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아님)드래고니아의 만년 훈련생, 폐급 용기사 4







실티아와 함께 하늘 위로 순찰을 돌던 중 툭툭- 머리 위로 돌연 가랑비가 내렸다. 담당 순찰로를 대강대강 돈 뒤 용의 날개 거리 위로 사뿐하게 착지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포장된 도로와 부딪혀 비꽃을 피우며 바지 끝단에 튀었다. 젖은 바짓단이 발목을 축축하게 감쌌다.




“하필 순찰 중에 비가 오다니, 재수 옴 붙었네.”




가을비와 가을 추위의 한기가 뼛속까지 사무쳤다. 어깨를 움츠리며 몸을 떨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부터 묵직한 온기가 느껴졌다. 날개를 접고 구마왕 시대의 모습을 푼 실티아가 등 뒤로 다가와 날 감싸 안은 것이다.




“따뜻해?”




용들은 체온이 높다. 입에서 성난 황소 같은 불길을 뿜어 대는데 몸이 차갑다면 그것대로 말이 안 된다.




“그럭저럭.”


“정말~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하늘이 어둑하다. 잿빛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있어서 그렇다. 가랑비는 곧 억수로 바뀔 것처럼 점점 두껍고 무거워지고 있다.




“비를 피할 곳이….”




난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살폈다. 어두워진 점내를 밝히기 위해 등에 불을 붙이는 찻집, 역린정, 드랜곤을 위시한 식당, 여러 술집들, 러브 라이드 용의 날개 거리 지점.




“러브 라이드!”




실티아가 러브 라이드를 발견하자 반가움에 소리쳤다. 눈을 빛내며 실티아의 부모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의 분점을 살폈다.




“마침 딱 좋네! 비도 피하고 슬슬 시간도 됐으니까 저녁도 먹고….”




실티아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커플 전용 식당인 러브 라이드에 가는 것을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티아의 비굴한 태도를 보며 가이드로 실티아를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새침하고 거친 말투에 솔직하지 실티아가 이렇게 변하다니. 새삼 까마득하게 오래 전에 들었던 ‘반한 쪽이 지는 거다.’ 라는 말이 생각났다.




복잡한 마음을 숨기고 나는 머리를 한 번 긁적인 뒤 부드러운 갑각으로 뒤덮인 실티아의 손을 잡았다.




“좋아.”


“꺄.”




작게 기쁜 탄성을 지르는 실티아.




“단장한테 보고는… 딱히 할 필요 없겠다. 그냥 오늘은 업무 끝이라는 걸로.”




아무리 머리가 굳은 단장이라도 이런 날씨에까지 원칙주의를 고집할 만큼 융통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어느 샌가 실티아가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내 어깨에 기대 팔짱을 끼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러브 라이드에 방문했다.




“어서 오세요~”




관엽 식물로 둘러싸인 신록의 공간에 들어서자, 마물 국가 서비스 업종 특유의 노출 면적이 넓은 유니폼을 입은 점원이 우릴 맞이했다. 와이번인 점원은 실티아와 짧은 대화를 나누더니 신속히 자리를 안내했다. 마찬가지로 비를 피하러 온 듯 축축하게 젖은 커플들로 가게 안이 북적였다. 안내받은 자리는 개인실로 구석엔 2인용 침대가 하나 있는 걸 제외하면 평범했다. 침대의 용도야 뭐 대충 감이 온다.




“그럼 주문이 정해지시면 탁자 위의 벨을 울려 주세요~”




무게를 못 이겨 축 늘어진 가슴만큼이나 늘어진 목소리의 점원이었다.




“가슴이라면 내 걸 봐도 되잖아. 나도 작은 편은 아닌데.”




점원을 향한 내 시선이 못마땅했는지 점원이 자리를 떠나자 내게 볼멘소리를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실티아의 가슴으로 눈이 향했다. 실티아가 유혹이라도 하려는 듯 가슴 아래로 팔짱을 끼어 들어올렸다. 부각된 가슴이 눈에 들어와 한 번 훑어보곤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대로 봐! 만져도 좋으니까.”


“관심 없고 메뉴나 골라.”




실티아에게도 보이도록 메뉴판을 활짝 폈다. 실티아가 몸을 바싹 갖다 대곤 메뉴판을 확인했다. 흑심이 있는 건지 정말로 메뉴를 확인하기 위해선지 모르겠지만 맞닿은 실티아의 육체에서 풍기는 열기와 향기 때문에 머릿속이 뜨거웠다.




“향수 뿌렸어?”


