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성친구임을 밝힘.





어제 10년차 친구랑 카톡했는데 최근에 친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계속 하길래 뭔가 했더니 혼자 있는 자신과 친구해주고 계속 와서 같이 있어주던 게 다행이고 고맙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저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혼자 있길래 먼저 다가가 수다 떨면서 트럼프 카드나 섞었을 뿐인데 그런 나랑 같이 있으면서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있다보니까 힘들다는 생각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자존감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가끔씩은 그 친구는 자신에게 와 주는 내가 고맙지만 자신과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볼 테니까 가라고 말할까 생각했지만 애초부터 눈치가 없던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재미있으니까 같이 놀자~'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평소처럼 다가가 같이 놀았다. 병신....... 그런데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되어서 언제는 얘가 나에게 와서 같이 놀았다. 표정도 바뀌었고.


고 2때인가, 수학여행으로 바닷가에 갔었을 때 내 담임선생님은 내가 수학여행 장소를 싹 다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그럼 알아서 다닌 다음에 시간 맞춰서 오라 했고, 나는 그렇게 혼자 유유자적하게 해안가를 걸으면서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없던 나와 그 아이가 우연히 마주쳤고 서로 놀라면서 이야기하다가 "혼자 걷기 싫으면 나랑 같이 걸을래?" 라고 했고 그 아이는 "혼자 있기 싫었는데 너가 있어서 다행이다." 라고 하면서 1시간 동안 해안가를 둘이서 걸으며 섬과 노을을 바라보았다. 해안가의 끝에서 끝을 걸어다니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 우리는, 웃고 있었다. 서로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더 듣기 위해서 가까이 붙어있었으며 헤어질 때 서로 아쉬워했다. 재미있었으니까.


묵묵하게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 아이는 혼자 걷고 있었음에도 나처럼 유유자적한 모습이 아닌, 어딘가 싫은 모습을 보였기에 조금은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같이 걷자고 했던 나에게 고마웠다 해줬다.


이후에 혼자 두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있었다는 걸 몇 년이 지나서야 말했는데, 그 아이는 그걸 알아봐줘서 고맙다고 했다. 쓸쓸한 건 싫었으니까. 나도 혼자, 걔도 혼자였지만 혼자가 모여 둘이 됐으니 쓸쓸하지도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을 알고 지내면서 여전히 같았던 우리였지만, 최근에 그 아이가 나와 다시 연락을 하면서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다. 왜 그런지 몰랐지만 고등학교 때의 추억을 회상했었을 때 나의 평범했던 행동이 그 아이에게 있어 편안함이었나보다.


하지만 여전히 눈치가 없던 나는 무자각으로 온갖 말을 연사했다. 왜 그랬지


친구: 나랑 같이 놀았으면 다른 애들이 내 얘기 하면서 너 욕했을 텐데.

나: 걱정하지 마. 다른 애들이 싫어한다고 하면 뭐 어때? 넌 내 친구인데. 내가 싫어하는 게 아니잖아?


친구: 너같이 따뜻한 친구랑 같이 학교다녀서 다행이야.
나: 그렇게 따뜻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런 나랑 친구해줘서 행상 고마워.

친구: 나한테 따뜻하면 너는 아마 모두에게 따뜻할거야.

나: 칭찬에 몸 둘바를 모르겠네

친구: 칭찬 아니라 진심인데?


친구: 뭔가 같이 기억에 남았던 일은 서로 한 번 뿐이네

나: 두 번으로 만드려고?


인생의 절반을 로맨스에 꼬라박아서 그런가 대사 하나하나가 레전드......


나는 나 스스로를 착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친구가 그 동안 나 덕분에 자존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참 묘했다. 그래도, 친구 하나 구했으니 잘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