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아님)드래고니아의 만년 훈련생, 폐급 용기사 3








러브 라이드 방문 후 며칠이 지난 후 저녁 때의 일이었다. 훈련을 끝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 술이라도 마시기 위해 용이 잠드는 골목으로 가는 중이었다.


“자자! 명월은 드래고니아 굴지의 바(bar)라구요? 거기다 고객님 같은 독신 여행객은… 무려! 4성 이상의 초, 초! 고급 와인도 제공해 드리는 혜택도!”

“아… 저기 됐습니다. 저 그냥 갈게요.”


드래고니아의 중심가라 할 수 있는 용의 날개 거리에서 도보로 몇 분 걷다보면 나오는 용이 잠드는 골목. 골목길답게 어둑하고 음침하고 양지에선 영업하기 힘든 그런 가게들이 즐비해 있는 장소다.

그런 골목길의 입구에 와이번과 인간 남성이 한 쌍이 서 있다. 와이번은 필사적으로 남자와 술집에 가고 싶어 하고 남자는 부담스러워 하며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한다.


짧은 금발 벽안의 녹색 와이번이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그러신가요. 그럼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당장 변신해서….”

“그냥 마계 도마뱀 타고 가죠. 그러실 필욘 없어요. 그럼.”


남자는 태워주겠다는 와이번을 제지하고 광장을 거니는 마계 도마뱀 택시를 잡아탔다.

와이번… 분명 리티아다. 용기사단의 일원이고 실티아의 동기 중 몇 안 되는 독신 기룡이다.


“아아~ 이번에도 꽝인가.”


한숨을 팍 쉬며 고개를 푹 떨구는 리티아 풍겨오는 음울한 분위기에 접근하기가 꺼려진다. 위로라도 해 줘야 하나 생각했지만 이내 단념했다.

실티아 친구라 나도 자연스레 안면을 텄지만 그래봤자 겨우 일면식일 뿐이다. 솔직히 엮이고 싶지 않다.


“응? 비고 아니야!”


이런!


“비고라니 저요? 저는 히고인데요.”


조용히 지나치려는데 시선이 마주쳤다. 한순간에 나인 걸 알아채곤 화색이 돼선 좀비처럼 달라붙기 위해 간보는 단계에 돌입했다.


“비고든 히고든 아무래도 좋아! 나 좀 위로해줘! 으아앙!”


딱 봐도 거짓처럼 보이는 울음소릴 내곤 내게 달라붙었다. 와이번 놈들, 날개랑 갑각 때문에 무거워 뒤질 것 같다. 새들은 날기 위해서 몸이 가볍다던데 용들은 예외인 걸까.


“어차피 술이나 마시러 가는 거지? 그럼 같이 마시자!”

“아니 난 혼자 마시는 게 좋아서. 그럼.”


이런 나의 강경한 태도에도 아랑곳없이 리티아는 내 옷 소매를 붙들고 놓질 않았다. 내가 말없이 리티아를 쳐다보자 리티아가 웃으며 말했다.


“상심에 빠진 동료를 위로해주는 것도 용기사의 일이야.”

“아 제발.”


결국 술값은 리티아가 대신 내는 대신 위로해주기로 했다.


딸랑

명월의 정문을 열자 청아한 방울 소리와 함께 아늑한 분위기 세련된 바가 눈에 들어왔다. 바 테이블에 착석하자 명월의 주인이 사나와 루나가 우릴 반겼다.


“어서오세요. 고객님. 어머 리티아와 비고라니 별난 조합이네.”

“바람이라도 피는 건가요? 실티아에게 이를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 오는 길에 붙잡혔어.”


사나와 루나, 용 중에서 지룡이라 불리는 웜이라는 용이다. 구 마왕 시절엔 머리가 두 개인 쌍두룡으로 ‘말썽’ 좀 피웠다고 한다. 용들의 말썽이란 게 어느 정돈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들도 말 안 하고.

현 마왕 집권 이후 두 마리의 웜으로 분리되었고 원체 술을 좋아하는 웜답게 술집을 차렸다. 그것이 바로 이 명월이다.

쌍둥이답게 외모는 똑같은데 머리가 노랗고 반말 쓰면 언니인 사나, 파랗고 존대 쓰면 동생인 루나다.


“그게 말이지! 오늘은 가이드 일을 했는데 간만에 독신 손님이 걸렸지 뭐야? 그래서 정말 열심히 안내했는데 결국 손님은 도망가듯이 숙소로 가 버리고….”