“눈치 챘어?”




실티아가 얼굴을 붉히며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에 향수 제작 세트 구입했잖아. 사바트에서 만든 거. 남자의 정액과 마력수를 섞으면 정액을 제공한 남자가 좋아하는 냄새를 풍기게 해준대. 좋은 냄새지?”


“결국 내 정액 냄새란 거 아니야. 이 화상아.”




이 끔찍한 향수의 정체에 기겁하며 실티아에게서 떨어졌다.




“그보다 정액은 언제 받아놓은 거야? 최근 안 했잖아 우리.”


“아침에. 비고는 늦게 일어나니까. 이렇게 손이나 입으로 힘껏!”




실티아가 손을 둥글게 말며 흔드는 동시에 혀를 내게 보이며 이리저리 꾸물꾸물 움직였다.




“어째 피곤이 덜 풀린다 싶더니. 다신 하지 마.”


“고려는 해 볼게.”


“하여간…, 흠흠.”




나는 헛기침을 하고 다시 메뉴판에 집중했다.




“러브 라이드에 왔으니까 일단 팜므는 먹어야겠지?”


“기본이지.”




실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팜므란 일종의 샌드위치로 마계 감자와 밀가루로 만든 얇은 반죽에 고기나 야채, 꿀 등을 넣어서 먹는 러브 라이드의 대표 메뉴다.




“팜므는 식사보단 간식이라는 이미지니까 메인도 골라야 할 텐데…. 드래곤스테이크 어때?”




실티아가 권유한 드래곤스테이크는 마계 도마뱀의 고기를 용의 숨결로 덩어리 채 호쾌하게 굽는 요리다. 역린정과 화룡의 시그니처 디쉬라고 할 수 있는 요리지만 용 마물이 요리사로 있는 드래고니아에서는 어떤 식당이든 필수로 들어가는 요리였다.




“좋아. 양이 많으니까 하나만 시키면 되겠네.”




실티아의 제안에 수긍했다. 남은 건 음료였다.




“그럼 부부의 열매 믹스 주스를….”


“맥주.”




분명 흡입구가 두 개 달린 하트 모양 빨대로 마시는 삿된 음료였다. 내가 실티아와 손님과 가이드의 관계였을 때 한 번 마신 적이 있다. 두 명이 동시에 흡입하지 않으면 마실 수 없어서 그냥 빨대를 빼고 컵 채로 마셨던 기억이 있다. 결국 실티아가 울고 주변의 쓰레기 보듯 내리꽂는 시선에 못 이겨 빨대로도 마시긴 했지만.




“또 튕기기는~ 여긴 개인실이니까 아무도 안 보는데.”


“그럼 마실까.”


“뭐?”




실티아가 놀람으로 굳었다. 마치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라도 맞춘 듯 의외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분명 반 농담으로 내뱉어 본 말이 먹혀들었으니 당황해 생각이 따라가질 않는 모양이다.




“시키자고. 믹스 주스.”


“…혹시 어디 아파? 비 때문에 감기 걸린 거 아냐?”


“그냥 전에 한 번 마셔봤을 때 맛있었으니까 또 마시려는 거지. 아님 싫어?”


“아니아니아니! 나야 좋은데….”


“그럼 주문한다.”




테이블에 올려진 종을 울렸다. 교회 첨탑에 붙어있을 것 같은 아치형의 종을 축소화 시킨 장은 종을 울리자 청아한 소리가 방을 메웠다. 직후 작게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방금 전의 점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문이신가요~?”


“예, 팜프 두 개랑 드래곤스테이크 하나, 부부의 열매 믹스 주스 한 잔 주세요.”


“부부의 열매 믹스 주스인가요~ 부럽네요~ 전 아직 연인이 없어서….”




그런 쓸데없는 개인사를 말하며 열심히 주문을 옮겨 적은 점원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방을 나섰다.




“나도 한 때 저랬는데.”




실티아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추억에 잠겼다.




“비고를 만나기 전까진, 마마랑 파파가 일하는 걸 도우면서 가게 손님들이 믹스 주스를 마시는 걸 손가락만 빨면서 보고 있었는데?”




테이블에 엎어져 팔을 괴고 누운 실티아가 그 상태로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촉촉한 눈가, 상기된 얼굴, 인정하긴 싫지만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컵 채로 마실 줄은.”




쿡쿡 웃으며 테이블에서 몸을 뗀 실티아, 그리곤 떨어진 우리 사이의 간격을 천천히 좁혀왔다.




“요즘 비고가 이상하게 잘해주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어?”




