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 우후죽순 던전이라는 명칭의 마굴이 생긴지도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다.


현대와 던전이라는 장르가 합쳐져서 특정 인간들에게 발현되는 초능력인 [어빌리티]의 등장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듣기로는 던전의 마력과 지구의 대기가 합쳐져서 돌연변이 생성 물질인 어빌리티 디스펜서라는 것을 생성한다고 한다.


돌연변이답게 당연히 더 잘 받아들이는 일부의 인간들이 존재하고 [어빌리티]의 각성과 함께 던전을 공략하기도 한다.


다만 당연히 나 같은 일반인, 아니 2억의 빚을 가진 빚쟁이에게는 그야말로 먼 나라 이야기이다.


던전에서 가까운 장소에 존재할수록 [어빌리티] 각성할 확률이 높다는 일부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가지고 전 재산을 털어서 던전시티에 온  지도 벌써 1년째


각성자를 등쳐먹기 위한 사기적인 물가로 인해서 현상유지는커녕 하루하루 빚이 늘어갈 뿐 아니라 일반인도 각성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던전 내에 희귀하게 존재한다는 디스펜서의 결정체, 드리머(Dreamer)를 찾기 위해 무리해서 각성자의 짐꾼으로 던전 입장을 거의 무보수로 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이미 빚 재촉으로 인해 생활이 불가능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씨벌 그럼 그렇지 이 좆같은 각성자 새끼들 처음부터 호구 잡을 생각뿐이였구만."


자기가 이미 드리머를 찾아서 각성시킨 파티원이 있다느니 드리머 명당이 있다느니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지만 던전시티에 온지 얼마 안 된 나로서는 진의를 파악할 수가 없어서 속아넘어간 게 잘못이었다.


그 좆같이 큰 찌찌와 골반의 유혹에 넘어가 설마 이런 사람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도 병신이지만 말이다.


결국 남은 건 2억의 빚과, 던전을 다니며 얻은 체력과 지식뿐.


이젠 빚 독촉을 피해 다니느라 갈 수 있는 장소가 던전과 시티 슬럼가밖에 없다.


"어휴 시발, 이젠 진짜 장기라도 팔아야 하나."


대낮에도 어두운 슬럼가 골목을 지나다니며 한탄하고 있던 그때, 바닥에 떨어진 명함 하나가 눈에 띄었다.


"뭐야 떡촌 광고 명함인가? 이런데도 있을 건 다 있구만."


돈도 없는 신세지만 이런 건 그려진 그림 만으로도 지금의 나에겐 딸감이 되어줄 수 있는 야짤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시티에 들어온 지 2달도 안되어서 던전에서 박살이 났다.


※ 당신의 시간을 팔아 보시겠습니까? 최소 X억원 보장 §§★디멘션 비전★§§ 업계최고 보장 남은 인원 단 한 명 / 주소 시티 ㅁㅁ가 ㅁㅁ번지 ㅁㅁ호 ※


"뭐야 이 병신 같은 광고는."


딱 봐도 수상함이 풀풀 풍겨보이는 광고, 호구 하나 잡아서 탈탈 털어먹거나 어딘가의 불법 마약 운송업 커넥션같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장기팔이까지 각오한 몸, 아마 이런 뒤 없는 막장 인생들이 이런 광고에 이끌리는 것일터. 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주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어서오세요~ 시간 팔러 오신 분 맞으시죠~?"


건물에 입장하자마자 카운터의 여성이 반겨주며 묻는 말에 나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어떻게 아신거죠?"


들어오기 전의 건물 외관만은 어디에나 존재할 법한 커피숍 같은 외관에 자그마한 동그란 간판으로 모르는 외국 필기체로 무언가 적혀있었기에 지나가다가 무슨 가게인지 궁금한 사람이 들러볼법한 느낌이었기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바로 할만한 대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은 '어서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가 맞지 않을까?


"그야 당연히 '명함'을 가지고 오셨으니까요~"


늘어지는 말투로 그야말로 핵심을 꿰뚫리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명함을 가지고 온 것은 맞지만, 명함은 내 주머니에 들어있다.


보이지도 않는 명함을 가지고 온 걸 한눈에 알아 보았다?


