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물을 보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이를 제일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역시 [이세계 밀프 헌터]의 성녀 '에린'인 것 같아 예시로 가져와 봤다


물론 이세계 밀프 헌터(약칭 이밀헌)은 NTL물이라 금태양이 주인공이라서 다소 비유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대신 성녀를 빼앗기는 입장인 용사 '두베르노이'를 보면서 생각한다면 이해가 그럭저럭 쉬울 것 같다



이밀헌에서 성녀 에린은 아주 전형적으로 청순가련한 현모양처이자, 용사와 무려 1000년을 사랑했던 지고지순한 순애보 히로인이다


그러나 하필 '마법 세뇌 왕쥬지'이라는 씹사기 특전을 받은 주인공 금태양과 엮이면서 그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완전히 금태양에게 함락되어 용사를 버린 채 환승을 하고 만다


이렇게만 보면 잘 사귀던 순애 커플 깨부숴버리는 NTR물이 도대체 왜 꼴린다는 건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허나 NTR물에서 중요한 건 기승전결에 기반한 스토리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기승전결의 과정에서 히로인이 어떻게 타락하고 금태양에게 몸도 마음도 바치는 암캐로 전락하는가, 오직 그것뿐이다


그럼 다시 성녀 에린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성녀는 처음에는 용사를 향한 죄책감 + 미련 때문에 금태양의 장단에 잘 맞춰주지 않는다


오히려 특유의 선량하고 정숙한 품성 때문에 역으로 금태양을 교화시키려는 행동도 간간이 보인다


용사 또한 오쟁이진 걸 알면서도 1000년이나 사랑한 그녀이기에 에린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하려고 한다


허나 주인공 금태양의 사기급 세뇌 특전으로 인해 점점 육체적인 쾌락이 성녀를 장악하기 시작하고


결국 순수한 육욕이 성녀로서의 이성을 압도해버리면서 성녀는 "미안해요, 용사님! 왕자지 못 이겨요!"라며 금태양에게 굴복하면서 1차로 타락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금태양은 자신의 쥬지를 계속 갖고 싶으면 용사를 확실하게 배신하고 자신에게 돌아서라 종용하고


이에 갈등하던 성녀는 지속적으로 금태양에게 조교를 당하면서 마침내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함락되어 2차로 타락


1000년을 사랑한 용사보다 금태양을 더 사랑한다며 용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금태양에게 보지를 내준 채 넘어가고


대놓고 육변기 취급을 받으며 기뻐하는 건 물론, 그런 인간 말종 금태양의 앞에서 어린 소녀 시절의 말괄량이적 모습으로 되돌아가 애교까지 피우며


나중 가서는 자신과 용사 사이에 딸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리고 육변기 노릇에만 집중하는 최종적인 타락까지 선보인다



NTR 독자들이 이 일련의 과정을 읽을 때, 진짜 중요한 키워드는 '성녀가 배신을 했다'가 아니다


그런 키워드에 집중하는 장르는 후피집이라고 따로 있으니까


중요한 키워드는 '성녀가 어떻게 쥬지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타락하는가', 오로지 이 과정을 지켜보고 꼴림을 느끼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빼앗김을 당한 용사 두베르노이는 그 꼴림을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양념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사랑하던 남자를 배신한다는 건, 히로인이 육체적 쾌락을 위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가를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전개이다


단순한 "대물 쥬지 좋아! 이런 거 못 이겨!"보다는 "대물 쥬지 좋아! 미안해요! 당신 거로는 만족 못 해!"라는 타락이 훨씬 더 강렬하고 선정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똑같은 성녀가 똑같이 타락을 했다고 해도, 거기서 '원래 사귀던 남자를 배신한다'는 전제를 빼버리면 타락의 매운맛이 줄어들게 되고


자연히 본능적인 꼴림 또한 이전보다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NTR물 독자들은 일부러 더 잔인하게, 더 확실하게 빼앗기는 이야기를 찾아 읽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걸 두고 "NTR 독자들은 불륜충이다", "평소 자기 여자를 빼앗기는 망상을 한다"라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NTR 독자들도 현실 불륜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극도로 증오하면서 처참하게 몰락하기를 함께 기원한다


불륜은 그저 인성 파탄난 썅년이 자기 남편을 등쳐먹은 사건에 불과하지


NTR 독자들이 찾는 "쥬지로 배신 타락"이라는 극대화된 섹스 판타지와는 억만 광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현실에서 본인의 여자를 빼앗기고 싶다고 망상하는 NTR 독자도 거의 없다


NTR물에서 빼앗기는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타락의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양념으로서 존재한다


그런데 누가 현실에서 양념이 되고 싶겠는가? 굳이 된다면 금태양이 되고 싶어하지


무엇보다 NTR 독자들도 순애물을 보는 독자들과 똑같이 상식을 지닌 사람들이다. 


정신병자가 아닌 한, 현실 속 가정이 실시간으로 파탄나는 걸 보면서 즐거워하는 미친 놈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야기가 길었지만, 이 정도면 왜 NTR 독자들이 빼앗기는 이야기를 보면서 즐거워 하는지 이해가 되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