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이였다.

그런데, 그녀는 아닌 것 같다.


그녀는 관계를 가지는걸 집요하게 피했으나, 이번만큼은 도망칠 수 없게 나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고

오늘 그녀와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처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명백하게 '처녀혈'의 감촉조차 없었고, 나의 물건은 '비좁음'을 느낄새도 없이 너무나도 헐렁해진 그녀의 그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녀는 대체 왜 내게 거짓을 고한 것 일까?


그날 이후, 나는 그녀의 사생활을 알아볼 사설 탐정을 찾아내 의뢰했고

그녀가 나를 만나기 이전에 세번의 출산 기록이 있었다는걸 알아내었다.


도무지 믿을수가 없다.

나는 탐정이 알려준 지도의 약도를 받아보며 어느 지점을 찾아 차를 타고 떠났고, 이내 도착했다.


[희망 고아원]


시설로 들어서자 갑작스레 여러 아이들이 달려나와 자신에게 안기려 든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필요한 것일까,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정도로 어필을 하는건가.


속이 매스껍다.


고아원의 원장은 50대로 보이는 이제는 노년으로 접어드는 한 노부였다.


"여긴 어인일로.."

노부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내 목적을 간결하게 설명했다.


"이곳의 . . . 라는 아이가 있습니까?"

그러자 노부는 기억이 난다는듯, 안쪽으로 나를 안내했고 어느 방안으로 도착했다.


그곳에는 자신의 몸의 분변을 바르며, 스스로 자해를 하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부모로 부터 버려진 충격으로 이렇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말려도 통 듣지를 않고... 이 아이를 왜 찾으시는지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든다, 아...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가 않다.

그리고 이 아이도, 이곳에 있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 대려가기로 한 사람이 없다면 제가 입양하겠습니다."

어리석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내 아이도 아닐뿐더러, 이제는 가증스러운 '그년'의 아이다.


누구의 씨앗인지도 모를 아이를 대려가 키운다니,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다.

그러나, '아이'에겐 죄가 없다.

이대로 영원히 빛을 못본채 이곳에서 갇혀 지낸다면 이 아이는 훗날 어떻게 자랄 것인가.


희망적인 관점을 쏙 빼고 말하자면, 잘해봐야 교도소 콩밥을 먹는 범죄자 신세겠지.

그러니 나는 아이를 '동정'한 것이 아니다, 그저 미래의 범죄자를 한명 '구제'한 것일 뿐이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며 입양동의서에 사인을 마치고 길을 떠났다.


.

.

.


돌아가는 차의 내부 속에서, 나. 그리고 이제는 새롭게 추가된 한 사람.

'서은', 아직 나를 대하는 태도에는 경계와 의심이 가득하지만 상관 없다.


그렇게 우리의 조금은 낯선 동거가 시작되었다.






.

.

.


"흐응, 그런 마음으로 저를 입양했던거에요?"

문득 과거를 떠올리며 딸 아이 '서은'을 위해 과거 회상을 줄줄이 읊어주다, 나의 시점으로 너무 깊게 이야기를 해버린 듯 하다.


뒤늦게 실수를 한걸 자각하자 괜이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워진다.


"미안하구나, 그때는 그렇게라도 도피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거든"


좁은 방안에서 자해를 하던 작은 소녀는, 어느 덧 완연한 처녀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녀에게 욕정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녀를 바라볼때면 어째선지, 이제는 얼굴마저 흐릿해진 '그녀'의 얼굴을 투영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

지금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액운을 덜어낸 덕분일까, 그 이후로 사업도 잘되고 어느덧 내 이름으로 가게를 강남의 12개나 오픈할 정도로 제법 잘나가고 있다.

돈 걱정이 사라지자 점차 이 서은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보내게 되어, 보다 아버지와 딸의 사이로써 함께하게 되었다.


어쨰선지 딸은 아비를 '아버지'로 보고 있는 느낌이 안들지만.

기분탓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오모시로이 하니까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