최소한 눈 앞의 여성은... 각성자라는 생각이 뇌리에 꽂히자,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을 해버리게 되었다.


'시간을 판매 한다는 것이... 수명을 판매하는 것인가?'


오히려 좋다. 장기를 파는 것보단 2억의 빚을 가지고 있는 빚쟁이 입장에서는 남은 수명이 당장 내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가 각성자라는 입장이 훨씬 형편에 좋다.


그렇게 되니 명함의 최소 X억원 보장이라는 문구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수명을 관장하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10년이라는 짧은 어빌리티 역사 속에서 무엇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당연하죠. 2억원 어치, 아니 3억원 어치 판매할 수 있습니까?"


"아하하~ 급하시네요~ 일단 가격표 부터 보시죠~"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밑의 서랍에서 종이를 꺼내 나에게 건낸다. 가격표라니 생각보다 본격적이군.


짜잘한 것은 필요없다. 뭔가 이것저것 많이 적혀있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1년 - 1억원 / 5년 - 7억원 / 10년 - 20억원 / 갱신 가능


1년 단위라, 확실히 수명을 하루나 한달 단위로 쪼개 파는 것은 좀 쫌팽이나 할 짓이긴 하다.


하지만 다짜고짜 10년의 수명을 넘긴다면 내 건강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여기서는 1억씩 3번 3년을 파는 것 보다는 화끈하게 5년이다.


"5년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대금은 어떻게 받죠? 현금? 계좌?"


"원하는대로 가능하세요~ 5년 확인 했습니다~ 그럼 여기 서명 부탁드려요~"


어쩐지 황금 빛이 나는 계약서를 받은 나는 딱 하나, 을은 7억원을 양도 받는다는 항목 하나만 보고 거침없이 서명했다.


"현금으로 부탁드립니다.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네 잠시만요."


서명을 끝내자마자 원래의 느긋한 말투는 마치 컨셉이라는 듯이 눈을 빛내며 빼았듯이 계약서를 가져간 종업원 여자는 카운터 뒤의 방으로 들어가고는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들고 다시 나왔다.


설마 사기 당한 건 아니겠지? 그러나 가방의 지퍼를 살짝 열자 보이는 노란 배춧잎들을 보자 그런 생각은 쏙 사라졌다.


"계약은 내일부터 적용되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흐흐흐... 아 네! 감사합... 어라?"


무수한 돈뭉치들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리던 내가 감사 인사를 전해주기 위해 고개를 들자마자 종업원 여자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듯 사라져잇었다.


헉! 이게 바로 고대 중국 설화중에 정신을 차리고보니 알고보니 돈이 모두 허상이였다는 그 요괴에게 홀린건가?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 돈가방을 꽉 감싸매고 도망치듯 가게를 나와서 은행으로 향했다.



-



다행히 은행은 수상한 눈으로 보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입금은 완료했고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계좌로 받을 걸 그랬다.


"흐흐... 어제 일이 꿈은 아니였군."


자기전에 통장을 꼭 품 안에 안고 잤던 나는 품안의 통장에 적힌 숫자를 확인하며 미소지었다.


띠링!


! 계약에 의해서 계약자 을(주인공)의 채무 관계를 지금 이 시점부터 이행합니다.


! 계약자 을(주인공)의 디멘션 비전 방송을 시작합니다. 시청 인원 (0/999)


! 계약자 을(주인공)의 후원을 활성화 합니다. 


! 계약자 을(주인공)의 방송 권한(매니저)을/를 부여합니다. 방송 권한(관리자)는 계약에 따라 갑(???)에 귀속 됩니다.


! 계약자 을(주인공)의 방송 채널은 차원 No.00009 푸른 행성 , 지구 입니다.


! 계약자 을(주인공)의 방송 개설을 축하드리며, 축하 선물로 후원함(Inventory)가 증정 됩니다.


"...어라?"


아무래도, 시간을 판매 한다는것이 수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트루먼 쇼]의 배역을 담당하는 배우를 담당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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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무협 쪽에선 좀 틀딱이라 글에서 티가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폐 단위가 '원' 인 이유는 던전이 한국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