어느 샌가 코가 닿을 정도로 다가왔다. 실티아의 은빛 머리칼이 목에 닿아 움직일 때마다 간지러웠다. 실티아가 입을 열었다. 숨을 쉴 때마다 숨결이 입술과 부딪혔다. 용이라서 그런 걸까? 훨씬 뜨거운 느낌이었다.




“파파랑 둘이서 얘길 나눴을 때… 뭔가 있던 거 아냐?”


“아무 일도 없었는데.”


“흐응, 말해주지 않는다면… 이렇게 해 버릴 거야….”




서로의 숨결이 섞였다. 실티아는 취한 듯 몽롱한 눈을 했다. 빠져들 것만 같은 눈. 실티아가 목에 팔을 둘렀다. 비에 마저 씻겨 나가지 못한 순찰 중에 생긴 땀과 향수의 냄새, 두 가지가 뒤죽박죽 혼합돼 외설적인 향기를 풍겼다. 얼굴이 점차 가까워지고 그렇게 입술이 맞닿기 직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오세요.”




실티아를 몸에서 떼어내며 문밖의 손님을 환영했다. 실티아가 아쉽다는 얼굴로 떨어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두 명의 용이 카트를 끌고 방에 들어왔다. 리자드맨과 점원인 늘어진 와이번이었다.




“타이밍이 나빴나요~?”




우리 둘의 달아오른 얼굴을 눈치챘는지 두 점원은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실티아가 못마땅한 얼굴로 둘을 흘겨봤다.




“제가 드래곤스테이크를 구울 거예요~ 원래는 오픈 키친에서 손님들에게 굽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개인실 손님에겐 특별히 직접 방문해서 구워드린답니다~”




카트에는 큼지막한 고기 한 덩이, 얇은 고기 두 장이 철판 위에 올려 져 있었다. 옆에 있던 리자드맨은 화려한 칼질로 야채를 썰고 있었다.




“익힘 정도는 어떻게 할까요~?”




나는 미디움, 실티아는 레어가 취향이었으니 수렴해서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다. 점원은 철판을 숨결로 데운 뒤 버터를 녹여 발랐다. 그 위에 고기를 올렸다. 얇은 고기 두 장이 빠르게 익었고 옆에 있던 리자드맨이 그걸 썰어 미리 준비해둔 팜므 반죽에 넣었다. 야채를 넣고 꿀을 뿌리고 접시에 담아 우리 앞에 내놓았다.




스테이크는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며 점원의 숨결로 구워졌다. 다 구워진 스테이크는 리자드맨에 의해 먹기 좋게 잘라 접시 위에 올려졌다. 마지막으로 냉장 기능이 있는 보관함에서 꺼낸 믹스 주스를 우리 사이에 내려놓았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점원이 떠난 개인실은 침묵과 고기의 강렬한 향만이 감돌았다. 실티아가 몸을 부들거리더니 마치 자석이 양극이 만난 것처럼 내 가슴팍에 냉큼 붙어 댔다.




“밥 먹기 불편한데.”


“아까 못했던 거… 계속 해야지.”


“야! 진정하고 밥이나…!”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꽈악- 양 손목을 잡은 실티아가 입을 입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하아….”




침이 섞이는 야릇한 소리와 함께 하복부가 뜨겁게 솟는다.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드래곤계 마물의 근력은 평범한 인간이 저항할 수 없었다. 이성을 잃은 실티아의 눈은 마치 발정기 때의 눈과 빼닮았다.




“개인실… 두 시간 잡았으니까 시간은 충분해….”




잡아 뜯듯 거칠게 옷을 내팽개치곤 날 그대로 소파 위에 밀어뜨렸다. 잔뜩 흥분한 실티아의 체온이 한없이 높아지더니 입에서 입김이 날 정도로 올라갔다.




“아 진짜….”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실티아의 혀가 내 혀를 감쌌다. 실티아의 타액이 식도를 타고 흐를 때마다 내 몸도 점차 뜨거워졌다. 이윽고 서로의 체온이 비슷해졌을 땐 난 이미 체념하고 실티아를 받아들였다.








“음식 다 식었잖아.”




실티아가 진정된 건 개인실 이용 시간인 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 점원이 이용 종료를 통지하러 오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라도 할 기세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던 음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미안.”




행복한 얼굴로 사과하는 실티아. 반성하는 태도는 아니다. 결국 식사를 위해 우린 30분 가량을 추가로 연장했다. 스테이크는 굳은 기름과 차가운 고기가 딱딱하고 기분 나쁘고, 팜므는 축 늘어졌다. 믹스주스는 미지근해서 그런지 너무 달게 느껴졌다. 식사는 최악이었지만 실티아는 마냥 좋다는 얼굴로 먹고 있었다.