“길어질 것 같으니까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해도 돼. 일단 맥주 한 병.”

“네이, 네이. 비고는 항상 맥주 아니면 보드카네. 그것도 싼 것만.”

“취할 수만 있으면 뭐든 좋아. 맛 같은 걸 따질 정도로 좋은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아, 맥주는 차갑게 줘.”


사나가 진열대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잔에 따랐다. 황금색 위로 하얀 거품이 일고 잔은 결로 현상으로 물방울이 맺혔다.


“여기 맥주.”


차갑게 식은 맥주를 들이키자 쌉쌀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들어갔다.


“후우….”

“자 서비스에요.”


맥주를 한 모금 마심과 동시에 루나가 삶은 풋콩을 가져왔다.


“내가 이래서 명월 아니곤 술을 안 마셔.”


실제론 다른 데서도 잘 마신다. 풋콩을 하나 집어 찢는다. 안에든 콩 두 개를 단번에 집어먹었다. 리티아에게도 풋콩 접시를 내밀어 권했으나 사나에게 하소연하느라 바빠 눈치 못 챘다.


“거짓말인 거 다 알아.”


사나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내 말은, ‘술’다운 ‘술’ 말이야.”

“하여간 말은 청산유수지.”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한 잔을 깔끔하게 비우자 눈치 좋게 사나가 술을 따랐다. 귀로는 리티아의 하소연을 경청하고 손은 내 술잔을 채운다. 참 재주도 좋다.


“저기 비고 듣고 있어?”

“아니.”


다섯 개째 풋콩을 뜯고 있느라 바빠 차마 리티아의 말을 경청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부터 안 듣고 있었다.


“내가 내는 거니까 좀 들어 봐!”

“아무나 얘한테 술 좀 줘. 가능한 독한 걸로.”


흥청망청 마셔서 곤드레만드레 취하면 좀 닥치겠지.


“취한 내게 몹쓸 짓을 하려는 거지? 정말 남자는 짐.승.이라니까.”

“허이구.”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졌다.


“그건 네 바람이겠지. 꿈 깨라. 넌 내게 지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처음 드래고니아에 왔을 때 내 몸을 그렇게 훑어보던 비고가 말하니까 참 웃긴다.”


리티아가 꺄르르 웃었다. 내가 드래고니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일을 꺼내면서.

드래고니아 입국심사소를 지나면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거기엔 드래고니아를 안내해 줄 가이드들이 있다. 일반 여행객들은 이런 가이드를 동행하는 게 원칙인데, 그때 실티아와 리티아 등 용기사단 기룡 몇 명과 처음 안면을 텄다.


여자의 몸에 그다지 내성이 없을 때 배 드러내고 가슴골과 맨다리를 훤히 보이는 시원한 의상을 입으면 그야… 싫어도 눈이 돌아가겠지.


“그렇게 노출해대는 여자들은 처음 보니까 그랬던 거고, 이젠 익숙해졌으니까.”


그렇게 대답했더니 리티아가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의 밑 가슴에 팔짱을 끼곤 내 가까이에서 상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꼴을 보였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큰 지방덩이에 눈이 쏠렸지만 이내 시선을 돌리고 맥주에 집중했다.


“으응~ 통하질 않네. 역시 난 매력이 없는 건가….”

“주제 파악은 잘 하는구나.”


외관은 예쁘지만 독신 용들은 뭐랄까…, 위압감이 있다.

독신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그 위압감은 배가된다. 마치 단장처럼. 남편을 얻겠다는 필사적인, 그 끈적거리는 욕망이 남자를 위축시킨다고나 할까. 좀 무섭다.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상처받는다고.”


리티아가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마치 취한 것처럼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분위기에 취한다 그런 건가? 보기엔 별로 상처받은 것 같진 않지만 평정을 가장한다. 그런 걸 수도 있겠다. 겉으론 멀쩡하지만 속으론 울고 있다. 그런 거. 나도 좀 말이 심했을까?


하여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생각한대로 내뱉는 버릇은 좀 고쳐야겠다. 매번 내뱉은 후에야 뒤늦게 후회하니까.


“미안, 말이 좀 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하게 사과했다.


“넌 예쁘고 성격도 밝고 붙임성도 있으니까…, 아마 곧 남자가 생길 거야. 아마.”

“히히히.”


리티아가 수줍게 웃었다.


