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선 안된단다. 중요한건 마음과 의지다. 올곧은 마음과, 강한 의지."


아버지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해주신, 우리 가문의 가훈.



난 항상 아버지가 알려준 가훈대로 살았다.


외모가 뛰어나도 마음이 더러운 자는 배척했고,


외모가 못나도 마음이 선한 이에겐 손을 내밀었다.



한스한테 손을 내민 것도 그런 이유였다.


못난이 한스라고 부르는 이 청년은 짧은 다리와 뚱뚱한 체형 울퉁불퉁한 피부등 흔히 추남이라고 불리는 외모를 가졌고, 모든 이들이 기분 나쁘다고 손가락질 했다.



하지만 추한 외모와 달리는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무리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도 옳은 일을 하고, 친절을 배풀줄 아는 올곧은 청년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용사파티에 합류하고 싶다 말했을때, 동료들의 거센 항의에도 한스를 받아들였고,


여행중 그가 외모로 오해 받았을때도, 언제나 그의 편을 들어주었으며,


마왕국과의 평화협정 이후, 모두가 주길 꺼려했지만 그의 몫을 충분히 챙겨주웠다.



못난이 한스. 

아니,

짐꾼 한스.


난 언제나 그를 믿었다.



그런데,


"용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저질러선 안되는 짓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그녀들의 마음을..."


설마 그가 배신을 하다니.


"한스... 네가, 네가 어떻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어버렸습니다... 입이 100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분노가 차올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의 멱살을 잡았다.


"난, 난 널 믿었다! 네가 마왕군의 앞잡이라는 헛소문이 퍼졌을때도, 마을의 음식들을 훔쳐먹었단 누명을 썼을때도! 네가 가끔씩 말도 안되는 작전을 제안할때도 네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했다! 근데, 뭐? 그녀들의 마음을?"


"면목... 없습니다..."


그를 집어던지고, 허리춤에서 칼을 꺼냈다.


"그 죄... 목숨으로 갚아라... 죽어라! 한스!!!! 으아아아아!!!"


그의 목에 칼을 휘둘려는 순간, 한스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죄를 고했다.



"죄송합니다!!! 그녀들이 용사님을 사랑하게 만들어서!!!"


"으아아아아!!! ...잠만, 뭐?"


"...예?"


"어?"


"에?"


"뭐?"


시발 그게 무슨 소리야.


.

.


[전 이렇게 근처에 있는 대상에게 텔레파시를 쓸수 있습니다.]


한스가 혀를 입천장에 붙인 상태로 말했다.


전혀 혀를 천장에 붙인 입 안과 머릿속으로 직접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마력을 감지하는 마도구가 잠잠한걸 보면,속임수 따위가 아닌 진짜 텔레파시인거 같다.


[그리고 텔레파시로 보내는 목소리는 이렇게 자유자재로 바꾸는게 가능하죠. ...엣헷♡ 뀽♡ ...어이어이, 난데 고레와!! ...라뗀 말이야!!]


그 말대로 순식간에 텔레파시 목소리가 여자아이, 청년, 노인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전 용사님께 은혜를 갚고 싶었습니다. 용사님이 주신 돈 덕분에 저희 부모님께 효도할수 있었고, 거기다 절 용사파티에 합류까지 시켜주셨으니까요."



"그거 별 거 아니였다니까."



"별게 아니긴요, 그때 용사님 빼고 전부 반대했는데. 아무튼, 전 용사님께 어떻게 은혜를 갚을까 고민하던중, 용사님한테 연인이 없단 사실을 알게 됐고, 그때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겁니다.



아! 그래! 용사님과 파티원분들을 이어드리자!"



"어째서 결론이.."



"...사실, 파티원분들을 살짝 골탕먹일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습니다. 용사님도 아시다시피 그때 그분들 절 엄청 괴롭혔잖습니까..."



"...그렇지. 확실히 그랬지. 그래서 마음은 어떻게 조종한 거야?"



"별 거 없습니다. 그저 텔레파시로 용사님 목소리를 내어, 마치 용사님이 속으로 그녀들에게 호감이 있는 것처럼 말했고, 그녀들은 모두 마음의 소리가 들린줄 알았죠."



