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간 장스타그램에서 급격히 유행을 탄, 아무 근거 없는 '강령술 절차'에는 세 가지의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강령술에 어떤 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일러 두지 않은 점, 

둘째는 강령되는 악마가 사용된 책의 영향을 심하게 많이 받는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두 가지의 문제를 빼면 강령술의 절차를 너무나 정확하고 충실하게 알려 주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날따라 지루했던 금요일의 사서 장붕이 도서관 안에 대악마를 불러낸 데에는 장스타그램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대악마의 의지를 꺾는 게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는 데에 세 시간쯤이 걸렸다. 

지금 그는 도서관 안, 강령술의 여파로 잿더미가 된 <자본론> 위에서 단 한 명의 청중을 위한 무지막지한 열변을 쏟아 놓고 있었다. 


도서관이 토요일에는 휴관한다는 걸 모르는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장붕은 도서관 안에 만연한 혁명의 기운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전화를 받았다. 


"저기, 제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망가뜨렸는데요..."

"네, 어쩌다 그러셨어요."

"라면 끓이다가 태워 버렸어요."


대악마, '모든 프롤레타리아의 대변인' 씨의 웅변이 멈추었다. 

장붕은 수화기 너머의 어처구니없는 변명보다, 느닷없는 토요일의 대악마보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정적이 더 두려워졌다. 

왜인지 자신 같은 머저리가 한 명쯤 더 있을 것 같다는 강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책 제목이 어떻게 되죠?"


"악마가 나타났도다. 그대는 느껴지지 않는가? 이 땅의 모든 프롤레타리아들을 산산이 해체하고 억압하려는 악마의 목소리가?"


대악마가 포효에 가까운 외침을 내질렀다. 몬붕은 수화기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82년생...김지영...이요."


다음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형용할 수 없는 괴성이 쏟아졌다. 

장붕은 저도 모르게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도서관 개관까지는 45시간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