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실드가 부여되었다.

모두에게 생명을 지킬 최소한의 방법은 있어야 한다는 결론 하에 생겨난 시스템이었다.

실드의 발동 조건은 '예상치 못한 접촉이 신체에 가해질 때'


-우리 모두 지켜요! 안전거리는 1m를 확보하세요!


지나치는 사람 하나하나를 다 확인할 수는 없는 법이니 저런 슬로건이 공영 방송부터 짧은 광고까지 전체적으로 퍼져나갔다.

스치기만 해도 실드에 손상!


-허리 부근의 실드에 경미한 손상!

-머리 부근의 실드에 경미한 손상!

.....


인파끼리 조금만 부딪혀도 저런 알림이 마구 울리며 실드가 깎여나갔다.

확실히 실드가 적용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안타까운 사고에 의한 희생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야! 나 오늘 실드 남아있어."


쾅!

무단횡단을 하던 사람은 순식간에 육편이 되어버렸다.

치일 걸 예상하고 한 행동이면 실드는 무용지물이다.


"이...병신...! 눈 감고 달렸어야지.... 크흑."



한편,

이 곳은 두 남녀가 화합을 이루는 장소이다.

즉, 두 남녀는 오늘도 모텔에서 질펀한 야스를 즐길 예정이었다.


"오늘 위험해. 콘돔 꼭 껴야 돼."

"응? 아... 그래."


남자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콘돔을 꺼내 씌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꼭 생으로 하고 싶은 날도 있는 법


'싸기 직전에 빼면 모르겠지'


한창 서로 열이 오를 때쯤, 남자는 재빨리 콘돔을 벗겼다.


팅!

-X지 부근의 실드에 경미한 손상!


"...콘돔 뺐지?"

"헉."


노콘은 예상치 못한 접촉!

하지만 곧이어 날라오는 여자의 뺨싸다구는 충분히 예상했기에 남자는 보기좋게 처맞았다.



또 한편,


"야, 제대로 한거 맞지?"

"그렇다니까. 숙소도 확인했고 딱 메로나 사러 나올 시간에 바로 납치해왔다고."


두 남자는 설레는 표정으로 실드모양으로 부풀어 있는 마대자루를 벗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실드라도 아예 덮어버리는 식이면 당한다는 허점이 있었다.


"이, 이자식들! 이미 신고가 갔을거야! 너희들은 평생 깜방에서 썩을거라구!"

"하하하, 이미 각오했다! 톱 아이돌을 따먹을 수 있다면 깜방이 무슨 대수냐!"

"경찰들이 오기전에 충분히 즐겨주지."


하지만 납치범들의 공격은 실드에 가로막혔다.


'만약 납치를 당한다면 신고 후 두 눈을 꼭 감고 가만히 계셔야 합니다.'


뭘 당할지 예측하면 무효가 되는 실드 시스템. 때문에 이 시대의 자기보호는 이런 식으로 변했다.

소녀는 두 눈을 꼭 감고 어떤 소리가 들리던지 무시했다.


"시발, 생각보다 심줄 질긴 년이잖아?"

"빨리 실드부터 부셔!"


하지만 30분을 두드려도 실드는 여전히 건재했다.


"뭐, 뭐야! 왜 이렇게 안부셔져?"

"야! 실드 잔량 확인해 봐."


삐빅

-현재 남은 유은지의 실드 : 12892/15000 


"미친....미친.... 시발 이건 불공평해!"

"우린 고작 100인데!"


소속사의 실드, 팬카페의 실드, k-차트의 실드 등등.

각종 +버프로 실드를 두르고 있는 소녀는 그야말로 철옹성이었다.

결국 두 납치범은 실드를 반도 까지 못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실드는 모두에게 최소한의 방어 수단을 제공했지만 그 차이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그 일로 자신의 가치를 깨달은 소녀는 전장을 향했다.


그렇게 실드 게이지 만단위를 자랑하는 전장의 아이돌이 탄생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