식사를 끝낸 뒤 용기사단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실티아와 대욕탕에 들어섰다. 몇 명의 용기사들이 파트너와 함께 각자의 욕탕에 몸을 담그고 깨가 쏟아지랴 붙어있었다. 나와 실티아는 몸을 씻은 뒤 두 세 명이 간신히 들어갈 작은 욕탕에 몸을 담갔다.




“오늘은 참 보람 있는 날이었네. 안 그래 비고?”


“어 맞아. 순찰 중에 홀딱 젖고, 식당에선 덮쳐져서 싸늘하게 식은 음식만 먹었지만…, 그래 그런대로 보람 있는 날이었지.”


“정말~ 또 비꼬기는. 중간부턴 비고도 즐겼잖아.”




대답하지 않고 목욕물에 몸을 맡겼다. 실티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날 쏘아보다가 이내 표정을 풀고 내 어깨에 목을 기댔다.




“비고.”


“허?”


“나 요즘 정말 행복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정말 하고 싶었던 걸 하고 있으니까.”


“차갑게 식은 음식 먹는 거?”




실티아가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금 와서 말하지만. 그때 속여서 미안해.”


“정말 지금 와서네.”




그때… 란 건 내가 용기사단에 들어오도록 속였던 일을 말한 것이다. 거기에 대한 앙금은 거의 사라졌다…. 고 생각한다. 남은 건 자존심이니 아집이니 하는 얄팍한 감정들뿐.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 이런 생각해 본 적 없어?”


“무슨 말이야?”


“그냥 그런 거 있잖아. 만약 나 같은 만년 훈련생이 아니라 좀 더 고분고분한 사람이 용기사였다면, 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설마 그런 걸 생각했던 거야?”




실티아가 내 얼굴에 두 손을 갖다 댔다. 갑각으로 뒤덮였지만 손바닥 부분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실티아는 내 얼굴을 돌려 자신과 마주하게 했다. 실티아의 얼굴은 화가 난 것으로도, 슬퍼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난 비고가 좋아. 비고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용기사란 건 생각하기 싫어.”




실티아의 눈망울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 가슴팍에 떨어졌다. 죄책감으로 가슴이 무거웠다.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알았어. 미안해.”




손등으로 아직 떨어지지 않은 실티아의 눈물을 훔쳤다.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실티아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이 반년이 좀 넘는 짧은 기간 동안 적잖이 코가 꿰인 모양이다. 내 몸에 기대 코를 훌쩍이는 실티아의 턱끝을 손끝으로 들어올렸다. 방금 전과는 달리 당황과 기대로 흔들리는 눈망울. 나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혀는 넣지 않는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나도 네가 좋아.”


“아….”




입술을 떼자 멍한 표정으로 벙쪄 있는 실티아가 보였다. 내 쪽에서 먼저 키스해서인지, 아님 고백해서인지, 아님 둘 다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어째선지 실티아의 꼬리가 발딱 서더니 물장구를 치며 욕탕물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와이번 나름대로 격렬한 기쁨을 표하는 걸지도.




“나.”


“나?”


“나도 됴아!”




됴아. 흥분으로 말이 헛나온 듯싶다.




“그러니까 서로 사랑한다는 뜻이지! 그런 거지?”


“그래, 인정해버렸네.”




이미 고백해 버린 거 더이상 거리낄 것도 없이 인정했다. 실티아는 흥분으로 마구 달라붙기 시작했다. 첨벙대는 꼬리가 내 얼굴에 계속 물방울 튀겨 거슬렸다.




“아 그래그래, 그것도 있었지. 곧 있을 용기사 입단 시험, 진심으로 할 생각이니까 좀 도와주라.”




쌓아두고 있던 감정을 단번에 해소하니 마음이 편했다. 역시 저질러보고 봐야 한다니까.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병 생겨요 병.




“저, 저.”




고개를 숙인 채 부들 거리는 실티아, 곧 몸을 떨어대더니 물보라를 일으키며 몸을 일으켰다. 팍- 삿대질을 하며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한 새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정말 어쩔 수 없네! 그렇게 간곡히 부탁하니까 비고 같은 만년 훈련생이라도 합격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겠어! 영광으로 알도록 해!”




야야, 예전 말투로 되돌아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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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진짜 재밌게봤던 소설이라 한번 긁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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