로 쥐새끼 하나 함부로 드나들지 못할정도로 철통경비를 자랑했거든. 그리고 만에하나, 아니 억에하나라도 천운이 따라 딸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고 할지언정 그 아이에게 평생 도망자라는 무거운 멍에를 지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는 언제 잡힐지몰라 전전긍긍하면서 도망치면서 살아가는 그런 비참한 삶보다는 그나마 왕궁에서 공주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가는게 오히려 그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그렇게 슬픔을 가득안고 얀붕이는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맹세하며 왕도를 떠났어. 그의 딸이 행복하길 바라면서 말이야.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어. 아마 대략 10년 쯤 지난거 같아. 그동안 얀붕이는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그의 검솜씨는 더 날카로워지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얻은 지식은 그를 더욱더 성장하게 만들었어. 

그리고 이전의 얀붕을 버리고,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마법사과 연금술사의 도움을 받아 겉모습까지 변한 완전히 새로운 신분을 가진 얀붕이로 다시 태어났어. 그는 예전의 자신이 이렇게 철저하게 했더라면 잡히지 않았을텐데, 그녀를 잃지않았을텐데하며 항상 자책했지.




지금까지는 세간에 떠도는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지만 이젠 신분도 철저히 위장했겠다 그는 왕도로 돌아가기로 했어. 사실 신분위장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이 세상에 남아있을 자신과 그녀의 유일한 혈육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컸던거야. 소문으로는 별탈없이 잘지내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버지로서 건강하게 자란 자신의 딸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지.




얀붕이는 왕실기사단에 다시 입단하기위해 테스트를 받았어. 심사를 하는 기사들은 그의 옛 전우이자 모두 아는 얼굴들이었지만 그들은 아무도 얀붕을 알아보지 못했지. 물론 얀붕도 절대 티를 내지않았어.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수석으로 입단을 하게 된 그는 자신을 공주, 자신의 딸의 호위기사로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어. 그런 그의 요청에 상관은 의아해했지.


"아니, 자네의 실력이면 더 좋은 조건과 대우를 받을 수 있네. 아직 짬이 덜 차 국왕폐하까지는 무리여도 왕자저하의 호위기사도 맡을만하다는게 내 생각이네. 전혀 그런 곳에 갈 필요가 없는데......"




하지만 얀붕이의 의지는 확고했어. 그에게 있어서 돈이나 기사로서의 명예, 권력과 가까워지는 건 전혀 관심사항이 아니었거든. 그의 상관은 언제든지 다시 요청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오직 자신의 딸, 사랑하던 아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만이 지금 그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었지.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딸의 호위기사로 임명되어 그녀를 직접 보게 된다는 사실에 기쁨을 금치못하던 얀붕이었지만 이윽고 그녀를 만나게 되고 충격에 휩싸이게 돼.




얀순이는 전혀 정돈되지 않은 머리에 생기없고 탁한 눈, 왕족치고는 상당히 낡고 허접한 옷을 입고 왕궁의 가장 외진 곳에서 전속시녀조차도 없고 가축에게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듯 하루에 한 끼정도만 평민이나 먹을법한 수준의 음식들을 받으면서 홀로 살고있었던거야.




하긴 이것은 당연하긴했어. 왕과 측실사이에서 낳은 딸도 아니고 정략결혼 예정이었던 왕의 여동생이 호위기사와 통하여 낳은 딸이 얀순이였으니깐. 심지어 얀순이에게는 그녀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아군인 어머니조차도 태어나자마자 잃었지. 왕은 고귀한 왕족의 피와 천한 평민의 피와 섞여 태어난 얀순이를 매우 꺼림칙하게 생각했어. 왕이 가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그래도 50%정도는 왕실의 피를 이었으니 다음에 어디든 정략결혼의 용도로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그녀를 죽이지 않고, 교육도 글정도만 가르쳐놓고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살려뒀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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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은 얀데레끼가 마지막 장면밖에 안보여서 이번에는 좀 여러개 넣어 보려다가 빌드업하면서 글이 끝도없이 길어짐;;;

원래 단편이었는데 왜이렇게 됐지 글도 길어지니깐 더 안써지고...

지금 2까지는 얼추 썼는데 그래도 끝이 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