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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는 흔한 동네 초등학생. 키가 좀 작지만 쾌활하고 승부욕 많은 성격에 운동신경도 좋은편이었음.


얀순이는 동네 복싱 체육관 관장의 딸임. 아빠따라 어릴적부터 운동 시작했는데 재능이 미친수준이라 이건 선수가이다 하고 이른나이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시킴.


어릴때부터 소꿉친구였던 둘은 자연스럽게 체육관에서 놀던 시간이 많아졌고 얀붕이도 복싱에 입문함. 꼬꼬마일땐 체급이 비슷해서 둘은 재미삼아 스파링을 자주했지만 고등학교 들어갈때까지 얀붕이는 한번도 얀순이를 이겨본적이 없음. 여자라서 봐주기는 커녕 진심으로 경기하듯 해도 유효타 한대도 못때려본 경우가 허다함.



결국 얀붕이는 점점 열등감이 깊어져감.나름 밖에서는 전국체전도 나가고 체격도 얀순이보다 훨씬 컸지만 이게 유전빨이고 재능인가 하고 한탄하기도 함. 가끔 친구한테 이런생각 품는 자기가 한심해서 자괴감도 생김. 그럴수록 점점 운동에 매달리고 집착하게 됨.



반면 얀순이는 얀붕이에 대한 호감이 점점 사랑으로 바뀜. 학창시절 운동좀 했다는 남자애들은 껄렁껄렁하고 일진놀이나 하기 마련인데 얀붕이는 그런것도 전혀 없고 오히려 약한 친구들을 챙겨주고 다니는게 너무 매력적인거임. 자연스럽게 인기도 많아졌진 얀붕이지만 여자애들이 고백할때마다 멋쩍게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얀붕이도 내심 자기를 좋아하는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함.



친구사이에서 좀 진전이 있었으면 싶지만 얀붕이는 자기 볼때마다 저녁에 스파링하자, 체중맞추기 어렵다 등 운동하는 얘기만하고 체육관에서 둘만있어도 연습하고 스파링만 하자고함.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하면 체급맞춰야한다며 거절하고 어디 놀러가자는 말에도 곧 대회나가야한다면서 연습한다고 함. 얀순이 억장 와르르 무너지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제일 친한 친구사이고, 얀붕이가 운동에 진지하게 임하는것도 아니까 매번 넘어감.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고 얀붕이는 고등부 전국체전에 나감. 체급맞추느라 감량도 빡세게 해야되고 훈련도 하느라 합숙해야하니 당분간 보기 힘들겠다는 말에 얀순이 마음은 무너지지만 그래도 애써 괜찮다고함. 



계속 괜찮다는 얀순이 표정이 너무 안좋아서 얀붕이는 맨날 붙어다녔는데 떨어지는게 처음이라 그런가 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위로해줌. 대회 끝나고 하루종일 같이 놀러가자, 전에 에버랜드 가고싶다고 안했냐 등등 말하니까 얀순이가 활짝 웃어서 안심함. 그렇게 약속하고 한달이 지났는데







"어 그랬나? 그것보다 스파링이나 하자. 나 이번엔 진짜 너 이길거같아."


"...응."


아침부터 종일 화장하고, 한달동안 고른 옷을 보고도 얀붕이는 스파링하자고함. 한달동안 진짜 열심히 했는지 메달도 따오고 자신감도 넘쳐보임. 


얀순이는 평소처럼 손대중하고 적당히 끝내줌. 공들인 화장이 망가지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얀붕이를 일으켜주는데 얀붕이는 눈치없이 아직 쌩쌩하다며 한번 더 하자고 말함.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좋은날에 분위기 깨기 싫어서 꾹 참음.



"저기..우리 오늘 놀러가기로 했잖아..."


"어? 오늘 무슨 날이었나?"


"뭐..?"



얘가 장난하나 싶었지만 표정을 보니 진짜 까먹은 표정임. 나는 한달 내내 오늘만 기다려왔는데.



"야..그래도 저번보다 훨씬 낫지않냐? 진짜 열심히 하니까 실력 느는게 보이더라. 곧 너도 이길거같애."



나는 연락하고싶은것도 꾹 참고 기다렸는데. 데이트 코스도 다 짜놨는데.



"그러고보니 오늘 왜이렇게 꾸미고왔어? 요즘 남자만나냐?"



10년동안 너만 바라봤는데.



"..아니야. 한번 더 하자."



얀순이는 얀붕이가 자기한테 열등감을 느끼는것도 알고있었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이라는 것도 알고있었음. 그래서 얀붕이 자존감 박살날까봐 얀붕이랑 연습할때는 적당히 봐주면서 상대해줌. 가끔 아슬아슬한 승부를 연출하기도 하고.


하지만 오늘 얀순이는 얀붕이를 말 그대로 줘패버림. 시합이 아니라 복날 개패듯이 패주고 다운된 얀붕이가 이럴리 없다고 씩씩대며 일어날때마다 가드 벗기고 주먹으로 얼굴을 찍어버림. 


코피 터지고 입에서도 피 줄줄새는 얀붕이가 불쌍해보이기는 하지만, 자기 마음 가지고 논 개새끼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화가 안풀림. 다리가 풀려버린 얀붕이가 더이상 못일어나면 여자한테 지는 병신새끼, 운동한다고 깝치더니 뭐하는짓이냐며 도발해서 억지로 일으키고 개패듯이 팸. 몇번정도 반복했더니 도발해도 얀붕이가 더이상 안일어남.



"씨발...야."


"내가...씨발 니 훈련용 따까리냐?"



이제 말도 못알아듣는 것 같은 얀붕이를 보고 얀순이가 다가가서 말을 걸어봄.

코피 줄줄흘리면서 정신 멍해진 얀붕이는 자기가 왜 여기 누워있는지, 자기한테 말하는 여자가 누군지도 못알아봄.



"씨발새끼야. 대답안해?"


"씨발 눈돌리지 말고 내얼굴 쳐다봐."



화장 완전히 망가진 얼굴로 피범벅된 얀붕이를 보던 얀순이는 갑자기 핏자국을 핥음. 입술까지 핥다가 키스하고 혀를 섞으려는데 얀붕이가 발버둥치며 저항함.


그거보고 개빡친 얀순이는 이갈면서 맨주먹으로 얀붕이 관자놀이를 쾅쾅 후려침. 결국 얀붕이 눈풀려서 멍해져있을때 얀순이가 강제로 키스함.



"씨발...씨발새끼..내가 오늘 얼마나 기대했는데..."



첫키스를 이딴식으로 하게될줄 몰랐던 얀순이는 한달내내 오늘만 기다려왔던걸 생각하니 또 화가 치밀어올라서 얀붕이 목을 조름. 어릴때부터 얀붕이한테 바람맞은 일, 자기 여소해달라고 찡찡대던 일 등등 좆같은 일이 한번에 떠올라서 진짜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얼굴 파래질때 쯤 놔줌. 



결국 완전히 기절한 얀붕이를 보고 숨쉬는지 확인하고, 질질 끌고 관장실까지 감. 얼굴에 묻은 피도 닦아주고  침대에 눕혀준 다음 방을 나옴.


얀붕이를 반 죽여버린 다음 얀순이는 숨도 제대로 안쉬어지고, 내가 무슨짓을 했나 하고 생각함. 앞으로 얀붕이 얼굴을 어떻게 봐야하나 싶고.

이제 어떡하나 계속 고민하다가 그만두고 그냥 내가 이렇게 욕이 많은 성격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링에 묻은 핏자국을 닦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