“그럼 비고가 받아줄래? 난 공평하게만 사랑해주면 임자가 있어도 상관 안 하니까.”

“아 단장도 그렇고 진짜 미쳤나.”

“단장? 이리스 단장 얘기가 거기서 왜 나와?”


실수, 비밀로 간직해야하는데 하도 당황해서 제멋대로 말이 튀어나왔다.


“말실수야 신경 꺼. 그나저나 딴 놈 알아봐. 말하긴 뭣하지만 나보다 잘난 놈들이 널렸으니까.”

“난 비고도 좋은데? 비고 귀엽고 그치?”


그렇게 말하곤 사나와 루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사나와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심하게 튕기는 게 귀엽지. 이따금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면 반할 것 같아.”

“억지로 해 버려서 몸도 마음도 굴복시키고 싶네요.”


미친년들인가.


“내가 싫어. 같이 사는 발정 도마뱀만으로도 얼마나 버거운데!”


목이 타들어가는 전개에 급하게 맥주를 찾았다. 미지근해진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간다. 한 잔을 재빨리 비우자 사나가 맥주를 따랐다. 내가 마시는 걸 보던 리티아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루나를 불렀다.


“나도 술!”

“드라네 론티 말이죠?”

“응! 잔은 두 개로.”


루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딱 봐도 고급스런 디자인의 와인병을 꺼냈다. 드라네 론티라고 휘황찬란한 라벨이 붙은 와인이었다.


“드라네 론티? 아무리 숙성이 짧아도 내 월급보다 비싼 건데.”

“어제 큰맘 먹고 샀어. 사실 오늘 고객이랑 마시려고 산 건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리티아가 씁쓸한 얼굴로 털어놓았다. 분명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가고 있겠지. 오늘 놓친 대어, 가벼워진 지갑…. 뭐 대충 그런 거.


“같이 마시자.”


리티아가 한쪽 눈으로 윙크하며 잔을 건넸다.


“아니 나 와인은 싫어해서.”


거절했다.


“왜! 드라네 론티라고? 비고같이 용덮밥이나 먹으러 가는 가난뱅이 훈련생은 꿈도 못 꿀 술이라고?”


리티아가 황당해하며 심한 말을 내게 퍼부었다. 웜 자매도 기가 막히는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냥 맛이 너무 복잡해서 그래. 내가 괜히 맥주나 보드카만 마시겠냐? 혀가 싸구려라고.”

“마셔! 마시라니까? 마시지 않으면 드라네 론티의 마력으로 비고와 기정사실을 만들려는 내 계획이….”

“너나! 마구! 처마시세요!”


막 루나가 코르크를 딴 와인을 집어 리티아의 입속에 처박았다. 우효! 숙성된 고급 와인이 와이번의 목구멍으로 꿀렁꿀렁 들어간다제!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와인의 반이 없어졌다.

‘초’가 세 번은 붙을 만한 고급 와인이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도 왠지 미안해서 와인을 리티아에게 떼어놓았다.

리티아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원망과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날 노려봤다.


“우우… 너무해.”

“이건 네가 잘못한 거야. 사과할 생각은 없다. 난 억지로 당하거나 하는 건 싫어한다고.”

“후우… 억지로 당하는 거 제법 좋았을지도. 남자한테 거칠게 당한다는 건 꽤나 기분이 좋구나…. 조금 젖어버렸어.”

“아 와인 좀 흘렸구나.”

“아니 사타구….”

“아 제발.”


난 리티아가 그래도 용들 중에선 비교적 상식이 있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겉으로 봤을 때 친절하고 올곧아 보이는 놈일수록 뒤가 구리다. 단장도 폭주하면 이상해지는 타입이고.


“난 이제 갈래. 지쳤어.”


머리에 윤활유 좀 뿌리려고 들린 술집에서 기름때만 잔뜩 묻히고 온 느낌이다.


“벌써 가는 거야?”


사나가 물었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어.”

“자고 싶으면 우리 방에서 자지 그래? 실티아에겐 내가 연락 줄게.”

“그래요. 저희들이 편하게 해 드릴게요.”


웜 자매가 발칙한 눈빛을 빛내며 날 유혹해왔다.


“저기… 나도 같이 써도 될까? 드라네 콘티를 너무 마셨는지… 이제 못 참겠어…!”


다리를 꼬며 손으로 국부를 비비적거리던 리티아가 거친 입김을 내뿜었다.


“개판이네.”


적어도 이 이상 나빠질 리는 없겠지.


