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스러운 남자란 개념에서 시작한 오토코노코.

주로 남자인 주인공에게 유독 집착하는 남자 조연을 오토코노코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데빌맨을 시점으로 이쪽 업계에 큰 영향을 끼쳐 후대에 에반게리온의 나기사 카오루, 베르세르크의 그리피스 등 남주에게 집착하는 백금발~은발 캐릭터가 탄생하는데 아주 크게 일조했다.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남자보단 여자들에게 더 지지받는 캐릭터성이었다.

근본이 BL에 가깝기 때문이다.


에반게리온에서 ASL과 RSL 두 커플링 팬덤 다툼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생각하면 카오루는 진짜 웃음벨.


하지만 세월이 흘러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란 개성이 득세하기 시작한다.

순정 만화에서나 나오던 말 그대로 여자보다 예쁜 남주들을 기점으로 남성향에도 이와 비슷한 계열 캐릭터가 나오기 시작.


여기까지는 그래도 다들 오토코노코처럼 성 정체성이 모호한 캐릭터보다는 남자로서 느낌이 강하다.

여자처럼 입지도 않고, 본인들도 자신을 남자라 강하게 인식하고 있으니까.


물론 그 세기말 시절에도 중간중간 체포하겠어의 아오이 후타바처럼 미친 미모의 여장남자 캐릭터가 나오긴 했었다.

심지어 인기도 엄청났다.

게다가 이 남자는 작중 어떤 여자보다들보다 히로인력이 높은 걸로도 유명하다.


하여튼.


이때도 오토코노코란 개념이 그렇게까지 메이저는 아녔고, 일종의 개그성 요소에 더 가까웠다.

 

문제는 이게 오타쿠들에게 먹힌다고 판단되기 시작하자 21세기를 시점으로 이 여자보다 예쁜 남자란 개념이 슬슬 여자를 그려놓고 남자라고 우기는 개념으로 바뀌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끝내 일본은 타락한다.

대놓고 소년을 탐하던 나라답게 오타쿠들은 낭자애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 계기를 마련한 게 바로 길티기어의 브리짓이다.

사실상 남성향 양지 작품에서 대놓고 현재와 다를 바 없는 오토코노코란 개념을 정립한 페티시 요소의 집합체다.


이후 양지에서 이런 캐릭터가 우후죽순 튀어나와 인기를 끌자 음지도 거리낄 게 없어졌는지.

주인공의 소꿉친구이자 현모양처의 재림과 같은 와타라세 준(남자)가 탄생한다.


그래도 이때까진 오토코노코 캐릭터가 지닌 어둠이나 갈등 등이 표면적으로 크게 드러나거나 강조되진 않았다.

어쩌면 보수적인 사회 통념 때문일지도 모르고.

독특한 성별 개념을 인식하는 것 자체에도 한계가 있어 당시 창작자들이 일부러 논란을 피해 표현을 자제한 걸지도 모른다.

LGBT와 PC가 득세하는 요즘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받는 손가락질과 시선을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하여튼.


이후 오토코노코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받기 시작하고, 감방의 약초처럼 각종 작품에 얼굴을 비추는 거의 필수 요소가 된다.

그러다 나온 게 바로 바시소의 히데요시다. 히데요시는 오토코노코 업계의 혁명이었다.


워낙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이었기에 이 캐릭터가 끌어올린 오토코노코 캐릭터란 개념과 인기는 가히 패도적이었다.

동시에 장르가 개척됐으니 이를 세세히 파고드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몸집이 커지니 작품의 깊이가 생기기 시작한 거다.


슈타게와 단간론파는 정석적으로 오토코노코 캐릭터의 갈등을 포함시킨 작품이다.


이전만 해도 개그성 요소 or 깊은 묘사 없이 단편적으로 묘사되던 오토코노코의 연애전선과 성 정체성이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작품의 반전이나 주제 의식을 반영한 채 다변화를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노맨스나 먼치킨물에선 여전히 보추란 요소 자체가 그냥 작품 외적으로 소비자들을 노린 네타 요소라 존재감이 옅다.

우리나라 옛 양판소 여장이 어울리는 미소년 남주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보추 비중이 조금이라도 높거나, 연애 요소가 들어간다면 이제 외모나 성적 갈등이 필수적이 된다.

외모와 성 정체성으로 인한 개인&주변과 갈등이 메인이라 TS물과 결이 굉장히 비슷하다.


다만 보추물은 역사적으로 동성애 개그 코드가 좀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남자는 남자대로 "네가 남자여도 좋아!"or"얘는 남자라고!"식으로 갈등하고

보추는"나 남자라고!"화룡점정을 찍어 웃음을 유발한다.

여자는 여자대로 보추를 여자 취급하며 보추가"그러니까 난 남자라니까!?"식으로 유도하는 게 클리셰일 정도다.


물론, 태양이 떠오르면 지듯 오코토코노 유행도 시대가 지나 꽤 시들해졌다.

다들 오토코노코가 익숙해져 옛날처럼 반향이 크지도 않고, 오토코노코에게 히로인 서사를 부여하는 일도 부쩍 줄었다.


게다가 요즘은 그 보수적인 일본도 많이 변해서 성차별에 대한 성토가 높아지는 등의 이유를 빌미로 업계 전반에 오카마나 오토코노코 등 동성애 개그 코드 함유량이 상당히 적어졌다고 한다.

짱구에서 나온 우리의 그 정겨운 오카마들을 이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답은 역시 타입문이다.


하여튼.

보추물을 단순 게이물로 치부하는 글이 있어서 이렇게 적어보았다.

보추물은 이렇듯 단순 유머+일상물에 개그 요소로 쓰이기도 하지만, 서사를 부여받을 경우 보추가 성장하고 그 복잡성도 입체적으로 다양화되는 등 TS물처럼 상당히 매력적인 장르다.


종래엔 남성성을 내세워 성장하던가.

본인의 외모or 성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던가.

암타하던가.


참으로 다양한 엔딩이 존재하나 슬프게도 요즘은 보기 힘들다.


복잡한 걸 싫어하는 경향이 강해져 보추도 단순한 평면적 캐릭터로 소모하는 경향이 다시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노맨스에서 걍 가벼운 캐빨 요소로만 써먹던가.


물론 여전히 타입문의 아스톨포가 보추계의 패자가 되어서 이 바닥을 지배하곤 있으나, 까놓고 말해서.


얜 보추로서 반푼이 이하다.

거근신앙 아녔으면 진작 묻혔을 쓰레기다. 난 얘 보추로서 인정 안 함 ㅅㄱ