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후피집 소설의 클리셰가 무엇인지 안다.


그래서 내게 앞으로 일어날 일도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눈 떠보니 생판 처음 보는 이세계였고, 나는 용사였다.


동료들과 함께 마왕을 쓰러뜨리러 모험을 떠났지만, 갖은 수모를 겪고 안 좋은 대접을 받았다.


“용사라는 놈이.”

“평민 주제에 뭘 알겠어.”


참고 또 버텼다.


어차피 내 능력이 인정받으면 전부 해결될 문제다.


“이거 먹고 해.”

“평민 주제에 무슨…”

“…”

“…잘 먹을게.”


그래도 미운 정도 정이라고, 무시하고 깔보던 여자들이라 해도 함께 전장을 누비면 나름 친해지는 법이다.


나를 향한 매도는 끝나지 않지만, 익숙해져서 버틸만도 했고.


“어딜 멋대로 흘겨보는 거야, 죽어!”

“아야야…”

“벼, 변태…”


이제는 애교같아 귀여워 보일 지경이다.


아무리 귀엽다 해도 이런 태도는 개선해야만 했다.


나는 그녀들이 생각보다 쓰레기는 아니라 생각했고, 모든 여정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인 관계를 쌓아갈 생각은 있었으니까.


이 역시 미운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게 바로 ‘후피집’이다.


주인공이 파티를 떠나고, 뒤늦게 파티원들이 매달리는 그런 자극적인 소설.


“쓰레기같은 년들아, 다시는 보지 말자.”


마왕의 토벌 후, 나 역시 관계를 더 좋게 이끌어내기 위해 후피집 전개를 채용했다.


내 행적을 전부 숨긴 채로 어딘가로 은둔하는 그런 내용.


그녀들이 찾아와 용서를 빌 거를 생각하며.


안 오면 그 날로 우리의 관계는 끝이겠지만, 나는 내심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이 여행 중에서 내가 그녀들에게 연심을 느꼈을 수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렘도 좋겠다는 별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소작농을 시작한지 1개월.


“아니 시발.”


지금 그 씹년들이 모두 자살했다는 속보를 보고 할 말을 잃은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