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죽임으로써, 이걸로 정확히 백명의 머리를 베어낸다"

귀기 어린 미소를 짓는 광인, 광마 낙월영은 자신의 앞에선 매화검수 청운에게 고했다.


그의 목을 베어냄으로써 백명째 살인이라고.

이 광인이 여태까지 살인을 지속해온 이유가, 이런 되도않는 저속한 이유였을 줄은...


죽어서도 원혼들은 구원받지 못할 것임을 깨닫자

청운은 비통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낙월영

이자는 구제할 수 없는 악인이다.


그렇기에 망설임은 없다.

이 자리에서 베어낸다.


"매화검법 일초식..."

화산파의 비전오의, 매화검법으로 응징하리라.


그리고 요도 '나찰'을 들고 있던 낙월영은 이를 보고 히죽 웃어보였다.

아니 그것은, 정확히 말하면 그 너머를 보고 있는 듯한


이미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한 태도.

그 방만함의 수행이 부족했던 청운은 잠시나마 기세가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운명을 결정 짓게 되는 실초이기도 했다.


"내게 초식도, 그리고 딱히 내새울 무공도 없다. 당연히 스승도 없었으니 내공도 없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그러니, 내가 할수 있는건 순수한 완력. 그리고 내 벗 '나찰'을 신뢰하는 믿음 뿐이다"

자신의 살인을 위한 도구를 '벗'이라 여긴다고 말하는 광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취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빈틈이 많아보였으나 어쨰선지 찌르려고 하면 가로 막히는 자신의 모습만이 떠오르게 되었다.

말도 안돼! 고작 저런 허술한 자세에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기교가 있단 말인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래..."


"낙영(落影)이라 부르리라"


그 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내려찍히는 마치 하늘과도 같은 무게를 지닌 검이 쇄도했다.


-캉!


청운이 들고 있던 명검 '설화'는, 광인이 휘두른 이가 다 빠진 검에 산산조각이 나며

이를 인식하기도 전에 청운의 양팔이 잘리는 결과로 돌아오게 되었다.


"윽...아아악!"


"이걸로 백명째..."


그 말을 끝으로, 광인이 들고 있던 검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백명의 무고한 이를 베어냄으로써 얻는 생혈.


그것을 마신 검은 드디어 '요도'로 승격할 조건은 갖추게 되었고


이 자리에서 녹이 슨 이빠진 낡은 검 '나찰'은, 귀기 어린 예기를 뿜는 새하얀 도신의 장검


요도 '나찰'로 승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