"그딴게 통했다고?"



"예전에 어느 마을에서 사기당한거 기억하시나요? 왜 있잖습니까, 어느 상인이 마음을 읽는 목걸이라고 팔았던거."



"아, 기억나. 보석으로 된 목걸이라 파티원들이 속는 셈 치고 전부 한개씩 샀는데 알고보니 마법으로 만든 조잡한 가짜였지. ...설마...?"



"예, 다들 그것 때문인줄 알고 깜빡 속더군요."


"..."


다들 한동안 그 목걸이 안 빼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처음엔 가벼운 장난에 가까웠습니다. 다들 저한테 못되게 굴긴 해도 기본적으론 마음씨 고운 미인이시고 용사님과 사이도 좋으니, 한명이라도 용사님과 엮이면 좋겠구나하고 했죠. 실패하면 그냥 작은 복수한 셈 치고요. 근데..."



"근데?"


"효과가 너무 좋았습니다... 파티원 모두가 용사님께 푹 빠져버렸더군요..."


"아서왕 맙소사....."


"저도 중간부턴 뭔가 잘못된단걸 깨닫고 그만뒀지만, 이미 그녀들의 마음은 진심이 된 상태였고, 결국... 최근엔 이런 것까지....."


한스가 내게 종이 몇개를 건넸다.


"이게 뭐야?"


"청혼서요. 오늘 아침에 왔더군요."


한스의 말대로였다.


그녀들의 글씨체로 써진 청혼서들


하나 같이 소름끼칠 정도로 애정이 꽉꽉 담겨 있었는데, 만약 거절하면 내 사지를 찢어서라도 나와 결혼할 작정인거 같았다.



"시발... 이 미친새끼.... 어떻게 4명 다..."


"죄송합니다... 근데 그... 그게 끝이 아니에요..."


이번엔 한스가 명단을 내밀었다.



시골소녀 엔

북부대공 카르나

기사단장 앤서필

사막의 무희 엘라

대해적 바르바로사

검투사 마리안

기술자 커네티아

기병 시드니

인어왕국의 공주 사이렌

하피 계곡의 윈디

인간 성기사 삐삐삥

서부보안관 맥

북부 탐험가 안나

☆☆왕국 여왕 센 비아무스

페어리퀸 아르모니아

거인들의 여왕 자이언티

빵집 소녀 루시

.....



"전부 용사님을 좋아하는 여자들입니다."



"시발 끝이 없잖아!!! 너 대체 몇이나 꼬신 거야!?"



"그중 제가 엮은 사람은 서너명밖에 안되고, 나머진 스스로 용사님을 사랑하는 겁니다..."



"돌겠네 진짜... 야, 한스. 이 오해 어떻게든 풀어."



"그건 힘들것 같습니다."



"네가 벌인 일이잖아!"



"그게 아니라, 그 여자들 제 텔레파시 같은건 신경 안 쓸겁니다. 이미 제가 엮기전부터 호감이 있던 상태였고 전 그저 약간의 발판이 되준것뿐... 파티원들에겐 이미 사실을 알렸는데도 다들 상관 없다고..."



"....."



"저기... 지금쯤 파티원들이 오고 있을텐데 얼른 튀는게..."


"씨발 내 인생..."


돌겠네


.

.


"도망? 하, 패전국의 여왕의 도움을 받는 용사라니, 우습군. ...딱히 싫진 않지만 말야♡"


"...야, 한스."


[텔레파시로 답하겠습니다. 말씀하시죠.]


"너 설마 마왕도...?"


[...]


"한스...?"


[...쉽고 빠르게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한번 해봤는데, 타이밍 좋게 용사님이 마왕을 구하면서 그만 그녀에게 콩깍지가... 전 분명 예쁘다 섹시하다 꼴린다 이런 말밖에 안 했습니다.]


"시발."


좆됐다.


추남 하나 잘못 줍는 바람에,


온갖 여자들이 날 사랑하고 집착한다.


.

.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냥 생각만 하긴 아까워서 여기 적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