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르게 주변을 돌아봤다.


 "성공이다."


 내가 떨어진 곳은 미래와 달리 활기가 넘치는 지하철역이었다. 일단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하는 시민들에게 가볍게 기억소거술을 시행하고 구형 감시카메라들의 기록을 조작한 뒤 목표 지점으로 이동했다.


 "2023년 2월 18일 12시 20분… 나쁘지 않은 시간에 왔어."


 나는 본사 인근에 잠복했다. 그러면서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곧 내가 목표로 하던 사람을 발견했다. 초행길인 듯 계속 지도를 확인하기에 슬쩍 뒤로 접근해서 확인했더니 지도앱에는 노벨피아 본사가 찍혀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앞서가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작가 채널 참여하시는 분이세요?"


 화들짝 놀란 남자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어, 어어… 네, 맞아요. 그, 혹시 그쪽도?"


 "예, 저도 작가 채널 때문에 왔어요."


 "아, 그러셨구나…."


 남자는 그래서 왜 말을 건 거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빠르게 용건을 말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카페에서 같이 커피나 한 잔 마실래요?"


 "아, 그게, 그럼 늦지 않을까요?"


 "이미 본사까지 3분 거리밖에 안 되는 걸요? 오히려 지금 가면 오래 기다려야 할 거에요."


 나는 꾸며낸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노벨피아 본사 근처의 카페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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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필명이 '개랑말이'시고, 준비한 작품은 [아카데미전교생의후회피폐집착을한몸에받는TS천마는조용히살고싶다]라고요. 한 번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아, 네! 물론이죠."


 나는 적당히 남자가 설명하는 말에 대꾸를 해주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쌓고, 완전히 이해했다고 판단했을 때 행동을 개시했다.


 남자의 얼굴을 낚아채 눈을 맞추자 남자가 기겁했다.


 "뭐, 뭘 하는…! 어, 어으어어…?"


 곧 동공이 풀린 남자가 한참 휘청이다 다시 정신을 되찾았다.


 "뭐, 뭐지?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길가에 쓰러져 계셔서 제가 부축해서 여기 앉혀드렸는데, 기억 안 나세요?"


 "네?"


 나는 대충 남자의 기억을 조작한 뒤 일이 있다고 말한 뒤 카페를 빠져나왔다.


 음, 나는 작가 개랑말이, 준비한 작품은 [아카데미전교생의후회피폐집착을한몸에받는TS천마는조용히살고싶다]… 좋아, 준비는 끝났어.


 느긋하게 노벨피아 본사로 걸어가 나와있던 직원에게 안내를 받았다.


 -


 작가 별꽃의 말도 안 되는 연재속도에 대해 분신술이라거나 개인이 아니라 팀 별꽃이라는 등 말이 많았었다. 하지만 미래에서 온 나는 그의 실체를 안다.


 수많은 작가들을 침식한 하이브 마인드, 그게 별꽃이다.


 그리고 작가를 넘어서 노벨피아가 최고 경영진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별꽃의 손아귀에 떨어지고 다른 작가들을 별꽃에게 바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오늘, 23년 2월 18일의 일이다.


 처음엔 20명, 다음엔 40명… 그렇게 점차 대상자가 늘어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모집도 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작가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군경과 다른 플랫폼도 이변을 눈치채고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별꽃은 너무 거대해진 뒤였고 결국 대한민국은 별꽃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되었다.



 모든 작가들이 별꽃에 종속되고 별꽃의 작품 이외에는 그 어떤 창작물도 나오지 않게 된, 매일 이어진 50000연참으로 모든 독자가 고봉밥에 고통받게 된 끔찍한 미래.


 그것만은 독자 채널의 완장으로서 반드시 막아내고 말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노벨피아 본사, 아니 별꽃의 둥지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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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닉은 그대로 써도 될지 몰라서 반갈죽함

완장은 TS미소녀인 게 상식이니까 여자라고 생각하고 썼음

아님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