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https://arca.live/b/lovelove/66151956)

(1.5화: https://arca.live/b/lovelove/66154574)

(2화: https://arca.live/b/lovelove/68452137)

(3화: https://arca.live/b/lovelove/70781308)

(4화: https://arca.live/b/lovelove/72747617)

(4.5화: https://arca.live/b/lovelove/74333417)

(5화:
https://arca.live/b/lovelove/80371699)

억제제 투약 초커의 투여중단 버튼에서 엄지손가락을 뗀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바로 경동맥을 베였다.

"입만 산 병신새끼였네. 잘가라.....?"

"너만 초능력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간만에 재미있는 놈이 걸렸네."

녀석이 당황한 틈을 타 중수골과 기절골 사이의 관절부를 경화시켜 첫 유효타를 먹였다. 녀석은 초짜한테 얻어 맞은 건 처음인지 어지간히 열이 받은 채 빠진 아래턱을 다시 끼우고 있었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좆만한 애새끼가...감히 나를 쳐?! 네놈 사지를 갈가리 찢어주마!!!"

그 말과 함께 녀석은 서현이에게 퍼부은 것 이상으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다만, 이성을 잃은 채 공격을 해서 그런지 패턴 자체는 서현이와 싸울 때의 패턴과 동일했다.
서현이가 싸울 때 잠깐 봐 둔 패턴이라 어느 정도는 맞받아 쳤지만, 한계에 점점 다다른 듯 점점 몸이 지쳐가기 시작했고, 타이머는 5초를 앞두고 있었다. 녀석은 그 낌새를 눈치라도 챈 듯 서현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입만 산 병신새끼는 아니었네. 즐거웠다. 잘 가라. 여자애는 내가 데려간다."

"아직 안 끝났어."

이 말과 동시에 긴손바닥근쪽에서 새로운 뼈와 근조직이 과잉 생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그때 당시를 되짚어 봤을 때 그 조직은 케이블에 연결된 닻처럼 되어 있었고, 난 그 조직을
덩어리를 던져서 그 녀석을 걸고 땅에 내리꽂았던 것 같다.

그렇게 녀석을 땅에 내리꽂고 난타전을 이어가던 도중 초커의 타이머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3

2

1

[TIME OUT]

"끝났냐? 좋아, 이제 죽어라."

그렇게 나는 역으로 내리꽂힌 채 죽나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녀석이 내 목을 자르려고 근처 공간을 벌리던 순간에 녀석은 관통상을 입고 쓰러졌고, 나는 왼팔 근처가 축축한 느낌과 함께 쓰러졌다. 눈이 감기기 직전, 서현이가 거의 마지막 힘을 짜내서 초능력을 쓴 건지 온 몸에 힘이 빠진 채로 주저앉아 있었다.

다시 깼을 땐 예전에 이송될 때 봤던 헬기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서현이는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눈을 돌린 순간 내 왼팔에는 있어야 할 하박부 대신 지혈대가 감겨 있었다.

"애야, 가만히 있어라. 지혈해 놓은 부위가 터지면 큰일난다."

"서현이는요? 서현이는 어떻게 된 거죠?"

"너하고 같이 있던 애? 그 애는 2번기에 있더라. 탈진 상태라서 좀 위험했었지만 지금은 괜찮을 거야. 늦어서 미안하다."

그날 서현이는 회복 문제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나는 옆에서 서현이를 지키고 있었다.

"서현이는 하룻밤 동안 병원에서 지켜볼 거라고 한다. 괜찮을 거야."

"선생님..."

"제자가 위중하다는데 와야지. 너도 상태는 좋진 않은 거 같다.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집에 가서 좀 자라."

"가기 전에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그래."

"왜 항상 희생이 일어난 뒤에야 도움이 오는 거죠? 오늘도 그랬고, 그 때도 그랬고.."

"인간의 한계 때문이니까.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 해도 결국 그 본질은 그냥 힘좀 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니까. 그렇다보니 전에 이야기 했었던 것처럼 모두를 구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모두를 구하진 못해도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영웅이 오는 거다. 지금은 네가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간 네가 이해할 날이 오길 바란다."

가벼운 왼팔과는 달리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거운 날이다.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내 주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였는데, 오늘 그 신념이 시험대에 올라갔고, 깊게 금이 간 것 같다.

내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내 주변인이 된다면 나는 나 스스로를 영웅이라 부를 자격이 없지 않나란 생각을 가지고 걸어가던 도중, 예전에 내가 서현이를 구하려다 빈사상태에서 운 좋게 발현된 능력으로 살아났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난 나를 희생해서라도 서현이를 구하려 했었다. 구하지 못한 사람이 나 자신에서 끝나면 되지 않나?
최종적으론 구하지 못한 사람이 나 자신에서 끝나면 되지 않을까 라는 결론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물론 이 결론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난 이것을 모범답안으로 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