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물의 여주인공 S씨는 최근들어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남주인공이자 자신의 남자친구인 J씨가 한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의 정체는 한때 남자였던 T씨

남자였을 때도 J씨와 함께 있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던 터라 처음에는 T씨가 J씨와 함께 노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머니와 여자 형제가 안 계시던 T씨가 여자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왔고 그에 선뜻 대답해주며 남친의 친구 이상으로 친근해지기도 하였다

처음 이상함을 느낀 건 봄, 벚꽃이 필 때였다

S씨는 월공강이었던 터라 금공강인 J씨와 주중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 토요일에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헌데 금요일, 11시에 예정되었던 수업이 펑크가 나 잠시 길을 걷고 있자니 저 먼 발치에 화사한 봄옷을 입고 있는 T씨가 J씨와 벚꽃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J씨는 어째서 여자친구인 자신보다 T씨와 꽃구경을 가는 것인가

T씨는 어째서 이 쪽에 S씨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눈웃음을 짓는 것인가

들끓는 감정을 추스린 S씨는 오후 수업을 들으려 발길을 돌렸다

내일 J씨와 데이트하며 대화로 풀어가면 될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런데 이튿날, 데이트에 나온 것은 J씨 뿐만이 아니었다

어제보다도 더 예쁜 옷, 공들인 화장으로 멋을 낸 T씨도 함께 있었던 것이다

애써 잠재웠던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S씨는 J씨에게 물었다

왜 T 오빠가 여기에 있느냐고

J씨는 T가 요즘 휴학한 거랑 이것저것 문제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인 거 같아서 같이 가자고 했다 답했다

너무나도 뻔한 거짓말이었다

S씨는 고개를 돌려 T씨에게 물었다

어제도 꽃 보러 나오지 않았나요 J '오빠'

평소에도 S씨가 T씨를 부르는 호칭은 '오빠'였지만 이번의, 힘주어 말한 '오빠'는 그 의미가 달라서

'남자인 주제에, 남자였던 주제에 어디서 남의 남자를 노리냐, 자기 위치를 알아라'는 다소 공격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거칠게 내뱉은 S씨의 질문을 T씨는 태연히 웃으며 받아넘겼다

오빠라니? 언니라고 불러야지 S야

그 말뜻을 이해한 순간, S씨의 이성은 끊어졌다

입에서 참지 못한 욕설이 터져나왔고 이내 아차 싶어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J씨는 돌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S씨가 T씨에게 욕을 했다는 것만큼은 이해해서, 안 그래도 힘든 애에게 왜 그러냐며 T씨를 감싸고 S씨를 힐난했다

S씨는 J씨에게 상처입었다는 듯한 표정을 보이는 T씨를 보며 얼굴이 새하얘졌고,

이윽고 소리치는 J씨의 등 뒤에서 승리의 미소를 보내는 T씨를 보며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제서야 S씨는 본인의 인생이 순애물이 아니라 빌어먹을 TS암타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