딸랑


“사나, 루나 있어? 슬슬 떨어질 때가 된 것 같아서 술 납품하러 왔는데.”


손님이 왔다는 걸 알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 조금 딱딱한 느낌이 풍기는 평상복을 입은 단장이 가게에 들어왔다. 술병이 가득 담긴 상자를 세 층을 쌓아 들고 있었다.


“어머 이리스! 슬슬 알트이리스 티얼이 티얼이 떨어지던 참인데.”

“명월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기 상품이니까요.”

“하하… 그런데 라벨에 적힌 광고를 봐도 찾아오는 남자는 전혀 없단 말이지….”


단장이 어두워진 얼굴로 허탈하게 웃었다.

분명 술 빚는 게 취미인 독신 용들 중엔 자기 브랜드의 술을 만들어 일반 소매상에 납품하는 걸로 남편을 구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지. 라벨에 남편을 구하는 광고를 기재해서 그걸 본 남자들이 용을 직접 찾아오게 한다던가.

아~ 단장도 하고 있었구나. 어째 수확은 전혀 없는 것 같지만 풉키풉키.


리티아 녀석도 고작 고객에게 까인 정도로 약한 소릴 내뱉기나 하고 말이야. 적어도 단장 정도의 노력은 하란 말이야.


“응? 거기 있는 건… 리티아와… 비고.”


날 본 순간 목소리의 텐션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아 이거 빨리 나가야겠네.


“별난 조합이군. 설마 바람이라도 피우는 건 아니겠지?”


휴일이라 민간인 모드였던 단장의 말투가 용기사 모드로 단숨에 바뀌었다.


“그냥 오는 중에 마주친 것뿐인데요. 별 사이 아니네요.”

“우우… 단장… 비고가 크고 딱딱한 걸 내 입속에 억지로….”

“뭐!”


단장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비고! 너란 녀석은 실티아가 있으면서…! 그리고 리티아는 허락한 주제에 난…!”


아 진짜 미치겠네. 뒤끝 존나 길어 이 사람.


“와인 병! 와인 병! 와인 병을 억지로 밀어넣었다는 소리예요! 오해하지 마요!”

“흠… 넌 귀찮은 걸 싫어하니까. 괜히 문제 만드는 행동은 안 하겠지. 앞으론 휴일이라도 보는 눈을 신경 쓰고 용기사답게 행동할 것! 리티아! 너도다!”

“넵.”

“네에~”


어휴, 하여간 이놈의 나라는 좋아질 만하면 다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네.


“후후, 이리스도 고생이 많네. 그래서 비고, 여기서 자고 갈 거야?”


우리들의 추태를 지켜보던 사나가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아니 그냥….”

“자고 간다니?”


단장이 떡밥을 물었다. 아아~ 또 대충 어림짐작해서 화내고 그럴려나~? 오해 푸는데 또 몇 분 쓰고 그래야 하나?


“비고 씨가 피곤하대서 우리 방을 좀 빌려줄까 생각 중이었어요.”


루나가 대답했다. 단장은 그걸 듣곤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사실 술을 세 짝이나 가지고 오다보니 지쳐버려서 말야. 조금 쉬고 싶은데 방을 좀 써도 괜찮을까?”

“단장 속 보여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만취해서 혀가 꼬인 리티아가 또렷한 억양으로 말했다.


“아니 정말 지쳐서….”

“애초에 제 쪽에서 먼저 제안했으니까 단장은 끼어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무적인 얼굴과 사무적인 목소리로 따져댔다.


“그렇게 따지면 방에서 쉬는 걸 권한 건 우리 자매니까 끼어들면 안 되는 건 손님이 아닐까요?”


루나가 예의바른 태도로 표독스런 의견을 내놓았다. 이 사람도 꽤 무섭구나. 역시 평소에 착해 보이는 사람이 뒤가 구린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이렇게 시작된 그녀들의 신경전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기 전에 재빨리 가게를 뛰쳐나왔다. 명월에서 달아나 듯 골목을 빠져나와 마계 도마뱀 택시를 타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 빨리 왔네?”


숙소에 들어가자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실티아가 보였다. 내 침대에.


“땀에 흠뻑 젖어선! 무슨 일 있었어? 목욕 다시 할래? 물 받아줄까?”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는 실티아.


“너 말이야.”

“응?”

“다시 보니까 선녀 같다.”


진짜로.


“뭐야 그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티아는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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