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모실까요?"
"마포대교..."
"예, 원하시는 곳으로 출발합니다."
남자는 결심했다.
이 별 볼일 없는 인생, 그만 끝내자고.
인생의 낙이라고 해봤자 판타지 웹소설 보는게 전부인 삶, 이젠 싫다. 그만 끝내자...
"도착했어요, 손님. 4000골드마 주세요."
"....아. 빨리 왔네요. 어디보자, 4000골... 잠만, 뭐요?"
"여긴 원 안써요, 골드 쓰지."
"여기라니, 그게 무... 어..... 어.....!!?"
택시에서 내린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상쾌한 바람이 부는 넓은 들판,
천공까지 뚫은 높고 높은 마탑,
저 드넓은 하늘을 날고 있는 용과,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성들까지.
"판타지세계, 도착했습니다."
기사의 택시 미터기는 어느샌가부터 대신 드래곤이 날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제가 말했잖아요. 원하시는 곳으로 데려다 드린다고."
.
.
"시발, 기사님 혹시 이 소설 보세요?"
"손님, 많이 취하셨네요."
"이거 진짜 개좆같은 소설이에요! 주인공이 시발 히로인들을 무슨 트로피 수집하듯 긁어모아 놓고서는 걍 방치한다니까? 이런 쓰레기 같은!"
"아, 예예."
"아오! 내가 5700자 책빙의 같은 것만 됐어도 이걸 그냥!"
"손님, 추가요금 좀 주시겠어요?"
"...예? 뭐요? 왜요?"
"목적지가 바뀌었거든요. 진심이신가봐, 미터기가 변했네."
"예??"
남자는 기사의 말에 미터기를 봤다.
말 대신 책이 펄럭이고 금액 대신 페이지 수가 오르는 중인 괴상한 미터기.
"축하합니다 고객님. 그럼 전개 잘바꿔보세요."
"ㅈ,잠만! 안돼애애애애!!!!"
.
.
"아, 역전세계.... 에? 기사님, 미터기 왜 저래요?"
말 대신 표시가 뜨는 미터기.
"이거나 보시죠."
"이게 뭔... 으어어?"
기사는 분명 스포츠잡지를 건넸으나, 이상하게도 잡지는 가슴을 깐 여인들로 가득했다.
"이게 뭡니까? 장난해요? 왜 플레이보이에다가 다른 표지를 붙여 놓은 겁니까?"
"장난이 아니라 이세계의 스포츠잡지에요. 이전 세계 남자들도 더우면 웃통 까고 그렇잖습니까."
"에....?"
손님은 급히 핸드폰을 봤다.
[남자는 과일 깎고 커피나 타오라며 발언과 차별을 일삼은 김모양 체포.... 아직도 존재하는 남녀차별]
[연애인 김장붕, SNS에 가슴이 노출된 사진 공개, 네티즌들 선정적이라며 맹렬히 비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수 증가, 정부는 이에 대한 정책을 마련중]
"엣.... 에에...."
"오게 된 소감은 어떻신가요?"
"오 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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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대충 끄적여 봤는데 손님이 원하는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개인택시 기사를 소재로 옴니버스 소설 쓰면 재밌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